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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65화 (65/187)

◈ 제 65화

65화 Celebrity

톰 제라즈 부부가 영국에 왔다는 소식에 선우는 런던 교외에 위치한 톰의 별장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안 그래도 제라즈 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문 쪽에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나와 있었는데, 그들은 선우를 보자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모시겠습니다.”

선우는 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건물 내부로 향했다.

기다란 복도를 한참이나 걸어가자 한 개의 넒은 거실이 나왔고 그곳에 톰이 있었다.

“톰~”

“선우! 어서 와~”

선우의 등장에 마치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모습이다.

그 덕에 선우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안경은 좀 벗지~ 완전 딴사람 같아.”

“훗, 그래요?”

“응. 그래.”

얼굴을 반쯤 가린 안경을 벗자 톰은 환호하기까지 했다.

“호우~ 역시!”

“왜요?”

“배우 해도 될 얼굴이라서. 어때? 생각 있어? 제작은 내가 할게.”

“아뇨. 됐어요.”

“쳇!”

단칼에 거절하는 선우의 모습에 톰은 입맛을 다셨다.

각설하고 톰은 선우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 주었다.

바로 어제 모든 촬영을 마쳤으며 오늘부터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편집을 시작했다고 말이다.

“영국 촬영 때, 연락한다더니, 왜 안 불렀어요?”

“선우. 네가 바빴잖아.”

“네?”

“휴먼스토리! 나도 그거 봤어.”

아무래도 휴먼스토리를 말하는 것 같다.

“톰이 그걸 봤다고요?”

“응.”

“근데 그 표정은 뭐죠?”

“뭐가?”

왠지 서운함을 머금은 눈빛이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혹시 셰익스피어 코드 때문에 그래요?”

“……티 나?”

“네, 많이요. 톰도 읽어봤죠?”

“응.”

“읽어봤으니까 잘 알잖아요. 그가 제격이었어요. 그렇지 않아요?”

톰과 선우는 잠시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톰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뭐 그렇긴 하지. 그건 인정.”

스스로 인정했지만 ‘쭉’하고 삐져나온 그의 입술은 한동안 들어갈 줄 몰랐다.

“불가능한 미션 3!”

“……!!”

톰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이지?”

“후후후! 네.”

선우가 백기를 들며 투항의 뜻을 밝히자 톰이 새끼손가락을 들며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분명 약속했다.”

“눼눼눼~~ 약속했습니다. 우리 톰 브로(Bro). 가만 보면 참 욕심이 많으셔!”

“하하하~ 내가 한욕심 하지.”

“에구구, 두 사람 꼭 애들 같아요.”

니콜이다.

그녀는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이날 저녁,

톰 제라즈와 니콜 랜드먼이 주재하는 화려한 파티가 열렸다.

“오늘 크리스도 온다며?”

“저기 봐.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웨인스타인이야. 이러다 오늘 캐스팅되는 것 아니야?”

“호호호~ 그러면 소원이 없겠다.”

톰과 니콜에게 초대장을 받은 셀럽(celeb)들은 저마다의 꿍꿍이를 가지고 파티장에 들어갔다. 순수하게 파티를 즐기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멋진 이성과의 만남을 원하거나 영화의 캐스팅을 원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파티를 통해 셀럽들과 교류하고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as good as it gets!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섹시 여배우 엠마 역시 부푼 꿈을 꾸며 파티장 안에 들어섰다.

“응?”

도착한 엠마의 눈에 의아함이 가득 그려졌다.

입구 앞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여자들이었고 하나같이 화려한 차림새에 번쩍이는 장신구를 매달고 있다.

여인들의 시선은 한 남자에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간 엠마는 곧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분이 누구죠?”

“톰의 친구라고 들었어요.”

“뭐 하는 분인데요?”

“작가라고 하던데요.”

“아! 그렇군요.”

용기 있는 여자가 미남을 얻는다고 했는가?

“안녕하세요. 전 UL 그룹의 차녀인 소피 글랜피디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가수 데이나에요.”

“레이몬드 가문의…….”

묻지도 않았는데, 지들이 알아서 소개를 한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말이다.

“실례지만 뭐 하시는 분이에요?”

자신을 티파니라고 소개한 여인이 두 손을 공손하게 자신의 가슴께에 모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글을 씁니다.”

“글이요? 그럼 작가?”

“네.”

‘과연 기대했던 그대로야.’

저렇게 멋진 작가라니!

게다가 저 분위기는 어떻고~~!!

영화배우 뺨치는 얼굴과 몸매에 지적인 매력까지 뽐내고 있다.

저 동양인 남자를 미치도록 갖고 싶었다.

“혹시 만나는 여자 있어요?”

“만나는 여자야 있죠.”

“질문이 잘못됐네요. 애인이 있나요?”

“……아직?”

애매모호한 대답에 여인들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애인이 있어도 빼앗을 기세였기에 사실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호호호~ 기분 좋은 대답이네요.”

여자 친구는 분명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두 사람은 아직 사귀는 관계는 아니다.

그냥 썸 정도 타는 사이? 게다가 설연은 한국에 있었다.

“어떤 스타일의 여자 좋아해요? 전 어때요?”

‘이, 이런…….’

티파니는 꽤나 도발적인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고 상대의 이 같은 당돌함에 오히려 선우가 당황할 정도였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성. 티파니의 얼굴에는 득의한 빛이 일렁였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우와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제일 먼저 선점한 것이다. 물론 보고 있던 미녀들의 눈동자에는 안타까움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어머! 저 여우같은 계집애.’

‘재수 없어.’

‘쳇! 선수를 뺏겼지만 내 남자로 만들어야 말겠어. 네년보다는 내 가슴이 훨씬 크다고~’

여러 여인들의 질시 어린 시선을 받으며 티파니는 의기양양하게 팔을 뻗었다.

“우리 춤 한번 출까요?”

“죄송하지만 저분에게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

티파니가 고개를 돌리자 멧돼지처럼 흥분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녀의 입에 일시에 조용해졌다.

“조, 존슨?”

“그래. 나야. 티파니. 저 녀석이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남자의 모습에 티파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왜 그게 궁금한데?”

“내, 내 친구를 소개시켜 줄려고 했지.”

“친구를 소개시켜 줘?”

“응.”

“친구 누구? 누구한테 소개시켜 줄려고 했는데?”

“존슨. 대체 왜 그래? 내 친구들을 자기가 다 알아?”

“뭐?”

존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아. 그럼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려고 했다고 치자. 근데 춤은 왜 권한 거야?”

“왜 권하면 안 돼? 그리고 내가 저분이랑 춤을 추기라도 했어?”

“저분? 저분?!!”

“…….”

두 남녀의 계속된 설전에 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슬그머니 자리를 이동했다.

변장을 풀고 안경을 벗은 게 패착(?)이었다.

선우는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해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화려한 턱시도 대신 무난한 양복을 입었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착용했다.

머리카락도 앞으로 내렸다.

간단한 변장이지만 꽤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시간,

선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할리우드를 주름잡고 있는 당대의 유명 여배우들이 파티에 참석했다.

“카산드라 블록이다.”

“저기 메기 라이언 아니야??”

데미 모어를 비롯해 여러 유명 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파티에 초대받은 이들 중에서 특히 남자들은 그들의 머리와 옷매무새를 급히 점검했다

잠시 후,

선우 역시 파티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화려함을 벗어던지고 변장을 한 덕분에 선우에게 큰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었다. 물론 이따금씩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그것뿐이다.

그들은 이내 고개를 돌렸다.

“후후후~ 좋아.”

사람들 사이에서 와인 잔을 손에 쥔 선우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찬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에 선우는 테라스를 향해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런던 외곽에 위치한 톰 제라즈의 호화로운 별장.

선우는 더할 나위 없이 느긋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녹음을 머금은 저 푸른 정원이 문득 소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후회하면서도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한다.”

“그것이 또 다른 절망을 선물한다 해도 내일을 향해 끝없이 올라가야 하지.”

“응?”

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선우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여인의 얼굴을 확인한 선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피아 로버츠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그거 위대한 비투비에 나온 대사죠?”

“……네. 맞아요.”

“와우! 맞췄다. 호호호호~”

그녀는 아이처럼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맞췄으니까, 그럼 상으로 사인 한 장 해주세요.”

“네?”

사인을 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선우는 크게 당황했다.

“사, 사인이라뇨?”

“쳇! 유명한 작가님께서 그러시면 안 되죠.”

“……절 아시나요?!!”

“그럼요. 이태리 작가님 팬인데요.”

그녀는 선우가 집필한 소설의 제목들을 나열하며 엄지손가락을 냅다 치켜세웠다.

“정말 최고의 소설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도 당신의 팬이에요.”

“정말요?”

팬이라는 말에 그녀 역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 아마 작년 12월이었죠?”

선우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My Best Friend's Pie(내 남자친구의 파이).”

“어머~~”

“진짜 재밌게 봤어요.”

“……!!”

개봉 시기와 제목까지 말하자 그녀는 특유의 100만 불짜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와인 잔을 마주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톰의 초청으로 얼마 전 VIP 시사회에서 불가능한 미션 2를 봤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작가님이 지금 할리우드에서 뜨거운 감자예요.”

“뜨거운 감자라고요?”

“네~”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쓰는 소설마다 성공하고 있잖아요. 본인이 직접 영화 대본도 쓰시고 말이에요.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작가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있다고요.”

“하하하, 이것 참…… 부끄럽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그녀는 가방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 보였다.

“물론이죠.”

-찰칵.

“사진 좀 봐도 될까요?”

두 사람이 웃고 있는 사진은 한 장의 화보와 같았다.

“이건 제 개인 번호예요. 작가님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받아 주실 거죠?”

“물론이죠. 소피아 당신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제가 영광이에요.”

“호호호호~”

이때, 한 남자가 선우에게 다가왔다.

“제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이태리 작가님 맞으시죠?”

“휴 글래인?!”

그는 영국 출신의 배우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캠페인 무비에 출연한 계기를 통해 배우가 된 케이스다.

귀족적이면서 감성적인 이미지를 지닌 그는 로맨틱 코미디 배우로 명성을 얻는다.

“오 마이 갓~ 절 아세요?”

“두 번의 결혼식과 네 번의 장례식에서 봤어요.”

“아하!!”

<두 번의 결혼식과 네 번의 장례식>은 1994년 개봉해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선우의 위트 있는 대답에 휴 글래인은 즐거워하는 얼굴이었다.

“감사해요. 저 역시 얼마 전에 <지평선이 보일 무렵>을 읽었습니다.”

“정말요?”

“네. 소설 속 배경이 된 도시가 기무제였나요?”

“김제요.”

“아! ……맞아요. 김제.”

선우는 진심으로 놀랐다.

푸른 눈의 외국인이 얼마나 감명 깊게 읽었으면 지방 소도시의 이름을 기억한단 말인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하하하~~ 좋습니다.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연락주세요. 제가 무료로 가이드 해드리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그럼요~”

문득 선우의 뇌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 소피아 로버츠도 이 자리에 함께 있지 않은가?

“혹시 두 분!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 찍어 보실래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요?”

“네.”

선우의 눈앞에 영국을 배경으로 할리우드 스타와 평범한 서점 주인이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는 <타운 힐>이 떠올랐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모두가 행복한 영화.

웃음과 재미가 넘치는 영화.

선우의 기억 속에 <타운 힐>은 가슴이 절로 따뜻해지고 미소를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윌리엄 워커. 그는 런던에 사는 소심한 남자입니다.”

선우는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네 개의 눈동자를 향해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소피아 로버츠와 휴 글래인의 얼굴은 매우 진중하게 변했다

“윌리엄을 찾아온 안나는 자신도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결국 평범한 여자라고 밝히지만 윌리엄은 할리우드 스타인 그녀가 평범한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녀를 고백을 거절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영국을 떠나기 마지막 날…….”

‘……아주 멋진데!!’

‘대박! 이 스토리를 지금 생각해 냈다고?’

선우의 이야기는 이미 한참 전에 끝났지만 두 사람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어이, 친구들! 그 영화, 내가 제작하면 안 될까?”

곧이어 들려온 음성에 시선을 돌리자 톰 제라즈가 그들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파티가 끝난 후,

호텔로 돌아온 선우는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펜을 들었다.

-Of course.

-I’ve seen her films and always thought she was, well…….

-And so, this is where...

-I spend my days and years, in this small…….

과거에 아무리 재미나게 본 영화라고 하지만, 1주일 안에 완성된 대본을 보내려면 서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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