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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61화 (61/187)

◈ 제 61화

61화 세공사(Artificer)

마나석을 얻은 선우는 두 가지 이유에서 완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먼저 스태프로 만들기에 팰러사이트에 함유된 마나의 양(하급)이 부족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마법 스태프의 외형이 너무나도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스태프의 화려함은 그저 손에 쥐고만 있어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기에 완드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작가 님.

“네.”

-말씀하신 티타늄 합금을 구했습니다.

“잘되었군요. 지금 어디시죠?”

-호텔 로비입니다.

“네,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만 하루 만에 티타늄 합금을 구해왔다.

그것도 선우가 원하는 모양으로 말이다.

역시 돈이면 불가능한 것이 없는 사회다.

“여기 주문하신 제품입니다. 볼펜 크기로 만들었습니다.”

토레스가 활달하게 웃으며 말했다.

-촤악!

“보시다시피 이쪽에 버튼이 있는데, 이렇게 누르시면 길이가 늘어납니다.”

선우는 토레스가 건넨 볼펜 형태의 막대기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가 원하는 형태와 정확히 일치했다. 역시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

“좋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무엇보다 휴대가 간편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여기다 각인 마법진을 새겨 놓으면 앞으로 수인을 잡을 필요 없이 시동어(始動語)만으로 몇몇 마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하급 완드면 최대 다섯 개까지 가능하지.’

선우는 저주, 중독, 매혹 마법과 함께 블링크, 실드 마법을 새겨 넣는 것으로 결정했다. 물론 매직 미사일이나 파이어 볼과 같은 공격 마법도 완드에 각인시킬 수 있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만에 하나 그것을 사용하다 들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정부 기관에 납치당해 생체 실험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눈에 보이는 불덩이 공격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이 훨씬 위력적이었다.

“그리고 여기, 부탁하신 주소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와 헤어진 선우는 호텔 방으로 돌아와 다시금 외출을 준비했다.

“머리가 제법 많이 자랐네.”

샤워를 마친 후 거울을 보니 앞머리가 눈을 덮을 정도로 길게 자라 있었다.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오히려 정체를 가릴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욕실에서 나온 선우는 안경까지 착용한 후, 밖으로 나왔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는 매우 혼잡했지만 그가 아는 얼굴도, 그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여기군.”

선우가 도착한 곳은 차이나타운, 이곳 역시 손에 꼽히는 관광지라 그런지 사람들로 넘쳐났다.

“역시 사람들로 득실거리는군.”

입구부터 각종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좌판을 펼쳐 놓고 호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주로 파는 것은 아주 오래된 물건들이었다.

한참을 들어가자 세공사들의 거리가 나왔다.

최소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 혹은 일평생을 세공에 바친 장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우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다양한 종류의 보석, 쇠, 액세서리를 다루고 있는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구경했다.

“여기가 장 노야의 작업실인가요?”

“어머! 그걸 어떻게? 아, 안 그래도 누가 찾아올 거라고 하던데. 혹시 토레스 씨의 소개로 오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호호호~ 그러셨군요. 전 허청이라고 해요. 할아버지의 손녀이자 비서를 겸하고 있죠.”

본명인지 가명인지 분간할 수 없지만 그녀가 이름을 밝힌 이상 선우도 인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시군요. 전 초이(Choi)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초이 씨. 일단 들어가세요.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네.”

선우는 그녀를 따라 가게 안쪽으로 향했다.

“흐음!”

내부로 들어선 선우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검(劒), 도(刀), 창(槍)과 같은 도검류를 비롯해 다양한 액세서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거나 혹은 벽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드워프의 공방에 들어온 듯한 느낌에 너무나 반갑기도 했다.

“할아버지. 토레스 씨의 소개로 오신 분이에요.”

작업을 위한 용도인 듯 큰 책상 하나가 있었는데 허청의 말에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

외견은 노쇠해 보였지만 부드럽고 지혜로운 인상이다.

더욱이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토레스 씨의 손님이군요.”

“네, 맞습니다. 초이라고 합니다.”

“이쪽에 앉으셔서 말씀 나누세요. 제가 차 한잔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허청 씨.”

의례적인 말이 오가며 찻잔이 식어갈 쯤,

선우는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봉과 디자인 도면을 그에게 건넸다.

“티타늄 합금이군. 그것도 C 타입. 이건 우주 왕복선을 만들 때 쓰이는 합금인데 용케 구하셨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이 디자인이요?”

“네. 평상시에는 볼펜으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여기 홈을 누르면 이렇게 1m 30cm의 봉으로 바뀝니다. 이 부분에 세공을 부탁드립니다.”

“…….”

선우가 내민 디자인 도면을 본 장 노야는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형이상학적인 문양이군. 알파벳도 그렇고…….”

“어렵나요?”

“쉬운 작업은 아니요.”

“…….”

다행히 못 한다는 말이 아니다.

쉽지 않지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언제까지요?”

“빠를수록 좋습니다.”

“사흘, 대신 값은 통상의 두 배요. 어떻소?”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선우는 미소를 보였다.

“오늘 해주시면 다섯 배를 드리겠습니다.”

“……?!!”

선우의 말에 노인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밖에서 기다리시오.”

“네.”

이제 선우는 그의 작업실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허청이 공손하게 다가와 선우를 밖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다.

“계약금으로 반, 물건을 받은 후에 나머지 반을 보내주시면 돼요.”

“지금 보내드리죠.”

선우의 즉답에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졌다.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을 확인할 수 없지만 이 남자 분위기 하나는 멋지네. 돈도 많이 있는 것 같고 말이야. 한번 꼬셔볼까?’

강한 호기심이 그녀를 충동질했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선우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미동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다섯 시간 후,

선우는 마법진이 새겨진 볼펜(?)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후후후~”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즐겁다.

아직은 반쪽에 불과한 마법 완드지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 그리고 쾌감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휴… 그럼 시작해볼까?”

숙소로 돌아온 선우는 안색을 차갑게 가라앉히고 진지한 눈으로 완드와 팰러사이트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길과 전신에서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기운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바로 마나의 표출이다.

-우우우웅!!

완드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도형에서 빛이 발현하자 팰러사이트가 머금고 있던 환한 빛이 마치 광구(光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선우의 얼굴에는 강렬한 투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 여명이 비춰올 때쯤, 선우는 눈앞에 놓인 완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활성화에 성공했음이다.

선우는 완드를 만들고 남은 팰러사이트를 조심스레 모았다.

니켈과 철이 섞인 합금 사이에서 유유히 금빛을 내고 있는 감람석(팰러사이트).

그것은 지구의 감람석이 아닌 마나를 품은 우주의 감람석이다.

손톱만 한 크기로 조각났고 어떤 것은 가루가 되어 버렸지만 절대 버려선 안 된다.

모두 쓸데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차이나타운 공방 거리를 다시 찾은 선우는 톰 제라즈의 연락을 받았다.

“난리가 났었어. 모두 선우 네 덕분이야.”

“후후후~ 그래?”

“그래. 다들 너무 재밌어했어.”

불가능한 미션 2의 캐스팅이 모두 끝났다는 소식이다.

“참~ 언제 영국에 돌아간다고 했지?”

“이번 주말.”

“아! 그럼 일은 다 본 거야?”

“응.”

“흐음! 이번 주말이면 며칠 안 남았네.”

아쉬움이 가득한 음성이다.

“선우! 별일 없으면 이쪽으로 넘어오는 게 어때?”

“왜?”

“왜긴~ 얼굴이나 보고 얘기도 좀 나누자는 거지.”

이날 늦은 오후,

LA에 위치한 고급 클럽에 톰 제라즈가 선우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들어가십시오.”

톰을 알아본 가드가 정중히 문을 열어주며 고개를 숙였다.

곧이어 톰의 얼굴을 확인한 사람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터뜨렸다.

“꺄악~ 톰이다.”

“이야. 실물을 이처럼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야!”

눈앞에서 들려오는 금발 미녀들의 웃음소리들.

그런데 그들의 왕성한 호기심은 곧 톰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어머? 저 남자는 누구지?”

“누구?”

“저기! 톰이랑 같이 들어온 남자.”

“어머머~~ 남자 살결이 어쩜 저렇게 하얗고 부드러운 거야?”

어찌나 깨끗한 피부인지 손을 뻗어 쓰다듬고 싶을 정도다.

할리우드 미녀들의 눈빛이 삽시간에 몽롱해졌다.

선우는 그녀들이 지금까지 보았던 사람들 중에서 최고의 미남은 아니다.

하지만 저 독보적인 분위기는 단연코 최고라고 손꼽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의 분위기에 넋이 나가지 않은 미녀들이 없었다.

“대박!! 걸음마다 품격이 나오는 것 같다.”

“……!!!”

그야말로 순정 만화에나 나올 법한 귀족이 만화책을 찢고 나온 것만 같았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녀들의 감정을 읽은 톰이 선우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톰~”

“어, 산드라.”

“옆에 있는 분은 누구예요?”

“이 친구?”

톰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선우를 소개했다.

“산드라. 당신도 태리 포터를 알지?”

“물론이죠. 태리 포터를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흐흐흐~ 그럼 됐어. 자! 여기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소설가이자 태리 포터를 만든 장본인. 이태리 작가를 소개할게.”

“뭐, 뭐라고요?”

선우를 바라보는 산드라의 얼굴에 깜짝 놀랐다는 표정이 떠올랐고 이와 더불어 클럽에 모인 사람들 역시 웅성거렸다.

-웅성웅성!!!

“저 사람이 이태리 작가라고?”

“이태리 작가가 누군데?”

“태리 포터 작가!”

“태리 포터 작가? 수앤 캐슬린 롤링 아니야?”

“두 사람이 공동으로 쓴 거야.”

“아!!”

“와우~ 무슨 작가가 저렇게 잘생겼냐? 톰이랑 같이 있는데 전혀 꿀리지 않네.”

“난 동양의 왕족인 줄 알았어.”

선우의 정체가 밝혀지자마자 그의 곁으로 금발 미녀들이 몰려 들었고 수많은 질문 공세와 함께 육탄 공격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이태리 작가라는 놈이야?”

미녀들의 격한 관심에 몇몇 남자들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래.”

“소설가 따위에게 배우들이 웬 관심?”

“이번에 톰이 들어가는 영화 대본을 썼다고 하더라고.”

“대본을 쓴다고? 저 녀석이?”

“응. 나도 그렇게 들었어.”

“쳇!”

친구의 대답에 남자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저 새끼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 골탕 좀 먹여줄까?”

남자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선우를 노려보았다.

“폴! 그만둬. 저 녀석을 잘못 건드렸다간 큰일 날지도 몰라.”

“큰일? 저따위 동양인이? 무슨 힘으로?”

“기사 못 봤어? 저 녀석이 21C를 문학계를 이끌어나갈 대문호라고 하잖아.”

“대문호는 무슨!”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아버지도 이태리 작가의 팬이야. 폴! 괜한 적은 만들지 말라고!! 이건 네가 내 친구니까 하는 조언이야.”

“……!!!”

친구의 진심 어린 조언 덕인가?

선우를 향해 가득했던 적대심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알았어. 조용히 있을게.”

폴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친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할리우드에서 요즘 소위 요즘 뜨고 있는 배우 폴 애덤은 알까?

그가 친구를 잘 둔 덕에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에게 이빨을 드러낼 뻔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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