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0화
60화 불가능한 미션 2
‘……탑 거너, 스노우 맨, 칵테일 사랑, 7월 14일생, 폭풍과의 질주, 굿 맨 헌터, 토마스 맥과이어.’
톰 제라즈의 인생을 만약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영화를 찍었고 히트작을 배출했다.
천문학적인 재산을 모았음은 물론이고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라는 명예도 얻었다.
‘와일드 와이드 샷, 뱀파이어와의 미션, 불가능한 미션. 매그놀……. 불가능한 미션?!! 그래. 불가능한 미션, 바로 그거야.’
1996년에 개봉한 불가능한 미션은 전 세계 흥행에 성공했다.
그 후 2000년이 되면 불가능한 미션은 2가 만들어져 개봉하는데 1편의 흥행과 톰 제라즈라는 이름값으로 흥행에는 성공하지만 후에 불가능한 미션은 시리즈 중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첩보 영화에 과도한 로맨스를 가미한 결과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선우는 그 최악이라는 평가를 바꿔주기로 마음먹었다.
‘과도한 로맨스는 과감히 삭제하자. 009 시리즈 정도의 로맨스면 충분할 거야. 그리고 여기에 일본 만화 히어로 물의 재미난 일상 스토리를 MSG로 첨가해주는 거야.’
수십 권의 소설을 집필했고 영화의 전체 플롯이 그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여기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했지만 말이다.
“톰,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그럼. 뭐든 물어봐.”
“올해에는 영화 안 찍어요?”
“응.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어서 아직 결정을 못 했어. 네임 밸류가 있어서 아무 영화에나 출연하고 싶지 않거든.”
“톰~ 너무 고르지 마요. 그러다가 내년까지 못 찍을지 몰라.”
“후후후~ 그런가?”
니콜의 말에 톰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선우는 그런 톰을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불가능한 미션, 후속편은 어때요?”
“후속편?”
“네, 원래 영화 자체가 시리즈 드라마를 토대로 만든 거잖아요. 이참에 제작, 주연을 모두 겸해서 아예 당신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 영화로 만들어 보는 게 어때요?”
“프, 프랜차이즈 영화?”
“네. 예를 들면 009 시리즈와 같은 영화로 만드는 거예요.”
“009?!!”
“네, 009!”
009이라는 말에 톰이 급격한 관심을 보이자 선우는 은근슬쩍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운을 띄어 보았다.
“동물을 전염병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악성 바이러스, 공기 감염을 통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테러 조직 그리고 이단 호크!!”
“호오~~ 좀 더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어?”
“물론이죠.”
선우는 톰 제라즈가 흥미를 보이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독일 생물공학자 요하네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소에 테러 조직이 난입해 박사가 발견한 악성 바이러스 네메시로폰을 탈취한 후 연구진을 모두 살해한다. 이단 호크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 테러리스트들이 훔쳐간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독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베를린에 도착한 호크는 네미시로폰이라는 것이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다 우연하게 만들어진 악성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호크는 임무를 위해…….
(중략)
이단 호크와 쥬디의 관계를 의심한 앰비해머는…… 악성 바이러스를 쥬디의 몸에 주입하는데…….”
선우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톰 제라즈의 표정 역시 흥미진진하게 변해갔다.
“……영화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제 스토리가 어때요?”
선우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한 톰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미리 준비한 거야?”
“아뇨.”
“그럼?”
“그냥요. 당신을 보니 머릿속에서 그냥 떠올랐어요.”
“……!!!”
선우의 대답에 톰은 말문이 콱 막혀 버렸다.
조금 뒤 그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니콜 랜드먼을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What the…….”
“……So cool!”
그날 밤.
선우는 곧바로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
한 장면, 한 장면…….
영화의 각 장면들은 저마다 복잡한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몇 개의 통로가 나오고 또다시 여러 개로 갈라진 통로가 나온다. 하지만 종내엔 모두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다.
작가는 1차적으로 영화의 뼈대를 만드는 사람이다.
여기에 연출가 즉 감독이 2차적 작업으로 살을 붙이는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네…….”
분명 재미있게 본 영화였고 전체적인 플롯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삭제, 수정, 보완, 첨가의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선우의 시나리오는 원작보다 더 재미있게 변모하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그래. 이렇게 하는 게 좋겠어. 그리고 이 장면은 과감히 삭제. 좋아! 훨씬 더 재밌는데~~”
글을 써내려가는 동시에 선우의 뇌리에서는 각각의 캐릭터가 그의 글에 따라 생동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S#25
-그건 안 돼요. 불가능한 일이에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내 일이에요.
S#47
-날 어쩔 생각이지?
-재밌는 구경을 시켜줄 생각이야. 그 후에 하늘나라로 보내주지. 빠져나갈 길이 전혀 없을 테니 포기하는 게 좋아.
(온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된 이단 호크를 바라보며 베인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S#89
-이단 호크라니요? 그게 무슨 소리죠?
-그 녀석, AMF 요원이었어. 감히 날 속이다니,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지.
-……!!
S#131
-받아들여, 호크. 이젠 다 끝난 일이야.
-아니! 끝나지 않았어. 우리가 끝났다고 해야 비로소 끝난 거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동시에 누가 보아도 불가능한 임무를 멋지게 성공하는 이단 호크를 통해 깊은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선우는 이러한 일련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영화의 대본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다음 날,
불가능한 미션 2의 대본이 완성되었다는 말에 톰은 선우를 그의 집에 초대했다.
“니콜은?”
“영화 촬영하러 호주에 갔어. 설연은?”
“그제 한국으로 돌아갔어.”
“호오~ 그래?”
선우를 쳐다보는 톰의 얼굴에는 뜻 모를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왜?”
“아니야. 일단 대본부터 보자고.”
“여기.”
톰은 선우가 건넨 대본을 집중해서 읽고 싶었는지, 선우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집 좀 구경할래?”
“그래도 괜찮아?”
“물론이지.”
톰은 특유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참, 지하 1층은 마지막에 구경해.”
“왜?”
“후후후~ 거기에 내가 모은 컬렉션들이 있거든. 처음부터 거길 보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오케이.”
선우는 거실부터 시작해 3층까지 구석구석 그의 저택을 구경했다.
클래식한 인테리어에 현대적인 감각이 넘치는 디자인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게다가 누군가가 꾸준히 관리하는지 집 안에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위층은 다 봤으니, 이제 지하에 내려 가볼까?”
톰의 컬렉션이라니, 절로 호기심이 일어났다.
“오?!!”
입구부터가 남다르다.
선우는 마치 박물관을 관람하는 느낌이었다.
-[랜슬롯의 왕관]
“랜슬롯이라면 아더 왕의 제1 기사이자 후에 스코틀랜드 왕가의 왕으로 증명된 인물이군.”
-[그리스 청동 투구]
“이건 기원전 8세기에 제작된 보물로 대한민국 보물 904호로도 등재돼 있는데…….”
-[금동 술병]
“청나라 강희 황제가 사용하던 유물이군. 이건 뭐 국보급인데?”
-[마이엥크루그]
“1639년 디오니시오 마세로니가 만든 뚜껑 달린 병이로군. 이건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이야.”
-[마사무네]
“호오! 13세기 일본의 도공 소슈 마사무네 일본도도 있네.”
과연 톰 제라즈가 그렇게 자신만만해한 이유가 있었다.
각종 보석이 치렁치렁하게 달린 서양의 왕관부터 동양의 국보급 도자기와 일본도(日本刀)마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선우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Meteorite Pallasites(운석 팰러사이트)]
“이, 이게 대체……!!”
그것을 본 선우의 두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얼마나 집중해서 빠져 있었는지, 톰 제라즈가 그의 등 뒤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올리빈 패리도트야.”
“네?”
“그거, 올리빈 패리도트라고.”
감람석 또는 황금돌이라 불리는 페리도트.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밤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악마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저도 알아요.”
“근데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봤어?”
“……그냥요.”
‘마나석을 찾았는데, 너라면 놀라지 않겠니?’
일의 전말은 이렇다.
선우가 파악하기로 지구에는 마나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구에 존재하는 페리도트 역시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가루로 만들어 꿀이나 물에 타 복용하면 소량의 힘과 원기를 충전해 주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저것은 달랐다.
Made in Earth가 아닌 Made in Universe였기 때문이다.
“선우. 혹시 운석 좋아해?”
“응. 팰러사이트만.”
‘……오늘부터 사랑하기로 했어.’
선우는 분명한 실례였지만 톰을 보며 부탁했다.
“톰. 정말 실례지만 이 운석, 내가 구입할 수 없을까?”
“선우 네게 팔라고?”
“응.”
선우의 말에 톰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 알고 있겠지만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내 소중한 컬렉션이라서 말이야.”
“아! 그렇군. 미안해. 내가…….”
“풋~!”
가볍게 코웃음을 친 톰이 선우에게 다시 말을 했다.
“이봐, 선우 브로! 농담이야. 내가 우리 브로에게 이깟 운석 하나 못 주겠어? 더욱이 이런 완벽한 대본까지 써줬는데 말이야.”
“톰……!!”
“선물이야. 대신 앞으로도 좋은 시나리오가 생각나면 제일 먼저 내게 얘기해주는 거다. 알겠지?”
“당연하지.”
“좋아! 그럼 이걸로 계약 성립!”
이로써 Meteorite Pallasites는 선우의 차지가 되었다.
후에 톰에게 물어봤더니 그는 팰러사이트 운석을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구했다고 했다. VIP 회원이 되면 카탈로그를 미리 받아볼 수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직접 연결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선우는 톰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땡큐. 톰.”
“유아 웰컴 브로~”
마나석을 얻은 선우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