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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57화 (57/187)

◈ 제 57화

57화 굿바이 김진우

낯선 동양인의 출연에 롤리와 세르조이는 꽤나 당황했다.

“누, 누구세요?”

“제 이름은 최선우라고 합니다. 두 분께 투자하고 싶어 바다를 건너왔죠.”

“바, 바다를 건너왔다고요?”

“네.”

두 사람은 선우의 말에 그저 놀랍다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만.”

선우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투자금은 얼마나?”

“1,000만 불이요.”

“1, 1,000만 불이요?”

“네.”

1,000만 불이나 투자하겠다는 말에 롤리와 세르조이의 표정이 가관도 아니다.

‘1,000만 달러?’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동그랗게 뜬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기쁨과 함께 뭔가 숨길 수 없는 의혹이 섞여 있었다.

‘저 동양인 녀석, 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선우는 두 사람의 눈빛을 읽고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저는 인터넷 세상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구글이 보여줄 미래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

“……!!”

자금 지원이 절실해 투자 회사를 찾아간 상황.

투자를 요청하러 간 몇몇 기업은 그들의 요청을 무시했고 어떤 곳은 아예 회사를 통째로 넘기라고 했다. 그것도 300만 달러에 말이다.

롤리 페이지가 선우를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투자 조건이 궁금하네요.”

“투자금은 전액 귀사의 주식으로 받고 싶습니다.”

“주식으로요?”

주식으로 받고 싶다는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1,000만 불이면 현재 구글을 사겠다는 말과 진배없었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경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롤리와 세르조이가 허를 찔린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선우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태리 포터네요.”

“네.”

선우는 책을 가리키는 동시에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두 분은 태리 포터를 읽어 보셨나요?”

“네.”

“전 영화로 봤습니다만.”

선우의 질문에 롤리와 세르조이는 뜬금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대체 뭔 소릴 하고 있는 거야?’

‘그러게. 투자를 하겠다더니 갑자기 웬 태리 포터?’

선우는 두 사람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두 분 모두 테리 포터의 저자인 수앤 캐슬린 롤링을 알고 계시죠?”

“네. 그야 뭐…….”

“그녀야 워낙 유명하니까 당연히 알죠.”

“그럼 혹시 이태리 작가에 대해서도 아시나요?”

“태리 포터의 공동 작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분은 잘 모릅니다만, 왜 그러시죠?”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 계속되자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선우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자신을 소개했다.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태리 포터의 이태리 작가입니다.”

“네? 이태리 작가요?”

두 사람의 놀란 소리가 통로 벽을 따라 울려 퍼질 정도다.

선우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는 놀람과 경악 그리고 불신의 빛이 가득했다.

“얼마 전에 저에 대한 기사가 났는데 한번 찾아보세요. 기왕이면 구글 서비스로 찾아보시면 좋겠네요.”

-타타타닥!

두 사람은 선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들이 개발한 구글 서비스를 통해 이태리 작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 맙소사!”

“정말이군요.”

사실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마치 뒤통수를 세차게 한 차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로부터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났을 무렵,

두 사람은 선우가 던진 제안에 흥분과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전 돈을 투자하고 두 분은 지금처럼 개발과 경영에 열중하시면 됩니다.”

“몇 퍼센트의 지분을 원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1,000만 불이면 회사를 통째로 내어드려야 할 정도라서 감이 오질 않습니다.”

“구글은 두 분이 만든 회사고 두 분이 키워나가야 할 기업입니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정확히 3등분 하죠. 어떠십니까?”

선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롤리와 세르조이를 쳐다보았다.

“3등분이요?”

“네, 정확히 3등분이요.”

선우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앞서 말했듯이 전 두 분의 경영권에 대해 일절 간섭하지 않을 것이며 훗날 제가 보유한 주식을 판매를 할 경우 두 분께 우선 매입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점을 계약서에 명시하셔도 좋습니다.”

“……!!”

“그, 그건…….”

너무 놀란 나머지 세르조이는 말을 떠듬거리기까지 했다.

솔직히 이보다 좋은 조건이 어디에 있겠는가?

“정말 이것뿐입니까?”

“아! 대신 한 가지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이 있다는 말에 롤리의 표정이 달라졌다.

마치 ‘그러면 그렇지.’라는 듯한 눈빛이다.

“조건이 뭐죠?”

“전 앞으로 나설 생각이 없습니다.”

“네?!!”

“그냥 뒤에서 조용히 자금만 대겠다는 뜻입니다. 대신 추가 투자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제게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적으로 말입니다. 이게 제 조건입니다. 어떻습니까?”

“그게 조건이라고요?”

“정말입니까?”

“네. 정말입니다.”

세르조이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이거 지금 몰카 찍는 것, 아니죠?”

“풋! 아닙니다.”

그의 행동에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다행히 실소로 참았다.

“이봐~ 롤리, 나 한 번만 꼬집어 주지 않을래? 아무래도 내가 산타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아서 말이야.”

잠시 후,

세르조이의 비명이 사무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 * *

“으아아아!!”

지독한 악몽.

벌서 몇 번이나 잠에서 깼는지 모르겠다.

진우는 오늘도 결국 잠이 들지 못한 채, 일어나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다른 한 손으로 위스키를 든다.

그는 위스키를 잔이 아닌 병째로 들고 입안에 퍼부었다.

“모두가 그 녀석 때문이야.”

그의 눈에 이글거리는 복수심.

이제 발기부전의 치료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 끔찍한 악몽이 더 큰 문제였다.

“죽여 버리겠어. 그래! 킬러를 고용해서 죽이면 되는 거야.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아. 그 가족 전부를 죽여 버리면 돼. 그럼 나도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흐흐흐흐!”

반쯤은 미친 사람처럼, 광기에 빠진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그렇게 얼마나 마셨을까?

문득 이상한 느낌에 휩싸인 그가 전면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유난히 빛나는 눈동자 하나가 거울 안에 있었다.

“……?!!”

거울 속의 눈동자는 그를 향해 속이 환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순간 김진우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 누구야?”

진우의 질문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수인(手印), 그것은 눈에 빤히 보이는 느린 동작이었지만 불과 몇 초 사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옥죄어왔기 때문이다.

-털썩!

진우는 그대로 쓰러졌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에는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너, 넌?!!”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진우는 깜짝 놀랐다.

“네가 여기에 어떻게?”

그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선우였다.

“볼일이 있어서 미국에 왔다가 문득 아저씨 생각이 나서요. 그나저나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내 방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썩 꺼져.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무단 칩임으로 신고할 거야. 그러니 허튼 수작 하지 말고 꺼져.”

“여전하시네요. 일단 물 한 잔만 마실게요. 스탠포드에서 메릴랜드까지 오느라 꽤 힘이 들었거든요.”

“……뭐?!!”

그는 자신의 으름장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선우를 보며 기가 막혔다.

그러나 눈치 빠른 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선우가 관련되었음을 이내 눈치챘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그거요? 마법이에요.”

“마법?”

“네. 마법이요. 정확히는 흑마법이지만요.”

-과과과과과!!

선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엄청난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진우는 겁에 질린 표정을 애써 숨기며 소리쳤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당장 날 원래대로 돌려놔. 안 그러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

진우는 으르렁거리며 노려봤지만 선우는 일체의 흔들림도 없었다.

오히려 히죽거리기까지 했다.

“부를 수 있으면 불러보세요. 다크 핸드.”

이때, 어둠의 힘이 일어나 진우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퍼억!

“아악!”

김진우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저씨. 인간의 몸은 말이죠. 참 특이해요. 어떤 면에선 대단하기도 하고요.”

일체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더욱 음산해진 음성이 진우의 귀를 파고들었다.

“우리의 몸은요, 무슨 일이 있어도 뇌와 심장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애를 써요. 술을 아무리 많이 마시고 담배를 줄기차게 피워도 우리가 멀쩡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장과 뇌에 피를 공급하기 때문이죠. 근데요. 이게 더욱 대단한 건 원래 가던 곳이 막히면 우리 몸을 지들이 알아서 이리저리 돌아가서라도 피를 전달해요. 그런데요. 만약에 도저히 피를 보낼 수 없을 정도로 길이 막혀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 그게 뭔 개소리야? 마지막 경고야. 어서 꺼져. 당장 꺼지라고!!”

“아우! 그냥 갈 순 없죠. 아까 킬러를 보내 우리 가족을 다 죽여 버린다면서요. 그 얘길 듣고 어떻게 그냥 가요?”

“뭐, 뭐?!”

선우는 묘한 미소와 함께 다시 한 번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곧 기묘한 동작의 수인이 완성되었고 이와 함께 강력한 저주 마법이 발동되었다.

“라이리테이션.(Lilytation)”

-우우우웅!!!

김진우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그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곧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끄으으!”

“어때요? 아직 참을 만해요?”

“………너, 너! 이 새끼!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새끼?”

-피식!

“이봐요. 김진우 씨. 그렇게 입을 함부로 놀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뭐?”

그 요상한 손 모양이 다시 시작되었다.

“뒤틀림.”

선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우는 이전보다 더욱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살과 근육이 따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끄…… 아…… 악!!”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선우는 눈 한 번 껌뻑하지 않는다.

“자!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이번에는 제대로 말해 봐요. 만약 뇌와 같은 주요 장기에 피를 보낼 수 없을 정도로 혈관이 막혀버리면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요?”

“……으…… 어…… 어…… 어어…….”

“뭐라고요?”

“……사…… ㅂㄹ…… 사…… 으…… 어…… 사…… 려…… 으…… 줘!”

순간 선우는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이다.

“아~~! 알겠어요. 당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서 모르겠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우리 친절한 선우 씨가 알려드려야죠.”

선우의 입에 걸린 미소를 보는 순간,

김진우의 눈이 또다시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마나여, 나의 부름에 답하라. 단절.”

다음 순간,

김진우의 뇌로 피를 공급해주는 동맥의 흐름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는 감히 항거조차 할 수 없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잠시 후,

선우는 김진우의 휴대폰을 이용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911대원이 방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진우를 데리고 급히 병원으로 이동했다.

그의 병명은 급성 뇌졸중에 의한 사지마비.

살아있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어휴, 저 X신. 차라리 죽어버리지. 저게 대체 뭐야?”

“일단 진정하십시오. 사모님.”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어? 저런 X신이랑 어떻게 살아? 당장 박 변에게 연락해서 이혼 서류 준비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사모님.”

그로부터 몇 달 후,

요양 병원에 있던 김진우의 정신이 마침내 붕괴되고 말았다.

악몽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그날 밤,

김진우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고 그의 사인은 쇼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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