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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42화 (42/187)

◈ 제 42화

42화 밝혀지는 선우의 정체

-(주)스포츠 한성.

스포츠 한성 편집국장 남태훈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최선미 기자와 대면하고 있다.

“이게 뭐야?”

“정보비 청구서요.”

“……삼, 삼백만 원?!!”

간이 영수증을 확인한 남 국장의 눈동자에 황당하다는 빛이 떠올랐다.

“야! 최 기자. 뭔 놈의 정보비가 이렇게 비싸?”

“이태리 작가에 관한 정보입니다.”

“이태리 작가? 왜? 정체라도 알아왔나 보지?”

“네.”

“그래, 그의 정체를 알아……?!!!”

남태훈 국장의 두 눈이 순간 화들짝하게 커졌다.

“뭐? 최 기자! 지금 뭐라고 했어?”

“이태리 작가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벌떡!!

남태훈 국장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증거는, 증거는 가지고 왔나?”

“여기요. 이게 바로 증거입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가방 속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수십 장의 사진들과 여러 장의 서류들이 나열되었다.

“이, 이게 증거라고?”

“네.”

잠시 후,

의아한 눈빛의 남태훈 국장이 최선미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지금 이 남자가 이태리 작가이자 동시에 태리 리라는 건가?”

“네. 국장님.”

“……꽤 젊어 보이는데, 대학생인가?”

최선우의 사진을 본 그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요.”

“그럼?”

“고등학생입니다.”

“뭐?! 고, 고등학생?!”

“네.”

최선미 기자의 말에 남태훈 국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태리 작가가 고등학생이라고? 이봐. 최 기자. 지금 나랑 장난해? 자네. 지금 제정신이야?”

-웅성웅성!

“뭐야?”

“무슨 일이야? 국장님 왜 저래?”

“지금 누가 들어갔어?”

“최선미 기자.”

“……아무래도 최 기자가 사고 한번 제대로 친 것 같은데?”

남태훈 국장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편집국 전체가 들썩였다.

“국장님. 저 멀쩡합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요. 이걸 한번 보십시오.”

그녀는 한 조각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고등학생이 수앤 캐슬린 롤링과 만날 수 있습니까?”

“걔가 초록별 출판사 최규용 대표의 아들이라며? 그래서 만난 것 아닌가?”

“물론 사적인 자리라면 그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자리에 최규용 대표는 없었습니다. 마이클 감독과 크리스 감독 그리고 그와 수앤 캐슬린 롤링만 있었습니다.”

“……?!”

“그리고 이것도 좀 보십시오.”

“이건 또 뭔데?”

“국장님도 태양 로펌이 이태리 작가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죠? 여기 관련 정보입니다. 무려 이백만 원을 주고 샀다고요.”

그녀가 건넨 서류에는 거액의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내역이 있었다.

남 국장은 그녀가 건네는 퍼즐 조각을 보고도 쉬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긴 이태리 작가가 <태리 포터>를 쓴 태리 리 작가와 동일인이며 이와 동시에 고등학생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말이 쉽게 믿어지겠는가?

하지만 그녀의 주장 역시도 꽤 신빙성이 있었다.

“……확신할 수 있어?”

“네. 99% 확신합니다.”

“……!!”

최선미 기자의 확신에 찬 음성에 남 국장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후우~ 후우!!”

그는 창문 밖의 풍경을 느릿하게 바라보며 담배 한 개비를 뻑뻑 피워댔다.

만약 그녀의 말이 정녕 사실이라면 이것은 그야말로 특종 중의 특종이다.

“……자네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그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우린 기자야. 좀 더 확실하고 정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남태훈 국장의 음성이 한층 더 진중해졌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을까?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어떠한 만남의 접점이 있었을 거야. 우린 그걸 찾아내야 해.”

“안 그래도 그와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얘기해 봐.”

“제가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라가치 상 수상식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라가치 상 수상식에서?”

“네. 국장님.”

최선미 기자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미소로 인해 남태훈 국장은 다시 한 번 담배를 펴야만 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직접 볼로냐로 날아가 알아볼 생각입니다. 아~ 물론 국장님이 허락해 주시면요. 여기, 제가 소요 경비를 한번 계산해 보았는데요…….”

“……!!”

이와 같은 시각,

선우의 초대를 받은 수앤이 그의 집을 찾았다.

탁자 위엔 김치찌개, 제육볶음, 파전과 잡채 그리고 불고기가 보인다.

언뜻 보아도 무려 10가지가 넘는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호호호~ 준비한다곤 했는데,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굉장히 맛있게 보이는데요~”

“그래요?”

“네, 특히 색깔이 너무 예뻐요. 이건 뭐죠?”

“잡채예요.”

“자……압……췌?”

“잡! 채!”

“자압채!”

“네~~”

포크를 이용해 잡채를 집어먹은 수앤은 뭔가 굉장히 맛있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껏 긴장했던 수연은 그제야 안심한 표정이다.

“여기 불고기도 먹어보세요.”

“오우~~ 불고기! 저 이거 좋아해요.”

수앤은 접시에 놓여있던 큼지막한 불고기를 한입에 그대로 쑥 넣었다.

“맛있어요.”

“하하하~”

“호호호호~~”

식탁에 모인 사람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 선우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라가치 수상식에 갔다가 만났어요.”

“아~ 그럼 볼로냐에서 만난 거네요?”

“네. 사실 작가의 꿈을 접기 위해 떠난 마지막 여행에서 그야말로 잭 팟을 터트리고 말았죠.”

규용과 수연은 수앤의 말에 빠져들었다.

“선우가 이태리 작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녀는 어떻게 해서 자신이 선우를 만났고 또 어떻게 해서 선우와 함께 책을 쓰게 되었는지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선우는 대체 언제부터 글을 쓴 거예요?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셨나요? 전 그게 가장 궁금해요.”

“음~~ 그게 말이죠.”

수연은 과거 선우가 영어 학습지 선생을 경악케 만든 일부터 시작해 그녀가 경험한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

스포츠 한성에 의해 이태리 작가에 대한 기사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은둔의 작가, 마침내 정체가 밝혀지다.

-이태리 작가의 정체는 고등학생?

-<태리 포터>의 공동 저자 태리 리와 한국의 이태리 작가가 동일 인물임이 밝혀졌다.

스포츠 한성의, 무려 삼 일에 걸친 특별 기획 기사에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미쳤다. 미쳤어.”

“이게 진짜 사실?”

“레알?!!”

이태리 작가의 정체가 고등학생이라니!!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지, 사람들의 반응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말도 안 돼. 그럼 초등학생일 때 단팥빵을 썼다는 거잖아?”

“사실이라면 진짜…… 오진다.”

“소오오오오오름!!”

“대박!!!”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이태리 작가

2. <태리 포터>의 공동 저자 태리 리.

3. <단팥빵>

4. 최선우

5. 드라마 삼남매

6. <아빠를 부탁해>

7. 미술관 옆 선다방

8. <지평선이 보일 무렵>

9. 도전 골든별 최선우

10. 백합 예술 고등학교 문예 창작과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서 10위까지 중에서 8개가 무려 선우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은 온통 그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어머머! 민용아.”

“네, 엄마.”

“혹시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학교, 니네 학교 아니니?”

“어? 맞는데요.”

교문과 건물을 보니 백합 예술 고등학교가 확실했다.

“민용아, 저기 TV 속에 나오는 애가 누구니?”

“누구요?”

“저기, 사진에 있는 애 말이야!”

“어? 쟤는 선운데요?”

“선우?”

“네. 엄마. 저번에 TV에서 봤잖아요. 쟤가 도전 골든별 우승자예요.”

“아!! 걔가 재였니? 어쩐지 낯이 익다 했어.”

엄마의 말에 민용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근데 선우가 왜요? 왜 쟤가 TV에 나오는 거죠?”

“그게 말이야. 쟤가 <태리 포터>를 썼다고 하는구나.”

“……네?!!”

민용은 멍한 표정으로 엄마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쟤가 이태리 작가래.”

“헐, 대박!!”

민용의 입이 떡하고 벌어지고야 말았다.

마치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저는 지금 최선우 학생이 재학 중인 백합 예술 고등학교 앞에 나와 있습니다.

-(담임)최선우 학생이요? 한마디로 말하면 천재죠.

-(교장 선생님)전 선우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방송의 여파는 대단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방송을 보고도 쉽게 믿지 못했다.

특히 문학계 인사들의 반응이 그러했다.

“아니, 잠깐만…… 지금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확인된 사실이야? 증거는?”

스포츠 한성의 마케팅은 확실히 대단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수집한 증거를 하나씩하나씩 기사화했기 때문이다.

-최선우 작가의 첫 번째 소설 어린이 동화 <단팥빵>, 라가치 상 수상.

-최선우 작가의 첫 장편소설 <아빠를 부탁해> 맨 아시아 문학상 수상.

-최선우, 수앤 캐슬린 롤링의 <태리 포터> 시리즈 전 세계 흥행 돌풍 중.

-최선우 작가의 첫 단편소설 <지평선이 보일 무렵> 한국 출판 시장 베스트셀러 1위.

그렇기에 선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커졌다.

더욱이 태리 포터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혹시 여기가 이태리 작가님이 사는 아파트가 맞습니까?”

“그렇소만….”

“저흰 BBT에서 나왔습니다.”

“CMN입니다.”

대문 앞을 점령한 수많은 기자들 사이로 푸른 눈을 가진 기자들이 몰려왔다.

그로 인해 선우는 벌써 며칠째 집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언젠간 알려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알려졌네.’

선우의 시선이 TV 화면에 고정되었다.

브라운관에는 단발머리의 최선미 기자가 나와 수앤과 선우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는 지금 볼로냐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곳이 수앤 캐슬린 롤링과 이태리 작가가 만난 카페입니다. 지금 제 옆에는 카페의 주인인 마르코 씨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마르코 페루초입니다.

마르코는 수앤과 선우의 만남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네. 두 사람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 거죠? 시간이 꽤 지났는데요?

-이곳은 볼로냐입니다. 뉴욕과 같은 관광지가 아니란 뜻이죠. 더욱이 금발의 백인 여성과 동양인 남성의 조합이었습니다. 하하하~ 기억하지 못하면 그게 바보죠.

-아! 그렇군요.

-더욱이 이 남자, 보세요. 분위기가 완전 죽이지 않나요? 전 처음에 봤을 때 할리우드 배우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고요~~

-네~~에.

“……쩝!”

어디서 어떻게, 어디까지 정보가 새어나가 이탈리아까지 날아갔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특종을 향한 기자들의 열정과 집념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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