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39화 (39/187)

◈ 제 39화

39화 한국 오디션(1)

“어서 오세요.”

방문이 열리자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수앤이 보인다.

그녀는 상석에 앉아 있었다.

“두 분!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수앤 작가님. 먼저 와 계셨네요.”

“호호호~ 저도 방금 전에 도착했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럴까요?”

수앤의 권유에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벼운 덕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곳 어떠세요? 분위기가 꽤 이색적이죠?”

“그러게요. 뭔가 음~~ 굉장히 전통적이네요.”

“맞아요.”

“그런데 태리 작가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두 분이 들어오시기 직전에 거의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네, 그렇군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태리 리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여자? 남자? 백발의 노신사가 나타날 것인가?

여러 가지 상상이 날개를 달고 있을 무렵, 문이 열리며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응?”

‘……호오~~’

마이클과 크리스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 남자는 대체 누구지? 한국 배우인가?’

‘……분위기가 대박인데.’

‘다른 손님이 있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두 남자의 표정에 수앤은 굉장히 재밌어했다.

“제가 조금 늦은 것 같네요.”

“호호호~~ 아니에요. 우리가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온 것뿐이에요. 늦지 않았어요. 정확해요.”

“그런가요?”

“그래요.”

수앤은 시계를 가리키며 그가 늦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작가님, 저분은 누군가요?”

크리스의 질문에 수앤은 묘한 웃음을 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소개시켜 드릴게요. 이분이 바로 저와 함께 <태리 포터> 시리즈를 집필하고 계신 태리 리 작가님입니다.”

“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죠? 저분이 태리 리 작가님이라고요?”

“네.”

수앤의 대답에 두 남자는 경악을 넘어 망연자실한 눈빛마저 보였다.

“서로 인사들 나누세요. 태리~ 여긴 마이클 오앤 감독님과 크리스 촬영 감독님이세요.”

선우는 수앤의 행태에 내심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조용히 미소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워워워~~ 잠깐만요. 이거 혹시 몰래 카메라 아닌가요?”

크리스는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며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카메라를 찾았다.

“뭐라고요? 풉~”

그의 행동에 수앤의 웃음보가 터졌다.

“호호호호~~ 아니에요. 이분이 저와 함께 집필한 분이 맞아요. 제가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소개시켜 드릴게요. 본명은 최선우. 태리 리라는 필명으로 저와 함께 <태리 포터>를 집필하고 계신 작가님입니다.”

수앤이 선언하듯 외친 확답에 마침내 마이클과 크리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들 역시 인정한 것이다.

“두 분 많이 놀라신 것 같네요.”

“네?!”

“아,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직된 반응을 보이자 수앤은 물론 선우마저 짧은 실소를 토해냈다.

“자, 자! 분위기도 풀 겸, 그리고 우리들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다 같이 건배 한번 할까요?”

수앤이 잔을 들며 건배를 제의하자 모두가 동의한다.

“좋지요. 치어스(Cheers).”

“치어스(Cheers)~.”

시원한 알코올이 들어가자 두 사람은 그제야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드시지요.”

“네~ 네.”

식사가 이어지자 어색했던 분위기 역시 점차 좋아졌다.

“<단팥빵>의 저자시라고요?”

“네.”

선우가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단팥빵> 아시나요?”

“네, 제 아들이 재밌게 읽고 있는 동화책이에요. 그 책의 저자는 이태리 작가라고…… 아!!!!!”

이태리 작가와 태리 리 작가.

두 이름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파악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성이 이름 앞에 오죠. 미국과 순서가 다릅니다. 그리고 알파벳 역시 다르게 쓸 수 있고요.”

“네. 한국과 미국은 다……르죠. 아!!! 그렇게 된 것이군요.”

선우의 설명에 두 사람은 ‘Lee Taeri’가 ‘Lee Terry’ 혹은 ‘Yi Terry’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참~ 그런데 수앤 작가님과는 대체 어떻게 만나신 겁니까?”

“호호호~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크리스의 질문에 수앤이 답했다.

그녀가 어떻게 선우를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작업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마이클과 크리스는 연신 하나님을 찾았다.

“……그 덕에 제가 태리 작가와 만나게 되었죠.”

수앤의 설명이 끝나자 마이클과 크리스는 그녀의 말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자, 잠깐만요.”

“네?”

“작가님, 제가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나이를 물어봐도 될까요?”

“제 나이요?”

마이클의 질문에 수앤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얼마 후,

선우의 나이에 대해 알게 된 마이클과 크리스는 한참 동안 깊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헐! 그럼 대체 몇 살 때부터 소설을 쓴 거야?’

‘초등학교 때 <단팥빵>을 썼다고? 니가 모차르트야? 이게 말이 돼?’

이와 같은 시간,

스포츠 한성의 최선미 기자가 봉고차의 문을 열었다.

“박 선배, 여기 빵이요.”

“오~ 그래. 땡큐.”

“상황은 어때요?”

“방금 전에 마이클 감독과 크리스 감독이 삼청각으로 들어갔어.”

“와우~ 사진도 찍었어요?”

“당근이지. 흐흐흐~”

“오디션 문제로 모인 거겠죠?”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했으나 대략 그런 느낌이 왔다.

“그렇겠지. 분위기는 어때?”

“다들 어수선한 분위기예요. 오디션에 대한 정보가 없잖아요.”

“……하긴!”

두 시간 후,

삼청각 입구가 갑자기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본능적으로 무엇인가를 감지한 박혁권 기자는 재빨리 카메라를 잡았다.

네 명의 남녀가 차례대로 모습을 비추고 있다.

박혁권 기자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비친 이남 이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크리스 감독과 마이클 감독. 그리고 수앤도 있어. 대박이다. 응?! 그런데 저 남자는 대체 누구지? 연예인인가?’

이제 갓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가 풍겨내고 있는 분위기였다.

“선배님.”

“응, 최 기자.”

“혹시 저 남자 누군지 아세요?”

“……아니. 나도 처음 보는 남잔데.”

“그래요?”

“응.”

이상하다.

최선미 기자의 촉(?)에는 그가 주위를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단 사진부터 찍죠!”

“그래.”

-찰칵찰칵!!

앵글에 잡힌 이남 이녀의 모습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그리고 며칠 후,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렸던 영화 <태리 포터 불과 물의 잔> 오디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 *

“배우들 다 준비됐어?”

제일 기획의 이진욱 대표가 소리쳤다.

“……네.”

“신혜와 소현인 어딨어?”

“신혜는 도착했는데, 소현인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전에 헤어숍에서 출발했다고 했습니다.”

“야, 이 젠장!! 지금이 몇 신데, 이제 출발을 해? 외국 애들, 시간 약속 철저한 것 몰라?”

“죄, 죄송합니다.”

“됐어, 일단 신혜부터 준비시켜. 오디션 자료 들어온 것 있지?”

“네.”

-대동아 미디어 그룹(일본).

“오늘이지?”

풍채 좋은 마루야마 대표다.

그는 이번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삼 일 전, 소속사 배우를 데리고 한국에 왔다.

“네. 대표님.”

“리에 컨디션은 어때?”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DNC 엔터테인먼트.

“현정이와 연수를 준비시켰습니다.”

“연수?”

“네.”

“걔는 좀 나이가 많지 않아?”

이연수는 32살의 여배우다.

“네, 하지만 아주 동안이라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했습니다.”

“그래?”

“하하하~ 우리 애들이 서양 애들과 비교하면 완전 동안이지 않습니까?”

“하긴~”

박수종 대표의 뇌리에 이제는 연예계에서 사라져버린 여배우 강하나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병X 같은 년.’

만약 그녀가 이번 오디션을 봤다면 캐스팅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조 실장.”

“네, 대표님.”

“애들 데리고 출발해!”

“네, 알겠습니다.”

한 시간 뒤,

서류 전형에 통과한 배우들이 장충동에 위치한 특급 호텔에 속속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대연회장에 마련된 오디션장에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몰려온 배우들로 가득했고 이들 대부분은 10대와 20대였지만 개중에는 동안을 자랑하는 30대 여배우들도 더러 있었다.

각설하고 이 자리에 모인 배우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이번 오디션에 꼭 합격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어서들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심사 위원 일행이 오디션장에 도착하자 스텝들이 달려왔다.

페도라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심지어 얼굴의 반쯤을 가려주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덕에 사람들은 선우에 대해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저 남자는 누구지?”

“할리우드 배우? 분위기가 완전 쩌는데?”

“동양인 같은데, 심사 위원인가?”

“동양인이면 어떻고 서양인이면 어때? 일단 저 자리에 앉아 있잖아. 무조건 잘 보여야지.”

“맞네, 맞아.”

-소곤소곤~~

“어머, 감기가 걸렸나? 마스크도 쓰네.”

“얘, 유리야. 저기 봐. 설연이다.”

“이연수도 왔어. 쳇! 잘나가는 배우들은 다 모였구먼.”

“뭐, 당연한 것 아냐?”

“……그렇지.”

“헐~ 저기 좀 봐봐!”

“어디?”

“왼쪽, 11시 방향.”

“엥?”

11시 방면을 확인한 미경은 적이 당황했다.

“오렌지 복스 소희 아냐? 뭐야! 유리도 있네. 대체 배우 오디션에 아이돌은 왜 오는 거지?”

“그러게. 이거 재수 없으면 인지도 싸움에서 밀리는 것 아냐?”

“야! 됐어. 무슨 인지도 같은 소리야?! 어차피 할리우드에서 보면 쟤나 우리나 다 똑같아.”

“하긴, 네 말이 맞다. 네 말이 맞아.”

아이돌들의 출현으로 인해 주변이 살짝 소란스러운 가운데 캐스팅 디렉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신 여러분들께 먼저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럼 이제부터 2차 오디션을 위한 주제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제요? 대본은 없는 겁니까?”

“네, 2차 오디션은 지금 이 자리에서 공지해 드리는 주제에 따라 자유 연기를 보여 주시는 겁니다. 심사 위원께서 제시한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과, 백조, 공주, 용서 그리고 화해입니다.”

“사과?”

“백조, 공주?!!”

-웅성웅성!

종잡을 수 없는 주제에 몇몇 배우들이 난감한 기색을 보인다.

“……저 오디션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지금부터 정확히 삼십 분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삼십 분이라!!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주제를 알게 된 이상 연기력에 자신이 있는 배우들에겐 그리 부족한 시간도 아니었다.

이와 같은 시각,

촬영 감독이자 이번 오디션에서 심사 위원을 맡은 크리스 감독의 방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똑, 똑!

“들어오세요.”

“나야, 크리스!”

“오~ 주륜! 이게 얼마만이야!!”

“한 3년쯤 됐나? 암튼 정말 반갑네, 크리스.”

“벌써 그렇게나 됐군. 그래, 나도 반갑네.”

‘이 친구가 어쩐 일이지?’

크리스는 자신을 찾아온 주륜의 등장에 내심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에 대해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어봤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하하~ 뭐, 자네가 있다는 말에 인사나 좀 하려고…….”

“에이~ 왜 그러나, 선수끼리!”

직설적인 성격의 크리스가 주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단순히 인사만 하려고 날 찾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서 말해 보게.”

크리스의 말에 주륜은 잠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내 수긍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좋아! 솔직하게 말하지. 이번 오디션에서 우리 배우를 밀어달라는 부탁을 하러 왔네.”

“우리 배우? 그게 누군가?”

“왕조연!”

“왕조연?”

“그래.”

“자네도 알지 않나? 중국 시장이 얼마나 큰지 말이야.”

“계속해보게.”

크리스의 허락에 주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녀는 현재 중국에서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고 있는 배우네. 만약 태리 포터 시리즈에 그녀가 출연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수익이 발생할걸세.”

‘왕조연이라…….’

크리스는 왕조연의 서류를 찾아 확인했다.

연기력이 좀 부족하다는 내부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타고난 미모 덕분에 주륜의 말처럼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배우였다.

“미안하네만 이번 캐스팅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엥? 자네가 결정할 수 없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역시 심사 위원이 아닌가?”

“그래. 심사 위원이지.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야. 최종 결정권은 내게 없어.”

“그럼 최종 결정권은 누가 가지고 있나? 마이클 감독인가?”

“아니!”

“마이클 감독도 아니라고? 그럼 누가?”

“작가!”

“아! 그렇군.”

주륜은 벽에 삐딱하게 기대어 날카롭게 번들거리는 눈을 굴리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것저것 계산을 하는 느낌이다.

잠시 후,

주륜의 은밀한 제안이 이어졌다.

“그저 필요할 때, 자네가 좀 도와주면 안 되겠나?”

“도와주면, 내게 무슨 이익이 있지?”

“후후후~ 만약 우리 조연이가 캐스팅된다면 향후 중국 박스 오피스에서 발생하게 될 수익의 1%를 주겠네. 물론 스위스 계좌를 통해서 말이야. 어떤가?”

“2%.”

“……2%?”

“그래. 2%.”

“…….”

크리스는 눈을 빛내며 주륜을 쳐다보았다.

주륜은 미소를 보이며 지그시 눈을 한 번 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삼십 분 후,

태리 포터의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