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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31화 (31/187)

◈ 제 31화

31화 도전 골든별

“……고등학생?!!”

선우의 정보를 확인한 그녀는 꽤나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연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어려도 대학생 정도는 된 줄 알았는데…….

그러나 선우에 관한 서류를 읽어갈 수록 그녀의 표정은 점차 흥미롭게 변해갔다.

-백합 예술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

-얌전한 고양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작곡가.

(*엔터테인먼트계에서 현재 천재 작곡가라는 평을 받고 있음.)

-아버지가 초록별 출판사 대표이사.

(*초록별 출판사는 현재 중견 기업 수준의 출판사임.)

-여동생이 있음.

-…….

-…….

-여배우 설연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여겨짐.

“설연?”

설연의 이름이 나오자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차세대 대한민국 브라운관을 이끌고 나갈 여배우라는 평가에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던 후배였다.

“……얘였어?”

* * *

“혁배야. 너 설연이라고 알지?”

“네. 누나.”

“걔 지금 어디에 출연하니?”

“왜요?”

“엿 좀 먹이고 싶어서.”

“엿이요?”

“응.”

“무슨 엿이요? 호박엿? 땅콩엿? 아님 생강엿이요?”

“너…… 죽고 싶니?”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매서운 음성이다.

“내가 지금 먹는 엿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니?”

“죄, 죄송합니다. 누나.”

“……알면 제대로 알아봐라. 응?”

“네!!”

이날 저녁,

강하나는 강남에 위치한 고급 일식집에서 명품 조연이라 불리는 박달수를 만나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오빠~~ 오빠 정도면 뭐 어려울 것도 없잖아. 촬영 들어가면 걔 버릇 좀 고쳐줘. 걔가 아주 선배 무서운 줄 모르더라고~”

“걔가 그랬어?”

“응.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게 인사도 안 해. 아무리 어리다고 하지만 나 그런 애 정말 처음 봤다.”

“헐! 완전 뒤로 호박씨 까는 년이었네. 나이도 어린 년이 왜 그래? 완전 싸가지 없게.”

“호호호~ 오빠. 그래서 내가 오빠한테 이렇게 부탁하는 거잖아.”

“흐음!!”

“오빠, 이거 한번 먹어봐. 이게 남자 몸에 완전 좋은~~”

-쩝쩝~~

박달수의 입에 직접 넣어주기까지 한다.

“맛있지?”

“오! 쏼아있네.”

“호호호호~~ 오빠. 더 먹어.”

“그래. 너도 먹어라.”

“응. 암튼 오빠~~ 그런 애들은 초장부터 잡아야 해.”

“그래. 알았어. 나만 믿어. 오빠가 혼내줄게.”

강하나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그녀는 박달수를 통해 전달받은 촬영 계획을 통해 위험한 계획도 생각하고 있었다.

* * *

“액션~”

감독의 큐 사인에 촬영이 이어졌다.

“김종서 대감댁에…… 혼담을 넣는다고 들었다.”

“스승님. 그게 정말이에요?”

“그렇단다.”

“그, 그럼 어쩌죠?”

“어쩌긴, 가라면 가야지.”

“…….”

-컷!

“너 언니가 시집가는 거 싫지? 그럼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네가 나가고 싶다고 말이야.”

“우상 대감댁의 몇짼데?”

“막내 자제라고 들었어.”

“……언니,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어떻게?”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는 거야.”

-컷!

“대체 의원은 언제 온다는 게냐? 응?!”

“이제 한 식경이 지났으니 그만큼은 더 기다려야 해요.”

“…….”

(이때 의녀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컷!

“환자는 어디 있느냐?”

“아이고, 깜짝이야. 대체 어디서 나타나신 겁니까?”

-컷!!

-컷!!!!

연기라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합이 중요하다.

그런데 박달수의 주동에 상대 배우들이 마음먹고 장난을 쳐대니, 그 합을 이루기가 매우 힘들었다.

연이은 컷에 촬영장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고 설연의 표정 역시 무척이나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자신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과했지만 설연은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엔 23번 가겠습니다. 액션!”

23번 장면은 남장을 한 설연이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이다.

승마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을 받았지만 이런 촬영은 상당히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낙마를 한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 얜 제가 타던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 그 말은 어제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서 지금 치료를 받고 있어요. 오늘은 이놈을 타시면 됩니다.”

“…….”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미 수많은 NG로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나빴다.

설연은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안장에 올라탔다.

하지만 NG가 이어졌다.

말의 성질이 고약했기 때문이다.

“NG.”

“NG.”

“컷! 다시!”

“NG!!!”

이곳에서 저곳까지 몇 번이고 뛰어다니느라 허벅지가 찢어질 것 같다.

체력이 방전되어 단내가 올라왔다.

“하아…… 하아…….”

“설연 씨, 괜찮아요?”

“네. 감독님.”

“좋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갑시다. 할 수 있죠?”

“……네.”

설연은 이를 악물고 촬영에 임했다.

하지만 결국 성질이 더러운 말 때문에 사고가 났다.

-히이이잉!!

“어어?!!”

“위, 위험해요.”

“말을 진정시켜!!”

‘이런 빌어먹을…….’

-콰당!!

그녀가 낙마한 것이다.

이 같은 광경에 설연의 매니저는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설연아. 설연아!!”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지난 한 달간 이루어진 승마 훈련에 누구보다 성실히 임한 사람이 바로 그녀가 아니었던가?

“이런 X발!”

따돌림을 주동한 박달수는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지 찔끔한 표정을 보이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고 이날의 촬영은 이렇게 끝이 났다.

매니저는 조용히 나와 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연에게 있어서 언제나 특효약은 그였기 때문이다.

-연희 병원.

“천만다행이다. 정말 괜찮은 거야?”

“……응. 괜찮아.”

짧게 대답한 설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감싼 압박 붕대를 쳐다보았다.

“근육이 조금 놀랐대.”

“진짜 다행이네. 그런 촬영이었으면 좀 더 조심했어야지.”

“헤헷~ 내 실수였어. 이제부턴 더 조심할게.”

순간 매니저의 얼굴이 팍 찌그러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선우는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 * *

“야, 그거 들었어?”

“뭐?”

“이번에 증권가 찌라시에 나온 그 A양이 설연이래.”

“진짜? 헐, 대박!!!”

-<아역 배우 출신 A양, 댓글 부대, 댓글 알바, 댓글 조작.>

-<갑질 연예인, 아역 배우 출신의 A양, 성숙치 못한 인성을 가졌다.>

-

-<담배 피는 A양.>

-

연예인 A양에 대한 찌라시가 연예가를 뜨겁게 달궜다.

사람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일명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물어뜯기식의 비난을 퍼부었다.

-T&B 엔터테인먼트.

“이제 고작 17살짜리 애를 상대로 대체 이게 뭔 개소리야?”

T&B의 김일환 대표가 고성을 토해냈다.

“어떤 놈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뿌렸어?”

“그게…….”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당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기사 내리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T&B는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는 동시에 더 이상 기사화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설연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도전 골든별 팀이 백합 예술 고등학교를 찾았다.

“제756회 도전 골든별! 여기는 서울 백합 예술고입니다.”

“와아~~”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함성을 내질렀고 그것은 곧 커다란 파도가 되어 삽시간에 체육관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자! 그럼 지금부터 문제를 시작하겠습니다. 1번 문제입니다. 이것은 누에고치가 성충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흔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잘 아는 사람 앞에서 아는 체할 때 ‘이것 앞에서 주름잡는다.’라고 말을 합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슥삭슥삭!

사회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각자의 보드에 정답을 적기 시작했다.

모두가 제한된 시간 안에 보드를 들었다.

“자, 정답은 번데기입니다.”

사회자가 정답을 말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와’ 하고 소리 지르며 자축한다.

출발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25번 문제입니다.”

어느새 25번 문제에 도달했다.

“물레방아는 물의 힘으로 돌리는 방아를, 디딜방아는 발로 눌러서 찧는 방아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소나 말이 빙빙 돌며 찧는 방아를 무엇이라고 할까요?”

25번 문제가 나오자 학생들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일부는 낭패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번 문제는 좀 어려운 것 같네요. 설연 학생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회자의 말에 설연이 깜짝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설연! 설연~~!!”

얼마 전,

그녀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잠깐 있었지만 설연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하이틴 스타다.

“네, 문제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백합 예술 고등학교 친구들과 선배님들이라면 침착하게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워워~~”

“와아아아아~~!!”

설연의 대답에 강당을 메운 남학생들의 격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하하하, 설연 학생의 인기가 대단하네요.”

사회자들이 사이좋게 덕담을 나누는 동안 1번 문제부터 24번 문제까지 시종일관 똑같은 표정으로 정답을 적고 있는 한 명의 학생이 우연히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25번 문제 역시 일절 망설임을 보이지 않고 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사회자의 입에서 타임 리밋이 흘러나왔다.

“자! 정답을 다 쓰셨으면 이제 보드 판을 들어주세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각자의 보드를 들어 올렸고 그 순간 촬영 감독은 학생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정답 연자방아 혹은 연자매>

“와아아~~”

“와아아아아~~”

꽤 많은 학생들이 이번 문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아이들의 함성 소리는 여전히 크다. 아직 패자부활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이다.

카메라 앵글을 바삐 움직이던 촬영 감독의 손길이 한 곳에 멈춰졌다.

누구도 예상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어?”

“혀, 현진아.”

“선생님! 현진이가 이상해요.”

“선생님! 선생님!! 현진이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선우 근처에 있던 5반의 박현진이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이다.

-웅성웅성!

아이들의 외침에 보건 교사가 달려갔고 촬영은 잠시 중단되었다.

“쿨럭!”

현진은 바닥에 몸을 눕힌 상태에서 몸이 들썩일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하고 있었다.

“쿨럭, 쿨럭!”

“현진아. 왜 그러니? 어디가 아픈 거야?”

“모르겠어요. 배가 조금…….”

“배가?”

“……네.”

“아침 식사는 했니?”

“아, 아…… 니요. 아침에 요구르트만 하나 먹었어요.”

“요구르트?”

“네.”

“혹시 숨이 가빠오거나 아니면 머리가 아프니?”

“……조, 조금이요. 우…… 우웩!”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던 현진이 구토를 했다.

“양호 선생님, 현진이는 어떻습니까?”

“네, 교감 선생님. 식중독 증세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상한 요구르트를 마신 것 같습니다.”

“식중독이요?”

“네.”

“식중독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정맥 수액 공급을 하거나 항생제를 투여하면 되지만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약을 먹고 쉬어도 치료가 됩니다. 일단 양호실로 옮기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서 양호실로 옮기도록 하죠.”

“네, 교감 선생님.”

‘……식중독?’

보건 교사의 판단을 들은 선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식중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보건 교사와 교감 선생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이용해 수인을 맺었다.

1서클의 관조 마법.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정확히 2초 만에 수인을 끝낼 수 있었다.

-우우웅!!

‘역시!!’

관조 마법을 펼쳐지자 그녀의 몸이 정밀하게 스캔되었고 그 결과 그녀의 몸속에서 빠르게 증식하고 있는 백혈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백혈구가 무엇인가?

혈액에서 감염이나 외부 물질에 대항하여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로, 외부로부터 침입한 세균이나 이물질을 세포 내로 끌어들여 소화 및 분해하여 무독화시키는 식균 작용을 하는 세포가 아닌가?

백혈구 수치가 급상승했다는 것은 곧 그녀의 신체에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는 증거였다.

“……선생님이 진단을 잘못 하셨을 수 있어요.”

“뭐? 선우야. 지금 뭐라고 했니?”

“제 생각엔 지금 즉시 119를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

119를 부르라는 선우의 말에 보건 교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얘.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녀는 살짝 화가 난 표정으로 반문하자 선우의 손가락이 현진의 눈을 가리켰다.

“여기 좀 보세요. 현진이의 눈동자가 작아졌어요.”

“뭐라고?”

선우의 말에 보건 교사는 재빨리 현진의 눈동자를 확인했다.

“……도, 동공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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