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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30화 (30/187)

◈ 제 30화

30화 그날 그녀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VIP룸.

“오빠!”

“어?”

“하나 씨?”

강하나의 등장에 클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가 누군가?

청순한 이미지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여배우가 아닌가?

“잘 지내셨어요?”

“어, 우리야 잘 지냈지. 하나 씬 어떻게 지냈어?”

“저도 뭐~~ 나름 바쁘게 지냈어요.”

“여긴 무슨 일이야?”

“호호호~ 클럽에 무슨 일로 왔겠어요.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간만에 스트레스 해소하려 왔죠.”

“하하하! 그렇군. 내가 멍청한 질문을 했네.”

“안녕하세요.”

강하나의 옆에 있던 여자가 인사를 건넸다.

“그쪽 분은 누…… 구?”

“제 스타일리스트예요. 미진아. 정식으로 인사해.”

“네. 언니. 안녕하세요. 하나 언니 스타일리스트 주미진이라고 합니다.”

“오오~ 네, 안녕하세요.”

“그래요. 반갑습니다.”

“미진이가 오빠들 팬이라고 해서 잠깐 인사드리려고 온 거예요.”

“아~ 그랬구나.”

이때, 눈치 빠른 미진이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오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랑 언니랑 합석하면 안 될까요?”

“합석?”

“네~~”

미진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간만에 스트레스 풀러 왔는데, 여자 둘만 와서 그런지 자꾸…….”

“아…….”

뒷말을 듣지 않아도 알겠다.

“조금 그래서요. 괜찮으면 저희도 여기 앉아서 놀면 안 될까요?”

“Why not~~!! Of course!”

미진의 말에 운래가 크게 외쳤다.

“여기, 이쪽에 앉아요.”

“호호호호~~”

클놈의 환영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강하나는 이빨이 드러날 정도로 활짝 웃어 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맥주 한잔 줄까요?”

“네, 조금만 주세요. 술을 잘 못하거든요.”

“네. 그럼 조금만 드릴게요. 여기요.”

강하나는 클놈과 대화를 나누는 척하며 선우를 주시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선우는 그녀의 시선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뭐지? 내 미모를 보고 감히 고개를 돌려?’

그녀는 선우의 무심한 행동에 약이 오르면서도 동시에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런 하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미진은 묘한 눈으로 선우를 보더니 내심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호오~~ 저 남자 물건인데~ 혹시 완전 선수 아니야? 내가 좀 도와줘야겠다.’

미진이 손을 들며 외쳤다.

“저기요.”

모두의 시선이 미진을 향한다.

“클놈 오빠들은 알겠는데, 여기 이 오빠는 누구세요?”

미진의 질문에 하나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언니, 저 잘했죠?’

‘그래, 잘했어. 미진아.’

‘보너스 좀 주세요.’

‘알았어. 이년아.’

“아~ 그러고 보니 제대로 인사도 못 했네요. 반갑습니다. 최선우라고 합니다.”

“최선우?! 이름이 멋지네요.”

이름이 멋지다는 말에 선우는 고개를 살짝 숙여 답했다.

“……감사합니다.”

“실례지만 뭐 하시는 분이신지 물어봐도 되요?”

미진의 이어지는 질문에 도엽이 대답했다.

“이 친구는 작곡가예요.”

“작곡가요?”

“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곡가~~”

‘호오~~’

역시 단순히 잘생긴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곡가라는 클놈의 말에 강하나의 눈동자가 다시 한 번 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어머머! 쇼스타코비치 좋아하세요?”

“네, 좋아합니다. 그는 매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위대한 작곡가였죠.”

“맞아요. 20세기 베토벤이라 불리죠.”

대화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강하나는 선우의 매력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경제, 문화, 미술, 음악, 도무지 막히는 것이 없고 모르는 것 또한 없었다.

‘이 남자, 갖고 싶다.’

이때,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던 미진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언니~ 오빠들~~ 우리 이제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게임이나 한번 할까요?”

“게임?”

“무슨 게임?”

“쭈, 쭉쭈쭈쭈~~쭉~ 쭈쭈쭈쭈~ 술이 들어간다. 술 마시기 게임!”

“수, 술 마시기 게임?”

도엽이 당황해하자 미진이 반문했다.

“왜요? 오빠들, 술 못 마셔요?”

“아니, 그건 아닌데…….”

도엽은 은근슬쩍 선우의 눈치를 살핀다.

‘선우야, 게임하자. 대신 너가 걸리면 형이 마셔줄게’

‘그래. 형도 흑기사 해줄게’

세 남자의 시선이 교차하며 무언의 대화가 오고 갔다.

선우는 형들의 간절한 눈빛에 일단 맞춰주기로 마음먹었다. 게임에지지 않으면 되니까 말이다.

“네, 그러죠. 그 게임이라는 것 하죠.”

선우의 대답에 하나의 눈빛이 빛났다.

‘미진아, 이번에도 감사~’

‘언니, 월급도 좀 올려주시면 안 될까요?’

‘콜~~’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여인 사이에 무언의 대화가 또다시 오고 갔다.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오예~~”

강하나는 청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주당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함께 술을 마시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녀는 단언컨대 아주 노련한 남자 사냥꾼이었다.

곧이어 본격적인 술판이 시작되었다.

“눈치 게임, 일!”

“이!”

“삼!”

“삼!”

“와아~~ 걸렸다. 자! 마셔요.”

“일!”

“이!”

“이!!”

“와아~~ 이번엔 운래 오빠가 걸렸네요. 자! 여기요.”

게임을 시작하자 확실히 술이 빨리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얘 뭐 하던 애야? 왜 이렇게 잘 하지?’

한 번을 걸리지도 않는 선우를 보며 강하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얼마나 마셨을까?

테이블 위에는 비어버린 양주 9병과 셀 수 없을 만큼의 빈 맥주병이 늘어져 있다.

클놈은 이미 정신 줄을 놓아 버렸고 미진 역시 죽은 듯 쓰러져 있다.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주당이라 불리던 강하나 역시 한계를 넘어섰는지 아까 전부터 발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온전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선우뿐이었다.

“……참! 선우 씨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제가 동생일 거예요.”

“그…… 래요?”

“네.”

“흐응~ 그렇군요.”

그녀는 자질구레하게 몇 살이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을 이용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환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우~~리, 딱 한 잔만 더 할까요?”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마시는 게 어떠세요?”

“누가 취해요~~? 저 아직 괜찮아요.”

강하나는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선우 곁으로 좀 더 다가왔다.

고개만 돌려도 서로의 얼굴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선우 씨는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해요?”

“네?”

“난…… 선우 씨가 마음에 드는데~~”

그녀의 얼굴이 순간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어머! 내가 왜 이러지? 취했나 봐~~”

“…….”

헐! 애교 작렬이다.

만약 선우가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였다면 그녀의 이런 모습에 100%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선우는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

칼과 마법, 음모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백 년을 살았던 흑마법사였다.

여담이지만 난봉꾼처럼 질퍽하게 놀아보기도 했었다.

“제가 좋다고요?”

“……네~”

강하나는 마치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지만 결코 선우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 순간 선우는 그녀의 눈빛에 숨어있는 음차원의 에너지를 보았다.

그것은 색(色)에 일그러진 욕심.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은 욕망(慾望)의 덩어리였다.

‘이게 지금 어디서 약을 팔아?’

문득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시험 한번 해봐도 될까요?”

“시험? 무슨 시험이요?”

“간단한 최면술이에요. 누나가 정말 절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좋아요. 한번 해봐요~”

강하나는 서슴없이 해보라고 했다.

“그럼 허락한 겁니다. 그렇죠?”

“네~~”

선우의 눈빛이 빛났다.

“좋아요. 그럼 눈을 감아주세요.”

그녀가 눈을 감자 그 순간 선우의 손이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사자가 허락했으니 후후후~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마법이 있지.’

선우는 먼저 양주에 자신의 손가락을 적시고 그녀의 이마 위에 기괴한 형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약식의 소환 마법으로 상대방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조건부 마법진이었다.

“앗, 차가워~”

“눈 뜨지 마시고 조금만 참으세요. 그렇게요. 좋아요. 이제 거의 다 됐어요.”

선우는 약식 마법진이 완성되자마자 그 즉시 수인을 맺으며 마나를 재배열하기 시작했다.

선우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두 개의 원을 그리면서 동시에 기묘한 동작이 연출된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일례로 한 손으로 사각형을, 다른 한 손으로 삼각형을 그려보아라.

평범한 사람이라면 할 수 없다.

이처럼 단순한 것도 할 수 없는데, 지금 선우가 하는 것은 이보다 열 배는 어려운, 완전히 다른 모양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슥삭슥삭!!

“자. 이제 제가 숫자를 20까지 세면 당신은 깊은 잠에 빠집니다. 일, 이…… 구…… 십오…… 십팔…… 이십!”

정확히 이십 초가 지나자 몽환적인 기운이 연기처럼 피어나 그녀를 덮쳤다.

-우우웅!!

“인큐버스. 시작해.”

선우는 인큐버스를 통해 강하나의 기억을 엿보기 시작했다.

-…….

-……아…… 안…… 돼…….

-내, 내겐 아내와 자식이 있어.

-절 사랑하지 않으세요? 절 사랑하시잖아요.

-사랑해, 나도 널 사랑한다고. 하,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사랑하면 그걸로 됐어요.

“헐!!!”

-이리 와~ 어서 XX아!!!

-호호호호~~

-이런 XX 같은 X-어때, 좋지?

장면이 바뀌었다.

방 안에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성인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쯧쯧쭛! 아침 드라마 저리 가라군.”

강하나의 기억을 살펴 본 선우는 혀를 찼다.

없던 정도 떨어질 만큼 가관이었다.

불륜은 기본이요, 성공을 위해 남자를 사이에서 웃음을 팔았다.

“강하나.”

선우가 인큐버스의 음성으로 물었다.

“최선우를 왜 유혹하는 거지? 그는 이제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인데.”

“고등학생이면 어때서? 고등학생은 고X 없어?”

“……?!!”

“내가 아까 슬쩍 봤는데, 아주 건실한 것 같더라고~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했어.”

강하나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선우는 어이가 없었다.

뭐, 자신이 건실하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에고, 힘들다.”

고작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우의 낯빛이 퍽이나 초췌해 보였다.

마법진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아직 2서클에 불과한 선우에게 소환 마법은 마력의 극심한 소모를 가지고 왔다.

“이제 그만 끝내야겠군.”

선우가 가볍게 손짓하자 강하나의 이마에 그려진 마법진이 삽시간에 증발했다.

그리고 그녀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눈을 뜬 강하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머, 깜빡 잠이 들었나 보네. 왜 깨우지 않았어요?”

“너무 곤히 자고 계셔서요.”

“참~ 최면술은요? 성공했어요?”

“……아뇨.”

일부러 시무룩한 표정을 보이자 강하나는 가볍게 실소했다.

“풋~ 우리 선우 씨, 진짜 착하네요. 그런데 어쩌죠? 난 그런 착한 남자가 좋더라.”

그녀는 조용히 선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묘한 눈빛을 보이며 선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선우야.”

“네?”

그녀는 선우의 이름을 부르는 동시에 갑자기 말을 놨다.

“난 네가 마음에 드는데, 우리 사귈까?”

탐색전은 이제 끝난 것일까?

강하나는 자신감 넘치는 눈빛과 함께 선우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탐스러운 입술이 점점 더 다가온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마주칠 찰나 시리도록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불쾌하네요.”

“……뭐라구?”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음성에 그녀는 술이 확 깨는 느낌을 받았다.

“못 들었어? 불쾌하다고 했는데!”

선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

강하나는 멀어져가는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반말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강하나는 욕실로 직행했다.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태껏 그녀의 유혹에 넘어 오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

연상, 연하 심지어 애까지 딸린 유부남도 말이다.

자존심이 상해도 여간 상한 게 아니다.

허리에 양손을 떡하니 올린 채 욕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남자가 자신을 거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여자가 있나?”

욕조에 몸을 담기 전, 그녀가 뭐가 생각난 듯 말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도대체 어떤 년이지?!”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쥐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오, 하나야.

“오빠, 사람 하나만 알아봐줘.”

-의뢰야?

“응. 의뢰야.”

-가격은?

“큰 거 두 장. 빠를수록 좋아. 어때?”

-콜!

“이름은 최선우, 직업은 작곡가야.”

-정보가 그것뿐이야?

“가수 클놈이랑 친해. 잘나가는 작곡가라고 하는데, 예명을 쓰는 것 같아. 이거면 충분하지?”

-오케이, 알았어.

그녀는 선우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얘기한 후, 남자와의 통화를 끝냈다.

“……최선우.”

이상한 일이다.

S급 여배우인 그녀가 그렇게 모욕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 서서히 흥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야릇한 상상을 하며 선우의 이름을 불렀다.

“최선우, 최…… 선우……. 넌 내 거야.”

욕조 안에 기이한 열기가 넘쳐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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