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27화 (27/187)

◈ 제 27화

27화 진정한 작가로의 첫 걸음

-From Heaven

-불멸의 진실한 사랑

-부모님께(with Ewha Youth Choir)

신인 가수 안동혁의 노래가 차트에 올랐다.

그것도 무려 세 곡이나 말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기사가 이어졌고 동혁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함께 영화와 같은 그의 뮤직비디오가 연일 화제(話題)가 되었다.

이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오직 미래에 대해 알고 있던 선우만이 확신한 일이었다.

-뮤직비디오. 영화인가?

-신인가수 안동혁, 음반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다.

-T&B 사옥.

“선우야.”

“왜?”

“……나 떨고 있냐? 내 볼 좀 한번 꼬집어 봐.”

동혁은 자신의 노래가 출시한 지 두 주 만에 가요 TOP10 1위 후보에 오르자 이와 같은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는지 선우에게 그의 볼을 한번 꼬집어 달라고 부탁했다.

“……뭐, 어렵지 않은 부탁이네.”

“으아악!”

선우는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동혁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야! 야!! 그, 그만.”

“X나 아프지?”

“아우, 젠장! 그래. 인마. X 나게 아프다!!!”

“큭큭큭큭! 동혁아. 꿈이 아닌 바로 현실이다. 축하해.”

선우가 연신 볼을 비벼대는 동혁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을 때, 김일환 대표가 설연과 함께 대기실에 들어왔다.

“오~ 너희들 여기에 있었구나.”

“대표님! 오셨습니까?”

일환의 등장에 동혁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깍듯이 인사를 건넨다.

이와 대조적으로 선우는 편안하게 인사했다.

“오셨어요?”

“선우야~ 나도 왔어.”

“그러게, 네가 여긴 웬 일이야?”

“헤헤헤~~ 선우 네가 있다고 해서 나도 대표님이랑 같이 왔지.”

설연은 그 길로 선우에게 쪼로로 달려가 옆자리에 앉는다.

“쩝.”

“헤헤헷~”

일환은 어렸을 때부터 늘 한결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삼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후,

“대망의 1위는…….”

-두구두구두구두구~~~~~

“프롬 헤븐의 안……동혁!”

-와아아아아!!!

1위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동혁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얼마 후, 트로피를 손에 쥔 동혁이 대기실로 돌아왔다.

“축하한다. 동혁아.”

“고맙다. 선우야. 모두 네 덕분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네가 아니었다면…….”

“아니야.”

“응?”

“내가 도운 건 맞아. 하지만 모두 네가 노력한 결과야.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서, 선우야.”

선우는 동혁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은인이었다.

동혁은 너무 고마운 마음에 선우를 꽉 안았다.

“그래도 고마워, 진짜…… 진짜 고마워.”

그런데 선우의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

“……동혁아.”

“응, 왜?”

“왼쪽, 11시 방면을 잠깐 봐주지 않을래?”

선우의 말에 고개를 돌린 동혁은 깜짝 놀랐다.

설연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짜악!

“컥!!”

설연의 강력한 손바닥 스매싱이 동혁의 등짝을 후려쳤다.

“야! 그렇게 꽉 안으면 우리 선우 숨 막히잖아!!”

“아고고! 미안, 미안! 내가 죽을죄를 졌다. 설연아.”

설연의 등짝 스매싱 덕에 기가 막힌 분위기 전환이 이루어진 것 같다.

울먹이던 동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음을 보였다.

“암튼 정말 고맙다. 선우야.”

“후후후! 자식아~ 말로만 고맙다 하지 말고 이제부터 형님이라 불러라.”

“알겠습니다. 오늘만큼은 형님이라 칭하지요.”

“크크크~”

“헤헤헤~~”

며칠 후,

동혁은 신곡 연습을 위해 선우와 함께 스튜디오를 찾았다가 스튜디오 로비에서 두 명의 남성을 만나게 되었다.

“어이~”

“요이~~!”

반짝이는 대머리에 근육질 몸매, 레게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2인조 남성 듀오, 바로 클놈이었다.

두 사람을 발견한 동혁이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오랜만이다. 동혁아.”

“네, 선배님.”

“야~~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아직도 선배님이냐?”

“아, 네…… 혀, 형님.”

“참! 너~~ 1위 했더라. 축하한다.”

“네~ 감사합니다. 형……님.”

“선우도 오랜만에 보네, 잘 있었냐?”

“네, 형.”

클놈과는 녹음실을 오다가다 몇 번 마주친 사이에 불과했지만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어느새 친해져 버렸다.

연예인답지 않게 소탈했고 무엇보다 끈끈한 의리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호감은 클놈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선우야, 너 공부도 1등이라며? 그것도 전국 1등!”

“헐~ 어떻게 아셨어요?”

“동혁이가 다 불었다.”

선우의 눈빛이 동혁을 향한다.

“……흐흐흐, 미안.”

“세상 참 불공평하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혁의 맞장구에 선우가 볼멘소리로 물었다.

“야! 뭐가 그리 불공평한데?”

선우의 질문에 답을 한 건, 동혁이 아닌 운래다.

“불공평하지, 그 얼굴에 작곡 잘해, 공부도 잘해. 게다가 이 피부까지~~”

“네? 제 피부가 어때서요?”

“미~쳤~잖~아~~ 흐흐흐~~”

미쳤다는 말에 음정을 넣어 외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야, 그만 서서 얘기하고 자리 옮기자. 니들도 같이 가자. 형이 음료수 사줄게.”

“네~”

운래의 제안에 그들은 스튜디오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크기가 크진 않지만 적절하게 배치된 탁자와 의자의 모습에서 주인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예쁜 카페였다.

“선우야, 혹시 곡 좀 써놓은 게 있냐?”

“곡이요?”

“그래. 우리도 이제 2집을 준비해야 하는데, 마땅한 곡이 없어서 말이야.”

순간 선우의 머릿속에 클놈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쿵따리리샤바라라>의 열기가 사그라지고 클놈의 인기 역시 하향 곡선을 탈 쯤, 그들의 노래가 와 <괘락지남>이라는 제목으로 중국과 대만에 리메이크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사실이 말이다.

“저…… 형님들.”

“응. 선우야.”

“혹시 대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만?”

“네.”

선우의 말이 이어졌다.

“형님들. 한류 스타 한번 해보실래요?”

“한류 스타?”

“네!”

선우는 어리둥절해하는 두 사람을 앞에 놓고 <쿵따리리샤바라라>를 <괘락지남>이라는 제목으로 바꾸는 동시에 중국어 가사를 적어 주었다.

-슥슥슥!!

“헐?”

도엽이 놀란 모습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운래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이다.

“선우야, 너 중국어 할 줄 알아?”

“네, 조금요.”

“대박~~!”

“너 이 녀석, 진짜 못 하는 게 뭐야?”

“음!”

선우는 잠시 고민하다 무심하게 말했다.

“없어요.”

“켁!”

“윽!!!”

각설하고 클놈은 선우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꿍따리리샤바라라>의 중국어 버전을 녹음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이른 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다.

“여…… 보…… 세요.”

“선우냐?”

“누구세요?”

흥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래 형이야.”

“네, 형. 어쩐 일이세요?”

“선우야, 대박이야.”

“예? 그게 무슨 말이요?”

“네 말대로야. 지금 대만이 난리다. 난리!!”

“…….”

“잠깐만, 방송국에서 또 연락 들어온다. 선우야. 형이 한국 가면 바로 연락할게. 사랑한다. 우리 동생~~”

-뚝!

“이 양반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시간을 확인한 선우는 이내 침대 위로 도로 누웠다.

이날 오후,

꿀 같은 주말의 오후지만 선우는 간만에 도서관을 찾았다.

“선우야~”

선우를 발견한 도서관 사서 누나가 손을 흔들며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 역시 사서의 모습을 알아보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누나.”

“선우야~~ 너 되게 오랜만이다. 그치?”

“네, 그동안 좀 바빴어요.”

“호호호~ 그랬구나. 오늘은 혼자 왔니?”

고개를 돌리는 폼이 마치 설연을 찾는 것 같다.

“네.”

“하긴 요새 새로 드라마 시작해서 바쁘겠다. 그치?”

“뭐~~ 좀 그런 것 같아요.”

잠시 후,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은 덕일까?

도서관 사서는 음료수 하나를 뽑아 선우에게 건넸다.

“자! 이거 받아.”

“……이건 뭐예요?”

“책 읽다가 목마르면 마시라고~ 누나가 주는 선물이야.”

“오~~ 감사해요. 누나.”

“됐어. 고작 음료수 하나 가지고 뭘~~ 그나저나 세월 참 빠르다. 초등학생 때 봤는데, 벌써 중학생이라니.”

“그러게요.”

“오늘은 어떤 책 볼 거니?”

“음~ 소설이요.”

“소설?”

“네, 오늘은 고전 소설들 위주로 읽어 보려고요.”

“고전?”

“네, 고전이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가치를 지니는 것이잖아요. 그 객관적인 불멸성을 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요.”

“그, 그래?”

“네~”

“그렇구나.”

-꿀꺽!

선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녀는 오늘도 역시 감탄하고야 말았다.

아마 국문학을 전공한 대학생이라 해도 고전에 대한 설명을 선우만큼 심플하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에는 왕도가 없다.

이 말의 뜻은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쓰면 그만큼 필력이 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있다.

바로 선우가 마법사라는 것이다.

벌써 수년 전부터 마법을 이용해 엄청난 양의 소설을 외우다시피 읽었고 여기에 필적할 만큼 글을 썼더니 선우의 필력 또한 괄목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기성 작가의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각설하고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은 선우는 그때부터 거침없이 고전 소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메모라이즈 마법을 사용한 덕분에 도스토예프스키, 빅토르 위고,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등등…… 엄청난 양의 고전 소설이 차곡차곡 저장되었다.

선우는 각각의 대문호들이 남긴 글을 통해 가르침을 받았다.

예를 들면 헤밍웨이의 소설을 통해 그의 직설법과 직유법을 배웠고 톨스토이의 작품을 통해 그의 은유법과 비유법을 익혔으며 마크 트웨인의 수사법과 대유법 역시 습득할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최고의 가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누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가?

-다수와 소수는 어떻게 평가받아야 하는가?

-물질 만능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우는 본인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며 다양한 글을 만들어 보았다.

한편 주말을 맞아 도서관을 찾은 다양한 사람들이 마치 탑처럼 쌓여 있는 소설책들을 보며 깜짝 놀란다.

“허업!”

“……저건 뭐야?”

첫 번째는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들을 보고 놀랐음이요.

두 번째는 책을 읽고 있는 이가 풍겨내고 있는 독보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헐!!”

“설마 저 책을 다 봤다고?”

“근데 저 사람 얼굴 좀 봐봐.”

“설마 빛이야?”

“……와! 피부 대박이다.”

특히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 중에서도 선우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여학생들의 표정이 아주 가관이었다.

그들은 선우의 얼굴을 자주 힐끔거리며 아무 이유 없이 선우의 주위를 배회했다.

그러나 선우는 요지부동이다.

그의 정신은 온통 책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집중력이다.

-우우우웅!!!

선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자음과 모음이 만나 글자가 되었고 그 글자는 곧 단어와 문장을 만들어 냈다. 다양한 스토리가 선우의 머릿속에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조용히 눈을 뜬 선우가 한눈에 보기에도 두꺼운 노트를 가방에서 꺼냈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선우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글자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온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깨어나는 것 같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나는 오늘 그곳으로 간다.”

선우는 간간이 허공을 응시하며 무엇인가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도서관에 유리창에 황혼이 내려올 무렵, 선우는 만남, 인연 그리고 회귀라는 주제를 가지고 200자 원고지 70장 분량의 단편소설 <지평선이 보일 무렵>의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남의 글을 베껴 쓴 것이 아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직 그의 힘으로 만든 첫 단편소설이라는 사실이 선우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단편소설 <지평선이 보일 무렵>

소설의 내용은 전라북도 김제 벽골제와 지평선을 무대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사랑, 이별 그리고 회귀를 통해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에서 다시 해후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 곳곳에 포진된 은유적 기법과 지평선을 표현해 주는 그림 같은 문체는 깊은 여운과 함께 첫사랑의 가슴 떨리는 색채를 풍겨 냈다.

이태리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장이 모여 문단을 만들고 그것이 모여 한 편의 단편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간,

황금 같은 주말에 도서관을 찾은 진희는 낙담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오늘도 허탕인가?”

그녀는 매주 주말이 되면 이곳을 찾았는데, 그것은 언젠가 이곳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선우 때문이었다.

“응?”

선우의 모습을 확인한 진희는 내심 비명을 지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엄…… 마야! 그분이 오셨다.’

도서관 사서 언니와 몇 마디 주고받는가 싶더니 사서 언니가 준 음료수를 가지고 곧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선우가 책을 가지러 간 사이, 진희는 선우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진희는 지켜만 봐도 좋았다.

도저히 선우에게 말을 걸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 저게 다 몇 권이야?’

한눈에 봐도 꽤 많은 양의 책을 가지고 오는 선우다.

몇 번의 왕복 끝에 선우 앞엔 마치 산처럼 책이 쌓였다.

‘설마 저걸 다 읽진 않겠지?’

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허무하게 빗나가고야 말았다.

어떤 움직임도 없고 오직 책만 읽고 있는 모습은 진정 충격이었다.

“……개…… 존잘!!”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책을 읽고 있는 그에게서 마치 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선우를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그녀는 이날의 인연(?)으로 인해 먼 훗날 저명한 여성 작가가 되는데, 그녀는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그녀가 작가가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첫눈에 반해버린 남자가 있었다. 그는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그 빛은 찬란했고 아름다웠다. 나는 그를 보고픈 마음에 매주 도서관을 찾았다.

(중략)

어느샌가 나 역시 그를 따라 책을 읽고 있었다.

그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지만 그가 읽은 책들을 읽으며 나는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여류 작가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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