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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24화 (24/187)

◈ 제 24화

24화

선우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브론즈베리 출판사에서 마침내 <헨리 포터>의 출간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수앤 K 롤링과의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 인해 <헨리 포터:Hanry Potter>는 원 역사보다 빠르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시리즈의 2부 <비밀의 조각방>와 3부 <아즈라엘의 죄수> 역시 완성되어 최종 수정 중에 있었다.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상상하지 못했고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선우가 기억하고 있는 원 역사와 다른 이름으로 책이 출판된 것이다.

-

저자: S. K. Rowling / Terry Lee

“태리 포터? 태리 포터라고?!!”

선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수앤!! 책이 출간되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거라고 하더니!!”

-때르르릉!

때마침 그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하이~

수화기에선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수앤!!”

-후후후! 그래, 나야. 표지 봤지?

“그래. 봤어.”

-어땠어?

“맙소사! 당신이 장담한 것처럼 정말 놀랐어.”

-큭큭큭! 성공했네.

“날 놀려주는 게 목적이었다면 인정!!!”

-선우,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우리들의 이야기를 좋아할까?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 물었지만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수앤, 걱정하지 마, 사람들은 매우 좋아할 거야.”

-정말?

“당연하지. 내가 장담할게.”

선우는 선언하듯 당당히 말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헨리 포터> 시리즈는 67개의 언어로 번역되며 약 4억 5천만 부 이상이 판매된다.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시리즈)이며, 동명의 영화 시리즈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영화 시리즈였다.

선우의 기억 속에 수앤이 <헨리 포터>로 거둔 수익만 해도 무려 1조 원이었다고 하니 이것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선우가 장담했던 것처럼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팥빵>과 <아빠를 부탁해>가 한국에 내린 소나기였다면 이건 미국과 영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이었다.

-, 서점가에 불어온 광풍.

-영국은 지금 <태리 포터> 열풍.

-10대는 물론 2-30대도 태리 포터의 마법에 빠졌다.

-, 최단기간 영국 베스트셀러 등극.

-비틀즈에 이어 미국을 폭격한 <태리 포터>.

스타 작가가 된다는 것,

그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매일 수백 명의 신인 작가들이 펜을 들고 등단하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간다.

글을 쓴다고 해서 그리고 출판에 성공해 등단했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성 작가들 역시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있고 그들 역시 실패를 맛보기 때문이다.

성공은 극소수의 작가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 작가였던 그녀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때르르르릉!

-때르릉! 때르르릉!!!

“네, 폴린 숙모.”

“누구요? 제시 제인?”

“응, 그래. 정말 오랜만이네.”

수앤은 수년째 연락 한 번 없었던 친척과 지인들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정신이 없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오전에만 걸려온 전화가 무려 100통에 가깝다.

친한 사람들과의 안부 전화, 지인과의 만남, 소소한 이야기와 같은 것은 때때로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그와 반대되는 경우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만약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쳐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글을 쓰는 게 더 편할지도…….”

수앤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하며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딸랑딸랑.

종 울리는 소리와 함께 수앤이 카페 내부로 들어오자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작가님~”

그는 브론즈베리의 편집장 제리 스티디움이다.

“안녕하세요. 제리, 제가 좀 늦었나요?”

“아니요. 정확히 맞춰 오셨어요.”

“오~ 다행이네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제리의 곁엔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유노브라더스의 데이비드 구스먼입니다.”

그날 밤,

수앤은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할리우드?”

-응, 유노브라더스에서 찾아왔어.

‘호오~ 벌써 연락이 왔단 말인가?’

-제작 PD라고 하던데, 그가 말하길 유노브라더스에서 <태리 포터> 시리즈를 영화로 제작하고 싶대. 선우는 어떻게 생각해?

‘역시 유노브라더스군!’

선우는 수앤의 말을 통해 그가 알고 있는 역사대로 흘러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어떻게 할까?

“뭘 어떻게 해? 당연히 만들어야지. 후후후~”

-표준 계약서를 받았는데, 일단 공동 작가와 상의해보고 연락하겠다고 했어.

“잘했어. 수앤.”

선우는 원작자라는 권리를 십분 이용해 앞으로 만들어질 <태리 포터> 시리즈에 간접적인 투자가 아닌 직접적인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말이야. 캐스팅에 관해 선우와 먼저 상의할 일이 있어.

“캐스팅에 대해서? 그게 뭔데?”

-그…… 그게…… 말이지…….

왠지 머뭇거리는 느낌이다.

“수앤, 편하게 말해. 난 무엇이라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 알았어. 난 말이야. 사실 이 영화의…….

선우의 말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수앤은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그녀가 원한 것은 앞으로 만들어질 <태리 포터> 영화에 출연하게 될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극을 이끌어갈 주인공 3인방(태리 포터, 펜 위즐리, 엠마 조르미온느가 모두 영국인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지?”

-……응. 가능하다면 주연급 조연들도 모두 영국인이었으면 좋겠어.

어떻게 보면 조금은, 아니 굉장히 이기적일 수 있는 요구다.

하지만 선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원 역사에서도 그렇게 진행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지 않았는가?

-그래, 나도 알아.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선우가 반대하면 나 역시 내 생각을 고집하지…….

“좋아. 영국인으로 하지, 뭐~~”

미래를 알고 있던 선우는 수앤의 요구에 흔쾌히 승낙했다.

-저, 정말?!!

“훗! 그래. 그게 뭐가 힘든 얘기라고 그래~~ 그렇게 하자.”

-고마워. 선우~

“고맙긴~~ 참! 수앤.”

-응?

“나도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말이야.”

-부탁? 그게 뭔데?

“<물과 불의 잔>에 나올 칭칭은 말이야…….”

선우는 태리 포터 4편 <물과 불의 잔>에 등장하게 될 태리 포터의 첫사랑 역에 한국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 역사에서는 중국 배우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칭칭이란 이름부터가 중국인 같잖아? 수앤이 승낙하면 책에 나오는 이름부터 바꿔야지. 후후후~’

-선우,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해. 사실 난 중국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모두 비슷하게 보이거든. 호호호~

“오케이~”

선우는 그 외에도 몇 가지 자잘한 사항에 대해 그녀와 의견을 조율했다.

“그래, 한국으로 날 만나러 오라고 해. 내가 계약하도록 할게. 그리고 수앤, 난 이 영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이야.”

-투자?

“그래, 영화는 반드시 흥행할 거야. 그러니 수앤 당신도 생각해 보고 관심이 생기면 참여해.”

로열티만 받을 생각이었던 수앤은 선우의 직접적인 투자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래, 알았어. 선우가 하겠다면 나도 생각해볼게.

“오케이, 그럼 끊을게. 다음에 통화해.”

-그래, 푹 쉬고~ 다음에 통화해.

수앤과의 통화를 끝낸 선우는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며 거실로 내려왔다.

한편 집에 돌아온 규용은 답답한 표정으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경제 상황이 심각한데, 저딴 소리나 하고 있다니…… 쩝!”

-(정부 관계자)위기 상황이 아닙니다.

-(경제학자A)한국 경제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수출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가 아니라고요?

경제학자들은 동남아 시장을 예로 들면서 다가올 경제 위기에 대한민국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동남아와 대한민국을 비교할 수 없다며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경제학자A)한국 기업들이 ‘저비용 중국’과 ‘고효율 일본’에 끼인 넛 크래커(호두 까기)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경제학자B)일본의 엔저 공세는요? 제가 준비한 도표를 보십시오. 대한민국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었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서라도 방만한 경영과 문어발식 확장에 혈안이 된 기업에 제제를 가해야 합니다. 과감한 구조 개혁을 해내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정부 관계자)……억측입니다. 한국 경제는 튼튼합니다.

국가부도사태가 닥치기 1년 전부터 위기의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었지만 대다수 기업은 빚을 얻어다 몸집을 불리는 과거의 관행에만 안주하고 있었고, 몇몇 눈치 빠른 일부 기업만 임원 축소 등을 통해 닥쳐올 위기에 선제 대응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직시하고 위기를 극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다가올 대선을 위해 포퓰리즘 공약만 남발했을 뿐, 시장 상황을 외면했다는 점이었다.

“저 자식들은 주구장창 문제없다는 소리만 하는군.”

“여보, 출판 시장은 어때요?”

“……전반적으로 힘들어.”

“당신도요?”

“우린 괜찮아. 모두 작가들 덕이지, 특히 이태리 작가가…….”

부모님의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우는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미래를 알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LA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747편이 잠시 후 김포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을 중지해 주시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주십시오.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주시기를 바랍니다.

기내에 있는 스피커에서 곧 김포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창밖을 바라보던 롬바르디가 글렌을 향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런데 글렌.”

“왜?”

“서울에는 대체 왜 가는 거야?”

“아직 얘기를 못 들었어?”

“무슨 얘기?”

롬바르디를 향해 글렌이 한쪽 눈을 찡그리며 답했다.

“태리 포터!”

“태리 포터?”

“그래. 태리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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