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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23화 (23/187)

◈ 제 23화

23화 재경 중학교 축제

“선생님.”

담임은 물론 학생들의 시선이 선우에게 집중되었다.

“응, 선우야.”

“제가 한 명 추천해도 될까요?”

“……추천?”

“네.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친구가 있어서요.”

“그래? 그게 누군데?”

담임이 흥미를 보이자 선우는 손가락을 들며 한 사람을 가리켰다.

“동혁이요.”

“동혁이?”

“네, 전에 한번 들어봤는데 동혁이가 노래를 꽤 잘 불렀어요.”

“그으래?”

“네.”

선우의 대답에 담임을 비롯한 반 아이들의 시선이 동혁이에게 향했다.

그리고 시선이 집중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동혁 역시 꽤나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서, 선우야!!”

“왜? 가수가 네 꿈이라며~”

“그, 그건 그렇지만…….”

선우가 눈을 힐끔거렸다.

‘가수가 꿈이라는 놈이 설마 쫀 거야?’

‘야, 쫄긴 누가 쫄았다고 그래?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 지금 그 얼굴은 대체 뭔데?’

‘…….’

두 사람이 이렇게 눈으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담임선생님의 그윽한 음성이 동혁의 귓가에 들려왔다.

“동혁아~”

“……네, 선생님.”

“선생님도 네 노래를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

-와아아아~~!!

담임선생의 급작스런 제안에 아이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래해~”

“노래해~ 노래해~~”

친구들의 격한 요청에 동혁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판은 벌어졌다.

-툭툭!

선우는 동혁의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여주었다.

동혁은 뭔가 결심했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교탁 앞으로 걸어 나갔다.

“선우랑 그렇게 어울리더니 동혁이도 꽤 멋있어지지 않았니?”

“그러게, 그동안 살 때문에 몰랐는데~~”

“맞아. 호호호~~”

여학생들이 동혁을 향해 이처럼 수군거리자 그 소리를 들은 몇몇 남학생들의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선우야 불가항력이었지만 동혁은 얼마 전까지 뚱보가 아니었던가?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동혁을 바라보고 있는 선우의 얼굴엔 보기 좋은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어쩜 우린 단순한 인연에 서로 묶여있는 사람인가 봐.

동혁의 선택은 윤재범의 ‘나를 위해’다.

“헐?!”

“……대박!!”

첫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동혁의 음색이 교실을 장악해 버렸고 여학생들 중의 몇 명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네 미친 생각과 깔끔한 눈빛과 그걸 바라보는 나.

아마도 그건 깊은 사랑이야. 난 널 정말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 거야.

고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남녀 구분 없이 교실 전체가 크게 한 번 들썩였다.

동혁의 음성은 윤재범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노래 속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짙은 호소력을 품고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 * *

“대표님, 이쪽입니다.”

“그래, 최 실장.”

무슨 놈의 중학교 축제에 이리도 사람이 많은 걸까?

‘……친구가 노래를 부른다고 했지?’

만약 설연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T&B 엔터의 김일환 대표는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을 것이다.

“대표님!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이 와중에 최 실장이 용케도 재빨리 의자를 구해와 그를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누나라도 좋아~ 예쁘고 깜찍한 게 내 맘에 들어~~!

-어젯밤에 난 네가 싫어졌어.

-Tonight~ tonight…….

순서가 끝날 때마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떠십니까?”

잠시 시선을 던진 일환이 입을 열었다.

“……나쁘진 않네.”

중학교 축제치곤 실력들이 꽤 괜찮다.

하지만 그뿐이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괜찮다는 것이지 국내 굴지의 엔터, T&B를 이끌고 있는 수장의 마음에 들기에는 꽤나 부족했다.

사실 설연의 부탁이었지만 처음에 일환은 그녀의 요청에 그저 웃어넘기며 별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하지만 선우 역시 은근슬쩍 와달라는 권유가 있어서 흥미가 동했다.

“마지막 참가자는 1학년 3반의 안동혁 군입니다.”

“저 친군가?”

“네. 대표님.”

마침내 기다리던 주인공이 무대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꽃미남은 아니네…….”

“네, 외모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네요.”

일환은 무대에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설연이 극찬한 실력을 어디 한번 들어볼까?’

-띤 띠디 띤띤띤~!

첫 음이 시작되는 순간 일환의 귀가 쫑긋했다.

‘소울? 펑크? 댄스?!!’

일환은 물론 최 실장의 눈빛에도 짙은 호기심이 나타났다.

‘……창작곡인가?’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멜로디였으나 들으면 들을수록 참을 수 없는 중독성이 느껴진다.

이건 마치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와 함께 온 최문태 실장 역시 음악에 빠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뭐야?”

“오오! 음악 죽인다.”

“야! 이 노래 누구 거야? 아는 사람 있어?”

주위에서 쏟아지는 시선들.

여학생들은 동혁을 향해 꺅꺅거리며 함성을 질러댔다.

“꺄아아.”

“엄마야~ 대체 쟤는 누구야?”

-짝··· 짝짝짝짝짝!

-와아아아!!!

중독성 있는 반주와 동혁의 노래는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며 엄청난 환호와 박수로 보답받았다.

축제가 있기 며칠 전,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은 동혁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선우야, 이걸 네가 만들었다고?”

“왜! 별로야?”

“아니, 완전…… 대박이야!”

선우는 악보를 가리키며 동혁에게 말했다.

“멜로디는 생소해도 왠지 가사가 익숙하지 않아?”

“응?”

“자세히 봐, 네가 쓴 가사를 토대로 내가 살짝 수정해 본 거야.”

선우는 동혁이 만들어 놓은 가사에 1998년에 발표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최진영의 ‘Honey Bee’를 접목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나는 벌이 되어 버렸어.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난 꿀을 찾아 날개를 폈어.

아름다운 당신의 그 환한 향기가 나를 사로잡았어.

저기요, 그래요, 거기, 당신이요. 이리 좀 와 봐요.

내게 와주지 않을래요?

우리, 이 꽃밭에서 나와 함께 멋진 밤을 보내요.

“……헐! 대박!!”

동혁은 그제야 자신이 쓴 가사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암튼 오늘까지 노래 다 외워. 내일부턴 안무 짤 거니까!”

“넵. 스승님.”

동혁은 마치 장군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군인 같은 자세로 잽싸게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눈썹에 붙였다.

“지랄한다~!”

“크크크~~”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선우가 입을 열었다.

“참! 동혁아.”

“응?”

“네가 써놓은 가사들 있지?”

“응.”

“아까 보니까 괜찮은 것들이 많더라고! 이참에 내가 좀 쓰자. 내가 멋진 곡으로 만들어 줄게.”

“저, 정말?!!!”

선우의 선언에 동혁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매우 감격했다는 표정이다.

“그래, 인마. 이참에 아예 예명이라도 만들어볼까?”

“예명?”

놀란 동혁이 눈을 끔벅거렸다.

“응.”

“생각한 게 있어?”

“얌전한 고양이, 어때?”

“얌전한 고양이?”

“응.”

“얌전한 고양이라, 큭! 어감이 꽤 재밌는데?”

선우의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한 동혁은 재밌다는 듯. 하얀 이빨을 보이며 미소 지었다.

축제가 끝난 다음 날,

“어?”

“동혁이, 동혁이다.”

“어디? 어디?”

“저기 봐.”

학교 정문에 모습을 나타내자마자 그를 알아본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동혁이 맞네. 대박!”

교실로 향해 걸어가는 내내 아이들의 음성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어제 진짜 멋지지 않았니?”

“긁지 않은 복권이었어.”

“그러게, 살이 빠지니까 인물이 산다!”

“맞아.”

“…….”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다.

“저, 저기…….”

쭈뼛쭈뼛한 걸음으로 한 여학생이 다가왔다.

“난 6반의 유소라라고 해. 어제 공연 너무 멋졌어.”

“어? 고, 고마워.”

“사인 한 장 해줄래?”

“사인?”

“응~”

한 명이 시작하니 주위 다른 학생들도 용기를 냈다.

“나도 사인 한 장 해줘~”

“동혁아, 어제 대박 멋있었어.”

“너 가수 할 거지?”

동혁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에야 교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드르륵!

“동혁아.”

“어, 선우야.”

“잠은 좀 잤냐?”

“아니, 한숨도 못 잤어.”

“큭~”

“풋~”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참으로 재미지다.

특히 동혁의 모습이 그러했다.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입술이 들쑥날쑥, 광대뼈가 하늘을 향해 승천하기 시작했다.

“크흐흐~ 적당히 해라.”

“알았어. 흐흐흐~”

선우가 동혁에게 한 발짝 더 다가와 말을 건넸다.

“참, 설연이가 네게 전해달라고 하더라.”

“설연이가?”

“응. 어제 T&B 관계자가 축제에 왔었나 봐.”

선우의 말에 순간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T…… T&B에서?”

“그래, 인마. T&B에서 널 보고 싶다고 했대.”

T&B에서 보고 싶다는 말에 동혁의 눈이 번쩍였다.

“선우야, 그게 정말이야?”

“응.”

“어, 언제? 지금?”

동혁은 당장이라도 일어날 기세다.

“야! 인마. 지금 아침 9시도 안 됐거든!”

“아, 그, 그래. 그렇지.”

동혁은 이날 수업이 끝날 때까지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방과 후,

선우와 동혁은 함께 T&B 사옥으로 이동했다.

회사에서 차를 보내준 덕에 경비원들의 제재 없이 그들을 태운 차는 일사천리로 문을 통과했다.

“오~~ 선우야. 오랜만이다.”

“안녕하셨어요. 대표님.”

선우의 얼굴을 확인한 김일환 대표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저 피부, 저 분위기!! 역시 독보적이야!’

“얼굴 잊어버리겠다. 자주자주 놀러와.”

“네. 설연이도 있고 동혁이도 있으니 앞으로 종종 놀러올게요.”

“그래~ 그래~.”

일환의 시선이 동혁에게 향했다.

“네가 동혁이지?”

“네? 네.”

일환을 처음 본 동혁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하하하, 왜 그렇게 긴장해? 긴장할 것 없어.”

일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제 공연 잘 봤다.”

“헙! 대표님이 직접 보신 건가요?”

“응.”

일환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래가 매우 좋더라. 리드미컬하고 소울적인 느낌이 충만했어. 안무도 좋았고!! 네가 만들었니?”

“아뇨.”

“그래? 그럼 누가 작곡했는지, 알 수 있을까?”

“얌전한 고양이요.”

“뭐?”

“얌전한 고양이가 작곡했어요.”

“그게 누군데?”

일환의 질문에 동혁은 미소를 보이며 선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응?”

“안녕하세요, 작곡가 얌전한 고양이. 대표님께 인사드립니다.”

“무, 뭐라고?”

선우의 인사에 일환의 표정이 일순 멍해졌다.

각설하고 T&B와 동혁의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동혁의 부모님과 태양 로펌의 한설희가 그 자리에 동석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불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계약을 완료했다.

물론 이 계약에는 얌전한 고양이의 영향이 가장 컸다.

세상에 아직 공개하지 않은 노래 몇 곡을 김일환 대표에게 들려준 여파였다.

“전속 작곡가요? 죄송하지만 전 한 곳에 묶일 생각이 없습니다.”

“작곡은 취미예요.”

“당분간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동혁이가 부르겠다면 기꺼이 곡을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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