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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22화 (22/187)

◈ 제 22화

22화 동혁의 노래 실력

“선우야~~~”

“으에에에엑~”

선우가 촬영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설연이 벌떡 일어나 그대로 달려왔다.

그녀는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선우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애교 넘치는 미소를 보이며 두 눈을 반짝였다.

“나 안 보고 싶었쪄?”

“……헙!”

아고, 어쩌나!!

저 초롱초롱한 눈빛이 너무 귀엽다.

확실히 연예계 쪽 물이 좋은 건가?

요즘 들어 느끼는 거지만 설연의 미모가 한층 더 물이 오른 것 같았다.

-웅성웅성!

“누구지? 가족인가?”

“매니저랑 같이 온 걸 보니, 가족인 것 같은데~~”

설연의 이러한 돌발(?) 행동으로 인해 촬영장 주변이 크게 술렁였지만 정작 당사자는 단 1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야! 넌 연예인이면서~~”

“왜~~?”

“사람들 시선, 상관없어?”

“헤헷! 우리 이제 겨우 중학생이거든~”

설연은 혀끝을 살짝 내밀며 선우를 골렸다.

“그리고 알려지면 그게 뭐 어때서? 공식적으로 내 남자 되는 거지~ 호호호~~”

“……쩝!”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각설하고 설연은 그녀의 말처럼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 두 사람을 쳐다보는 묘한 시선이 있었다.

그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배우 박현민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에 반항아 기질의 외모를 가져 나름 괜찮은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었다.

“저 새낀 뭐야? 퉤!”

부아가 치밀어 오른 현민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평소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설연이 촬영장에 나타난 어떤 녀석에게 누가 봐도 과한(?) 관심을 보이자 질투심이 끓어오른 것이다.

현민은 선우를 바라보고 있는 설연의 눈빛에 진한 애정이 담겨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 다시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FD의 음성에 촬영장은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배우들~ 준비해주세요.”

“네.”

“저도 갑니다.”

“선우야, 조금만 기다려. 마지막 장면이니까 길어도 1시간 안에 끝날 거야.”

“오케이~”

잠시 후,

감독의 큐 사인에 맞춰 배우들은 각자의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강촌으로 OT를 떠난 학생들.

이제 막 도착한 현민이 주변을 둘러본다.

많은 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와중에 한 테이블에 그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저기에 있네.”

현민은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합석해도 됩니까?”

“……?”

갑자기 다가와서 말하는 현민이 의외였는지 사람들은 잠시 말없이 쳐다보았다.

“이 테이블에만 여신들이 앉아 있어서요.”

“……네?”

“뭐, 뭐라고요?”

“부정하지 않으시니 그럼 앉겠습니다. 하하하.”

약간의 어색함을 감추려는 것인가?

현민은 뒤통수를 긁으면서 크게 웃었고 그 모양이 재밌었는지 설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풉~ 호호호호~”

“하하하. 이거 정말 재밌는 분이네요.”

“무슨 과, 몇 학번이세요?”

“체육교육학과 신입생입니다.”

“컷~~!!”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설연의 말처럼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이날 약속된 촬영이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오~ 그래. 너희들도 수고했다.”

“내일 뵐게요.”

“그래~ 내일 보자.”

촬영이 끝나자 감독, 스텝, 배우들이 인사를 나누기 시작한다.

모두가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이때, 박현민이 설연의 곁으로 다가갔다.

“설연아, 잠깐만!”

“네?”

“시간 좀 있니? 네게 할 얘기가 좀 있는데.”

“죄송해요. 선배님.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요.”

무슨 용건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부터 하는 설연의 행동에 현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동안 설연과 친해지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녀와 한마디라도 더 나누기 위해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에 왔고 종종 선물도 건넸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사귀자고까지 했다.

물론 단칼에 까였지만 말이다.

“……잠깐이면 된다니까.”

자존심이 상한 현민이 설연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이게 무슨 짓이세요?”

“무슨 짓?”

현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잠깐만 얘기하자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요.”

“그럼 대체 시간이 언제 있는데?”

“그건 저도 모르죠.”

“뭐? 이게 진짜!!”

설연의 냉담한 반응에 박현민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X발, 이게 그동안 귀엽다고 봐주니까! 겁나 비싸게 구네.”

박현민의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설연을 향해 강제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리 와.”

“왜 이러세요?”

“잠깐만 이쪽으로 오라고!!”

말로 안 되면 힘으로라도 데리고 갈 생각인가 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쉬익.

누군가의 손이 빠르게 날아와 현민의 손을 중간에서 막은 것이다.

“그만하지.”

“넌 뭐야?”

“설연이 친구.”

“친구?”

“응.”

“……헐?!”

설연의 친구라면 자신보다 어리다.

그것도 많이! 그런데 감히 반말을 해?

현민의 자존심이 극도로 손상되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말 겁나 짧네.”

“아니, 파 쳤는데~”

“……!!”

선우의 아재(?) 개그에 현민의 안색이 바뀌었다.

만약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매서운 눈길로 선우를 쏘아보았다.

“야, 형이 지금…… 기분이 몹시 안 좋아. 죽고 싶지 않으면 이 손 놓고 꺼져.”

“당신이나 놔.”

“뭐?! 당신? 다아아아앙신!! 이런 개X끼가!!”

현민은 순간 오른손을 쥐더니 선우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선우야. 위험해.”

설연이 다급하게 외쳤다.

선우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현민의 갑작스런 주먹질에 놀란 것이다.

-퍽!

선우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선우의 입가에 희미한 냉소가 나타났다.

“뭐, 뭐야?”

‘뭐긴 뭐야, 이제부터 정당방위라는 거지. 후후후~’

선우의 시선과 마주한 현민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마치 날카로운 검에 전신이 난도질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선우의 눈빛이 점점 더 강해지자 현민이 외쳤다.

“그, 그렇게 사나운 눈으로 꼬나보면 어, 어쩔 건데?”

크게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에 숨겨진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쩌긴, 한 대 맞았으니 이제부턴 갚아줘야지.”

“뭐?”

다음 순간,

현민의 시야에서 선우가 사라졌다.

-휘익!

“어, 어?!!”

좌우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지만 이미 선우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앞으로 뻗어오고 있었다.

-퍽!

“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선우의 주먹질이 시작되었다.

-퍽, 퍽, 퍼퍽!!

선우는 상처가 나지 않게, 아주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때렸다.

어줍지 않은 반격이 더러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선우의 발놀림은 프로 선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스피디했기 때문이다.

“아악, 그만!”

현민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내가 잘못했어.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때려.”

-웅성웅성!!

“이게 무슨 소리야?”

“저쪽에서 난 소리 같은데?”

현민의 외침이 들렸음인가?

저 멀리서 스텝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선우는 아직 멈출 생각이 없었다.

‘후후후~ 마지막 선물을 주지.’

선우의 손이 묘하게 움직이며 수인을 맺기 시작했고 일, 이, 삼, 사, 오!

정확히 5초 만에 완벽한 수인을 맺을 수 있었다.

‘……중독!’

곧 어둠의 마나가 일어나 그를 덮친다.

다음 순간, 현민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한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잠시 후,

사람들이 도착하자마자 현민은 그의 아랫배를 움켜쥐고 땅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배야!”

“현, 현민아. 너 왜 그래?”

“나, 나 죽어요.”

“……?!!”

장이 얼마나 심하게 꼬였는지, 현민의 배에서 ‘부룩, 부르룩’하는 소리가 아주 노래를 했다. 이것은 1서클의 경지와 2서클의 경지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 탓이다.

“안 되겠습니다. 일단 병원으로 옮기죠. 여기 좀 도와주세요.”

현민의 매니저는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현민을 일으켜 세웠다.

“현민아. 괜찮니? 좀 일어나 봐. 응?”

“아…… 아…… 안…… 돼……. 마, 만지지…… 마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선우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왠지 곧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뿌직!

“……?”

매니저의 눈에 순간 모종의 빛이 일어났다.

마치 ‘이게 무슨 소리지?’라고 묻는 것 같았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괄약근에서 오케스트라 뺨치는 멋진 팡파르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푸덕 푸더덕! 푸더더더더~~~~덕!!

“……?!!”

“……헉!”

“……헐!”

예상치 못한 팡파레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선우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현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수치심이라든가 아니면 부끄러움의 감정이 떠오를 법도 한데 현민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그냥 얼굴 전체가 퀭했다.

“어, 어서 타자.”

매니저는 검게 죽은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그를 차에 태웠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했다.

“우리 모두 똑같은 점심을 먹었는데, 왜 쟤만 저래?”

그를 태운 차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몇몇 배우들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게 말이야. 맨날 폼만 잡더니, 그것참 쌤통이다. 낄낄낄.”

“설연에게 껄떡대더니 벌 받은 거 아냐? 큭!”

“맞아, 벌 받은 게 틀림없어.”

그로부터 며칠 후,

“자~ 오늘 수업은 이것으로 끝내겠어요.”

-와아~~~

담임의 입에서 수업을 끝내겠다는 소리가 나오자마자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굿~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와~ 수업 끝났다!”

“불행 끝, 이제부터 행복의 시작~~”

수업이 끝났다는 말에 아이들은 저마다 재잘거리기 바쁘다.

“얘들아! 조용! 아직 선생님 말 다 안 끝났거든! 조용히 좀 해봐.”

담임의 말에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얘들아, 다음 주에 우리 학교 축제 있는 것 알지?”

“네.”

“각 반마다 대표를 뽑아서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노래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우리 반에선 누가 나갈까?”

담임의 말에 학생들은 순간 입을 닫았다.

“얘들아~ 얘들아~~ 지금 우리 반에 아무도 없는 거니?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는 거니?”

“풋!”

“큭큭!”

담임의 농담조 말투에 반 아이들 중의 몇 명이 웃음소리를 냈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하고 싶은 사람?”

“…….”

“좋아. 그럼 노래 잘하는 사람?”

“…….”

담임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 아이들이다.

“그래, 아무도 없다는 거지. 그럼 누구 추천할 사람 있니?”

그 순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자아이들의 강력한 염원이 담긴 눈길이 선우에게 향했다. 그러나 선우의 반응은 냉정하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눈길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담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우야, 혹시 생각이…… 있을까?”

“아니요.”

‘……헐! 잔인한 놈. 담임 쌤의 부탁도 단칼에 거절하는군.’

남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여자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개……존잘.’

‘역시 시크해.’

‘나쁜 남자, 성공적! 내 스타일.’

‘갖고 싶다. 최선우.’

담임은 선우의 말을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담임의 권위(?)로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선우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다. 전국 1등이라는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뭔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일종의 품격이 느껴지는 학생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지.”

한편 선우의 거절에 남학생들의 눈길이 동시다발적으로 설연을 향해 집중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강력한 눈길을 느꼈는지 담임선생님의 입술이 열렸다.

“설연인, 어때? 네가 나간다면 우리 반이 일등일 것 같은데~~”

‘설연아! 제발~ 네가 나간다고 해줘.’

‘네가 나가면 나도 손을 들게.’

‘제발~~ 부탁이야. 설연아!!’

‘하느님, 부처님, 제발요. 제발요~~’

남학생들은 열망에 찬 눈빛으로 설연의 대답을 기다렸다.

“선생님, 죄송해요. 그날 촬영이 있어서…….”

“……아!!”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렇구나. 촬영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

모두가 낙심하고 있을 무렵 선우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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