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21화 (21/187)

◈ 제 21화

21화 전학생 안동혁

마나(Mana)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며 그렇기에 마나를 다루는 기사와 마법사의 존재는 이계에서도 상당히 희귀했다.

얼마 전,

2서클에 오른 선우는 아침부터 열심히 수인을 연습했다.

마법의 구현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수인을 맺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인을 맺는 것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수인을 똑같이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마법의 구현에 필요한 수인을 맺고, 룬어로 된 주문을 영창해야 비로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마정석이 있다면 완드 혹은 스태프를 만들어 수인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지구에는 마정석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반드시 수인을 익히고 익숙하게 외워야 했다.

“오빠~~”

“어, 혜진아.”

“지금 뭐하는 거야?”

혜진이 기묘한 손동작에 대해 묻자 선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손가락 연습.”

“손가락 연습?”

“응. 책에서 봤는데 이렇게 하면 손가락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

뭔가 의혹이 섞인 눈빛이었지만 혜진은 이내 그러려니 하며 수긍하는 표정이다.

“꼭 실뜨기 연습하는 것 같다. 호호호~”

‘야! 수인이거든!!’

참고로 마법사의 클래스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수인의 복잡도 역시 증가한다.

“오빠, 어서 내려가자. 엄마가 밥 먹으래.”

“알았당.”

선우는 혜진과 함께 부엌으로 내려갔다.

* * *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한 명 왔다. 자! 들어와.”

담임의 말에 순한 인상을 지녔지만 꽤나 뚱뚱한 남학생이 주뼛주뼛 들어온다.

전학생을 본 선우의 눈빛에 격한 그리움이 나타났다.

“……동혁이?”

학생들 역시 저마다의 시선을 보내며 전학생을 바라보았다.

“자, 이쪽으로 와서, 네가 직접 소개해봐.”

“아, 안녕. 내 이름은 안동혁이야. 어…… 부산에서 왔고! 음…… 반갑게 지내자.”

-짝짝짝짝짝짝!!

한눈에 봐도 꽤나 뚱뚱한 전학생의 등장에 학생들은 형식적으로 박수를 쳤다.

“전학생이라 무시하지 말고 다들 동혁이랑 친하게 지내도록 해. 알았지?”

“네.”

“네. 선생님.”

“좋아, 그럼 동혁인 어디에 앉는 게 좋을까?”

담임이 시선을 요리조리 돌리며 빈자리를 찾자 선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응, 선우야?”

“제 옆자리가 비었는데요.”

“……?”

-웅성웅성!!

선우의 말에 주변의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헐!”

“대박~!”

학생들의 의혹 어린 눈길이 선우에게 쏘아졌다.

“……네 옆자리?”

“네.”

담임의 물음에 다시 한 번 답하자 반 아이들 전체가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짝이 되겠다고 한 이가 바로 백마 탄 왕자, 고귀한 귀족이라 불리는 최선우였기 때문이다.

“그, 그래. 그럼 동혁인 선우 옆에 앉으면 되겠다.”

담임의 말에 동혁은 선우의 짝이 되었다.

“반가워, 내 이름은 최선우야.”

“어, 나도 반가워, 내 이름은 안동혁이야.”

“알아.”

“어? 날 알아?”

“아니, 좀 전에 소개했잖아.”

“아~ 그랬지.”

동혁은 순간 머쓱했는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긁었다.

‘후후, 여전하네.’

과거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우리 집이 망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내 곁을 떠났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녀석들 중엔 오히려 잘됐다며 날 보며 비웃기까지 한 녀석도 있었지. 하지만 동혁인 달랐어…….’

한잔 술에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주며 함께해줬던 친구, 안동혁.

자기 자신도 넉넉지 않으면서 선우의 옷 주머니에 한 달 치 월급을 몽땅 넣어준 친구, 황기택.

부모님과 여동생이 하늘나라로 떠났을 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삼 일 내내 장례식장을 지켜준 친구, 최원석.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선우의 눈빛이 매우 부드러웠다.

‘동혁아, 넌 가수가 되고 싶어 했었지? 그래. 이번엔 내가 널 도와줄게.’

선우는 동혁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다, 안동혁,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선우의 거침없는 행동에 동혁은 동그래진 눈동자를 그대로 들어 보였다.

“그, 그래.”

-웅성웅성!

-소곤소곤!!

“선우가 왜 저딴 뚱보 새끼랑 앉았지?”

“쟨 대체 누구야?”

“혹시 둘이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닌가?”

“……꼬붕으로 삼으려는 거야. 분명해.”

남자아이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선우를 향한 여자아이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우리 선우. 대박 착하다.”

“친구가 없어 보이는 불쌍한 애들까지 챙겨 주려나 봐.”

여학생들 중에 몇 명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우리 선우 진짜 상냥하지 않니? 좋아, 나도 이제부터 불쌍한 애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줘야지.”

“미친년, 너나 잘해.”

“뭐라고?!!”

선우의 기억 속의 동혁은 분명 노래에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이 문제였다.

온갖 다이어트를 해봐도 살이 빠지지 않아 작곡가로부터 좋은 노래를 받을 수 없었고 결국 3류 가수의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동혁의 노래 실력은 꽤 뛰어났다.

선우의 눈이 반짝였다.

‘……실력은 충분하니, 좋아! 일단 동혁이랑 친해지고 나서 살부터 빼줘야겠어.’

그로부터 한 달 후,

선우와 동혁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꽤 친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동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선우의 기억 덕분이다.

“이, 이게 뭐야?”

“내가 만들어본 음악인데, 한번 들어볼래?”

-디리리딩, 딩딩딩!!!

순간 충격적인 선율이 이어폰을 타고 들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곡이란 말인가?

“이, 이게 정말 네가 만든 곡이라고?”

“응.”

동혁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하긴 선우가 동혁에게 들려준 음악은 기존에 없던 샘플링(sampling) 방식의 EDM이었기 때문이다.

*샘플링이란 이미 작곡된 기존 음원의 부분적인 일부를 추출하거나 지구상의 모든 소리를 녹음하여 편집에 끼워 넣어 사용하는 것을 말하며 EDM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줄임말로 클럽 등에서 춤추기 위한 목적의 음악들을 일컫는다.

“발라드 곡도 있는데~”

“바, 발라드 곡?”

“응. 왜? 이것도 한번 들어볼래?”

“어. 들어볼게.”

선우의 곡을 들어본 동혁이 전율했다.

아니!!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에 동혁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동혁의 입술이 열렸다.

“……무슨 프로그램으로 작업한 거야?”

“피날레.”

“피날레? 너 그거 사용할 줄 알아?”

“응.”

큐베이스나 로직 프로그램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우는 피날레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선우야, 혹시 내게도 가르쳐 줄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 당연히 가르쳐 줄 수 있지~”

선우를 바라보는 동혁의 눈빛이 환희에 차올랐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조건?”

“응.”

“조건이 뭔데?”

“운동.”

“운동?”

“그래, 운동.”

선우는 운동을 조건으로 내밀었다.

“새벽 다섯 시?”

“응.”

“에이, 아무리 그래도 새벽 다섯 시는 너무 이르지 않아?”

“좋아, 그럼 여섯 시.”

“여, 여섯 시?”

“야, 인마. 너 꿈이 가수라며, 미안하지만 지금 몸으로는 절대 무리야.”

“……그건 인정.”

“내가 책임지고 빼줄 테니까, 나만 믿어.”

“알았다. 알았어. 대신 약속한 것처럼 화성학, 피날레, 미디 사용법 등…… 꼭 가르쳐 줘야 해.”

“오케이~!!”

선우와 동혁은 이렇게 해서 매일 새벽 함께 운동을 하게 되었다.

“으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정상에 오른 선우가 크게 소리치자 이에 질세라 동혁 역시 크게 소릴 지른다.

산 정상에 올라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나면 왠지 모르게 온몸의 세포가 마치 살아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수정 목욕탕.

토요일 오전,

아침 운동을 끝낸 동혁은 세차게 뛰고 있는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며 체중계를 향해 발을 올린다.

“……헐!”

몸무게를 확인한 동혁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렸다.

옷이 헐거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건 진짜 대박이었다.

무려 5kg이나 빠진 것이다.

동혁은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듯, 다시 한 번 슬그머니 체중계에 몸을 올려 보았다.

-[81.3]

“하하하~ 만세!”

동혁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음악이면 음악, 다이어트면 다이어트!!

선우의 말을 들어서 손해를 본 것이 없다.

“왜? 효과가 좀 있어?”

선우 역시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선우야. 대박이야.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어.”

‘알아. 인마. 그 덕에 내가 아주 죽것다.’

선우의 고생을 알 리가 없는 동혁은 마냥 기뻐하며 선우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 눈빛이 애인(?)을 바라보는 눈빛과 같았다.

“진짜?”

“그래, 이것 봐봐.”

“호오~ 대박!!”

몸무게를 확인한 선우는 동혁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내밀었다.

“동혁아, 나만 믿으라고 했지. 우리 이렇게 계속 가는 거야. 오케이?”

“오케이.”

“파이팅!!”

“파이팅~~~!”

동혁은 다이어트에 대한 열정이 진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후후후! 장기와 세포에 저주 마법을 건 게 효과가 있구먼.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다이어트의 진행은 이러했다.

사람이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일차적으로 근육과 간에 글리코겐(glycogen) 형태로 저장되고 남은 탄수화물이 중성지방의 형태로 저장된다.

선우는 하루하루 번갈아가며 마법을 걸었다.

근육과 간에 내제된 글리코겐과 중성지방을 아예 무력화시킨 것이다.

원래는 무력해진 지방을 녹여 요로관을 통해 소변의 형태로 배출하려 했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가능한 지방을 태워버리기로 했다.

만약 동혁이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 친구들은 그가 각종 수술을 받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 *

“후우! 후우!!”

이른 아침부터 산 정상에 오른 선우와 동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굵은 땀방울이 마치 비 오듯 떨어지고 있었지만 함께 산에 오른 동혁의 표정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이젠 산에 오르는 것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으~~ 참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너랑 운동하면…….”

“나랑 운동하면?”

선우의 반문에 동혁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혼자서 운동할 때랑 느낌이 너무 달라서.”

“뭐가 다른데?”

“어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살이 타는 느낌이야.”

“살이 타는 느낌?”

동혁의 말에 선우는 의뭉스럽게 반문했다.

“대박~ 혹시 지방이 분해되는 것 아냐?”

“그, 그런가?”

“내 생각엔 그런 것 같은데~~”

‘후후, 동혁아. 이 형님이 오늘도 니 몸뚱이 속에 존재하고 있던 지방 500g을 태워버렸단다.’

-재경 중학교.

“헐! 쟤 장난 아니다. 작정하고 살을 빼나 봐.”

“혹시 매일 굶는 것 아냐?”

“저러다 죽겠어. 누가 좀 말려봐.”

“그래도 살을 빠지니까 좀 멋있어 보인다.”

“귀여운 면도 있는데~~”

저주 마법의 효과라고는 하지만 동혁의 변화는 정말이지 놀라웠다.

최고의 성형은 곧 다이어트라는 말을 증명해준 꼴이었다.

참고로 동혁의 다이어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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