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20화 (20/187)

◈ 제 20화

20화 너 일부러 틀렸지?

선우에 관한 얘기는 삽시간에 퍼져 학교가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얘들아! 선우 얘기 들었어?”

“그래, 이년아. 좀 전에 들었어.”

“꺄아악! 역시 선우야! 난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아까 영어 쌤에게 들었는데 말이야.”

-수군수군!

“그게 정말이야?”

“그래. 시작한 지 30분 만에 세 과목 전부 풀었대.”

“옴마야~~ 잘생겼어. 몸매는 환상이야. 게다가 머리까지 좋아.”

“얘들아, 난 선우를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려 미칠 것 같아. 왜 이럴까?”

“이년아, 됐거등! 선우는 내 남자야. 좋은 말로 할 때 꿈 깨라.”

“지랄!”

“뭐, 지랄?”

“응. 지랄.”

“랄, 랄, 랄, 랄프~~”

“프? 프린스.”

“스키~”

“……키스?”

“꺄르르르~~~”

난데없는 끝말잇기다.

아무리 떨어지는 낙엽에도 배꼽이 빠지게 웃는다는 시기지만 참 뜬금없다.

어쨌든 이번 일을 통해 선우의 천재성이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원래부터 외모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머리까지 뛰어난 천재라고 말이다.

선우가 수업 시간에 ‘멍’한 표정을 보일 때마다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던 선생님들조차 이제는 그냥 내버려두는 추세다.

몇몇 선생이 그가 전국 1등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해 문제를 냈다가 오히려 선우의 반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안녕! 우리 천재님!”

뒤에서 인사를 하는 소리에 선우가 고개를 돌리자 금발의 미녀 캐서린이 서있다.

삼십 대 초반인 그녀는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는 아주 확실하게 나온 착한(?) 선생님이다.

얼굴도 제법 예뻐 학생들에게 인기가 무척이나 많았는데, 그녀는 현재 재경 중학교 소속 원어민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안녕. 캐서린!”

미국인이라 그런지 이렇게 이름을 불러도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

아니, 오히려 반긴다.

“선우, 오늘 화단 앞에 핀 꽃 봤어?”

“응, 봤어.”

“어제만 해도 꽃이 없었는데~~”

“후후후~ 그게 바로 자연의 위대함이지.”

“자연의 위대함이라, 아주 적절한 표현인데?”

캐서린은 선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저것 봐봐. 아주 예쁘지?”

“글쎄, 캐서린. 당신보단 별론데?”

“뭐?”

접대성이 다분한 멘트였지만 캐서린의 얼굴이 금세 환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여자들은 예쁘다는 칭찬에 약한 것 같다.

‘……보면 볼수록 닮았단 말이야.’

캐서린은 판타지 세계에서 그가 마법사로 조그만 명성을 얻었을 무렵 사귀었던 아홉 번째 애인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여기서 잠깐!

선우가 사귄 아홉 번째 애인이라는 말에 의문을 가질 일부 독자님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주겠다.

먼저 선우가 살았던 판타지 세계는 지구의 중세 시대와 비슷한 신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귀족 사회라는 소리다.

선우는 선천적 귀족이 아니었지만 그의 직업이 마법사였던 덕분에 세상에 나온 직후 귀족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귀족이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다.

이들은 지위 고하 그리고 가진 바 능력에 따라 공식적으로 여러 명의 부인과 첩을 가질 수 있었는데, 애인 정도의 수준이면 뭐 설명할 필요조차 의미가 없을 것이다.

참고로 선우는 판타지 세계에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수의 애인을 만들어 죽는 날까지 여한이 없을 정도로 재미나게 살았다.

이곳이 만약 판타지 세계였다면 선우는 그의 아홉 번째 애인을 꼭 빼어 닮은 캐서린을 애인으로 삼고 이미 저 큰 가슴에 그의 얼굴을 파묻고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두 사람이 친해진 이유는 선우의 영어 실력 덕분이다.

캐서린이 첫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은 178cm에 이르는 그녀의 큰 키(하이힐을 착용해 실제로는 185cm에 가까웠다.)에 그야말로 압도당했다.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원어민에 가까운 실력으로 스스럼없이 나선 존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선우였다.

첫 수업을 무사히 마친 그녀는 고맙다고 말하며 선우를 꼭 안아 줬고 덕분에 겉으로는 14살에 불과했지만 100년을 넘게 산 선우는 아주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오랜만에 풍만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시각,

서초동에 위치한 고급 한정식 집에서 규용과 상우가 만나고 있다.

“영재 테스트요?”

“그래, 동생도 알다시피 선우가 좀 비범한가?”

두 사람은 선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 본 모의 학력고사에서 전국 1등을 했다고 들었는데, 맞지?”

“네. 형님.”

“그것 봐. 보통이 아니라니까!! 사실 얼마 전에 선우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

“왜요?”

규용의 반문에 상우는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지금도 쉽게 믿겨지지 않았다.

“원서를 읽고 있더군. 그것도 러시아어로 된!”

“러, 러시아어요?”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린 규용은 기침을 해댔다.

-쿨럭쿨럭!!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러시아어. 보아하니 자네도 모르고 있었나 보군.”

“네, 우리 선우가 영어는 잘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러시아어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

“그뿐만이 아니야. 우리 딸막이에게 물어봤더니 중국어와 일본어 역시 원어민처럼 할 수 있다고 하더군.”

“헙!!”

상우의 말에 규용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며칠 후, 선우는 부모님의 기대 속에 IQ 테스트를 받게 되었다.

-IQ 160.

-IQ 190.

-IQ 170.

세 개의 숫자가 다른 이유는 선우가 각각의 다른 방식으로 세 번에 걸쳐 아이큐를 테스트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점수는 웩슬러 지능지수의 결과다.

웩슬러 지능지수는 기존의 아이큐 테스트와 기준이 많이 달랐지만 근래에 들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IQ 검사로 선우는 웩슬러 검사에서 160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기록한다.

참고로 웩슬러 지능지수는 160점이 만점이다.

“정말 천재로군. 천재야.”

“절 닮은 겁니다. 형님.”

“아니거든요. 절 닮았거든요.”

부모님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선우는 내심 ‘아차’ 하며 곧 이어질 두 번째 테스트와 세 번째 테스트에서 일부러 시험을 대충 보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 결과 월드 지니어스 디렉토리 검사에서 190.

별도의 측정 기준을 가지고 있는 멘사 IQ 테스트에서 170점을 기록한다.

두 점수 모두 높은 점수였지만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이나 주목을 받기에는 살짝 부족한 점수였다.

선우에 대한 부모님의 관심은 여전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천재의 탄생을 기대했던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수그러졌다.

“선우야, 너 말이야…….”

설연이 게슴츠레 눈을 뜨며 묻는다.

“일부러 틀렸지? 그렇지?”

“후후후~~후!”

설연은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을 보였고 선우는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