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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19화 (19/187)

◈ 제 19화

19화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

-재경 중학교.

“다들 조용히 하고 앉아라. 지난번에 서울 소재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력 평가를 봤었지? 자! 오늘 그 결과가 나왔다.”

모의 평가였지만 그래도 학력 평가 성적표가 나왔다는 말에 아이들의 분위기가 순간 조용해졌다.

“이름을 호명하면 앞으로 나와서 가지고 가면 된다. 김용찬.”

“네.”

“박문규.”

“네.”

“이효석.”

“……네.”

반 아이들은 담임의 호명에 차례대로 나와 성적표를 받아갔다.

-학급 석차 11등, 전교 석차 167등.

-전국 석차…….

“이호준.”

“네.”

호준의 성적표를 확인한 담임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들 축하해 줘라. 이번 학력 평가에서 우리 호준이가 전국 석차 18등을 기록했다.”

-워~~!!

-휘이익!!

아이들의 감탄성이 흘러 나왔지만 당사자인 호준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성적표에 반 석차 2등, 전교 석차 2등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누가 1등을 한 거지? 주민아? 아니면 호승이?’

“박춘식.”

“네.”

“황예승.”

“네.”

“예승아. 넌 좀 더 분발해야겠다. 알겠지?”

“……네. 선생님.”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주던 담임의 눈동자가 커졌다.

“모, 모두들 주목!!”

“……?”

“우리 반에서 전국 석차 1등이 나왔다.”

-웅성웅성!!!

“헐!!”

“대박! 전국 1등?!!”

“누구지? 누가 전국 1등인 거야?”

“호준이 아니야?”

“야! 임마. 호준이는 아까 전국 18등이라고 했잖아.”

“아, 그렇지.”

아이들의 궁금증이 정점에 달했을 때 담임의 입이 열렸다.

“선우야, 수고했다.”

“선우?! 최선우?”

“헐, 대박!!”

-웅성웅성.

“선우가 1등이라고?”

“저게 말이 돼?”

선우가 전국 1등이라는 말에 몇몇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수업 시간에 전혀 집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종종 멍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여자아이들은 그 모습마저도 화보 같다며 ‘꺅꺅’거렸지만 말이다.

암튼 선우의 전국 1등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최선우.”

선우 덕분에 반 석차 2등, 전교 석차 2등이 된 호준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선우를 불렀다.

“잠깐 나 좀 볼 수 있을까?”

“그래.”

선우는 호준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야?”

“음…… 그게 저…….”

막상 불러냈지만 호준은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뭔가 망설이는 표정이다.

“뭐야? 할 말 없으면 들어간다.”

“자, 잠깐! 잠깐만!!”

들어간다는 말에 머뭇거리던 호준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겠어. 혹시 커닝했니?”

“커닝?”

“응.”

“그걸 왜 묻는 거지?”

“넌…… 수업 시간에 멍하니만 있고 집중하지도 않잖아. 난 네가 1등을 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

“……쩝!”

돌이켜 생각해보니 호준이가 의심할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메모라이즈 마법을 이용해 책을 통째로 외워버렸어.’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호준아. 난 커닝 따윈 하지 않았어.”

“그, 그게 정말이야?”

“응.”

“그럼 어떻게 1등을 한 거야?”

“그냥 다 아는 문제가 나와서 풀었을 뿐이야.”

“…….”

호준은 선우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다음 날 점심시간,

학생주임 선생이 1학년 교실에 나타나 선우의 이름을 불렀다.

“최선우, 교무실로 따라와.”

“네?”

“못 들었어?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

학생주임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너 이 자식! 사실대로 말해.”

“뭘요?”

“이 자식이 계속 모른 척하네. 야! 임마, 최선우. 너 커닝했잖아.”

학생주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어서 바른 대로 말 못 해?”

“커닝 안 했습니다.”

“뭐? 이 자식이 어디서 거짓말을 해?”

학생주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다.

“선생님이 다 알아봤어. 네 수업 태도가 아주 불량하다고 하던데? 멍하니 있고 집중도 하지 않고 잠도 잔다며? 그런데 네가 1등을 했다고? 커닝이 아니라면 어떻게 1등을 할 수 있겠어?”

학생주임은 선우의 부정을 확신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어이, 최선우. 입이 있으면 한 번 설명해봐. 넌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선생님께서는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학습 태도가 불량한 학생은 1등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뭐?!”

선우의 반문에 학생주임이 당황해했다.

“그리고 전 그렇게 불량하지 않습니다.”

“이, 이 자식이 계속 오리발이네!!”

당황한 학생주임은 씩씩거리며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다.

그가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것은 바로 어젯밤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다.

-최 선생,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운영회장님.”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네…… 네…… 네에. 그것 참 이상한 일이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요. 수고 좀 해주세요. 그런 비양심적인 학생으로 인해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면 되겠습니까?

“아이고, 그럼요. 회장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조만간 시내에서 한번 봅시다. 내 밥 한번 사리다.

“네, 회장님.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학생주임 최국도는 당당한 선우의 태도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마치 범인을 취조하듯 선우를 대했다.

“이 새끼가! 감히 싹싹 빌어도 모자를 판에…… 아주 당당하구나.”

“증거라도 갖고 계신가요?”

“뭐?”

“제가 커닝했다는 증거가 있냐는 말입니다.”

“허……허허……!”

학생주임은 선우의 말에 황당해하며 헛웃음을 켰다.

“이 새끼 봐라, 그러니까 지금 니 말은, 니가 진짜, 니가 가지고 있는 실력으로 1등을 했다는 말이네.”

“네.”

“좋아. 그럼 네가 주장하고 있는 실력을 테스트해 봐도 될까?”

“여기서요?”

“그래. 지금 여기서!”

실력을 테스트해 보겠다는 말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교무실에 흘렀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뭐?”

“감당하실 수 있겠냐 물었습니다.”

“허! 이 새끼 봐라. 그래 인마. 감당해주마. 감당할 테니 지금 당장 풀어봐.”

최국도 선생의 말에 선우는 한쪽 입가를 올려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께서 감당하실 수 있다니, 그럼 제자 된 도리로 당연히 해드려야죠.”

잠시 후,

학생주임의 권한(?)으로 선우를 대상으로 한 특별 시험이 치러졌다.

예정에 없던 시험이었기에 국어, 영어, 수학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보게 되었다.

첫 문제부터 고난도 문제가 나왔다.

중학생 수준이 아닌, 고등학생들도 어려워할 문제다.

하지만 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험지를 슬쩍 한 번 보더니 이내 펜을 들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슥, 슥슥, 슥!

‘응? 벌써?!!’

최국도는 선우의 빠른 행동에 기가 찼다.

국영수 담당 선생들에게 특별히 부탁해 이번 시험에서 출제된 문제보다 훨씬 어렵게 문제를 만들었는데 어떻게 저리 빨리 문제를 푼다는 말인가?

‘……이 새끼! 틀리기만 해봐라. 넌 곧바로 퇴학이다.’

그는 선우가 답을 찍고 있다고 여겼다.

‘……정답.’

‘정답……. 정답…… 저, 정답……!!’

‘마, 말도 안 돼.’

최국도의 표정이 가관이다.

그는 선우가 보여준 놀라운 실력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믿을 수 없다.’고 주절거리며 몇 번이나 채점을 다시 했을까?

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

최국도는 애꿎은 시험지만 바라보며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아직도 시험이 필요한가요?”

“아, 아니. 이제 됐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감당하실지, 두고 보겠습니다.”

“…….”

그리고 이와 같은 시험 결과는 삽시간에 학교 전체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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