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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마법 작가다-14화 (14/187)

◈ 제 14화

14화 수앤 K. 롤링과의 만남

-볼로냐 몬테카를로 호텔 연회장.

라가치 상 수상 기념 파티가 열리고 있는 몬테카를로 호텔 연회장은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번 책은 저희와 함께~~”

“자! 건배합시다.”

“안녕하세요. <연어가 돌아오는 길>의 노틀링입니다.”

“반갑습니다. 노틀링 작가님.”

말이 기념 파티지, 파티의 진정한 목적은 계약이다.

예상외로 이런 자리에서 작가와 출판사 간에 계약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곤 했다.

“오~ 마이클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이번 미국 쪽 출판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선우의 시선을 잡아끄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저 여자는?!!”

그녀는 멋진 금발을 소유한 여인으로 선우의 기억이 맞다면 그녀의 이름은 수앤 캐슬린 롤링(Soan Kathleen Rowling), 영국 출신의 어린이 도서 작가로 전 세계 도서 시장에서 공전(空前)의 히트를 기록한 <헨리 포터>의 작가였다.

‘……그녀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선우의 기억에 따르면 수앤 롤링은 1990년 초, 기차를 타고 가던 중 해리 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 후 집 근처 카페와 술집에 앉아 마법과 모험이 가미된 해리의 이야기를 썼는데, 애석하게도 그녀가 쓴 <헨리 포터>는 너무 길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그 업자는 <헨리 포터>의 엄청난 성공에 아마 땅을 치고 후회하며 울음을 토해냈을 것이다.

어쨌든 여러 번의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소설은 <헨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수앤과의 만남은 애초부터 계획에 없던 일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된 그가 어떻게 영국에 있는 수앤과 만난다는 말인가?

그러나 운명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

“설마 내가 라가치 상을 수상한 덕인가?”

선우는 뭔가 복잡한 심사가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와 같은 시각,

수앤은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며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내 이야기가 정말 재미없나?”

아동 작가를 꿈꿔왔지만 이제는 정말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너무나 아쉬웠다.

그것은 정말 마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떠오른 이야기, 그녀는 뭔가에 홀린 듯 스토리 라인을 잡고 줄거리를 적었다.

부푼 기대를 가지고 출판사를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거절이었다.

‘대체 이걸 누가 보냐?’라는 혹독한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출판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라가치 상 수상전에 관한 기사가 들어왔다.

그녀는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구입해 볼로냐에 왔다.

“후후후~~ 볼로냐라니, 내가 정말 미쳤었나 봐.”

예정에도 없던 여행으로 인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지만 작가를 꿈꿔왔던 자기 자신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니 한 푼도 아깝지 않았다.

“<노리네>, <마틸다의 할머니>, <작은 별>, 역시 재밌네.”

수앤의 손에는 라가치 상을 수상한 아동 도서들이 잔뜩 들려있었다.

“그래도 대상(大賞)은 역시 <단팥빵>이야. 내가 봐도 이게 제일 재밌었어.”

<단팥빵>은 그녀가 추구해오던 판타지적 요소에 적잖은 감동까지 두루두루 갖춘 작품이었다.

대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태리 작가라 했나? 이름이 재밌네. 실명일까? 아님 필명일까? 그는 어떤 사람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성별은 물론 작가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녀는 이태리 작가에 대해 짙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태리 작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후우~~”

와인 몇 잔에 취기를 느낀 탓일까?

열기가 오른 수앤은 찬바람을 쐬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섰다.

“시원해.”

밤공기가 차가운 것이 꽤 마음에 든다.

기념 파티로 인해 몬테카를로 호텔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텔 연회장에 몰린 탓인지 호텔 외곽은 한산했다.

한편 수앤이 호텔 밖으로 사라지자 선우 역시 그녀가 사라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빠~ 어디 가는 거야?”

로비를 통해 막 밖으로 나가려는데, 여동생 혜진이 선우를 향해 쪼르르 달려온다.

“여기 심심해, 밖에 나가는 거면 나도 같이 가. 오빠.”

“…….”

쩝! 이러다 수앤을 놓치기라도 하면 안 되는데, 여동생은 선우의 마음도 모르고 같이 나가자고 한다.

마음이 급해졌다.

“혜진아, 오빠, 지금 화장실 갈 거야.”

“화장실?”

“……응.”

“급해? 큰 거야?”

혜진은 다짜고짜 급하냐고, 큰 거냐고 물었다.

큰 것은커녕 작은 것도 아니지만 그녀를 떼 놓기 위해선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다.

“응. 오래 걸릴 거야. 여기 와서 한 번도 못 쌌어. 미안한데 조금만 더 혼자 놀래? 이따 오빠가 놀아줄게.”

“쳇! 알았어. 변비 오빠~~”

-빠직!

‘변비 오빠라니, 이 녀석이.’

변비 오빠라는 말에 순간 꿀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살짝 일어났지만 애써 참았다.

혜진은 자신의 매우(?) 사랑스런 여동생이 아닌가?

선우는 애써 웃어 보이며 화장실에 가는 척, 호텔에서 빠져 나왔다.

“어딨지?”

서두른다고 했는데, 이미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선우는 발걸음을 재빨리 움직였다.

잠시 후,

한 여인의 당혹스런 음성이 들려왔다.

연회가 벌어지고 있는 호텔에서 조금은 멀리 떨어진 곳이다.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을 통해 감각이 무척이나 예민해지지 않았다면 선우 역시 듣지 못했을 것이다.

선우는 그녀에게 뭔가 곤란한 상황이 찾아왔음을 인지하고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재빨리 뛰었다.

“저리 가세요.”

덩치 좋은 남자 두 명과 수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어이, 미국인 아가씨? 혼자 왔으면 우리와 함께 가자고~”

“그러게 우리가 술 한잔 산다니까!”

수앤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엔 그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 없어요. 비켜 주세요.”

그녀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괜히 어설프게 받아줬다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에이~ 같이 가자~”

“이 손 놔요!”

수앤의 입에서 나온 외침에 남자는 당황하는 눈치다.

“Mannagia!(제기랄!), 싫으면 싫은 거지 왜 소릴 질러?”

“Che cazzo(씨X), Che Merda(이런 똥 같은 년)! 매너 있게 가려고 했는데, 이거 안 되겠군!”

“그러게 말이야.”

욕설과 함께 순간 수앤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빛이 달라졌고 그녀 역시 한순간 험악해진 분위기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이, 그만하지.”

이때, 수앤의 뒤쪽에서 낯선 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흠칫!

낯선 이의 음성에 순간 움직임을 멈추는 남자들이다.

선우는 그들을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주변이 어두웠던 탓에 선우의 미소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탄탄해 보이는 키와 몸매로 인해 묘한 긴장감이 스멀스멀 깨어났다.

더욱이 선우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던 탓에 언뜻 경호원 같은 분위기마저 자아내고 있었다.

“넌 누구지?”

“나? 난 그냥 지나가던 사람.”

“……이 여자와 아는 사인가?”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상관하지 말고 가던 길, 조용히 가는 게 어때? 뭘 믿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크게 다치는 수가 있어.”

-뚝뚝!

말을 끝낸 녀석은 자신의 두꺼운 주먹을 보이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큭! 다친다고?”

이때 구름에 가린 달님이 시샘이라도 했는지 고개를 환히 내밀었다.

그 순간 선우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뭐야, 동양인?”

“그것도 상당히 어린 녀석 같아 보이는데?”

동양인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단언컨대 아무리 잘 봐준다고 해도 20대 초반이다.

“이봐, 어린 친구, 내 동생 같아 보여서 하는 말인데, 다치기 전에 꺼져. 마지막 기회다.”

선우는 남자의 말에 하얀 이빨을 내보이는 동시에 대답 대신 조용히 가운뎃손가락을 꺼내 들었다.

“……?!!”

“이런 개새끼가!!”

선우의 행동에 화가 폭발한 남자는 선우를 향해 곧장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이미 남자의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던 선우는 왼손을 들어 남자의 주먹을 쳐냈다.

-휘릭. 탁!!

“어라? 이 새끼 봐라? 운동 좀 했나 본데?”

선우를 향해 주먹을 뻗은 남자는 순간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은 마치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운동? 그래, 운동 좀 했지. 저주 계열의…….”

“뭐? 뭐라고?”

“…….”

다음 순간,

수인을 완성시킨 선우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무력(asthenia)! 중독(poison)!”

저주 마법 계열의 무력(asthenia)과 중독(poison)이 두 사람을 덮쳤다.

“허억!”

“웁!”

그와 동시에 선우의 몸이 그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휘이익!

손짓 한 번에 한 사람씩, 균형을 잃은 거구의 몸이 공중을 한 바퀴 돌며 바닥에 떨어진다.

속이 뒤집히는 고통과 함께 온몸을 휘감은 무력감은 두 사람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린 모양이다.

“컥!”

“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두 사람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괜찮으세요?”

“……!!”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수앤이다.

그녀는 훗날 선우와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눈을 떠보니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 달빛에 취한 것인가?

신비한 분위기의 그 남자.

그의 검은 머리는 비단결과 같았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의 눈은…….

마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다처럼 깊었다.

* * *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이요?”

“네.”

수앤은 정말로 천재적인 작가였다.

선우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녀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상상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부엉이요?”

“네. 부엉이가 마법사들의, 그러니까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거죠.”

“……!!”

선우는 그녀가 지금 말하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헨리 포터>의 줄거리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놀랍군요.”

“뭐가요?”

“사실 저도 수앤이 방금 이야기한 종류의 판타지 소설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선우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탁월한 거짓말을 선보였다.

“정말이요?”

“네.”

“좋아요. 그럼 제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번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선우는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방대한 양의 해리 포터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뉴욕의 허름한 주택가, 잭이라는 이름의 생쥐가 주인공을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절대적인 악에 의해 부모를 잃은 주인공, 고아로서의 삶, 마법 세계로의 입문, 모험, 우정, 사랑 그리고 절대 악과의 조우…….

선우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수앤의 표정이 점차 당혹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당혹감이 곧 놀람과 경악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 막 <헨리 포터>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수앤과 비교해 선우는 <헨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시작해 <비밀의 조각방>, <아즈라엘의 죄수>, <물과 불의 잔>, <삼족오 기사단>, <혼혈 왕가>에 이어 시리즈의 완결편인 <지옥문의 성물>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

비록 소설의 글자 하나, 토씨 하나까지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비약적으로 상승한 기억력으로 인해 80% 정도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점에 선 소설과 이미 완결이 난 이야기.

두 작품의 차이는 아주 명확했다.

“어때요?”

“······정말 재밌어요.”

“그게 단가요?”

“네?”

“정말 그게 다냐고요.”

“…….”

선우의 질문에 수앤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유사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요?”

“……네?!!”

선우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수앤은 우물쭈물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네.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진 모르겠는데, 사실 제가 구상한 소설과 일부 유사한 플롯이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그러게요. 동감해요. 저 역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거든요.”

“…….”

“…….”

두 소설의 기본 플롯이 굉장히 유사하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깊은 침묵에 잠겼다.

어느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100%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표절을 주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깊은 한숨과 함께 수앤이 먼저 침묵의 시간을 깼다.

“휴우~! 안타깝지만 인정할게요.”

“……?”

“그래요. 당신의 이야기가 훨씬 더 재밌고 세계관 역시 더 방대해요.”

수앤이 먼저 선우의 글에 대해 인정했다.

‘당연하죠, 이건 당신이 무려 10년에 걸쳐 쓴 글이니까요.’

“어차피 작가의 꿈을 접으려고 했었어요. 출판사에서도 까였고 말이에요. 전 괜찮아요.”

“…….”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슬픈 기색이 엿보였다.

선우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수앤.”

“네.”

“이곳에 온 이유가 라가치 상 시상식 때문이라고 했죠?”

“네.”

“그럼 좋아요.”

“네?”

뭐가 좋다는 말인가?

수앤이 의아한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갸웃하자 선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할게요. 제 이름은 최선우, 필명은 이태리. 라가치 상을 수상한 <단팥빵>의 저자가 바로 저예요.”

“네. ……네?”

선우의 말에 그녀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다, 당신 지금 뭐, 뭐라고 했어요? 당신이 이태리 작가라고요?!!”

“네. 제가 이태리예요.”

“당신이 <단팥빵>을 쓴 그 작가라고요?”

“그래요. 게다가 얼마 전 <아빠를 부탁해>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헐?!!”

경악하고 있는 수앤을 내버려두고 선우는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수앤의 이름을 불렀다.

“수앤. 수앤?”

“…….”

“수앤?!!”

“……네? 네.”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무려 세 번 만에 대답한다.

“수앤,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제안이요?”

“네.”

“무슨 제안인데요?”

“당신이 쓴 소설의 제목이 <헨리 포터>라고 했죠?”

“네. 아직 가제지만요.”

“나와 함께 <헨리 포터>를 완성해 보는 게 어떨까요?”

“네?”

선우의 제안에 수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설마 공동 집필을 말하는 건가요?”

“네.”

“왜, 왜죠?”

라가치 상과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은 저명한 작가가 왜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

더욱이 이야기의 플롯은 비슷하지만 자신보다 완성도가 훨씬 높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수앤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선우는 침착하게 그리고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먼저 작품의 배경이 영국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고풍적이면서도 아주 클래식해요. 제가 설정한 뉴욕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좋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부엉이를 메신저로 사용한 점은 정말 어메이징했어요.”

“…….”

“그리고…….”

선우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붐비는 기차역을 통해 마법 세계로 향한다는 이야기는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더군요. 당신이 허락한다면 전 당신과 함께 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

수앤을 향한 선우의 설득과 구애가 시작되었지만 수앤은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제겐 초반부 스토리밖에 없어요. 하지만 당신에겐 이미 완결에 가까운 방대한 내용이 있죠.”

“그건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네, 당신에게 많은 것을 얘기했지만 저 역시 대략적인 스토리보드만 구성했을 뿐,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아……!!”

“수앤, 전 당신과 꼭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선우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말이세요?”

“네, 진심이에요.”

선우의 마음이 느껴졌음일까?

그녀의 분위기에서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느껴졌다.

선우는 마침내 화룡점정을 찍을 때가 왔음을 알았다.

“당신이 저와 함께하겠다고 한다면 출판에 관한 문제 역시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

잠시 후,

마침내 뭔가를 결정한 듯, 그녀의 입이 열렸다.

“정말 저와 함께하고 싶어요?”

“네.”

“……출간도 가능하고요?”

“그럼요, 제가 이래 봬도 라가치 상과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아닙니까?”

“풋!”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재밌나 보다.

수앤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좋아요. 당신과 함께하겠어요.”

마침내 그녀의 입에서 선우와 함께하겠다는 말이 떨어졌다.

“고마워요. 수앤, 우리 한번 멋지게 만들어 봅시다.”

‘수앤, 한 가지만 양해를 부탁드릴게요. 당신이 만든 원래 스토리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겠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다를 겁니다.’

선우는 원작에서 헨리 포터와 조르미온느가 아닌 그녀와 돈 위즐리가 맺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원래 주인공들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선우는 자신이 관여하는 <헨리 포터>에선 꼭 헨리와 조르미온느를 꼭 연결시켜줘야겠다고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며칠 후,

선우는 태양 로펌의 도움을 통해 수앤과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 수앤은 선우의 제안에 따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그녀가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는 전적으로 선우의 나이 때문이다.

“……14살?!!”

“네.”

“오 마이 갓!!”

선우의 나이를 알게 된 수앤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녀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알게 된 살리에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왜 선우가 자신의 정체를 숨겼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선우의 나이(학업 문제로 한국을 떠날 수 없다는) 때문에 한국에서 집필하기로 한 수앤은 선우의 정체에 대한 함구를 약속하며 일단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 그녀는 한국에 도착한다.

한편 그녀보다 먼저 한국에 돌아온 선우 역시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의 수련과 함께 기억 속에 숨어 있는 <헨리 포터>를 끄집어내기 위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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