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1화
11화 학교 폭력이 무서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그늘진 표정의 재민이 선우에게 다가왔다.
눈가에 보이는 시퍼런 멍은 쓰라린(?) 승리의 상처다.
“야, 최선우.”
“왜?”
“상민이가 잠시 보자고 하는데?”
“날?”
“응.”
“왜?”
“네게 할 말이 있다고 했어. 아주 중요한 말이라던데!”
‘역시 일을 꾸민 건 이상민이었군.’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에서 도합 100년을 산 선우다.
눈치를 보니 아무래도 이상민이 제대로 날을 잡은 것 같다.
“어디서 보자고?”
“체육관 창고.”
“체육관 창고?”
선우의 반문에 재민의 동공이 흔들린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래?”
선우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육관 창고에서 해야 할 중요한 얘기라……. 그럼, 가봐야겠네. 그래. 가자! 재민이 네가 앞장서.”
선우는 재민을 따라 교실 밖으로 나갔다.
“여~ 왔냐?”
체육관 창고로 들어가자마자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는 듯, 상민은 손까지 흔들며 선우를 반긴다.
그러나 상민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무슨 일로 보자고 했어?”
“너 손 좀 봐주려고~”
“손? 너 손금 볼 줄 아냐?”
“……이 새끼가!! 진짜 어이 상실이네. 야. 이 새끼야. 애들 앞에서 감히 나를 깔아뭉개고, 그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난 싸우기 싫은데.”
선우의 말에 상민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큭! 왜, 겁나냐? 미안한데 이미 늦었어. 야! 문 잠가.”
상민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창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찰칵!
그리고 상민을 따르는 몇몇 아이들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흐흐흐…….”
“재수 없는 새끼, 오늘 잘 걸렸다.”
“…….”
뭐 나름 공포 분위기를 잡으며 등장하긴 했는데 선우의 표정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특이한 것은 아이들의 손에 검정색 봉투가 보인다는 점이다.
“야! 최선우. 공부만 하는 샌님인 줄 알았는데, 아까 보니 아주 날더라.”
“날진 않고 그냥 너보다 조금 뛰어나다고나 할까?”
선우의 대답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상민이었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상민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못 들었어? 내가 너보다 좀 뛰어나다고 했잖아.”
“……?!!”
그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 오면 겁을 먹어야 정상인데, 선우에겐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새낀 대체 뭐지? 배짱을 부리는 건가?’
“한 번만 얘기한다. 문 열어.”
“뭐 이 새끼야?”
“또 못 들었냐? 문 열라고, 이 븅신아.”
선우의 말에 상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야, 이 개새끼야. 아가리 안 닥쳐?!!”
“큭크크…… 저 새끼 똘아이 아냐?”
“상민아, 저 새끼 졸라 웃긴다. 완전 미친놈이네.”
그에 비해 상민이 불러 모은 아이들은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상민은 결국 꼭지가 돌았다.
자신 앞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면 좋게 넘어가주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계획한 대로 실행해야겠다.
“야! 다들 준비한 것 꺼내.”
상민의 말에 아이들은 검은색 봉투 안에 있던 내용물을 꺼내 보였다.
그것의 정체는 본드였다.
1. 아이들이 합심해 자신을 제압한 후, 강제로 본드를 흡입하게 한다.
2. 그 후 정신을 잃게 되면 경찰에 신고한다.
3. 선우는 교칙에 의해 무기정학 혹은 퇴학이다.
선우의 머리가 비상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그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를 창고로 부른 것 자체가 이미 용서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본드? 준비한 게 겨우 그거냐?”
“뭐?”
‘대체 저 터무니없는 자신감의 근거는 뭐지?’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선우의 모습에 상민은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이미 칼을 빼어 들었다.
“……저 새끼부터 잡아.”
“오케이!”
“후후후! 재수 없는 새끼! 잘 걸렸다.”
상민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친구들이 선우에게 다가왔다.
-슥, 스윽!
녀석들은 수적인 우세를 믿는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다가왔다.
그에 반해 선우는 아이들을 정면으로 마주본 상태에서 뭔가 기묘한 자세를 잡는다.
“뭐야? 저건?”
“손…… 체조야?”
아이들이 황당해하는 순간, 선우의 입가에 조소가 서렸다.
“……저주(curse).”
수인을 재빠르게 완성한 선우의 입에서 룬어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순간 전신을 휘감는 냉기를 느꼈다.
그것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심장을 조이는 느낌이었다.
“으앗!”
“무, 뭐야??”
“으으으……!”
“덜덜덜……덜…… 이게 뭐야?”
그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 저들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나, 나도…….”
선우는 자신의 품에서 조용히 장갑을 꺼내어 착용했다.
무력감에 빠진 녀석들이다.
아마도 족히 삼 일은 쫄쫄 굶은 사람처럼 힘이 없을 것이다.
‘굉장히 아프게, 하지만 상처가 나지 않게 때린다.’
흑마법사의 제자가 되어 처음으로 한 일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몬스터를 대상으로 찌르고 자르고 꿰매는 일이다.
굉장히 아프지만 흉이 나지 않게 때리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만큼 쉬운 일이었다.
-툭.
“아악!”
그저 가볍게 눌렀을 뿐인데 비명을 지르는 승태다.
선우는 그 자리에서 유령처럼 움직여 다른 두 녀석의 명치를 그대로 때렸다.
“케엑.”
두 명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선우가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찰진 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악!”
그냥 툭 치는 것 같았는데 어찌나 아파하는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상민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물론 반격도 있었다.
-쉬익.
큼지막한 주먹이 바람을 일으키며 선우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그뿐이다.
“느리다, 느려.”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금세 상황이 정리될 줄 알았던 상민은 상황이 180도로 변하자 크게 당황했고 잠시 숨을 고른 선우는 다시금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씨, 씨X! 저, 저리 비켜. 비키라고!”
-쫙! 퍽!
“악!”
“으악!!!”
상민의 눈에 놀람과 경악 그리고 공포가 올라왔다.
“재민아, 잡아, 어서 저 새끼를 잡으라고!”
“어? 어……!!”
재민은 상민의 명령에 어정쩡하게 대답하더니 선우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감히 날 잡겠다고?”
선우의 입가에 싸늘한 냉소가 떠오르는 순간 그의 왼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퍽! 퍼퍽!
재민의 턱이 두세 차례 돌아갔다.
선우는 곧바로 재민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넌 날 여기에 데리고 왔지, 좀 더 세게 맞자.”
선우는 한 걸음 가볍게 내디디며 그것의 힘을 이용해 로우 킥을 날렸다.
-퍼억!!!
“악!!”
재민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뼈가 부서지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허벅지 근육이 찢어졌을 것이다.
“으…… 으으……!”
허벅지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재민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새어나왔다.
“어…… 어…… 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상민은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바로잡기엔 이미 늦어 버렸다.
-퍼억!
“꺼억!”
선우의 주먹이 상민의 복부로 한순간에 박혀들었다.
하지만 선우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넌 좀 더 맞아야지.”
은근 뒤끝을 보이는 선우다.
-짜악!
선우는 손바닥을 이용해 상민을 때려줬다.
-짝, 짝짝짝!! 쫘악!
아주 시원하게, 매우 통쾌하게 귀싸대기를 날려줬다.
잠시 후,
상민을 비롯해 그의 똘마니들까지 모두 창고 바닥에 뻗어버렸다.
“직접적으로 손을 쓰는 건 여기까지만 해주지. 하지만 니들이 날 위해 준비한 선물을 이대로 버린다면 그건 예의가 아니겠지?”
검은색 봉투와 본드를 바라보고 있는 선우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 *
“네?!”
재경 중학교 최원범 교장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게 지금 무슨 말입니까?”
“체육관 창고에서 1학년생들이 패싸움을 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교장의 반문에 학생주임은 다급한 얼굴로 답했다.
“외상은 크지 않은데, 문제는 창고에서 다량의 본드가 발견되었습니다.”
“보, 본드요?”
최원범 교장의 안색이 변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현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비닐 봉투와 본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아이들이 환각 상태에서 패싸움을 벌인 것 같습니다.”
“이런 몹쓸 놈들 같으니라고! 모두 퇴학시키세요.”
퇴학시키라는 교장의 말에 학생주임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그, 그게 좀…….”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이들 중에 상민이가 있습니다.”
“상민이가요?”
“네, 교장 선생님.”
한경 제약 오너가의 자식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에 최원범 교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민의 부모가 아들의 입학을 기념하며 학교 발전 기금으로 무려 1억 원이란 거금을 기부하지 않았는가?
최원범 교장은 콧등에 걸쳐 있는 자신의 안경을 매만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학생주임 선생님.”
“네, 교장 선생님.”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일단 양호실에 있습니다.”
“이번 일……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조용히 해결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학교의 명성과 이름에도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말입니다.”
“……!!”
교장과 학생주임의 눈빛이 교차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무언의 동의가 이루어졌다.
“네, 잘 알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하하하! 역시 학생주임 선생은 나와 말이 잘 통해서 좋아요.”
“과찬이십니다.”
“아니에요, 내가 학부모들과 조만간 자리를 한번 만들 테니 그때 같이 한번 봅시다.”
“불러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좋습니다. 좋아요. 참! 그런데 말입니다.”
“네, 교장 선생님.”
“……혹시 모르니 이번 일과 관련해 상민이의 이름은 일단 빼는 걸로 합시다.”
“물론이죠.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재경 중학교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이렇게 흐지부지 덮어지는 듯했다.
며칠 후,
학생주임이 다급한 표정으로 교장실을 찾았다.
“큰일 났습니다. 교장 선생님.”
“무슨 일인가?”
“이, 이것 좀 보십시오. 지금 하이텔과 천리안에서 난립니다.”
-<재경 중학교 본드 흡입>
⤷와! 대박.
⤷학교에서 본드를 마셨다는 거야?
⤷쟤들 죽인다.
⤷나도 저 학교로 전학갈래.
⤷재경 중학교 개판이네.
-<명문 사립 재경 중학교의 진실>
⤷헐……!!
⤷미친 것 아냐?
⤷학교에서 본드를 불다니, 패기 작렬!!
⤷질풍노도의 시기, 정의는 승리한다.
⤷위의 분, 지금 뭐라는 거니?
“……!!”
인터넷에 무작위로 뿌려진 관련 자료로 인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커졌다.
학교 측에선 친구들 간의 단순한 다툼이었다는 식의 보고서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관련 영상이 공개되자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진 것이다.
바로 재벌가의 손자 덕분이었다.
-<재경 중학교 본드 사건>
-<한경 제약 회장의 손자, 이상민>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일을 주도적으로 덮었던 교장과 학생주임의 표정이 참담하게 변해갔다.
-<그것부터 알고 싶다. 학교 폭력 이대로 좋은가?>
-
-
누군가의 제보로 인한 것인지, 교육부에까지 진정(陳情)이 들어가 상황은 그야말로 정점을 찍고야 말았다.
학교 폭력 사태를 은폐, 축소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명문 사립이라 불리던 재경 중학교는 이번 일로 인해 된서리를 맞았고 이번 일에 연관된 다섯 명은 모두 퇴학을 당했다.
그러나 실제로 따져 보면 다섯 명의 아이들은 학업을 유지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두 명은 대안 학교에 들어갔고 다른 두 명은 제주도에 위치한 국제 학교로 전학을 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상민 역시 해외로 도피성 유학을 갔다는 소식이 짧게 들려왔을 뿐이다.
각설하고 이번 본드 사건으로 인해 재경 중학교는 쑥대밭이 되었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선우는 정작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꺄아악!
-꺄아아아~~~
“와, 분위기 쩐다.”
“정말 귀족 같지 않니?”
“걷는 것도 어쩜 저렇게 내 맘에 쏙 들지?”
교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선우를 향해 같은 중학교는 물론 인근 학교에서 몰려든 여자아이들이 쉴 틈 없이 수군거리고 있다.
“진짜 이해를 못 하겠다니까!!”
“뭐가?”
“이상하지 않아?”
“그니까, 뭐가?”
“선우 말이야.”
“선우가 왜?”
“사실 쟤가 완전, 뭐 대박으로 잘생긴 건 아니잖아.”
“그렇지.”
“그런데 여자애들 반응이 왜들 저러냐고?”
“꺄악!”
“엄마야, 어떡해. 날 봤어.”
“지랄~ 이년아, 날 본 거거든!!”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우보다 잘생긴 사람들은 분명 있다. 그런데 시선을 뗄 수 없다.
최선우, 그는 분위기 깡패, 시선 강탈자가 맞았다.
“선우야~”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리자 창문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민 설연이 보인다.
그리고 하얀색 밴 한 대가 미끄러지듯 선우 앞에 정차했다.
“히잉~ 보고 싶었어.”
영화 촬영 덕에 2주쯤 보지 못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입술을 한껏 삐쭉거리는 설연이다.
“영화 촬영은 잘 끝낸 거야?”
“응. 끝나자마자 너 보려고 바로 학교로 온 거야.”
어쩐지, 평소에는 보기 힘든 복장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길이 엇갈렸겠다. 그치~”
“그랬겠네.”
“선우야, 오늘 나 어때? 예쁘지?”
“어, 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뜸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는 설연의 행동에 선우의 몸이 움찔거렸다.
방심한 순간 설연의 동그란 눈동자와 분홍빛 입술이 선우의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상대를 향해 2cm만 가까이 다가간다면 역사가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어우! 이건 위험하다.’
선우는 서둘러 고개를 뒤로 당겼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선우야, 정신 차려, 설연인 고작 14살이야. 미성년자라고! 이건 범죄야. 범죄!’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선우에게 있어서 설연은 여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설연이 여자로 느껴질 때가 있다.
방금 전처럼 말이다.
‘중학교 1학년인 주제에 진짜 예쁘단 말이야. 몸매도 아주 착하고! 이대로 잘 크기만 한다면…… 에잉!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선우야, 선우야, 최선우~”
“……어, 어?”
설연의 계속된 질문에 선우는 혼자만의 상념에서 겨우 깨어났다.
“대답 안 해줄 거야?”
“뭘?”
“오늘 나 예쁘냐고 물었잖아.”
“……그, 글쎄.”
“쳇~”
선우의 대답에 설연은 또다시 입술을 내밀고 삐죽거린다.
저렇게 귀여우면서도 어린아이와 같이 투정 부리는 모습을 보면 선우 역시 무장 해제가 되는 기분이다.
“그래, 예쁘다. 예뻐.”
“호호호~~ 이야~ 신난다.”
이때 최영선 실장이 대화에 참여했다.
“얘들아. 밖에서 그러지 말고 차에 타지 그래?”
그녀는 설연을 담당하고 있는 T&B 엔터테인먼트 실장이다.
“오랜만이네요. 실장 누나.”
“그래, 선우야.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지?”
“네.”
“자! 일단 타라.”
선우와 설연은 하얀 색 밴에 탑승했다.
최영선 실장은 설연의 친구라는 선우를 처음 봤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만약 T&B 엔터 김일환 대표의 언질이 없었다면 아마 납치했을지도 모르겠다. 후후후!
“얘들아. 여기서 차로 한 20분만 가면 조용하고 예쁜 카페가 있는데, 우리 거기 갈까?”
“예쁜 카페요?”
“응. 카페가 예쁘지만 무엇보다도 거기 디저트가 굉장히 맛있어.”
“오오~ 디저트!! 저 갈래요. 선우야~ 같이 가자, 응?”
최영선 실장의 달콤한 제안에 설연은 선우를 향해 마치 주인의 허락을 애타게 구하는 강아지마냥 두 눈을 반짝거렸다.
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오예~”
“잠깐만! 거긴 유명해서 일반인들도 많이 오니까, 일단 조금만 가리자. 설연아. 여기 모자랑 마스크~~”
“네.”
“흐음~~!”
선우는 설연의 변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왜 선우야, 너도 해보고 싶어?”
선우가 관심을 보이자 최영선 실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저도 해봐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어떻게 변장하고 싶어?”
“……평범하게 보이고 싶어서요.”
“그래? 그럼 음, 이런 스타일은 어떨까?”
그녀는 선우의 앞머리를 길게 내리고 마치 명탐정 도일 스타일 같은 검고 두꺼운 안경을 씌웠다.
확실히 프로는 프로다.
단순한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호오~~’
선우 역시 만족했다는 얼굴이다.
‘좋은데, 이제 좀 편하게 다닐 수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