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화
8화 <단팥빵>의 완벽한 성공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선우는 동네 어귀에 있는 권투 도장을 찾았다.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을 통해 충분히 강해지고 있었지만 설연 사건을 통해 어느 정도 체계적인 수련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 복싱을 배우고 싶다고?”
“네.”
과거 이계에서 그와 인연을 나누었던 기사 베르하젤의 체술을 익힌다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다.
앞으로 최소 5년에서 10년은 익혀야 베르하젤의 체술을 몸이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복싱이었다.
“한 달에 5만 원이다. 어이, 박 코치.”
최강철 관장은 한쪽에서 관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호성 코치를 불렀다.
“네, 관장님.”
“여기 어린 친구, 기초 좀 봐줘.”
“네, 알겠습니다. 관장님.”
이때까지만 해도 최강철 관장은 체력 단련을 위해 등록한 학생으로 여겼을 뿐 선우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호오~ 너 자세가 꽤 좋은데? 복싱 해봤니?”
“아니요. 처음입니다.”
“그래? 이름이 뭐니?”
“최선우요.”
“그래, 선우야. 내 이름은 박호성이야. 앞으로 코치님이라고 부르면 돼.”
“네, 코치님.”
선우의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무렵,
마침내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단팥빵>이 세상에 나왔다.
“<단팥빵>?”
“이게 뭐지?”
“호호호! 단팥빵이라, 책 제목이 꽤나 먹음직한데~”
“여보, 애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한 권 사볼까?”
좋은 물건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본다는 말처럼 단팥빵이 서점가에 풀린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팥빵> 대박, 재밌어요.
-감동이에요.
-아이들이 재밌다고 난리예요. 다음 권은 언제 나오죠?
⤷저도 다음 권이 보고 싶어요.
-우리 아들이 달라졌어요. 얘가 지금 집에서 책을 읽고 있다고요.
-작가님의 다른 작품은 없나요?
-<단팥빵> 완전 강추!!
-이거 혹시 시리즈로 나오는 건가요?
-TV로 보고 싶어요.
⤷1빠
⤷저도요
⤷3등, 저도요.
독자들의 이와 같은 반응은 그대로 판매까지 이어졌고 이미 흥행을 예상하고 있던 선우는 <단팥빵>의 다음 권을 연이어 출판사에 보냈다.
“헐!!!”
“왜요?”
“단팥빵 원고가 들어왔어.”
“네? 삼 일 전에 받았는데요.”
“그건 두 번째 원고였고 이거 세 번째 편 원고야.”
“헐헐!!”
“……대박!”
선배의 말에 출판사 직원들의 표정이 볼만하다.
“자자!! 뭐하고들 있어? 미선 씨는 교정부터 보고 최 대리는 3권에 쓸 표지 디자인 좀 알아봐!”
“네. 팀장님.”
“네.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윤정환 팀장 역시 내심 깜짝 놀란 상황이었다.
“이 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이야? 밥 먹고 책만 쓰나?”
밀려드는 일거리에 몇몇 직원은 울상을 지어 보였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단팥빵>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생각지도 않은 보너스가 입금되었기 때문이다.
“와아, 감사합니다.”
“사장님, 최고예요.”
보너스를 받은 직원들은 회사가 떠나가라 환호성을 질렀다.
단팥빵의 판매고를 보라!
초판 1쇄에 이어 2쇄 그리고 3쇄까지 시장에 내놓는 즉시 완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리즈 2편과 3편 역시 이달 안에 출간될 예정이다.
출판사 내부에선 2편과 3편도 완판을 예상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 자! 어서들 움직여. 김 대리는 총판에 연락 넣고.”
“네, 사장님.”
“윤 팀장은 **문고와 미팅 좀 잡아줘. 이번엔 대대적으로 이벤트 좀 하자~~”
“넵.”
규용은 <단팥빵>의 마케팅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단팥빵>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서점에 풀리는 날이면 대형 문고와 협력해 각종 이벤트를 벌였고 그 덕에 자녀들과 함께 서점을 찾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뉴스에 나오기까지 했다.
각설하고 어린이 도서 시장에서 <단팥빵>의 돌풍이 이어지자 기업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돈이 되겠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기업들은 <단팥빵>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이용한 상품들을 하나둘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나 이거.”
“어머~ 여기에도 <단팥빵>이 그려져 있네.”
“저기 봐, 저기에 <단팥빵> 공책도 있어.”
문구점, 편의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같은 빵집에서도 <단팥빵>의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생각지도 않은 결정적 한 방이 터졌다.
-화제의 어린이 동화 <단팥빵>, TV 애니메이션 제작 결정.
어린이 도서 시장에서의 선풍적 인기를 바탕으로 어린이 동화 <단팥빵>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뉴스를 탄 것이다.
이를 통해 이태리라는 작가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서서히 거론되기 시작했다.
-교보문고
백발이 성성한 외국인이 서점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서점에서 그와 같은 외국인이 책을 구입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손자 혹은 손녀에게 줄 동화책을 사려는 것일까?
그는 아동용 도서가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한 권의 동화책을 손에 쥐었다.
“……단팥…… 빵?”
책장을 넘기던 노인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 * *
“여기야, 여기.”
선우를 만난 설희는 <단팥빵>의 엄청난 성공에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달에 들어온 인세와 기업들에서 받은 로열티만 해도 대략 1억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뭘 그렇게 놀라요?”
“……헐!”
설희는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선우야, 지금 네 통장에 얼마가 있는 줄 알아? 억이야, 억! 이번 달에 들어온 것까지 합치면 무려 5억 가까이 된다고!”
“그런데요?”
“야! 5억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아? 그 돈이면 대치동에 있는 은마 아파트를 사고도 남아!”
설희의 호들갑에 선우는 피식 웃었다.
“누나.”
“왜?”
“……보기보다 통이 작으시네요.”
“뭐?”
한설희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보기보다 통이 작다고요.”
보기보다 통이 작다니?
이게 과연 초등학생이 변호사에게 할 수 있는 말인가?
“누나! 전 돈 따위에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
-꿀꺽!
그 순간 설희는 선우의 눈빛에서 그동안과 다른,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일종의 강력한 오라를 느꼈다.
그것은 마치 야생의 세계에서 강력한 힘으로 무리를 이끄는 수컷의 향기와 같다고 할까?
‘……헙!’
설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린 선우에게 심장이 떨림을 느꼈다.
선우 역시 설희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내심 난감했다.
설희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기세를 드러냈음이다.
“아이고, 목이 마르네.”
선우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재빨리 눈빛을 거두는 동시에 초등학생다운 행동을 보이며 주스를 쥐었다.
-벌컥벌컥!
‘내가 잠시 미쳤었나? 초등학생에게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설희는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