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5화 (5/187)

◈ 제 5화

5화 메모라이즈 마법의 효과

“……메모라이즈!”

선우의 입에서 익숙한 룬어가 흘러나오자 그의 심장에 자리 잡고 있던 마나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우우웅!!

맹렬하게 요동치는 심장의 움직임이 한줄기 빛이 되어 선우의 눈과 뇌를 깨웠다.

선우는 앞으로 5분 동안 메모라이즈 마법으로 인해 기억력의 마스터가 될 것이다.

“캬캬캬캬~ 그럼 시작해 볼까?”

<영어 독해>

The way back from school was too far. it was a hard journey in life. Seeker of truth, What are we studying for?

“캬캬캬캬~ 이번엔 국어다.”

한동안 영어책에 집중했던 선우가 이번엔 국어책을 펼쳤다.

<국어: 속미인곡과 사미인곡의 공통점>

1. 화자가 모두 천상의 백옥경(궁궐)에서 하계(유배지)에 내려온 여성이다.

2. 임에 대해서 화자가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3. 죽어서도 임을 따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후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그럼…….”

영어와 국어에 이어 수학 참고서가 펼쳐졌다.

“수학이지~~”

<수학: 여러 가지 수열, 시그마의 기호>

시그마를 사용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합을 구할 수열이 필요하고, 몇 번째 항부터 몇 번째 항까지 합할 것이냐?

이렇게 3가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6+8+10+12+14를 시그마로 표현해보면 이렇게 된다.

이것은 곧 6+8+10+12+14=50.

이것을 응용해보면 이렇게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

선우는 메모라이즈 마법을 통해 학교 교육(중등, 고등 교육 전 과정)부터 머릿속에 저장했다. 과목은 따지지 않고 그 어떤 지식이라도 교육 과정에 들어있다면 일단 머릿속에 저장해놓고 봤다.

“일단은 외우는 게 첫째다. 이해는 그 다음이지.”

이해가 왜 다음이냐고?

일례로 구구단을 한번 살펴보자.

초등학생 때 구구단을 처음부터 이해해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일단 무작정 외우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구구단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무식한 방법이라고 혹은 틀린 방법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지만 선우는 상관치 않았다. 그는 과거 이런 방식으로 교육받았고 또한 그렇게 공부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어쨌든 이때를 기점으로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라는 말처럼 선우의 비범함이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히 퍼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두 달 정도가 지나자, 중고등 교과 과정에 필요한 지식들이 선우의 뇌에 대부분 저장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러워?”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선우는 귀를 만지작거렸다.

“누가 내 욕이라도 하나?”

모처럼 맞은 빨간 날들의 향연,

평범한 아이라면 보통 이런 날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가까운 놀이동산을 찾았겠지만 선우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남산에 위치한 시립 도서관.

“……흐음! 여기가 좋겠네.”

선우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 먼저 자리를 잡은 후, 그가 읽고 싶었던 책을 한아름 가지고 왔다. 중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된 원서들이다.

이때 누군가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꼬마야, 이 책들은 원서야. 도서관에서 장난하면 안 된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선우가 가지고 온 책에 다짜고짜 손을 뻗었다.

아무래도 서적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는 모양이다.

“죄송한데요. 누나. 이 책들, 지금 읽으려고 가지고 온 거예요.”

“뭐?”

“제가 읽으려고 가지고 온 책이라고요.”

“…….”

많이 봐줘야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외국어로 적힌 원서를 읽으려고 가지고 왔단다.

믿을 수 있겠는가?

“얘, 그게 말이……!!!”

이제야 선우의 얼굴을 정면에서 보게 된 송하의 말문이 순간 막혀 왔다.

‘어머, 얜 대체 누구야?’

선우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인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 선우 덕분이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소리라며 무시했겠지만 시선을 사로잡은 아이의 말에 그녀는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험험! 얘~ 네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네.”

“이건 한글로 된 책이 아닌데…….”

“저도 알아요.”

“……?!!”

아이의 말이 정말일까?

송하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그녀의 등 뒤에서 아직은 앳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선우는 책 귀신이에요.”

고개를 돌리자 두 손에 동화책을 쥔, 귀여운 여자아이가 서 있다.

‘어머머, 얜 또 누구야? 인형이다. 인형.’

송하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넌 누구니?”

“선우 여자 친구예요.”

“여자 친구?”

“네.”

설연은 아주 당차게 대답했다.

“휘유~ 쩝.”

설연의 대답에 선우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네가 정말 이 책들을 읽을 수 있다고?”

“…….”

선우는 도서관 사서의 의심을 단방에 날려줄 해답을 잘 알고 있었다.

“早上好。 我是图书管理员 今天天气好吗?”

(중국어: 안녕하세요. 도서관 사서 누나. 오늘 날씨가 참 좋죠?)

“응?”

“I have read this book and understand it fully. Let me explain it once. See page 49. There you see…….”

(전 이 책을 읽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답니다. 한번 설명해 볼까요? 49페이지를 보세요. 거기에 보면…….)

“私は妹が信じられないほど十分に知っています。 しかしそれは本当です。”

(일본어: 누나가 믿지 못한다는 점을 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실이에요.)

“허억!!!”

선우는 중국어와 영어 그리고 일본어를 번갈아가며, 그것도 아주 유창하게 재잘거렸다.

-쏼라쏼라쏼라~~

“계속할까요?”

“아, 아니!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

송하는 선우가 보여준 탁월한 어학적 능력에 곧바로 두 손을 들고 투항했다.

“거봐요, 우리 선우는 책 귀신이라고 제가 말했잖아요. 우리 선우 참 대단하죠?”

선우를 바라보고 있는 설연의 눈빛에는 ‘이보세요. 언니. 저 남자가 바로 내 남자예요. 어때요? 내 남자 완전 멋지죠?’라는 자부심이 역력했다.

그날 이후,

송하는 선우가 도서관에 오는 날이 되면 사람들의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자리를 맡아 주었다.

“팔짱 좀 빼고 걸어가면 안 될까?”

“싫어~~”

“걷기가 불편하단 말이야.”

“싫은데~ 음! 만약 피자 사준다고 하면 빼줄게!”

“피자? 나 돈 없는데?”

“그래? 그럼 내가 사줄게. 나랑 같이 먹으러 가자.”

“너랑?”

“응, 같이 가자. 설연이 배고파.”

알다시피 설연의 고집은 굉장하다.

선우는 되도록 빨리 항복을 선언해야 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팔부터 좀 빼! 주위에서 다 쳐다보잖아.”

선우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NO다.

“선우도 참! 누가 우릴 신경 쓴다고~~”

‘쩝!’

하기야 두 사람은 아직 초등학생일 뿐이다.

마나 연공법 덕에 선우의 키가 꽤 커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저 사이좋은 남매 사이로 보였다.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은 이태원에 위치한 맛집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물론 방송을 통해 소문이 난 집이라 가격이 상당했지만 설연은 전혀 신경 쓰는 모습이 아니다. 마치 이곳에 자주 와본 듯 당당하게 들어갔다.

문득 설연의 아버지가 회사(?)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다고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고위 임원이라고 했던가? 그럼 이런 곳에 자주 와봤겠지.’

선우의 시선이 설연에게 향했다.

“이제 식당에도 왔는데, 손 좀 빼주지 않겠어? 팔이 빠지겠다.”

“메롱~~”

“…….”

아무래도 자리에 앉을 때까지 팔을 빼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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