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화
4화 1서클 마스터가 되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났다.
-마침내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이 땅에 세웠습니다. 오늘부터 정부가 달라지고 정치가 달라질 것이며,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살아 있는 안정이 이 땅에 자리 잡을 것…….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으로 조영삼이 취임하던 날,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선우는 1서클 비기너와 유저를 넘어 마스터에 올랐다.
“후후후! 드디어 성공했다.”
선우는 두 손을 불끈 잡은 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심장에 자리 잡았던 마나의 고리가 완연하고 선명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고작 1서클을 완벽하게 이룬 것에 불과했지만 선우는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곳이 판타지 세계였다면 고작 1서클, 그것도 마스터에 오른 것을 두고 감히 대견하다 말할 수 없었겠지만 이곳은 판타지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문명이기(文明利器)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생활의 편리함을 얻었지만 그 대신 자연 상태에 존재하고 있는 마나가 희박하다 못해 이건 뭐, 거의 참담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던가?
각설하고 완벽한 1서클에 오른 선우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마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흐음! 다섯 개 정도인가?”
선우는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마나의 양을 생각할 때 다섯 개 정도의 마법을 익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후에 그가 2서클에 오르고 2서클 마스터(Master)의 단계에 오르게 된다면 그땐 열 개의 마법을 추가로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흑마법사라면, 당연히 이것부터지!!”
선우는 저주, 중독, 큐어 마법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마법은 흑마법사라면 누구나 익혀야만 하는 일종의 필수 마법이었다.
1.저주 마법: 상대에게 저주를 거는 마법으로 전통적인 흑마법.
2.중독 마법: 상대를 중독(中毒)시키는 마법으로 이것 역시 전통적인 흑마법.
3.큐어 마법: 최하급 저주나 중독을 치료하는 마법사 계열 공통 마법.
세 개의 마법을 선택했으니 이제 두 개의 마법이 남았다.
선우는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는 마법 지식을 열람했다.
무려 100년의 시간 동안 그가 익혔고 사용했던, 주옥같은 마법들이 그의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후후후~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마법은 역시…….”
선우는 수많은 마법 중에 신체 관조 마법과 메모라이즈 마법을 선택했다.
이것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한 최고의 마법이자 최상의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관조 마법은 발락 폰 베리우스가 창안한 마법으로 선우가 그에게 현대 문명과 의학(엑스레이, CT, MRI)에 대해 설명하던 중에 영감을 받아 창안했다.
9서클의 대마법사인 발락 폰 베리우스는 간단한 신체적 접촉을 통해 마치 MRI를 찍은 것처럼 상대방의 신체를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선우는 그의 여동생을 위해 이 신체 관조 마법을 선택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 발병할지 모르니, 준비해야 해.”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마법은 메모라이즈 마법이다.
이것은 짧은 시간 동안 시전자의 기억력을 극대화시켜주는 마법으로 시간적인 단점이 존재했지만 완전 사기적인 마법이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마치 사진을 찍듯 눈으로 본 지식을 시전자의 뇌에 저장시키는 마법이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다섯 개의 마법을 선택한 선우는 룬어를 외우는 동시에 손가락을 이용해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따……%&……*……뚬……#[email protected]……베리……운트……야흐……@@**……쏘……누드밀……%$%……라남…….”
수인이라는 것은 처음 맺는 것이 어렵다.
도중에 조금이라도 동작이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번 수인을 맺으면 그것의 효과는 영구적이었는데, 판타지 세계에서 엄청난 노력을 통해 마법사가 된 선우는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익숙한 동작으로 수인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라……쿤……*……콘……#[email protected]……베리……und……밀……%$%……천…….”
언뜻 보면 참으로 괴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 장면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선우를 보고 미친X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세상 어느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괴상한 언어를 중얼거리면서 마치 뭐에 홀린 사람처럼 양손을 허공에 휘젓고 있다.
대략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미한 빛이 선우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 후로도 몇 번의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지잉……!!
-지잉, 지잉……!!
“후우! 성공했다.”
선우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다섯 개의 마법을 모두 각인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선우는 마치 세상을 전부 얻은 것 마냥 크게 기뻐했다.
“지금 몇 시지?”
선우는 슬그머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계의 초침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말해주듯 집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오늘 같이 역사적인 날에는 자축을 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선우는 조용하게 거실로 내려가 규용이 모아놓은 고급 양주를 향해 은밀한 손길을 뻗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규용과 수연이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조니 워커 블루의 맛을 확인한 규용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여보, 이거 한번 마셔봐 봐.”
“왜요?”
“술맛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규용의 권유에 양주 맛을 확인한 수연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이거 맛이 왜 이래요?”
“그치, 이상하지?”
“……달달한데요? 보리 맛도 나고요.”
마치 양주에 보리차를 섞어 놓은 것 같다.
“그렇지, 당신도 그렇지?”
“네.”
수연이 규용을 향해 가볍게 눈을 흘긴다.
“혹시 당신이 몰래 마셔놓고 이렇게 만든 것 아니에요?”
“뭐라고?”
슬쩍 한번 떠보는 수연의 말에 규용이 깜짝 놀라 반문한다.
“아니! 이게 얼마짜리 술인데,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어머~! 아니면 됐지, 왜 소릴 질러요? 예전에 한 번 그런 적이 있었잖아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전과가 있으니 그러지, 내가 괜히 그래요? 됐어요, 쳇!”
“이번엔 진짜 아니라니까, 이 사람이 장난 지금 나랑 하나?!”
“알았어요, 됐다고요. 그만해요!”
선우는 이와 같은 광경을 그저 묵묵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부지, 미안해요.’
* * *
1서클 마스터에 오른 선우는 메모라이즈 마법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메모라이즈 마법의 짧은 지속 시간이다.
메모라이즈 마법을 한번 펼치면 대략 4~5분 정도 효과가 유지되는데, 사실 이것만 해도 사기적인 마법이었다.
생각해보라.
만약 당신이 1초에 한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아마도 1분에 60장, 5분에 30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300장은 600페이지를 뜻하니 다시 말해 당신은 5분 안에 소설책 두 권 혹은 아주 두꺼운 원서 한 권을 통째로 외울 수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물론 이 지식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했지만 어쨌든 사기적인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선우는 평균 일주일에 한 번, 마나가 충분히 모이면 곧바로 메모라이즈 마법을 펼쳐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무리한다면 연달아 두 번까지 가능했지만 조그만 이익을 탐하다 자칫 마나가 역류할 위험이 컸기에 웬만해선 마법을 연달아 펼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