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3화 (3/187)

◈ 제 3화

3화 천재 소년

며칠 후,

미래 초등학교.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한 선우에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초등교육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지 않은가?

3x1=3.

3x2=6.

3x3=9.

3x4…….

젠장!

이 나이에 구구단이라니!!

지구에서 34년, 판타지 세계에서 100년을 살면 뭐 하나?

그냥 기가 막힐 따름이다.

선우는 현재 열 살짜리 친구들과 의자에 앉아 주구장창 구구단을 외우고 있었다.

그나마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심장에 하나의 고리(서클)를 만들었고 이젠 굳이 가부좌를 틀지 않아도 마나 수련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 방법이 효과는 조금 떨어지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마나 수련으로 인해 한 가지 부작용이 생겼다.

수업에 집중해야 할 학생이 마치 ‘멍’ 때리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선우야.”

“…….”

“선우야, 최선우!!”

-소곤소곤.

-웅성웅성.

당연하게도 담임선생님의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선생님의 지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말의 주저도 없이 정답을 말하는 선우 때문이다.

“필기는 왜 안 하는 거니?”

“이미 다 외우고 있는데, 필기를 꼭 해야 하나요?”

-쏼라쏼라쏼라쏼라쏼라~

“…….”

정답은 물론 마치 교과서를 그대로 복사한 듯, 똑같이 외워내는 모습에 선생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자 심술이 난 선생이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절대로 풀지 못할 문제를 일부러 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정답이 튀어나오자 이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못 본 척 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선우가 다니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일어난 일이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정문 앞에 좌판을 펼쳐 놓고 영업을 뛰고 있다.

그녀는 영어 교육 열풍에 편승해 초등학생들에게 비싼 영어 교재를 판매하는 판매원이었다.

“사모님. 아드님이 무척 영리해 보이네요.”

“네에~ 감사합니다.”

“어머머머~ 어쩜 이렇게 피부에서 빛이 날까?”

“호호호호~”

“사모님. 실례지만 아드님이 지금 몇 학년인가요?”

“3학년이에요.”

“3학년이요?”

“네.”

“어머머~ 3학년이면 정말 잘됐네요.”

“……뭐가요?”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바야흐로 21세기는 글로벌 시대입니다. 아드님을 글로벌 영재로 키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영어가 가장 중요한데요. 이게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아직 영어를 가르쳐 주질 않아요.”

그녀는 열변을 토해내며 설명을 이어갔다.

“영어는 무조건 조기 교육이 제일 중요하답니다. 자! 그리고 여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이자 하버드 대학에 재직 중이신 조셉 호프만 교수님께서 만든 영어 교재가 있어요. 아드님께 딱 맞는 책입니다.”

“아…… 괜찮아요. 저희 애는 이제 겨우 삼 학년인데요.”

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답했다.

“아이고, 사모님. 무슨 소리세요. 사실 삼 학년도 늦은 거예요. 저기 저쪽! 교육열이 높은 강남구 쪽에 가면요~~”

책장사 아줌마는 젊은 엄마들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그 점을 파고들고 있었다.

“그, 그래요?”

“네, 앞서가는 어머님들은 죄다 이 책을 구입하셨어요. 대치동 은마 아파트 쪽은 지금 물량이 부족해서 난리예요.”

“흐음~~”

침을 튀겨가며 아주 먹음직한 먹이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연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자 그녀는 공략 대상을 바꿨다.

“얘~ 넌 이름이 뭐니?”

“……최선우입니다.”

“선우! 이야~~ 이름이 정말 멋지구나. 선우야, 너 이것 한번만 볼래?”

그녀가 내민 책은 대부분 그림으로 되어 있고 지문이 아주 적은, 그야말로 유아용 수준의 영어 그림책이었다.

“자, 이것 좀 봐봐! 아주 재미있는 책이란다.”

선우의 미간에 살짝 실금이 생겨났다.

자신이 누군가?

안 그래도 구구단 때문에 짜증이 나서 죽겠는데 Apple, Banana, Table 따위가 적혀있는 그림책을 보라니!!

선우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Don't be so selfish. We're all travelling…….”

선우는 미래의 자신이 재밌게 봤던(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영화 속 명대사를 낭랑한 목소리로 읊어 주었다. 그것도 원어민 뺨치는 발음으로 말이다.

“……뭐, 뭐?”

“이기적으로 굴지 마. 우리 삶의 매일, 우리는 모두 함께 시간을 통해 여행하는 중이니까.”

선우는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로 해석까지 해주었다.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수연 역시 크게 놀란 눈치다.

‘……쩝! 실수한 건가?’

그동안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만큼은 되도록 평범한 척했었는데, 구구단 때문에 열이 받아 그만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이고! 외국에서 살다 온 줄도 모르고 제가 주제 넘는 소리를 했네요. 아드님 발음이 아주 좋아요. 미국에서 살다 오셨나요? 아님 영국?”

“…….”

“얘! 너 어디에서 살다 왔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요?”

“헙!!”

주위에는 또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러나 곧이어 정적을 깨는 낭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Do I need this book for me?(제게 이 책이 필요할까요?)”

-딸꾹!

“……아…… 아니!!”

또다시 이어진 원어민 뺨치는 영어 발음에 그녀는 심하게 놀랐는지 딸꾹질을 토해내기까지 했고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깜짝 놀랐다.

“……시, 실례했습니다. 딸꾹! 그,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녀는 무진장 쪽팔렸는지 벌게진 얼굴을 감추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이날 저녁,

선우의 집이 발칵 뒤집어졌다.

수연의 연락을 받고 일찍 퇴근한 규용 역시 선우를 향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었다.

일종의 언어 테스트다.

“……I went through so much tonight.”

“Your acting today was the best. No one will ever doubt your skills.”

테스트는 10분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수연과 규용의 영어 실력이 선우의 능력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아들. 대체 어디서 영어를 배운 거니?”

“TV에서요.”

“TV?”

“네, 집에 AFKN 나오잖아요.”

“아~~ A……FKN!”

“네.”

“그, 그렇구나.”

규용과 수연의 눈빛이 마구 교환되기 시작했다.

‘여보, 우리 아이가 천재인 것 같아.’

‘그러게요, 이게 모두 나 닮아서 그런 것 같아요.’

‘……뭐래? 왜 그게 당신을 닮은 거야? 나를 닮은 거지. 우리 엄마가 그러셨는데 내가 어렸을 적에 말이야…….’

‘또 어렸을 적 얘기예요? 됐거든요.’

‘뭐래? 이 사람, 장난 지금 나랑 하냐?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러갔다.

해가 바뀌어 선우도 4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선우의 일상은 늘 비슷했다.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을 무한 반복으로 부지런히 수련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마법사가 되었지만 그래 봤자 고작 한 개의 서클을 심장에 만들었을 뿐이다.

더욱이 이 세상엔 마나가 희박해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없었다.

적어도 두 개의 서클을 만들어야 어디 가서 마법사라 칭하며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쉽게 봐선 안 된다.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선우는 일반적인 마나 수련법이 아닌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을 꾸준히 익혔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선우의 근골 역시 매우 단단하게 변모하는 중이었고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 특별한 오라(aura)를 서서히 풍겨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라(aura)!

오라(aura)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게 어떤 것이든 간에 저마다의 오라(aura)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수십 혹은 수백억 이상의 가치를 지닌 예술품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아라.

이들의 가격이 그토록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오라(aura) 혹은 격(格)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는 흔히 ‘저 사람과 나는 격이 달라’라는 말을 쓴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연예인, 예술가, 운동선수, 정치인 등등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大家)가 된 사람들 역시 그들만의 특별한 오라(aura)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선우가 가지고 있는 오라(aura)는 마나라는 이름의 품격이다.

이것은 오직 그만이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품격이었다.

그 결과 선우는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해도 늘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선우야, 나랑 같이 놀자.”

“……싫어.”

“히잉~ 계속 책만 읽을 거야? 난 너랑 소꿉놀이 하고 싶단 말이야.”

선우를 바라보고 있는 설연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여자아이의 이름은 한설연, 선우의 짝꿍으로 그만 줄기차게 따라다닌다.

전학 온 첫날부터 그랬다.

“음~ 보자. 설연인 누구랑 같이 앉을까~~”

이것은 질문이 아닌 담임선생님의 중얼거림이었는데, 설연은 선우를 꼭 집어 말했다.

“선생님, 쟤랑 앉고 싶어요.”

“……응?”

“저기, 오른쪽 줄 창가에 앉은 남자아이요.”

설연의 당돌한 요구에 당황한 것은 담임이었다.

“서, 선우를 말하는 거구나.”

“네.”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다르게 설연은 대놓고 담임에게 선우의 짝이 되고 싶다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네. 선우랑 짝할래요.”

“그, 그래. 그럼 설연인 선우 옆에 앉으렴.”

설연의 당찬 주장에 두 사람은 짝이 되었다.

‘……어, 어?!!’

내심 당황하기는 선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선우가 기억하는 과거와 달랐기 때문이다.

‘이런 애가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저 잠깐 스쳐 지나간 인연에 불과했다.

‘그래. 설연. 기억난다. 전학을 왔었지만 금방 또 전학을 갔었지?’

각설하고 어쨌든 설연과 짝이 된 후,

생각지도 않은 고난이 선우에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선우야, 뭐 해?”

“선우야, 같이 밥 먹자.”

“선우야, 어제 뭐 했어?”

“선우야, 선우야, 선우야~~~~~”

귀찮아도 이렇게 귀찮을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통에 화가 날 정도다.

사실 설연은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예쁜 아이다.

이대로만 잘 큰다면 S급 미녀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선우에게 있어서만큼은 그냥 여자아이다.

당신이 선우의 입장이 되어 봐라, 그렇지 않겠는가?

그의 눈에는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여학생들조차 그저 귀여운 여자아이들로 여겨질 뿐이었다. 발육 상태가 매우 혹은 아주 특별하게 뛰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후후후~

더욱이 저쪽 세상에서 사는 동안 선우는 여신급에 이르는 외모의 여인들과 살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인이 아닌 여인들과 살았다.

그쪽 세계에서는 능력만 있다면 일부다처(一夫多妻)가 매우 흔한 일이었기에 윤리적으로 꺼릴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덕에 선우의 눈높이 역시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웬만한 미모를 가진 여인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어쨌든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선우가 설연에게 쩔쩔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렸다.

선우가 보기에 정말 애기 같았다.

물론 설연은 그 숨길 수 없는 외모로 인해 같은 반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선우를 제외하고 다른 남자아이들 앞에선 늘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오직 선우 앞에서만 예쁜 척, 친한 척 그리고 귀여운 척까지 하며 갖가지 애교를 부릴 뿐이다.

한 번은 설연의 어리광이 너무 귀찮아 선우가 놀린 일이 있다.

이날 선우는 그의 기억 속에서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일을 경험하고 말았다.

“난 선우의 신부가 될 거야.”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됐거든, 난 말이야. 이다음에 크면 삼처사첩을 가질 거야.”

“……삼처사첩이 뭔데?”

“세 명의 부인과 네 명의 첩을 말하는 거야.”

“……거, 거짓말!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부부는 남녀가 한 사람씩이라고 했어.”

“그건 너네 엄마 말이지. 예부터 영웅은 호색(好色)이요, 삼처사첩이 부끄럽지 않다고 했어.”

선우의 말에 설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난 꼭 선우의 신부가 될 거야.”

“큭! 누가 시켜준대?”

“……!!”

“훗~~ 지금은 모르지. 암튼 뭐 열심히 노력해 봐, 그럼 또 알아? 첩이라도 시켜줄지 말이야.”

“처…… 첩이라고?!”

설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 이 꼬맹이 아가씨가 첩이 뭔 줄 아는 걸까?

“첩은 나쁜 여자잖아.”

“나쁜 여자?”

“드라마에서 봤어. 착한 부인을 괴롭히는 여자…….”

다음 순간,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흑…… 흑…….”

설연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내가 어린애를 데리고 장난이 너무 심했나?’

뭔가 좀 달래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한 박자가 늦고야 말았다.

설연의 입에서 대성통곡이 터져 나온 것이다.

“으아앙!!!”

처음에는 귀찮게 구는 아이를 떼어놓을 심산(물론 본심도 섞여 있었지만)이었는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삼처사첩이란 단어를 털어놓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녀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것마냥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 설연이가 울어요.”

“선우가 울렸대요.”

“어머! 설연아, 무슨 일이니?”

깜짝 놀란 담임이 달려왔다.

달래기도 하고 어르기도 했지만 설연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끄억…… 끅…… 끅…… 꺽!”

종내는 마치 숨이 넘어갈 것처럼 자지러지기까지 했다.

“쳇. 이거야 어쩔 수 없군.”

결국 선우가 두 손 들고 백기 투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울어.”

선우의 말에 설연은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나 첩 하는 거 아니지?”

선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첩이 아닌 처해라.”

“정말이지?”

“그래.”

“약속했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어.”

‘그래 봤자 삼처 중의 한 명이다.’

“응.”

설연은 그 후 몇 번 훌쩍였지만 이내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치고 배시시 웃었다.

선우는 이날의 약속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중동의 어느 아랍 국가도 아닌데, 어떤 여인이 삼처사첩을 용인할 수 있을까?

어쨌든 먼 훗날 얘기니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겠다.

며칠 후,

“선우야, 같이 놀자, 같이 놀~~자. 응?”

“미안. 난 책 읽는 게 좋은데.”

“……선우는 나랑 노는 게 싫은 거야?”

‘야! 좋았던 적이 없었거등!’

하마터면 본심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대답을 바로 안 했더니, 아뿔싸! 싫다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허억.’

-꿀꺽!

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다.

게다가 저 정도 각이면 최소한 가족이 죽은 표정이다.

“따, 딱 한 번만이다.”

설연의 입에서 울음이 토해지기 직전, 선우의 입이 가까스로 열렸다.

“저, 정말?”

“그래.”

“이야호~~”

환호성과 함께 언제 그랬냐는 듯 설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누군가 말했다.

‘여자의 눈물은 최고의 무기다’라고 말이다.

선우는 생각했다.

‘어린 여자아이의 눈물이야말로 최고의 무기다’라고 말이다.

‘쩝! 그래도 부부놀이나 의사놀이가 아닌 게 어디야?’

선우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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