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흑마법 작가다-2화 (2/187)

◈ 제 2화

2화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의 뜻하지 않은 효과

누군가 말했다.

어렸을 적 친구일수록 허물이 없고 깊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선환, 중철, 창용, 주헌, 영철…….

학교에 오자마자 초등학교 시절 정다운 얼굴들이 선우를 반긴다.

선우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들의 이름과 간략한 특징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차원 이동을 통해 기억력과 관련된 부분에서 뭔가 비약적인 상승 효과가 일어난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을 수련한 덕에 예상치 않은 행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베리우스 마나 연공법을 창안한 당사자인 발락 폰 베리우스조차 예상치 못한 효과였는데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의 괴리 덕분이랄까?

‘……이런 효과가 있다니!’

엄밀히 말해 선우는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외모를 지녔다.

평가를 하자면 중중(中中). 만약 점수를 조금 더 후하게 준다 해도 중상(中上)이다.

그런데 베리우스 마나 수련법의 영향으로 인해 그의 피부가 눈에 띄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마치 선우에게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누군가 말했다.

외모의 완성은 피부라고 말이다.

“어머~~ 피부가 진짜 곱다.”

“우리 아들, 끝내주네.”

“그러게. 피부에서 아주 그냥 빛이 난다. 빛이 나~~”

수연과 규용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선우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함박웃음을 지었는데, 가끔은 이 문제로 인해 선우가 자기를 닮았다고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하였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내가 아이였을 때, 피부에서 빛이 났대.”

“어머머, 웃기셔~~ 누가 할 소릴!!”

“진짜야.”

“최규용 씨! 됐거든요.”

“쳇!”

“흥~~!!”

이렇게 말이다.

각설하고 선우에게 나타난 변화는 이것뿐이 아니었다.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마나의 영향이다.

선우는 아직까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구라는 차원에서 마법사가 된 덕에 마나의 향기를 머금게 된 것이다.

만약 이곳이 마법이 난무하고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는 판타지 세계였다면 마나의 향기가 특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지구였고 고로 마나의 향기를 품게 된 선우는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백화점을 찾아주신 고객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현재 5층 이벤트 행사장에서 자녀분들을 위한 의류…….

백화점 스피커에서 듣기 좋은 음악과 함께 이벤트에 대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얘들아, 5층으로 올라가자.”

선우와 혜진은 수연의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엄마.”

“왜, 혜진아?”

“백화점에는 왜 온 거야?”

“우리 공주님과 왕자님이 입을 옷 좀 사려고 왔지.”

“아! 그렇구나. 혜진이는 베르사유의 백합에 나오는 공주님이 좋아요. 엄마, 나 거기에 나오는 옷 사 주세요.”

“그래요. 우리 공주님.”

“꺄아, 신난다.”

수연의 승낙에 혜진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동생아, 네가 이렇게 어렸었구나. 흐흐흐.’

선우는 여동생의 애교를 보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남자 입장에서 쇼핑은 얼마나 지루한 것인가?

하지만 지구로 회귀 후, 엄마와 여동생이 함께하는 첫 쇼핑이었다.

선우는 결코 지루해한다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쇼핑의 마지막까지 그저 조용히 따르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잠시 후,

세 사람은 5층에 이벤트 홀에 도착했다.

그리고 예쁘게 생긴 백화점 여직원이 그들에게 다가왔는데 명찰에는 김미경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손님.”

수연은 백화점 여직원 미경의 인사를 받자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그녀의 인사에 화답했다.

“네, 안녕하세요.”

“와아~~ 아이들이 정말로 예쁘네요.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들을 봐왔지만 이 아이들처럼 예쁜 아이들은 처음이에요.”

자세히 보지도 않았으면서 아주 실감 나게 멘트를 던진다.

수연 역시 영업 사원들이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멘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알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부모란 그런 존재기 때문이다.

“호호호~ 아가씨 멘트가 장난이 아니네요. 영업 참 잘하신다.”

“아니에요. 사모님. 이건 영업용 멘트가 절대로 아니에요. 진심입니다.”

“호호호, 알겠어요. 일단 우리 애들 옷 좀 보여 주세요. 선우야. 혜진아. 이리 오렴.”

“선우? 혹시 남자아이예요?”

“네. 우리 큰아이예요. 피부가 참 곱죠? 호호호~”

수연의 말에 미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얘가 남자아이라고요?’

수연의 말에 미경은 잠시 당황한 듯 선우를 쳐다보았다.

“……얘! 너 정말 남자애니?”

“그런데요.”

미경의 질문에 대답하는 선우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자 미경은 웃으며 말했다.

“미안~ 네 피부가 하도 고와서 누난 네가 여자애인 줄 알았어.”

‘와! 이 애가 남자애라고? 피부 대박!!’

선우를 바라보는 미경의 눈에는 호기심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백화점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봐왔지만 그 어떤 아이도 눈앞에 있는 선우보다 빛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생김새로만 따지자면 그냥 귀여운 아이다. 백화점을 찾은 아이들 중엔 선우보다 잘생긴 아이들도 있었다. 당장 TV에 나오는 아역 배우들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선우에겐 그들과 다른,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매력이 느껴졌다.

“……어머니, 직원가로 계산해서 30% 추가 할인해 드릴게요. 대신 어디 가서 말씀하시면 안 돼요.”

“어머, 고마워요. 미경 씨.”

“아니에요, 우리 선우가 너무 귀여워서~~ 더 해주고 싶은데, 이것밖에 못 해드리네요.”

“아이고, 아니에요.”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선우라는 아이에게는 뭔가 일종의 고귀한 품격 같은 것이 느껴졌다.

미경은 자꾸만 뭔가를 해주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잘 포장된 옷이 쇼핑백에 한가득 담겨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해요. 미경 씨.”

“뭘요~~”

수연의 인사에 여직원은 손사래를 치며 선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우야. 너 누나랑 약속했다. 다음에도 꼭 와야 해. 알았지?”

“네. 누나~~”

“아우~ 귀여워.”

-쪽~!

느닷없는 뽀뽀.

‘내 취향은 아니지만, 뭐~~ 착하게 생겼으니 용서해주지.’

선우는 쿨하게 넘어갔다.

한편 수연 역시 득의만만한 표정이다.

선우의 기이한 매력(?) 덕분에 필요한 물건들을 아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씨익!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난 후,

“오늘 쇼핑은 끝, 자! 이제 집에 가자.”

선우네 가족이 마지막에 머물렀던 향수 코너,

“도연아, 아까 그 애, 이름이 선우라고 했었지?”

“응. 예진아. 왜?”

“무슨 향수를 쓰냐고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

친구의 말에 도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얘도 참~~ 초등학생이 무슨 향수를 쓰니? 비누나 로션을 발랐겠지.”

“아니야!”

“응?”

“내가 화장품 가게에서 일한 지가 벌써 몇 년짼데, 비누 냄새를 모르겠니? 그건 내 평생 처음 맡아본 향기였어. 아주 포근하면서도 편안한…….”

“그, 그래?”

도연은 이상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상하네, 난 아무 냄새도 못 맡았는데…….”

“……분명, 그런 향기였어.”

예진은 안타까운 얼굴로 한동안 선우와 그의 가족이 사라져버린 방향을 쳐다보았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선우 역시 기분이 좋았다.

그의 양 볼에는 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직원들의 립스틱 자국이 한가득이다.

얼굴에 난 자국들은 기분 좋은 영광의 증거였다.

“선우야.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

아내를 통해 오늘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규용이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인기 많은 남자요.”

“뭐? 그게 네 소원이야?”

“네.”

선우의 대답에 수연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보였지만 아빠인 규용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캬아~ 역시 내 아들!”

선우의 소원을 들은 규용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윙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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