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300화 (300/301)

200. < 신화를 이룩하다(2) >

7월에 이르러 송유리 작가의 '이 웬수 같은 놈들'이 대본리딩 후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고 네플릭스에서 제작 지원한 '카운 터'가 방영을 시작했다.

네플릭스 드라마 같은 경우는 유료회원제 인터넷 플랫폼에서 방영하는 것이기에 네티즌들과 몇몇 기사에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뿐, 확자지껄한 반응은 없었다.

어차피 그럴 것이라 생각했기에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이 작품에 손을 댄 이유는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 눈도장을 찍어두기 위함이었으니까.

역시나 한 주, 한 주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카운터'의 공식 계정에 해외 시청자들의 극찬이 올라오면서 점점 네플릭스 측에서도 파인프로덕션에게 시즌2의 제작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 준비와 랜디 오 감독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의 촬영이 한창인 은하는 '카운터 시즌2'까지 함께 하기는 불가능했기에 파인프로덕션은 저작권을 네플릭스에 넘겨주면서 시즌2 제작을 포기하고 다른 작품을 하는 것으로 협상을 종료했다.

파인프로덕션에 있어 가장 큰 이슈는,

KBC에서 시작하는 단막극으로 인해 파인프로덕션의 덩치가 기존에 비해 최소 두 배이상은 더 커졌다는 데 있었다.

지 피디와의 협의를 통해 새로 전속계약을 맺은 작가만 열 명에 이르렀고 조연출 경력이 상당한 신입피디 또한 열 명 넘게 채용했다.

단일 회사에서 이렇게나 많은 드라마 작가를 보유한 회사는 없었는데 이제는 지상파 단막극을 통해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 훈련소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 바람이 조금씩 선선해지기 시작 한 9월.

드디어 꿈만 같던 결혼식이 있었다.

"어어? 김별이다!"

"참석 못 한다더니 온 거야?"

특급호텔에서 하는 게 일반적인 톱스타들의 결혼식이지만 남들과는 다른 결혼식을 꿈꿨던 은하는 제주도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비용적인 측면으로 보면 큰 차이는 없었다.

결혼식은 비공개로 진행했지만 식장 입구를 막고 있던 경호원들은 기자들의 열정적인 사진촬영을 막지는 않았다.

아예 차를 리조트 앞 주차장에 두고 올라와야 했기에 기자들로서는 본식 장면만 촬영할 수 없었을 뿐,

기사에 쓰일만한 사진들은 충분히 뽑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있던 별이는 아직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결혼식에 참석하기 힘들었을 것인데 제작사에서 일주일 동안 촬영을 몰아주는 혜택(?)을 통해 겨우 제주도에 올 수 있었다.

"여기요! 김별 씨! 여기 종 봐주세요!"

"손가락 하트 좀 부탁합니다!"

별이는 굉장히 많은 취재진에 잠시 놀랐지만 이내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그렇게 올라오라고 일부러 동선을 꾸며놨기 때문에 넉넉하게 카메라 플래쉬를 받으며 입구를 지난 별이는 동남아에서 흔히 보이는 이국적인 형태의 풀빌라에 수많은 인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렀다.

"왔어? 피곤하지?"

우현은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제부터 미리 도착해 결혼식 준비를 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준비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별이가 도착했을 때는 셔츠에 땀범벅이 되었을 정도였다.

"대표님, 결혼 완전 축하드려요. 그런데 이렇게 땀이 나서 어떡해요? 옷 갈아입으셔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겠어. 힘들어 죽겠다. 음식에 문제없는지 일일이 체크하고,다들 연예인들이다보니 오는 시간도 제각각이야. 게다가 기자들 중에 하나가 사고 칠까봐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고 있다니까."

"언니는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지. 알잖아, 헤어에 메이크업에... 그래도 다행인 게 미홍이 누나가 직접 와줘서 도와주고있어."

보통 지방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면 신부들은 두 가지의 선택지를 가지게 된다.

하나는 결혼식장에서 보유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신부화장을 받던지, 아니면 서울의 기존에 관리 받던 미용실의 사람이 출장을 내려와 출장비를 지급하고 신부화장을 받던지 말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청담동에서 이름 있는 한미홍뷰티페이스의 원장인 미홍이 새벽부터 직접 내려와 헤어메이크업을 해준다는 건 비용을 떠나 친분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진 작가는요?"

"윤필두 씨."

헤어, 메이크업만큼이나 신경 쓴 게 바로 포토그래퍼다.

결국 대한민국 최고 사진작가나 다름없는 윤필두를 섭외하는 데 성공하고 은하가 기쁨의 소리를 질렀었다.

그라면 결혼식 사진을 맡기는데 걱정이 없을 테니까.

"오... 돈 좀 쓰셨는데요?"

"당연하지. 이게 특급호텔에서 하지 않을 뿐이지 돈은 비슷하게 나가는 것 같아."

"그래도 언니 앞에서는 그런 티 내지 않는 게 좋을 걸요?"

"야, 너보다 내가 더 잘 안다. 내가 그랬으려고? 넌 촬영 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미안하네. 당연히 가서 봐줘야 하는데..."

은하와의 결혼식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별이의 미국 드라마 촬영이 모든 스케줄 중에 중요도 1위일 것이다.

그래서 별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괜찮아요. 대표님 없어도 저 론자서 잘 해요. 이런 좋은 기회 잡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데요. 현장에서도 엄청 신경 써주고 있어요."

"그래, 들었어. 제작사에서 촬영을 위한 전문통역까지 구해서 촬영하고 있다며?"

보통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한국말을 쓰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발음이 엉망진창인 걸 알 수 있다.

이유는, 그렇게 말해도 문제가 있다는 걸 누구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본래 한국말을 하지 않았던 미국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작사에서 전문 통역사를 구했다는 건 별이를 위한 편의이기도 하지만 촬영을 진두지휘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별이가 어떤 한국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별이의 배역이 그냥 지나가는 단역이 아닌 비중 있는 조연이라는 걸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네, 따로 영어 개인 교사까지 붙여줬는데... 비행기에서도 영어 공부하느라 피곤해 죽겠어요."

그녀는 죽는 소리를 했지만 그만큼 제작사나 방송사에서 별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절로 흐뭇해졌다.

"그래, 수고한다. 어? 유니랑 소연 씨도 온다."

포토타임 때문인지 강소연이 가장 먼저 걸어오고 있었고 저 뒤에 멀찍이 떨어져서 유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 뒤로 줄줄이 유지나, 파이브걸즈와 석호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빨리 좀 오지. 어떻게 우리 식구가 제일 늦나?"

우현의 볼멘소리에 소연이 퉁명스레 말을 내뱉었다.

"그러게 여기 애들 스케줄을 왜 잡아서 그러세요? 그리고 버스 대절이 워야? 단체관광도 아니고..."

"하하, 사람이 많으니까 그냥 버스로 빌렸어요. 일단 들어가요. 자자, 어서 들어가자고..."

뒤이어 유니를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들이 축하를 건네 왔다.

"대표님, 결혼 축하드려요."

"축하드려요!"

"응응... 그래, 그래."

이후 한 시간쯤 지났을 때, 결혼식 본식이 진행됐다.

주례는 웃기게도 현재 KBC 드라마국장인 양세종 국장이 했는데,

처음 주례를 본다며 우현보다 더 긴장해서는 어찌나 더듬거리는지 은하가 눈살을 찌푸리며 눈치를 줄 정도였다.

본식이 끝나고 죽하공연으로 은하가 좋아하는 인디밴드와 유니가 두 곡씩 불러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흥겨운 파티가 벌어졌고 저녁까지 먹고 마셔댔다.

그렇게 먹고 놀던 우현과 은하는 그 리조트에서 1박을 지낸 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꿈같은 7일간의 신혼여행 후 돌아온 날, 사무실에서 그를 반기는 건 엄청나게 쌓인 일거리였다.

"사모님께서 출근 준비 잘 도와주셨어요?"

지 피디의 웃음 섞인 물음에 우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 자고 있을 걸?"

"그럼 아침밥도 못 드셨겠네요?"

"난 원래 아침밥 안 챙겨먹어서 괜찮아. 정 배고프면 사먹어도 되고. 난 아침밥 로망 있는 남자는 아니거든. 그리고 설사 있다고 해도 언감생심 은하한테 그런 걸 바라다가는, 음..."

"하하하! 사모님이 좀 무섭긴 하죠? 어쨌든 즐거운 신혼여행을 보내셨으니 이제 일해야 할 시간입니다. 일단 신혼여행 가셨던 사이에 '이 웬수 같은 놈들' 첫 방이 나간 거 알고 계시죠?"

"시청률이 생각보다 잘 나왔던데?"

"네, 첫 방에서 7.8% 나왔고, 다음 날, 2회 시청률은 8.6% 나왔어요. 시청자 반응도 좋아서 다음 주는 잘하면 10% 기대해 봐도 되겠는걸요?"

"오호... 좋네."

"그리고 리메이크 된 '미씽유'가 다음 주부터 한미 동시방영 들어가잖아요? 방송사측에서 우리 쪽에다 메이킹필름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던데요?"

"왜? 그걸로 홍보하겠대?"

"아무래도 미국 쪽에서 만든 예고편 말고 조금 다른 걸 내보내서 흥미를 더 끌고 싶은가 봐요. 아무리 시청률이 안 나왔다고는 하지만, 하던 예능 없애고 평일 11에 방영하는데 시청률이 떨어지면 곤란하니까요."

일주일에 두 편씩 방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미드는 일주일에 한 편만 방영한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KBC에서 부담이 덜했을 거다.

일주일에 두 편씩 했다면 동시방영을 하지 않거나 예능을 두 개 날려야 했을 테니까.

"우리야 있으면 주겠는데, 별이 쪽에 물어봤어?"

별이 쪽이라고 하면 그녀의 매니저인 상준을 말함이다.

상준은 별이가 미국으로 가며 로드매니저에서 현지 스케줄매니저로 격상됐고 로드매니저는 해당 현지인으로 새로 채용한 상태다.

"상준 씨가 알아본다고 하는데 아마 될 거라고 하네요. 스토리 보안과 상관없는 씬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일단 알아본다고 했으니까 기다리는 중이에요."

"오케이. 알아서 잘 하겠지만 별이 위주로 편집해서 보내줘."

"그럼요. 그리고 유니 씨 앨범 준비가 한창인데 선곡을 못 정했다고 도와달라는데..."

내는 앨범마다 줄줄이 히트를 치는 그녀를 위해 아예 유니팀을 따로 만들었다.

때문에 스케줄을 진행하는 건 물론이고 앨범작업에 있어서 비용이 필요한 부분이나 타 기획사의 아티스트와 협의하는 부분까지 우현이 손대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유니가 우현에게 한 가지 기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앨범에 들어갈 선곡인데 이건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오늘은 바쁘니까 이번 주 내에 한 번 시간 내지 뭐. 유니랑 목요일이나 금요일 중에 괜찮은 시간으로 물어봐."

"알겠습니다. 그리고 랜디 오 감독님께서 후반 작업 끝나면 내년 2월쯤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은하가 출연한 랜디 오 감독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은 8월경에 촬영을 마쳤다.

이후 후반 작업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2월? 뭐야... 방학도 아니고 조금 애매하네."

"어차피 중국 쪽 심의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방학시즌을 노리면 될 것 같은데요?"

한국이 먼저 개봉을 해버리면 나중에 중국에서 개봉할 때 불법다운로드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다.

무조건 동시개봉을 해야하는 이유다.

"그러자고."

"그리고 지나 씨가 출연한 '무조건 잡는다'가 연말로 개봉시기를 조율하고 있대요."

"11월? 아니면 12월?"

"말이 연말이지 보통 말 나오면 한, 두 달 늦춰지잖아요?"

"그럼 1월 아니면 2월에 개봉하겠네. 지나는 지금 쉬는 중인가?"

"네, 다음 주에 중국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 때까지는 쉬고 있어요. 아, 맞다. 삼전에서 대표님 안 계신 사이에 또 연락이 왔네요."

"응? 연락할 이유가 없을 텐데? 뭐 때문에?"

"저에게도 정확한 이유는 말 안하고 두루뭉술하게만 말하더라구요.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뭐야, 이 사기꾼스러운 멘트는...

200. < 신화를 이룩하다(2)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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