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95화 (29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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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세상에 공짜는 없다(2)>

1988.

대부분 이 숫자를 보면 쌍팔년도 올림픽을 떠올리겠지만 이걸 보는 영화계의 인물들은 흠짓 몸서리를 친다.

이유는 바로 '푸른 별'이 개봉하면서 확보한 스크린의 숫자가 1988개였기 때문이다.

가히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크린을 싹쓸이한 결과다.

'푸른 별'의 배급사가 CS엔터테인먼트였기에 가능한 결과겠지만 어쨌든 CS의 영향력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초기에 입소문을 타면 2천개도 넘게 확보하며 스크린 독점을 할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우현은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영진영 화사의 사장이 개봉 사흘 전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해댔기 때문이다.

"이래서 배급사를 잘 골라야 한다니까! 김 대표도 이번에 대작으로 들어간다며? 그런데 들어보니까 배급사가 영 부실하던데... 갸들 가지고 되겠어? 천 개나 잡을 수 있으려나?"

랜디 오 감독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은 배급을 쇼박수에서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쇼박수 역시 이름난 배급사지만 아무래도 CS엔터테인먼트 같은 대기업에는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쇼박수와 계약한 이유는 쇼박수에서 더 좋은 계약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굳이 CS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고 해도 대박을 자신했기 때문에 초기 스크린 확보는 큰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흥행이 잘 돼야 할 텐데요."

"거, 김 대표가 흥행할 거라 말 안했소? 난 우리 김 대표만 믿고 있으니 걱정 안 합니다."

이미 투자 다 받아놓고 나서 우현이 말 한 마디 거들은 것 가지고 저러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유,제가 뭐라구요. 캐스팅 좋고, 시나리오 좋았으니 좋을 것 같다는 거죠. 예고편도 아직 못 봤습니다."

"뭔 소리입니까? 포털사이트 대문에 걸려있으니 얼른 가서 함 보쇼. 전투씬이 아주 기가 막히다 아입니까!"

사실 봤다.

짧은 활영 시간 치고 꽤나 그럴듯하게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예고가 전부일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한번 가서 보죠."

이 이후로도 하루에 한 번씩은 전화를 해대 우현의 신경을 건드렸다.

이유는 뻔하다.

자랑도 하고 싶고 연예기획사만을 하던 우현이 제작사를 차려 잘 나가니 내심 아니꼬와 그러는 것일게다.

그런데 개봉 이후 며칠이 지나자 상황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시사회부터 조짐이 안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CS가 엄청난 개봉관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개봉한 이후 급전직하하고 있는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은 들어간 돈과 상관없이 관객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음을 알게했다.

"걱정 마세요. 입소문 돌기 시작하면 관객들이 다시 들어올 겁니다."

마음에도 없는 빈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쌤통이다!'라고 놀려주고 싶었지만 그러다간 영감이 가슴 부여잡고 쓰러질까봐 걱정해주는 척하는 거다.

"그렇겠지? 나는 하여튼 김 대표의 안목만 믿고 갑니다."

무슨 헛소릴...

"저 믿지 마세요. 저도 틀릴 때 많습니다. 잘 된 것만 부각돼서 그렇지...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긴 해요."

슬쩍 발을 빼니 영감이 펄쩍 뛴다.

"무슨 소릴 그렇게 하소! 김 대표 말만 믿고 투자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그라는 겁니까!"

"저야 그냥 잘 될 것 같다고 한 건데요,뭐... 아직 결과 나온 거 아니니 흥분하지 마시고 결과나 잘 지켜보시죠."

"끄응... 알겠어요. 내 김 대표 말처럼 분위기가 마 팍 역전되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개봉 5일차가 되었을 때, 스크린 수는 천개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사실상 극장에서 '푸른 별'에 대한 기대를 접기 시작한 거다.

사실 극장주들 입장에서는 예매율 좋고 좌석점유율 높은 영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배급사의 영향력이 상당하겠지만 점차 돈의 논리에 따라 수익이 나은 영화로 스크린을 바꿔간다.

결국 안 그래도 줄어드는 관객수는 스크린 감소로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개봉 후 일주일이 지나자 관객수는 하루에 십만도 채 들지 못했다.

지금까지 누적관객수 180만.

손익분기점이 700만인 영화이니, 여기서 멈추면 제작사와 투자자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미다스의 손의 실수인가? 아니면 감독의 무능인가?]

처음에는 기자들도 영화에 대한 호의를 담아 기사를 썼지만 급기야 이런 기사까지 뜨며 영화가 망했음을 대대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불쌍하네요. 이제는 전화도 안 오죠?"

지여울 피디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요새 우현을 귀찮게하는 주인공이 누군지 알기 때문이다.

"개봉 전이야 자랑하려고 전화했겠지만 지금은 쪽팔려서 전화할 수 있겠어?

그래도 그 인간 불쌍해할 거 없어. 알아보니 투자받은 금액 상당수가 국가지원금이라며?"

"그렇다네요. 그래도 백억 정도는 영화투자펀드랑 CS 등 기관투자에서 투자한 건데 손해가 극심할 거예요."

"그거야 투자한 애들이 스스로 책임져야지. 괜히 나를 들먹일 게 아니라..."

'푸른 별'의 흥행참패로 우현의 이름이 자주 기사에 오르내렸다.

우현이 흥행을 장담하는 인터뷰가 다시 한 번 조명되며 이제는 흥행감각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게 기사와 댓글의 주된 내용이었다.

특히 은하와의 결론이 오피셜로 터진 이후 나온 우현의 실수, 혹은 착각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이걸 기대하고 던진 말이었지만 실제로 자신의 이름이 안 좋은 쪽으로 나오는 걸 지켜보는 건 고역이었다.

"대중들의 생리 아시잖아요? 일순간의 가십거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걔도 웃겨. 생각이 없나? 아니면 소속사가 관리를 못하는 건가?"

"아... 우희연이요? 제가 마이더스에 강력히 항의 했으니까 조만간 사과글 올라올 거예요."

'푸른 별'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그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참여한 우희연이 SNS에다가 우현을 걸고 넘어졌다.

[그 사람은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걸까? 그 딴 헛소리로 사람 마음을 흔들어놓고 이제 와서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듯,

톱스타와 결론을 이야기한다. 야! 잘 먹고 잘 살아라.

ps. 언니, 남자 보는 눈 정말 없네요.]

이건 누가 봐도 우현을 저격하는 글 아닌가?

"어이가 없어서 말이야. 내가 그거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직접 영화를 보러 갔어요. 조조시간에 가니까 진짜 나 빼고 사람 두 명 있더라고. 앞자리에 다리 올릴 수 있어서 좋긴 하드라만... 어쨌든, 어디 얼마만큼 열심히 하고 그런 글을 싸질렀는지 한번 봤더니 아주 연기가 가관이더만."

"푸흡! 저도 커뮤니티에서 우희연 연기에 대해서 실망하는 글 보긴 했어요. 그래도 그냥 넘어가 주세요. 별이가 우희연 대신에 들어갔던 '결혼시대'에서 대박치면서 얼마나 부러웠겠어요? 게다가 이번에 미드까지 하게 됐는데 자기는 영화에서 쪽박 차니까 눈이 뒤집어졌겠죠."

"이래서 사람이 평소에 마음을 잘 써야 해. 나는 그렇게 넘어간다고 치고 왜 은하는 또 걸고 넘어져?"

추신만 안 썼어도 이렇게까지 화나진 않았을 거다.

"그건 제가 보기에도 종 그렇더라구요. 감히 선배한테 말이야... 그래서 제가 마이더스쪽에 엄청 퍼부어줬어요. 소속 배우 똑바로 교육시키라구요."

다른 이도 아니고 똑 부러지는 지여울 피디이니만큼 빈 말로하는 건 아닐 거였다.

"잘했어. 은하도 그거 보고 황당해 하더라고."

"엄청 화내죠?"

"그렇지. 그래도 자기가 거기서 화내면 급 떨어진다고 대응을 안 하더라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 예전에는 앞뒤 없이 들이박더니 이제는 제법 참을 줄도 알고 말이야, 흐흐..."

우현의 느끼한 웃음에 지 피디가 못 말린다는 얼굴로 웃었다.

"팔불출인 거 아시죠?"

"흐흐... 난 팔불출 만족해."

아무렴, 유은하 남편인데 팔불출 소리 좀 들으면 어떠랴?

그 때, 우현의 전화기가 진동음을 토했다.

지이잉...

"누구에요?"

"KBC에 계시는 양반. 요새 기분 좋으실 텐데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이 부셨대?"

투덜거리며 전화를 받으니 특유의 코 먹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사랑하는 김우현 대표님, 아침은 자셨는가?"

양세종 국장이 이렇게 껌뻑 죽는 이유는 파인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변호사들 시즌 2'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5월 중순부터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는 첫 방 시청률을 20%나 찍는 기염을 토했다.

광고 완판은 물론이고 PPL 또한 엄청나게 받아 파인프로덕션과 KBC 양 쪽을 만족하게 만들었다.

주연으로 출연한 강소연도 인생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즌 1, 2 둘 다 성공시켜 드라마국수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어버렸고 제 3의 전성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니 양 국장 입장에서 우현이 예뻐 보이지 않을 수없는 상황인 거다.

"편성이나 내주고 살갑게 굴어요. 자꾸 이러면 나 KBC에 드라마 안 넣을 거야."

반대로 우현 입장에서는 송유리 작가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편성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으니 조금 답답한 상황이었다.

며칠 전에 케이블에서 연말에 편성이 나올 것 같다고 컨택이 오긴 했는데 이왕이면 지상파에다가 넣고 싶어 양 국장과 밀당을 하는 중이었다.

"어허! 그 무슨 섭섭한 소리를 하고 그래? 내가 우리 김 대표 없이 어떻게 살라고 말이야, 응? 나 이번에 '푸른 별' 망할 때도 다른 사람들은 전부 너 감 떨어졌다고 욕했지만, 난 너 욕 안 했다?"

이건 놀리는 게 분명하다.

"어째 느낌이 거시기 하네요? 그래서, 왜 전화했어요?"

"삐지긴... 너의 예언 덕분에 제작사 몇 개가 홀랑 넘어가게 생긴 거 아냐?"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네?"

"스프링픽쳐스라고 중소 규모 제작사인데 가을에 미니 편성된 '오라, 봄이여.'라는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었거든.

그런데 하필 얘네가'푸른 별'에 손을 댔나봐."

스노우볼이 이렇게 굴러가다니. 정말 사람 인생 알 수 없는 법인가보다.

"헐... 그래서? 엎어졌어요?"

"잠정적으로 그래. 걔들은 할 수 있다고 우기는데, 들어보니까 사정이 안 좋은 것 같더라구. 투자금을 회수해야 제작을 들어가는데 방송국에서 주는 돈으로는 캐스팅비도 맞추기 힘들 거 아냐? 그래서 우리 사랑하는 김 대표님께서 들어와 보시는 게 어떨까 해서 연락했다, 어때?"

"하하하! 역시, 난 이래서 형님이 참 좋아. 언제 술 한번 해요. 내가 좋은데 잡아놓을게."

"됐다, 인마. 방송국 나오라고 꼬시려고 그러지? 나 아직 안 죽었어."

"예, 예. 그 자리에서 아주 만수무강 하세요. 그럼 우린 편성난 걸로 알고 준비 들어가면 되죠?"

"얼마나 줄지 안 물어보냐?"

"전처럼 해요. 그게 편하더만."

KBC 입장에서는 시청률 대박에 광고수입으로 백억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여 미소를 지었지만 내심 조금 쓰릴 수 있었다.

만약 판권까지 가지게 되는 계약이었다면 수줄에서 또 한 번 대박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푸른 별'처럼 실수하는 건 아니지?"

"어허... 기분이 쪼까 거시기합니다?"

"하하! 농담이야,농담. 그럼 그렇게 하자고. 대신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

"네? 무슨 부탁이요?"

"너 '미씽유' 리메이크 한 거. 국내 판매는 너희가 하지?"

"아마도 그렇겠죠?"

벌써 ABC방송사와 국내 수입에 대해 의논을 나누고 있는 중이다.

잘만 진행되면 미국과 국내 동시 방영이 가능할 거다.

"그거 우리한테 팔아라."

이게 무슨 소린가?

'미씽유'는 TVM에서 방영했었다.

그런데 그 리메이크를 지상파에서 방영하겠다고?

"뭐,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냥은 안돼요."

"김 대표야,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닌데 월 그렇게 비싸게 구냐?"

"아직 TVM쪽이랑 협상도 하기 전에 달라고 하면 공짜나 마찬가지지... 내가 그렇게 뜨뜨미지근한 거래에 응할 것 같아요?"

195. < 세상에 공짜는 없다(2)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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