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94화 (29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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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세상에 공짜는 없다(1) >

은하와의 열애사실을 보도자료로 뿌리라고 했지만 일단 파인엔터 홍보팀과 가장 친한 기사에게 단독으로 내용을 전달했다. 단독기사가 나가면 다른 언론사에서 자연스럽게 회사로 문의가 들어올 것이고 그 때 정리한 내용을 뿌리면 될 터였다.

“대표님, 떴어요!”

굳이 말 안 해도 되는데 민주는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것처럼 밖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 그래요?”

민망하지만 그래도 예의상 답을 해주고 포탈을 확인하니 대문에 떡하니 단독기사가 떠 있었다.

[(단독)한류스타 유은하, 소속기획사 대표와 열애중]

심지어 연예면도 아니고 가장 첫 페이지에 떠 있었다. 들어가서 내용을 클릭하니 홍보팀이 우현에게 들은 사항을 잘 꾸며놓은(?)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김우현 대표는 유은하뿐만 아니라 현 최고의 솔로여가수인 유니는 물론 대세로 등극한 김별과 무섭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파이브걸즈까지, 손대는 것마다 성공해내는 실력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파인프로덕션을 인수해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까지 뛰어들어 성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물론 이렇게 잘 포장했다고는 해도 네티즌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기는 힘들었다.

[말도 안 돼! 나의 유은하가...]

[한가연을 채 간 연중훈 이후로 국민쌍놈2 탄생인가?]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 제발... ㅜㅜ]

당연한 반응이며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네티즌이라고 해도 욕했을 게 분명하니까. 그걸 보면서도 기분이 나쁘다기 보단 미안할 뿐이었다. 유은하를 혼자 차지하다니... 너무 행복해서 악성댓글을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여보세요? 아, 기사보시고 연락 주셨나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야 할까?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고 포털사이트 실검에서 유은하 열애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별이한테 회사로 나오라고 해요. 난 잠깐 도망쳐 있을게.”

이후 회사는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무슨 말인고 하면 온갖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언론사에다 은하와 우현이 어떻게 배우와 매니저의 관계를 넘어 가까워 질 수 있었는지 그 사연까지 보도자료를 낸 이후, 악성댓글보다는 축하하는 분위기로 바뀌며 사태가 점점 누그러들었다.

이게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이었으면 벌써 기자들이 사무실까지 들이닥쳐서 인터뷰를 하겠다며 난리를 쳤겠지만 지금은 열애설가지고 그렇게 수선을 떠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그 대상이 유은하라고 해도 말이다.

또한 예전이었다면 광고주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오거나 법적으로 배상을 받아야겠다며 내용증명이 왔을 거다. 하지만 요새 광고계약은 사회적 물의, 즉 음주운전이나 마약 등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고작 열애설 따위로 인한 스캔들은 배상 책임에 넣지를 않는다.

국민들의 정서가 배우가 연애나 결혼을 한다고 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기업들이 인정했다는 뜻이다.

물론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의 광고나 투자 계약이라면 스캔들에 의한 배상을 계약에 명시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이런 계약은 아이돌과 관계돼 있다. 유은하 같은 톱배우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이다.

사무실에서 나온 우현은 근처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강상훈 피디가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섰다.

“회사에 기자들 안 왔던데요?”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누구 하나 찾아와서 인터뷰 하겠다고 달려들면 그것처럼 난감한 게 없거든요. 뭐, 그건 됐고. 일단 자세하게 말해 봐요.”

“일단 ABC에서 ‘미씽유’를 프라임타임에 정규 편성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아무래도 페이스노트에 올려놓은 예고 동영상을 본 미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이 나오네요. 조회수도 천만이 넘고 댓글도 엄청 달렸거든요.”

“별이에 대한 이야기는요?”

“그건 에이넷쪽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나본데, 윤 작가님이 분량을 그렇게 많이 넣어 놓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왔잖아요? 그런데 파일럿 제작 감독이 그걸 다 살렸던 모양이에요. 방송사 측에서 업프론트 행사 끝나고 정규편성 확정을 이야기할 때 김별 씨에 대해서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어디 배우냐고.”

“오호... 그래서요?”

“원 저작자인 윤해연 작가님 소속사인 한국의 파인엔터 소속사 배우라고 하니 그쪽에서 출연 가능한지 물어보라고 요청했고 에이넷에서 그걸 확인하기 위해 저한테 연락을 해 온 겁니다.”

“그럼 오디션을 봐야 한다는 건...?”

“한 배역에 여러 명의 지원자가 있다면 말 그대로 오디션이지만 제가 에이넷에 확인한 바로는 다른 지원자를 구하고 있지 않다고 하네요. 형식상의 오디션입니다.”

“좋아요. 일단 별이 오기로 했으니까 정확한 일정은 별이가 오면 이야기하기로 합시다.”

강 피디는 들어가고 혼자 커피숍에 앉아 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가 가고 나서 전화를 받는데 목소리가 은하가 아닌 매니저인 혜숙이었다.

“대표님? 지금 은하 인터뷰중이에요.”

“인터뷰? 무슨 인터뷰?”

“은하랑 친한 기자가 단독기사 뜬 거 보고 찾아왔거든요. 그래서 인터뷰 해주고 있어요.”

“그런 게 있으면 회사에 이야기를 해야지.”

“은하가 됐다고... 그냥 자기가 알아서 대표님께 말씀 드리겠다고 해서요.”

하긴 그 성격을 누가 말릴까? 그나저나 그 기자는 단독기사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찾아올 수가 있을까?

“그 기자 은하랑 친해?”

“노현지 기자라고, 기자 중에서는 굉장히 친한 사람이라고 해요. 저도 몇 번 봤었구요. 알고 보니 이미 오늘 오전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놨던 거라 저도 기자가 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흐음... 알겠어요.”

생각해보니 은하는 은하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굳이 자신이 나서서 하나하나 간섭하는 것도 좋은 것 같지 않아 그냥 두기로 했다.

오후 늦게나 돼서 사무실에 올라가니 별이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미드 ‘미씽유’ 오디션 소식을 들었는지 얼굴만 봐도 잔뜩 흥분해 있는 게 보일 정도였다.

“대표님! 결혼 축하드려요!”

그것 때문이 아니었나?

“어, 그래. 고맙다. 너 소식 들었니?”

“대표님 결혼 소식이요?”

“아니, 그거 말고 너 미드 정규편성에 캐스팅 된다는 거.”

“아, 방금 들었어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녀를 보니 아무래도 우현의 결혼소식이 더 충격이었나 보다.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무슨 말씀을요. 당연히 좋죠. 그래도 대표님 결혼소식이 더 대박이던데요? 언제부터 사귀셨던 거예요?”

“크흠... 그건 보도자료 보고... 어쨌든 오디션 일정이 어떻게 되죠?”

강 피디가 난감해 하는 우현을 보고 슬며시 웃었다.

“당장 제작에 들어가야 정규편성에 맞출 수 있습니다. 미드라고 무조건 사전제작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미드도 반 사전제작이라 최소 절반 정도는 첫 방 전에 다 찍어 놓습니다.”

“그래요? 전 다 사전제작인 줄 알았어요.”

별이는 놀란 얼굴로 강 피디를 돌아보았다.

“그렇지 않아. 보통 미드 정규시즌 같은 경우는 22회나 24회정도 만들어. 그게 하나의 시즌이지. 그러다 시청률이 안 좋으면 조기 종영을 해버려. 만약 다 만들어 놓고 시청률이 안 좋으면 방송사나 제작사가 난감할 거잖아? 그래서 반 사전제작으로 하는 거지.”

강 피디는 이번에 별이가 미드에 출연하게 되면서 그녀와 친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별이한테 말을 놓는 것 같다.

“시청률에 따라 조기 종영하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 똑같네. 그럼 조기종영 해버리면 뭘로 메꿔요?”

“미드 시즌이라고 해서 10편 짜리가 대타로 들어가거든. 그래서 지금 ‘미씽유’가 정규편성 된 게 엄청난 거야. 시청률도 가장 좋거든.”

“와... 그럼 조연이라고 해도 대단한 거죠?”

“장난 아닌 거지. 거긴 채널이 많아서 시청률이 우리나라처럼 10%, 20%가 나오지 않아도 일단 보는 인구가 달라. 좀 떴다 싶으면 애청자가 천만 단위가 나오거든. 그 순간 넌 스타가 될 수밖에 없지. 아마 방영 시작되면 미국에 있으면 안 될 걸? 스토커 같은 파파라치가 널 화장실도 못 가게 할 거니까.”

강 피디가 짐짓 별이를 겁주었지만 그녀는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설마 그러려구요. 아... 진짜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은데요? 호텔 주차장에 내리는 나를 사방의 기자들이 막 쫓아와 사진을 찍어대는 광경이라니...”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반짝이는 걸 보고 우현이 끼어들었다.

“다 좋은데 왜 하필 장소가 호텔이냐? 스캔들 내려고 작정한 건 아니지?”

“보통 스타들이 그런데서 사진 찍히잖아요.”

“그러지 마라. 나 고혈압으로 쓰러진다.”

“칫! 그러면서 대표님이 가장 먼저 스캔들 내놓고는...”

이래서 자식의 잘못은 부모의 책임인 거다. 대표인 우현이 먼저 실수한 거나 다름없으니 할 말이 있나... 물론 별이의 장난이지만 왠지 찔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너 스캔들 나도 대표님이 뭐라고 못 하겠다.”

지 피디가 옆에서 보고 있다가 장난스레 거들자 별이가 주먹을 지켜들며 ‘이예예!’를 외쳤다.

“크흠... 아이고야... 머리가 아프다. 어쨌든 그래서 언제 가야 하는 거예요?”

“늦어도 다음 달 말에는 가야 합니다. 촬영 스케줄 때문에 더 늦으면 곤란하거든요. 아, 이건 촬영 스케줄을 말한 거고 오디션을 바로 보러 가야 합니다. 그 쪽에서 빠를수록 좋다고 했거든요.”

“그래요. 그럼 별이 너는 지금부터 영어 공부 좀 빡시게 하자. 아무리 영어로 된 대사 없다고는 하지만 정규 편성되면 어떤 대사가 나올지 모르니까.”

“하아... 저 중, 고등학교 때 영어 점수 꽝이었는데...”

별이는 공부해야 한다는 말에 울상을 지었다.

“그래도 그 때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잖아. 지금은 영어 공부하면 돈 버는 거 아니까 집중은 잘 될 걸?”

그렇게 별이를 위한 스케줄을 상의하는데 저녁에 회사로 유니가 찾아왔다. 낮에 지방에서 행사 스케줄이 있었기에 저녁에는 바로 집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회사에 왔나 했더니 손에 케잌 하나를 들고 있었다.

“대표님, 결혼 축하해요. 열애설 보고 놀라서 지 피디님께 연락했더니 연애도 아니고 결혼이라니... 너무 놀랐어요.”

결국 이날 저녁은 소속 아티스트들이 다 모여 직원들과 예정에도 없던 결혼 축하 파티를 하고 말았다. 웃긴 건 은하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직원들로부터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한 명, 한 명에게 술을 따라주고 건배사까지 외쳤다는 것.

나중에 은하 인터뷰 기사를 보니 놀랍게도 우현이 은하의 첫사랑이었다나? 우현은 그걸 보고 감동받았지만 은하는 자신의 이상형이 잘생긴 남자가 아니란 것에 하늘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별이가 미국으로 오디션을 보러 떠날 때는 동행하지 않았다.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는 오디션에 대표가 따라나서면 자신이 쪽 팔린다고 별이가 극구 거부했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며 별이가 떠나고 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오디션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그간의 리메이크 작업과 뒷이야기를 모아 별이의 미드 입성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한창 활동하는 20대 초반의 여배우가 미드에 출연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또 다시 엄청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 사이 우현은 은하의 어머님께 인사를 드렸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은하 어머님은 결혼 이야기에 질색하시며 너무 어린 나이이기에 절대 안 된다고 반대 하셨다.

하지만 은하가 누군가? 무조건 우현과 결혼하겠다고 우기는 딸과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찾아와 허락을 구하는 우현 때문에 결국 은하의 어머님도 백기를 들고 말았다.

따뜻한 봄이 지나 뜨거운 여름이 한층 다가온 6월 중순, 우현과 은하는 결혼을 발표했고 랜디 오 감독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촬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문제의 영화 ‘푸른 별’이 제작보고회를 마치고 전국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294]< 세상에 공짜는 없다(1)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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