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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93화 (29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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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이것도 운명이다(6) >

“요즘엔 한두 달 전에 예식장 구해서는 지방에서 결혼하기도 쉽지 않대. 지금부터 예약해야 가을에 가능할 걸? 아, 그리고 우리 집 언제 갈까? 엄마가 오빠 좋아할 거야. 우리엄마는 항상 남자가 성실해야 한다고 했거든. 얼굴만 잘나면 여자 고생한다고 하셔서... 뭐, 딱 봐도 성실하게 보이잖아?”

은하는 포옹을 풀고 우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연신 말을 쏟아냈다. 필사적으로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표정관리에 주력한 우현은 간신히 한 마디 건넸다.

“기자들한테는 어떻게...”

“뭘 어떻게 해? 요즘은 옛날처럼 기자들 모아놓고 호텔에서 기자회견하면서 우리 사귀네, 결혼하네, 하는 건 구식이야. 유치해. 그냥 보도자료 돌리면 되지. 그게 쿨해 보이고 좋아.”

언제 이런 것까지 생각해놓고 있었던 걸까?

“어... 그런 것 같다.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당연하지. 어머, 스테이크 다 식겠다. 오빠, 아~”

은하는 기분이 좋은지 생전 안 하던 짓을 하며 고기를 쑤셔 넣어준다.

“으음... 식어도 맛있네. 너도 먹어.”

“아니야, 난 입맛이 없어서. 아, 우리 신혼집은 어디로 할까? 아무래도 강남이 좋겠지? 요즘 한남동 고급빌라가 유행이라던데 나는 그렇게 있는 척하면서 사는 거 별루야.

아니다, 그냥 경기도 외곽에 근사한 집 짓고 사는 건 어때? 마당이 넓어서 큰 개를 키울 수 있고, 외국처럼 손님 초대해서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그런 집이 남자들 로망이라던데? 내가 오빠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양보해줄 수 있지.”

여기서 너무 나간 것 같다고 말리다간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 맞장구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

“난 다 괜찮은데...”

“하여간 오빠는 의견이 없어. 오케이, 그건 내가 정할게. 아무래도 살림할 사람이 집을 정하는 게 맞지 않겠어?”

그런 이야기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다.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내 말이 맞아. 하여튼 집은 그렇게 하고 신혼여행을 벌써 정하긴 그렇지? 히히힛! 그래, 벌써부터 흥분하면 안 되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스스로 진정하려는 은하는 우현이 봤을 때 이미 충분히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일단 먹고 나서 생각...”

“난 입맛 없다니까? 오빠나 많이 드셔. 드레스 입으려면 지금부터 관리해야 해.”

이거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 벌써부터 드레스 입을 걸 걱정하는 거였다. 대체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냐?

“어? 어, 그래.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아! 그리고 아이는 서른 이후에나 가질 생각이니까 그 전에는 아이 가지자는 말하지 마. 난 아직 하고 싶은 작품도 많고 벌써부터 아이 키우느라 이십대를 보내긴 싫단 말이야, 알겠지?”

하마터면 입에서 씹고 있던 고기를 뱉어낼 뻔했다. 도대체 얘는 어디까지 생각하면서 이 자리에 나온 거지? 상상의 나래를 어디까지 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럼, 당연하지. 나도 그건 바라지 않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표정관리하며 쿨하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럴 줄 알았어. 오빠는 그런 면에서는 배려심이 있으니까. 그럼 언제 갈 거야?”

“응? 벌써 나가자구?”

“아니... 우리 집에 언제 갈 거냐구. 오늘 바로 가기는 그렇지? 하긴, 엄마도 오빠 온다고 하면 음식도 하고 준비도 해야 하니까 오늘 가는 건 좀 그렇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다는 말이 이것보다 더 어울릴 수가 있을까?

“어머님한테 물어봐. 나야 시간 언제든 괜찮으니까 그 때 맞춰서 가면 되지, 뭐.”

“그래, 히힛! 어머님이라고 하니까 조금 이상한데? 뭔가 어색하면서도 기분 좋아. 엄마가 이 반지 보면 엄청 놀라겠다, 그치?”

딸이 이제 20대 중반인데 다이아반지를 끼고 와서 결혼할 거라 그러면 놀라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게다가 대한민국 최고 톱스타인 유은하의 엄마라면...

“놀라지 않게 잘 설명해드려.”

“조금 놀라긴 하겠지. 그래도 좋아하실 걸? 싫어하면... 뭐, 어쩌겠어? 내가 하겠다는데? 오빠는 걱정하지 마. 내가 우리 엄마는 확실하게 커버할게.”

아무래도 자신이 말하는 ‘놀람’을 은하가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이럴 때는 굳이 은하를 말릴 필요가 없다. 어지간한 일은 본인이 알아서 다 처리하는 책임감과 한번 마음먹은 일은 밀고 나가는 추진력, 그리고 대범함까지. 정말 엄지를 치켜들지 않을 수 없다.

보통 미인과 결혼하면 너 닮은 딸이 나왔으면 하고 바란다는데 왠지 은하와 닮은 딸이 나오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장군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 난 너만 믿는다.”

“하여간 그렇게 간이 작아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몰라? 히힛! 그럼 이제 우리 어디로 가?”

뭐지? 순간 우현은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했다. 준비한 건 이게 다인데 뭘 또 해야 하는 건가? 이럴 줄 알았다면 따로 프로포즈 공식 같은 거라도 찾아봤어야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은하의 저 기대어린 표정을 보니 없더라도 있어야 한다.

“그, 근처에 괜찮은 와인바 있는데, 어때?”

“뭐... 고리타분하지 않고 좋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은하가 화장을 고치러 나간 사이 핸드폰으로 청담동 와인바를 검색해 자리가 있는지 물어보고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얼마나 급했는지 검색하는 손이 수전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달달 떨렸지만 그녀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식은 고기 한 덩이를 입에 가져갈 수 있었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천국과 지옥을 오간 듯 등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나갈까? 아니면 디저트 먹고 갈까? 여기 디저트가 맛있다던데...”

“디저트는 와인 마시면서 먹으면 되지. 그런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준비하려고 머리 좀 굴렸겠네?”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머리를 굴리는 중이지만 어깨를 으쓱대며 나름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원래 노력파잖아.”

“하긴, 오빠는 얼굴에 재능이 없으니까... 그래도 이런 모습 때문에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 거 알지?”

욕인지 칭찬인지... 날이 날이니만큼 칭찬으로 해석했다. 이후 와인바에서 앞으로의 미래(?)에 관해 일방적인 교육(?)을 받고 난 뒤 은하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루 일정 중에 이게 제일 좋았다.

다음날, 우현이 회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전화의 대상은 바로 윤해연 작가였다. 분명 은하와 윤 작가 간에 무슨 꿍꿍이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은하가 그 날 풀메이크업을 하고 왔으며 우현의 반지를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받을 수 있냔 말이다.

특히 그녀의 끝없는 상상의 나래는 도무지 미리 알고 있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을 만큼 현실적(?)이었다.

전화를 걸면 한참이 걸려서야 받을 줄 알았는데 신호가 몇 번 울리기도 전에 그녀가 받았다.

“여보세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어째 자다 일어난 것 같지도 않다.

“작가님, 전데요. 혹시 은하한테 무슨 말 하셨어요?”

우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 작가의 웃음소리가 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하하하! 아유, 웃겨 죽겠네. 김 대표, 솔직히 말해 봐. 내가 고맙지?”

고맙긴 고마운데... 그래도 당한 게 억울하긴 하다.

“고맙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은하가 나한테 이야기 듣고 얼마나 설레어 했는 줄 알아? 별말 하지도 않았어. 김 대표가 큰 결심을 할 것 같다고만 했지. 나도 몰랐다. 어떻게 프로포즈 할 생각을 했어? 난 공개연애정도로 생각했는데 말이야. 김 대표도 대단하네.”

벌써 은하한테 이야기를 들었나보다. 이렇게 되니 그게 프로포즈가 아니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게... 은하 마음이 또 그렇다고 하니까...”

“잘 생각했어. 반지도 티파니에서 맞췄다며? 은하가 아침 댓바람부터 사진 찍어 보내면서 어찌나 자랑을 해대는지... 내가 잠 깨서 무슨 일인가 했다니까? 그런데 그거 얼마야? 비싸 보이던데?”

“천만 원정도 하더라구요.”

“어머, 진짜? 김 대표가 큰 결심 했구나. 그래, 잘 했어. 프로포즈하면서 애들이나 하는 커플링 들이밀면 되겠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은하인데 말이야.”

듣고 보니 가볍게 백만 원 이하의 커플링 수준으로 맞춰서 줬다면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을 것 같다. 티파니 매장의 직원이 꼬셔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긴 하죠.”

“그럼 결혼발표 하는 거야?”

“일단 은하 어머님 만나 봐야죠. 공개연애는 미리 발표하구요.”

“하하하! 축하해! 나한테 한 턱 쏴야 하는 거 알지?”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으니 한 턱이 아니라 옷이나 백이라도 해주는 게 맞다.

“그럼요. 식사야 당연한 거고 좋은 백 하나 선물해드릴게요.”

“그럼, 그럼. 나 기대하고 있는다?”

“그러세요. 아, 은하한테 그 반지 천만 원짜리라고 은밀하게 알려주세요.”

이왕 비싼 거 샀으니 생색이라도 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홍보팀을 불렀다. 그들은 대표가 하루 동안 얼굴 한번 안 비추다가 갑자기 부르자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크흠... 내가... 이번에 결혼을 할 것 같아.”

“예? 정말요?”

“누구랑요?”

홍보팀도 직감적으로 알았다. 우현의 상대가 연예인이라는 걸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홍보팀을 부를 이유가 없으니까.

“아... 그게...”

“누군데요? 얼른 말해 봐요! 설마 우리 회사 배우예요?”

선뜻 입이 안 떨어지는데 밖에서 듣고 있던 민주가 후다닥 들어와 부릅뜬 눈으로 물었다. 뭔가 대단한 뉴스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으니 알고 싶어 미치겠다는 얼굴이다.

“유니는 아니겠지? 이번에 스물한 살이잖아.”

“그러면 너무하지. 대표님이 서른 살이 넘었는데... 설마 그러려고...”

직원들 몇몇은 설마 하는 얼굴로 속닥거리는데 다 들리는 게 마치 들으라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아주 죽일 놈 되겠다는 생각에 손을 들어 그들의 입을 막았다.

“다들 알겠지만 내가 처음 이 바닥에 들어오면서부터...”

민주는 우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구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지 소리를 질렀다.

“유은하! 대박!”

직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설마 하는 얼굴이었지만 우현이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 돼!”

“유은하라구요! 꺄아악!”

“대표님이 유은하 씨랑 결혼 한대요!”

어느 직원 하나가 대표실을 나가 소리를 지르며 우현을 더더욱 쥐구멍 속에 들어가고 싶게 했다.

결국 파인엔터 식구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몰려온 아랫집 파인프로덕션 식구들까지 대표실을 비집고 들어와서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고자 했다.

“아, 밀지 마!”

“여기 좁다고! 그만 들어와!”

자리가 비좁으니 몇몇은 신발을 벗고 대표실 탁자 위까지 올라가서 우현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만, 그만! 나 유은하랑 결혼하는 거 맞아. 홍보팀은 일단 공개연애로 보도자료 돌리고 네플릭스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전해. 어차피 지상파 방영도 아니어서 큰 문제가 없을 거지만 그래도 그게 예의니까. 그리고... 보도자료에 나에 대해서 잘 좀 포장해서 보내줘, 부탁해.”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우현이 다시 한 번 유은하와 결혼한다는 말을 꺼내고 나서는 환호와 비난(?), 그리고 축하가 쏟아졌다.

“꺄아악! 맙소사!”

“대표님, 오늘만 욕하겠습니다! 이 도둑놈아!”

“대표님, 결혼 축하합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축하와 비난 속에 왁자지껄 잔치 분위기가 벌어진 상황에 강 피디가 핸드폰을 들고 소리 질렀다.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강 피디에게로 향했다.

“대표님! 대표님!”

“어? 뭔데?”

“에이넷프로덕션에서 연락 왔는데요. ABC에서 정식으로 요청했답니다. 김별을 조연으로 쓰고 싶다고 오디션을 보러 미국으로 오라는데요?”

이번에는 우현과 직원들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293]< 이것도 운명이다(6)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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