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85화 (28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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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내 마음대로(3) >

“응? 무슨 이야기요?”

“지금 MBS랑 몇몇 기획사에서 파인프로덕션을 단단히 혼내주기 위해서 뭉친다는 말이 도는데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디 자세히 이야기 해보세요.”

“저도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작가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긴데요, 김은선 작가의 차기작 이야기에서부터 말이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김은선 작가가 ‘사랑과 영혼’에서 조금 말이 있었잖아요?”

조금 말이 있었던 정도가 아니었다. 성급한 이들은 지금도 김은선 작가의 실험적인 엔딩에 감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랬죠. 그런데요?”

“사실 ‘변호사들’ 시즌 2에 대해 KBC에서는 한 달 전부터 편성에 대해서 말들이 있었거든요.”

“그거야 시즌 2에 대한 네티즌들의 열망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그랬죠. 저뿐만 아니라 우리 작가팀원들은 그런 이야기가 돌 때 서로 아는 작가들이나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보고 자랑하거나 뿌듯해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MBS에서 김은선 작가와 만났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구요.”

“제작사를 안 끼구요?”

“네, 듣기로는 드라마 국장과 단독으로 만났다고 하던데요?”

돌아가는 모양새가 MBS 자체 제작 드라마에 김은선을 작가로 꽂을 모양이다. 이건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일단 지상파 자체제작에 김은선이 참여한다는 것은 자신의 몸값에 대해 어느 정도 포기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방송사에서는 외주 제작사만큼 김은선 작가에 대한 몸값을 배정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케이블로 넘어간 드라마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지상파로 옮겨온다는 것인데, ‘변호사들’ 시즌 2의 성공과 김은선 작가의 투입까지 더하게 되면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김은선 작가의 복귀를 넘어 파인프로덕션을 노린다는 것에 있다.

“그럼 차기작에 대한 시놉은 다 나와 있다고 봐도 좋겠네요?”

시놉도 없이 무작정 드라마국장과 만날 가능성은 흔치 않다.

“아마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혹시 염려하는 게... 일부러 치킨게임을 노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골치가 아파졌다. 김은선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붙는다는 걸 달가워하는 제작사나 작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같은 경우는 관객들이 재밌다고 판단하면 A작품을 보고 B작품도 본다. 따라서 재밌다고 평가되는 작품이 동시에 개봉한다고 해도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르다.

일단 드라마는 동시간대에 방영하는데다가 재방은 주말까지 기다리거나 케이블을 통해 봐야 한다. VOD로 재방을 볼 수도 있지만 그건 큰 파급력이 없다.

때문에 아무리 잘 만들고 재밌다고 해도 경쟁작이 어떤 작품이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아무리 우현이라고 해도 이건 떨릴 수밖에 없다.

“확실한 정보예요?”

“저도 작가들 사이에 도는 소문을 듣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냥 나온 말은 아닐 겁니다.”

김은선이 ‘사랑과 영혼’으로 자존심이 상하긴 했을 테지만 이렇게 무식하게 나올까 싶어 지여울 피디를 불렀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지 피디에게 대강 사정을 설명해주고 MBS 직원에게 전화로 물어봐달라고 하니 5분 만에 통화를 끝내고 왔다.

“진짠 거 같은데요? 김은선이 방송국에 왔었다고... 그런데 아직 편성이나 제작에 관련돼서는 전혀 이야기가 진행된 게 없대요. 감독선정은 물론이고 언제 편성을 비워두라는 말도 없었다고...”

김은선이 이번에 새로 임명된 드라마국장을 직접 대면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이상 MBS에서 뭐 하나는 할 것이 확실하다. 설마 드라마국장 승진 축하한다고 만났을까?

“편성이야 마음만 먹으면 호떡 뒤집듯 뒤집을 수 있는 거고, 제작이야 김은선이 시놉시스만 내밀면 한 달 안에 카메라 돌릴 수 있잖아?”

우현의 말에 지여울 피디도 동의를 표했다.

“마음만 먹으면 보름 안에도 가능하긴 하죠. 김은선 정도면... 캐스팅도 서로 하겠다고 달려들 거고...”

물론 스케줄이 널널한 배우들만 가능하겠지만 그만큼 김은선의 파워가 대단하다는 말이다.

“만약 우리가 ‘변호사들’ 시즌2 제작 확정짓고 캐스팅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MBS에서 맞불로 나올 수 있을까?”

“지금 편성 이야기 나왔으니 이거 방영할 때쯤이면 적어도 반년은 지나야 해요. 반년이면... 마음먹고 우리 편성에 일부러 맞춘다고 가정할 때 못할 것 없긴 하겠네요.”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이 상태에서 고민해봤자 나아질 건 없었다.

“좋아, 알겠어. 그냥 진행하도록 하자.”

“그래요, 설마 정면승부를 하자고 달려들겠어요? 주변사람들이 너무 오버하는 것일 수 있어요.”

지 피디의 말이 맞을 수 있다. 괜히 떠도는 소문 때문에 우리 발걸음이 꼬이면 안 된다.

“작가님은 어떠세요? 저는 이거 그냥 진행할 건데.”

“저로서는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즌 1을 마무리 짓는 걸 보면서 만약 나라면 시즌 2에서 어떻게 진행할까 생각도 했었구요.”

“주변 이야기는 신경 쓰지 마시고 잘 좀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원고료는 작가팀원들에게 회당 천만 원은 보장해 드릴 거고 메인시놉 쓰시는 이재호 작가님은 최소 회당 이천 이상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이재호 작가는 생각지도 못한 금액이 놀라 두 손을 애매하게 흔들며 더듬거렸다.

“아이고... 이,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 않으셔도 되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죠. 어쨌든 저는 작가님만 믿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작품 만들어내겠습니다.”

그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는 했지만 김은선 작가와의 정면승부가 계속 신경 쓰이는지 대표실을 나갈 때까지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

“아... 잘 나갈 때 갑자기 파리가 꼬이네.”

“왜요? 대표님도 계속 신경 쓰이세요?”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엔 뭔가 찜찜하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어.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데 당사자는 혼자 심각한 경우. 어찌 보면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인 것 같은데 어떡해서든 상대방을 깔아뭉개려고 별 짓을 다해. 이런 사람들을 보통 진상이라고 하거든?”

“김은선 작가가 진상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꼭 진상만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거든. 사람마다 한 가지씩은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 무협지나 사극에서는 이걸 역린이라고 하잖아? 김은선은 ‘사랑과 영혼’으로 파인엔터에게... 어찌 보면 발렸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걸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을 수 있어. 아닐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럴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려.”

“만약 대표님의 생각처럼 MBS에서 편성을 맞춰버리면 어떡하실 거예요?”

“어쩌긴...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지.”

지 피디는 우현의 말이 의외였나 보다. 큰 눈을 꿈뻑이며 우현의 말을 곰곰이 곱씹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제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신 거죠?”

“하하하! 맞아. 지 피디는 이재호 작가 잘 달래면서 좋은 작품 나올 수 있도록 만 해주면 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네. 그리고 내일 ‘결혼시대’ 첫 방인데 사무실에서 같이 모니터 하실 거죠?”

“당연하지. 별이도 알고 있을 걸? 여태껏 그래왔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문자로 별이 매니저인 상준이한테 첫 방 모니터 같이 하자고 보내. 아, 그리고 유니한테도 같이 문자 보내. 내일 스케줄 없지?”

“네. 오늘 부산 행사 끝나고 금요일까지 스케줄 없어요. 요새는 세동 씨한테 스케줄 잡아달라는 말이 없는 걸 보니까 조금 지치긴 했나 봐요.”

“그것보다는 지금까지는 돈 벌어서 부모님 가져다 줘야 했으니까 그랬을 거야. 일 많은 거 좋아할 때는 데뷔 초밖에 없다는 거 알잖아?”

“그렇긴 하죠. 아참, 파이브걸즈 쇼케이스 행사 다음 주에 잡힌 거 알고 계시죠?”

파이브걸즈 같은 경우는 데뷔 싱글앨범이 대박을 내면서 지금껏 온갖 행사와 각종 예능에 얼굴을 비추며 몸값을 올렸다. 하지만 작년에는 유니와 몇몇 걸그룹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머무르며 그 빛이 조금은 바랬다고 할 수 있다.

경수로서는 새해 발표하는 이번 앨범에 사활을 걸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갈 생각이었어.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지켜봐야지.”

당연하게도 우현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물론 수록된 모든 음원을 전부 챙겼다. 유니 혼자 잘나가는 건 작곡가, 안무가 등 수많은 스태프를 보유하는 의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파이브걸즈 앨범이 성공하면 이제 우리도 연습생을 받을 생각이세요?”

이 부분은 회사 내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이슈이기도 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건 장기적으로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현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봐줄 수 없으니 그 동안 미뤄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회사의 규모가 3대 기획사에 버금갈 만큼 커졌으니 본격적으로 연습생 시스템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흐음... 나도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그러면 내가 할 일이 너무 많아진단 말이야.”

“그러면 가수 쪽 일은 아예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시는 건 어때요?”

“그게 그렇게 쉽나...”

마음이야 누군가에게 다 일임하고 싶지만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어쨌든 이번 쇼케이스 끝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걸그룹 하나랑 솔로가수를... 그것도 현재 탑이라고 일컫는 이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연습생 하나 없는 회사는 우리뿐이라구요.”

“알지, 안다구. 일단 그 부분은 나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게.”

이제는 모든 일을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자신이 선택해야 할 종목은 가수와 배우 중에 정해져 있었다. 처음부터 배우를 키우기 위해서 세운 회사였으니까.

별이, 유니와 오랜만에 만나 모니터링을 하는데 생각보다 작품이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평타만 쳐도 만족스러웠는데 예상 밖으로 재미있었다.

시청률도 예상 밖으로 10%나 나와 주며 선전했음을 알 수 있었다. 별이가 아직 톱스타라고 할 수 없음에도 이 정도 시청률이 나와 줬다는 건 시청자들이 별이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나타낸 거다.

로코 3대작가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 1, 2회 시청률은 무조건 배우빨로 가기 때문이다.

상준과 전화통화로 별이 상태를 물어보니 생각보다 잘 나온 시청률에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별이도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지상파 첫 방 시청률이 10% 정도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자평해도 좋을 정도니까.

시간이 지나 파이브걸즈의 두 번째 앨범이자 첫 정규앨범인 'true love' 쇼케이스가 성황리에 끝나고 타이틀 곡이 공개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true love'의 뮤직비디오가 공개 5일도 채 안 돼 천만뷰를 찍기에 이르렀다.

잇따른 소속 아티스트들의 성공행진에 파인엔터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이제는 축하를 넘어 질투와 선망으로 바뀌어 갔다.

반대로 ‘변호사들’ 시즌 2를 준비하는 지여울 피디의 입장에서는 일이 그렇게 쉬울 수 없었다. 촬영, 조명, 분장 등 부족한 스태프를 구하는 족족 경력 짱짱한 사람들이 마치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우가 좋은 거야 업계에 소문이 난 상태였는 데다가 갈수록 회사가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니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려는 마음은 다 똑같지 않겠는가?

스태프를 다 꾸리고 KBC와 양세종 국장과 편성시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3월말에 촬영 들어가서 5월초에 방영 시작한다는 걸로 확정지었다. 그런데...

“대표님 이거!”

지여울 피디가 내민 핸드폰 기사에는 김은선 작가의 MBS 복귀작에 대한 이야기가 떡하니 포털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편성이 언젠데?”

“4월 말이요.”

[285]< 내 마음대로(3)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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