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78화 (278/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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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또 다른 도전(1) >

“저희는 배우 없습니다. 맞춰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유지나 지금 하고 있는 거 없잖아?”

“아이고, 국장님. 지나는 영화 캐스팅 확정됐어요. ‘무조건 잡는다’라고 액션영화 있어요. 곧 있으면 촬영 들어가기 때문에 안 됩니다.”

“허허... 이거 참. 곤란하구만...”

“하늘이 마음에 안 드세요?”

“크흠...”

하늘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 아닌 이상 싫어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발성에 문제가 있고 이미지가 고급스럽지 않다고는 해도 그거야 우현의 기준이지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생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걸로 볼 때 분명 말하지 않는 무슨 사정이 있는 거다.

“그냥 하늘이로 하시죠? 지금 하늘 잘 나가고 있습니다. 비록 땜빵이라고는 해도 미니 여주급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그리 크게 값 떨어지는 캐스팅 아니구요. 솔직히 몸값도 그리 차이 안 나지 않습니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유은하급 톱스타가 아니고서는 여배우들 간의 몸값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단 잘 알겠네. 나도 제작진과 상의는 해봐야지.”

“하늘이 하는 걸로 결론 났으면 좋겠습니다. 국장님이나 저나 이제 어디 가서 쪽팔릴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어요?”

“크흠... 알겠네. 그만 끊자고.”

전화를 끊고 나니 지 피디가 기다렸다는 듯 물어왔다.

“어머, 하늘이를 ‘비밀연애’에 꽂으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럼 우리 회사로 영입하는 거구요? 아니다. 아까 우리 배우 없다고 하셨는데... 이게 어떻게 되는 거죠?”

“전에 안 된다고 했는데 바로 받기도 뭐하고 해서 일단 ‘비밀연애’에 땜빵으로 들어가 보겠냐고 했어. 하늘이는 오케이 했고. 그런데 최 국장 반응이 영 거시기하네?”

“어째서요?”

“꼭 파인엔터 배우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잖아?”

“흐음... 한번 물어볼까요?”

“물어봐? 누구한테?”

“MBS 드라마국에 저랑 친한 후배가 하나 있거든요. 발이 넓고 남 이야기하기 좋아해서 이런 일 물어보기 딱 좋아요.”

이런 걸 두고 인맥찬스라고 하는 건가?

“그래, 한 번 물어봐. 왠지 모르게 찝찝하거든.”

“그럼 잠시만요.”

지 피디는 자리를 비운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서 다시 대표실로 들어왔다. 얼굴이 잔뜩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뭐래?”

“정확한 건 아닌데... 확실히 분위기가 이상하대요.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드라마국이 뒤집어질 사안인데 이상하게 설렁설렁 넘어가는 분위기라는 거예요.”

“그게 다야?”

“에이... 설마 그게 다이려구요. 그런데 방금 전에 국장님이 국장실에서 뛰쳐나와서는 ‘비밀연애’ 담당 피디를 데리고 쥐 잡듯 잡으시더니 하늘인지 땅인지 하는 애 연락해보라고 했대요. 그러면서 이게 무슨 쪽팔리는 짓이냐고... 윤 대표나 너희나 전부 병신들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는데요?”

“쪽팔리는 짓이다... 그리고 거기서 윤 대표가 나와? 이거 설마 우리 물 먹이려고 했던 거 아니야?”

최 국장이 쪽팔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쪽팔리다고 했다면 자신이 모르는 쪽팔릴만한 일을 했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요? 파인엔터요?”

아무래도 생각할수록 확신이 든다. 윤설아 그게 자신이 바보가 되더라도 우현을 물 먹이려 했던 게 분명하다. 평소 보면 여우같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화가 나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우현이었다면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결코 그런 식으로 복수해달라고는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 것 같아. 파인엔터 배우로 꽂았다가 물 먹이려고 했던 게 분명해. 그러다 다른 회사 배우로 들이미니까 억지로 받은 거지. 지금 이 상황에 똥, 된장을 가릴 수는 없잖아? 일단 받고 봐야지. 이야... 최 국장 이거 배짱 있네.”

“헐... 진짜 그럴 생각이었을까요?”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 능구렁이가 그대로 넘어갈 리 없는데 이상하게 고분고분하다고 생각했지. 됐어, 잘 됐어. 이거 하늘이가 우리 석호 대신에 욕받이 하게 됐네.”

“욕받이요? 하늘이한테요?”

“말이 그렇다는 거야. 원래는 우리 배우를 꽂아 넣고 진짜 욕받이 시키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회사 애가 들어왔으니 어쩌겠어? 이거 공 작가랑 최 국장이 화가 단단히 나서 나를 물 먹이려고 했나 본데... 어째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하늘이 우리를 도와줬네요.”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신이 도와준 것 같잖아. 인주라고 하자. 정인주 걔가 우리 대신에 몸빵해줬으니 연기력만 조금 올라오면 계약해줘야겠네.”

“그런데 만약 유제이엔터에서 ‘비밀연애’에서 정인주를 캐스팅하는 걸 반대하면 어쩌죠?”

“그것까지야 우리가 어찌할 수 있나? 어차피 재계약이 눈앞이라며? 군대로 따지면 말년이나 다름없는데 그 정도도 못 하겠어? 그런 성격이면 여기 찾아오지도 못했을 걸?”

“하긴 그렇겠네요.”

“우리는 이제 하늘이고 DH엔터고 다 신경 끄자. 석호 연기 잘 할 수 있게끔 서브해주고... ‘변호사들’ 시청률 홍보자료는 돌리고 있는 거야?”

기대와 관심 속에 첫 방이 나갔던 ‘변호사들’은 강소연의 호연과 탄탄한 각본으로 첫 방부터 시청률이 터지고 말았다. 무려 17.4%.

아무리 지상파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는 하지만 10년 전과 요즘 지상파 첫 방 시청률 17%는 무게감이 다르다. 당연히 강소연에 대한 기사가 가장 많이 나갔지만 파엔엔터 소속인 작가팀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럼요. 홍보팀 요즘 거의 좀비처럼 죽어가는 거 아시죠?”

“그럼 그럼. 야근수당에다가 이번 연말 보너스 챙겨준다고 미리 썰 좀 풀어놔.”

“오오오! 진짜죠? 직원들 엄청 좋아하겠는데요?”

연예계 매니지먼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 연말 보너스를 제대로 챙겨 받는 경우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아무리 회사가 잘 나가고 소속 아티스트가 해외투어로 돈을 쓸어 담고 있다고 해도 막상 직원들 복지와 대우는 별반 나이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기획사 사장, 임원들의 마인드는 회사의 돈을 벌어다주는 이는 아티스트고 직원들은 그저 쓰다 버리는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는 게 대부분이다. 대형 기획사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다들 유니한테 잘 하라고 해.”

단콘까지 성황리에 끝낸 유니는 크리스마트 콘서트 인터넷 예매도 1분도 안 돼 매진시켜 이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솔로여가수로 올라섰다고 봐야 했다.

“그럼요.”

“파이브 걸즈 앨범 준비는 잘 하고 있지? 경수 얼굴 못 본지 좀 됐다.”

“어제 지나가다가 봤는데 아주 얼굴이 초주검이 됐던데요? 앨범 준비한다고 잠을 잘 못 잤나 봐요.”

“그래야지, 지 새끼들인데... 그리고 내년부터는 아예 유니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유니 앨범 준비부터 행사, 콘서트 등등 오로지 유니를 위한 팀 말이야.”

“하긴... 지금 기획팀 인력만으로는 조금 버거운 감이 있죠.”

“유니 일이 너무 많다보니까 파이브 걸즈 앨범이 늦어지는 것 같기도 해. 인력충원에 신경 써서 내년부터는 여유 있게 일하자.”

다행인건지 저녁 늦게 ‘비밀연애’의 대타 여주로 ‘핫칙스’의 하늘이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나왔고 바로 다음 날짜로 배우들을 불러 대본리딩에 들어갔다. 제작진이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민상욱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소송 취하로 풀어주며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반응은 역시 우현이 생각했던 대로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민상욱에 대한 축하보다 파인엔터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시간은 흘러 유니가 홍콩에서 열린 MWMA에 두 번째로 참여해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으며 올해가 유니의 해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그리고 12월이 지나 별이가 출연하는 드라마 ‘결혼시대’가 첫 방을 탔다.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으로 첫 선을 보이는 드라마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다행스럽게도 시청률이 11.2%가 나와 주며 평타를 쳐 주었다.

어차피 이번 드라마는 흥행 대박보다는 별이를 미니 주연급으로 올려놓기 위한 작품이었으니 우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연말이 다가오자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 오던 윤해연 작가가 드디어 리메이크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변호사들’은 시청률을 20%를 넘겨버렸으며 석호가 출연하는 ‘비밀연애’는 아주 가까스로 편성스케줄을 맞춰 방송을 탈 수 있었다.

놀라운 건 ‘비밀연애’가 첫 방을 타고 시청률이 5%가 나오자 MBS의 최규식 국장이 옷을 벗었다는 거다. 그간 시청률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건데 그런 압박을 받고 있었으면서 파인엔터를 물 먹이려고 했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마 여태껏 그래왔듯이 자신의 자리도 철밥통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러다 적자 규모를 감당하지 못한 이사회에서 사장에게 압박을 넣었고 사장의 라인이던 그가 날아가고 말았다.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시청자들의 요구 때문인지, 석호의 출연 비중은 회가 지날수록 많아져서 신정을 지나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니 남주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가 됐다.

당연하게도 석호의 인지도는 빠르게 올라갔고 CF와 작품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즈음에 랜디 오 감독의 첫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우현은 강석호 피디가 내민 제작비 내역을 내려놓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강 피디 옆에 앉은 랜디 오 감독은 우현의 시무룩한 얼굴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님, 저 밀어주겠다고 하셨잖습니까? 이 정도는 돼야 합니다.”

“알긴 아는데...”

뱉어 놓은 말이 있어 무작정 잘라내지도 못하고 참으로 곤란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영화 하나 만드는데 예상 총 제작비로 300억을 집행해달라고 한다면 말이다.

“아시면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렇긴 한데... 300억이면 천만 들어봐야 또이또이야. 아, 또이또이라는 말이 뭔지 모르지? 쌤쌤... 아니다.”

랜디 오 감독에게는 회사에 들어온 뒤로 말을 놓고 있었다.

“저도 알아요. 천만 들어봐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천만 관객이라는 게 말이 쉽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손익분기점이 천만이라는 건 제작사의 입장에서 목 위에 칼을 올려놓고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다.

백억 정도는 예상했다. 아니, 2백억까지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랜디 오 감독이 3백억을 들고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라. 남들은 3백만에 손익분기점 넘고 천만에 돈을 쓸어 담고 있는데, 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넘기 시작한 순간부터 준비땅 아닌가? 아마 천만 넘기기 전까지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박스오피스만 바라보고 있을 게 분명하다.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코 허튼 곳에 쓰는 돈이 아닙니다. 이미 촬영감독과 CG팀, 분장팀, 특수효과팀... 하여튼 모든 제작팀 모아놓고 며칠 동안 회의를 통해서 최적의 제작비를 산출한 결과물입니다.

이것보다 적게 쓴다고 영화를 못 만드는 건 아니지만 최고의 퀄리티는 아닐 겁니다.”

“흐음... 내가 2백억 밖에 못 준다면?”

“하아...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거 가지고 만들 수밖에.”

생각보다 쿨한 반응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까다로웠다. 마치 배포가 작은 사람과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듯 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과연 이 시나리오에 랜디 오 감독이 추가로 보강한 각본, 거기에 걸맞은 콘티와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장비 및 제작진들이 합쳐줬을 때 얼마만큼의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신이 아니니 정확히 얼마만큼의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과는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건 무조건 되는 영화라는 것.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좋아. 해보자고!”

호기롭게 소리쳤지만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278]< 또 다른 도전(1)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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