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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67화 (267/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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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그릇된 욕심(3) >

금방이라도 거친 몸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우현은 순간 아무 말도 못하고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그런데 뒤에서 유니의 뾰족한 고성이 집을 뒤흔들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우현과 유니가 왔음을 뒤늦게 인지한 어머니는 벌게진 얼굴 그대로 달려왔다.

“아이고, 사장님 오셨어요? 죄송합니다. 오신 줄도 모르고...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 뭐해? 소파에 있는 저것들 빨리 치워!”

유니 아버지는 서둘러 소파와 거실에 너저분하게 어질러진 물건들을 던지듯 치워버렸다. 이에 유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소파에 앉자 곧바로 음료수와 과일이 탁자에 올라왔다.

“심려가 크시죠? 다 저희 잘못입니다. 거기서 뭐해! 사장님께 죄송하다고 빌어야 할 거 아니야!”

“어? 어, 그래. 미안합니다. 저는 그냥 잘 해보려다가...”

분위기로 보면 이 집의 실세는 어머니가 분명해 보였다. 어째서 아버지가 이런 사고를 치게 뒀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오늘 기사 보시고 놀라셨겠습니다.”

“놀랐죠. 그냥 우리 이이가 뭔 사고를 쳐도 단단히 칠 것 같기는 했지만 이렇게 기사까지 날지는 몰랐어요. 아휴... 진짜 이 인간이...”

유니 어머니가 또 한 소리 시작하자 이번에는 유니 아버지가 화가 났는지 격하게 소리 질렀다.

“내가 어디 이럴 줄 알았어? 어? 나만 잘 되자고 이랬냐고! 다 우리 가족 잘 되자고 한 거 아니야!”

“뭘 잘했다고 언성을 높이고 그래? 이 양반이... 지금 잘 했다는 거야!”

또 둘의 싸움이 시작되려고 하자 유니가 짜증을 가득 담아 소리쳤다.

“그만해! 나 지금 무대 화장도 제대로 못 지우고 바로 왔어. 지금 사장님 앞에서 내 꼴이 어떤 줄 알아? 제발 좀 그만해!”

유니의 일갈에 싸움이 잦아들며 정적이 감돌았다.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는 유니 아버지는 속이 탔는지 탁자 앞에 양반다리로 앉아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우현은 그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일단 나간 기사는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이후 대응방안을 찾아 봐야죠.”

“거 내 인터넷이나 드라마 보면 힘 있는 기획사들은 이런 일 있을 때 기사도 내려주고 한다는데...”

“아빠!”

유니 아버지의 뻘소리에 유니가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우현으로서는 유니 아버지에게 유니가 하는 것처럼 무시할 대응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 표정관리에 힘쓰며 친절히 설명했다.

“아버님, 아무리 힘 있는 기획사도 수천억 원대 다단계 사기에 연루된 사건은 막지 못해요. 게다가 이거 검찰에서 흘러나온 소스인데 이걸 막으려면 검찰까지 입을 막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 그래요? 험...”

유니 아버지는 민망한지 입을 다물었고 유니 어머니가 나섰다.

“우리 유니한테 피해가 많이 갈까요? 돈 날린 건 그냥 묻어둘게요. 그냥 우리 유니한테 피해만 가지 않으면 좋겠는데...”

“유니가 다단계를 한 것도 아니고, 아버님이 하신 거잖아요. 별일 없을 겁니다. 물론 기사도 나갈 거고 기자들이 귀찮게 굴 텐데 그건 감안하셔야 해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차츰 수그러들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럼요, 전에 원더스라는 걸그룹 있잖아요? 거기 수미라는 애 아버지가 수미 이름을 팔아서 사기를 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시간 지나니 다 잊어버렸잖아요? 이번에는 유니 이름을 팔아서 다단계 한 것도 아니죠?”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유니 아버지는 우현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이에 유니 어머니는 가슴을 때리며 말했다.

“아이고... 내가 들어보니까 유니 아버지라고 오지게 팔고 다녔나 봐요. 어쩌면 좋아요, 그래...”

“그렇게 해서 돈을 받으셨어요?”

유니 아버지는 고개를 들지 않고 답했다.

“아니... 내가 무슨 돈을 받아. 추천을 한 거지, 추천을... 솔직히 이것들이 다단계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그렇지 물건은 좋아.”

유니 아버지의 변명에 어머니가 코웃음을 쳤다.

“이 인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가지고는...”

괜히 또 싸움이 날까 싶어 재빨리 끼어들었다.

“어쨌든 유니의 이름은 팔았지만 아버님께서 금전적 이익을 본 건 아니고 그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유니의 이름을 팔았을 뿐인 거 맞습니까?”

“그게 맞지. 내가 무슨 이익이 있어. 들어간 돈이 얼만데... 에이 씨... 일주일만 있었으면 나도 이번 달에 이자랑 월급 받는 건데...”

“아빠! 그게 할 말이야?”

우현은 이 순간 유니와 같은 아버지가 없었던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느꼈다.

“야! 내가 받을 돈이 얼만지나 알아? 삼천만 원이야, 삼천만 원! 내가 투자한 이자랑 밑에 사람들 물건 산 거의 30프로가 들어오기로 돼있었단 말이야.”

유니 아버지는 검지로 탁자를 꾹꾹 누르며 30프로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걸 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은 공통적이었다.

“사장님, 유니 아빠 말은 신경 쓰지 마시고, 어쨌든 유니만 잘 지켜주세요.”

“그럼요, 그런데 이번에 얼마나 손해 보신 겁니까? 많이 손해 보셨어요?”

날린 돈이 얼마냐는 말에 다시금 유니 아버지의 고개가 아래로 향했다.

“그, 그게... 이놈들 잡기만 하면 다 회수 가능하다고 했어.”

지금껏 다단계 사기로 돈을 날린 사람이 다시 돈을 찾았다는 소리는 기사를 통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 회수할 돈이 얼만데요?”

“어? 그러니까... 한... 오억 정도?”

“하아...”

유니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오억이면 지금까지 유니에게 정산해준 돈 거의 대부분이나 마찬가지였다. 우현은 자신의 돈이 아닌데도 뒷목이 저려오는 걸 느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유니가 돈이 부족한 것 같아서 미리 정산해준 게 있었는데, 만약 정산을 다 해줬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손해 봤을 테니까요.”

유니 어머니는 그나마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휴, 다행이네요.”

“일단 아직 정산되지 않은 돈은 앞으로 유니 이름으로 새로운 통장을 만들어서 그쪽으로 지급하겠습니다.”

“어? 왜 그걸 당신 마음대로 결정해?”

유니 아버지가 고개를 팍 치켜들더니 쌍심지를 치켜세웠지만 우현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자꾸 이런 식으로 유니한테 악영향을 미치면 회사 입장에서도 곤란합니다. 처음 계약할 때는 유니가 미성년자였지만 지금은 성인이니 충분히 혼자서 돈을 관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전문 자산관리사에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구요. 물론 유니가 싫다고 하면 이전처럼 지급할 생각입니다만...”

유니는 우현의 시선에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 통장으로 주세요. 비번도 바꿀 테니까 이제 엄마, 아빠는 내 돈에 손대지 마세요.”

“너, 너! 네가 혼자 큰 줄 알아!”

“그래, 유니야. 그건 조금 너무했다. 집에 생활비도 있어야 하고... 너두 알잖니? 네 아빠가 버는 돈이 없잖아. 그러니까 네가 가장인데, 돈을 안 주면 어떡해?”

어머니의 간곡한 말에 유니가 생각을 바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유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생활비는 내가 카드 만들어서 줄게. 한도 충분하게 줄 테니까 그걸로 쓰면 되지? 통장만 내가 관리하는 거니까 돈이 부족할 일은 없을 거야.”

유니 아버지는 입을 떡 벌렸고 어머니는 당황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그, 그렇지만 집에 필요한 돈이 먹고 입는 것만 아니잖니? 동생 학원비도 내야 하고, 곗돈도 들어가야 하는데, 카드로만 생활하면 어쩌니?”

“계도 이제 그만해. 몇 년 전에 곗돈 날린 거 잊었어? 정 부족하면 내가 곗돈은 따로 현금으로 줄게. 그거 말고 현금 필요한 거 있어? 있으면 말해. 그때마다 따로 줄 테니까.”

유니에게 이런 똑부러진 면이 있다니... 앞에 부모님이 안 계셨다면 머리를 쓰다듬어줬을 거다.

“너 그러다 회사에서 정산 잘 안 해주면 어쩌려고 그래? 응? 돈이 오가는 계약은 어른이 있어야 돼!”

유니 아버지는 미련을 못 버리고 탁자를 툭툭 치며 말했지만 우현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유니한테 정산해줄 때마다 정산내역 전부 문서화해서 줄 거거든요.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저희가 미쳤다고 정산을 이상하게 해주겠습니까?”

“그, 그래도...”

그는 더 반박하려 했지만 이어진 우현의 말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공연 수익 중에 회사 수익 분은 모두 미혼모 가정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그 기사만 아니었다면 수십억이 넘는 그 돈이 회사로 들어오는 건데, 그걸로 당장 회사는 엄청난 손해를 본 거죠.”

“...”

“이 돈, 아깝지 않은 거 아닙니다. 직원들 급여와 복리후생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돈이었고, 다른 유망한 배우나 가수를 키울 수 있는 돈이지만 어차피 유니가 아니었으면 들어올 수 없는 돈이니 미련 없이 포기하기로 했죠. 아버님, 어머님도 한 발짝 물러서는 게 어떨까요? 지금 가장 힘들 사람은 유니 아니겠습니까?”

“크흠...”

“아휴... 어떡해...”

솔직히 엄청나게 아깝지만 나중에 유니가 재계약을 하게 될 때, 이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그렇기에 조금 아깝다고 해도 미련 없이 기부할 수 있었다.

“대표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확실히 유니가 엄청나게 미안해하고 있지 않은가? 이거면 충분하다.

“괜찮아. 돈이야 또 벌면 되지.”

그렇게 유니를 위로하고 그녀의 부모님을 달래(?)준 후 유니의 집을 나오니 자정이 넘어 있었다. 오피스텔로 들어와 포털사이트를 보니 그새 어마어마한 기사들이 양산돼있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홍보팀을 닦달해 유니 아버지의 다단계 연루에 대한 대응기사를 뿌리기 시작했다.

모든 일은 유니 아버지의 욕심으로 인해 진행된 것이고 유니 아버지도 엄청난 돈을 손해 봤다는 내용이다. 물론 유니 아버지가 손해 본 돈은 모두 유니가 벌어온 돈이라는 이야기도 포함되었다.

네티즌들 사이엔 유니에 대한 동정론이 일어났고 이에 검찰에서 유니 아버지가 다단계에 당한 피해자라는 오피셜까지 때려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물론 공연 수익 전부를 미혼모 가정에 기부한다는 내용은 네티즌들에게 이번 일로 이미지 관리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옹호하는 쪽이 훨씬 많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속 연예인들이 정산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다시 체크하기도 하고 자산관리가 필요한 친구들은 은행 지점과 연결해 관리 받도록 했다.

“오호... 벌써부터 재산 체크하는 거야?”

반면에 은하같이 재산공개를 두려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소속연예인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야. 오버하기는...”

“내 재산이 탐 안나나 봐?”

“야, 나도 이제 제작자야. 돈 버는 거 순식간이다. 이번에 ‘28시간’ 대박난 거 봤지? 하긴... 생각해보니 거기에 너도 투자했었구나. 어쨌든 이런 거 몇 개만 더 터지면 바로 강남에 집 사는 거야. 그것도 아주 비싼 걸로...”

은하는 우현의 뽕이 잔뜩 들어간 자신감에 웃으며 폭 안겼다.

“남친이 능력 있으니 좋네. 그런데 혹시 이명준 감독 신작 이야기 들어봤어?”

“어? 갑자기 이명준 감독은 왜?”

“아니... 요새 이명준 감독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는데, 꽤 좋나봐.”

“그래?”

[267]< 그릇된 욕심(3) > 끝

ⓒ 영완(映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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