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46화 (246/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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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굴곡 없는 인생은 없다 (2)

“너, 너… 이 새끼…”

울그락불그락 한 얼굴로 엉덩이를 들썩들썩 움직이던 백창준은 차마 더 이상 액션을 취하지는 못하고 입을 닫았다. 이에 우현이 피식 웃으며 백창준에게 다가가 그의 뱃가죽을 움켜쥐고 말했다.

“피부 관리만큼이나 뱃살도 좀 관리해라. 이래가지고 여자들이 좋아하디? 신기하구만 신기해…”

더 이상 놀렸다가는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 눈이 붉게 충혈된 백창준을 두고 호텔을 나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무실로 향하는데 은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재빨리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전화를 받으니 그녀가 인사말도 없이 대뜸 물어온다.

“어떻게 됐어?”

“뭘 어떻게 돼?”

“오늘 백창준 만난다며? 어떻게 됐는데?”

은하의 정보력에 감탄이 흘러나온다. 얘는 정말 직업을 잘못 택한 것 같다.

“넌 연예인을 할 게 아니라 국정원 직원이 됐어야 했어. 대한민국을 위해 세계를 누비면서 공작을 펼쳐야 될 그릇인데 말이야. 누가 알려주든?”

“어제 소연 언니랑 있는데 백창준한테 만나자고 연락 왔다며? 그래서 바로 민주 씨한테 물어봤지. 하여튼 시끄럽고, 빨리 말해 봐.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잘 해결 됐지.”

“잘 해결 돼? 어떻게? 백창준이 순순히 넘어가?”

“응. 순순히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게끔 했거든.”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했냐고!”

그녀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다급히 말했다.

“너한테 백창준이 유부남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있을까 하다가 왠지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신소에다 알아봤지. 와이프가 뭐하는 사람인지.”

“진짜?”

“응, 그런데 알고 보니까 와이프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거야. 일본 사람이더라구.”

“일본사람? 하긴… 예전에 얼핏 백창준이 일본 말을 잘 한다고 들었어.”

“더 웃긴 건 그냥 일본 사람이 아니었어. 흥신소 애들 말이, 백창준 장인이 야쿠자라는 거야.”

정확하게는 야쿠자 3대 조직 중의 하나인 고베야마구치구미의 넘버 3안에 드는 자의 딸이었다.

“헐… 대박…”

이 소식을 듣고 그녀만큼이나 우현 역시 놀랐었다. 야쿠자 딸과의 결혼이라니…

“그걸 듣고 백창준이 처음 회사를 일으킬 때 어땠는지 조사해봤지. 그런데 결혼 전까지만 해도 그저 톱스타 장후민의 매니저일 뿐이었던 백창준이가 결혼 후에 회사를 차려서 톱스타들을 엄청나게 끌어 모았더라고.

그 돈이 어디서 나왔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장인 쪽에서 도와준 것 같아.”

“와… 그 인간 능력자네.”

“맞아, 그건 인정해. 능력자야.”

은하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진심으로 감탄한 것 같았다.

“아, 그래서 와이프가 집 밖으로 잘 안 나왔나 보다. 말이 안 통하고 친구도 없으니까. 그래서 회사 사람들은 백창준이 결혼했다는 걸 몰랐던 거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흥신소 애들이 알아본 바로는, 여자가 한번 집을 나가면 몇 달씩이나 안 들어왔다는 거야. 아마 일본으로 놀러 갔었겠지.”

“집에 처자식이 없으니 얼마나 바람 피우기 쉬웠겠어? 천혜의 환경을 조성해줬네. 이래서 남자들은 혼자 두면 안 된다니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끔해졌지만 모르는 척 넘어갔다.

“크흠… 어쨌든 백창준한테 와이프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니까 엄청 당황하대? 사실 아무리 야쿠자 딸내미고 나발이고 남편한테 꽉 잡혀 사는 여자면 바람 피우는 걸 까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거라 내심 걱정했는데 당황하는 걸 보고 딱 감이 왔지.”

“여자가 아무 생각 없이 잡혀 사는 건 아니었나 보네.”

“그랬나봐. 남편을 믿는 것과 바람을 피워도 넘어갈 만큼 잡혀 사는 건 다르니까. 그리고 야쿠자 딸내미면 어릴 때부터 일반인과는 다른 삶을 살았겠지. 잡혀 산다는 것도 말이 안 돼. 잡고 살면 몰라도…”

“그래서? 백창준이가 와이프 약점 잡힌 후로는 고분고분하게 말 들어?”

“응, 화가 나도 어쩌지 못하는 걸 보니 내 생각이 맞았더라고. 사실 긴가민가했었는데… 어쨌든 그렇게 잘 풀렸어.”

“오호… 역시 울 오빠가 일처리 하나는 기가 막히네. 마음에 들어.”

“크크큭… 야, 됐고. 너 잘 전화했다.”

“응?”

“너 영화 홍보 외에는 스케줄 없잖아.”

“뭐? 어디에 써먹게?”

“너 까메오 한 번만 나가라.”

원래는 생각에 없었지만 이왕 밀어주는 거 확실하게 밀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메오? 허… 이거 왜 이러셔? 나 비싼 몸이야. 공짜로 막 부릴 수 있는 몸이 아니라고.”

은하의 말도 틀리진 않은 게, 그녀만큼의 위치에 올라선 톱스타들은 까메오도 잘 출연하지 않는다. 가볍게 출연하게 되면 이미지도 가벼워 보인다는 생각 때문이다.

“넌 괜찮아. 파인엔터 작품에 같은 소속사 입장에서 도와준다고 다들 생각할 거라 네 입장에서도 문제 될 거 없거든.”

“뭐야?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이미 정해 놨구만?”

뭔가 실망했다는 목소리지만 괜히 퉁퉁거려보는 거다.

“그냥 한 번 도와줘. 짧게 한 커트만 나오는 걸로다가, 응?”

“흥! 그래서? 뭔데? 작품이…”

“현재 작품 들어가는 거 하나밖에 없잖아. 이번에 이주희 작가 들어가는 거. ‘변호사들’. 기사로 봤지? 작품 너무 가볍지 않고 명작으로 남을 거야.”

“아… 알았어. 그런데 이상한 거 주지 마.”

간혹 까메오로 이미지에 안 맞는 이상한 배역을 맡는 경우도 있다. 청순청순한 아이돌이 전신에 문신을 한 퇴폐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그런 경우 말이다.

“걱정하지 마. 진짜 예쁘고 고급스러운 걸로 줄게.”

“당연하지. 출연료는 안 받아도 공짜로는 안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개인적으로 선물을 받고 싶다는 말일 거다.

“암요, 암요. 그럼 출연하는 걸로 알고 있는다.”

전화를 끊고 나니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한숨이 흘러나왔다.

“무슨 선물을 해줘야 하나…”

고민을 하며 사무실에 들어와 강소연에게 일이 잘 처리됐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답문을 보내왔다.

[고마워요. 아, 우리 석호는 이번에 영화 촬영 들어가나요?]

엎어졌다가 다시 기사회생한 영화 ‘푸른 별’에 조연으로 출연하게 된 석호는 영화 ‘살수’ 이후 두 번째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사실 ‘살수’는 도마뱀에서 야심차게 제작한 두 개의 영화 중에 하나였는데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50만 관객을 동원한 채 쓸쓸히 막을 내렸다. 그래서 현재 ‘지옥도시’의 흥행에 더욱 목을 매는 상황이고.

반면에 석호는 ‘살수’의 부진에도 그 와중에 짧은 등장만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 몇몇 영화에서 오디션 제의까지 들어온 상태였다.

[네, ‘푸른 별’이 다시 촬영에 들어가는데 석호가 촬영하는 기간이 일주일 정도라 금방 끝날 것 같네요. 다른 곳에서 오디션 제의가 들어와서 ‘푸른 별’ 촬영 이후에 추가 스케줄이 잡힐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마워요.]

소연은 자신과 관련돼서는 어지간하면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지만 석호와 관련된 일이면 감사하다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며칠 뒤, 은하는 사무실로 쪼르르 달려왔는데 그녀와 매니저인 혜숙의 양손에는 빵이 수북이 들려 있었다.

“이사 축하드려요! 여기 빵 좀 드시고 일하세요!”

마치 우현의 사모님이라도 된 것처럼 직원들한테 빵을 나눠주며 수고하라는 말을 하는 걸 보자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나 잘했지?”

빵을 다 나눠주고 대표실에 들어온 그녀는 남은 빵과 커피를 먹으며 혼자 싱글벙글했다.

“그래, 잘했다. 이사한 거 축하하려고 온 거야?”

“응, 겸사겸사. 소파 좋네. 전에는 너무 칙칙해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좀 센스있는 걸? 오빠는 피부가 안 좋아서 인테리어까지 칙칙하면 너무 어두워 보이거든.”

은하는 검지로 우현의 얼굴을 향해 빙글빙글 돌려댄다. 이거 뭐 칭찬인지 욕인지…

“겸사겸사? 그럼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흐흐… 크크큭…”

그녀는 실성한 것 마냥 혼자서 웃더니 고개를 팩 치켜들었다.

“나 방금 전에 윤실이… 아, 나 예전 메이크업 하던 애랑 카톡했는데…”

“마이더스에 있을 때 메이크업 하던 친구?”

“응, 응. 그런데 백창준이가 갑자기 회사식구들한테 와이프를 소개해줬대. 그리고 그 자리에 우희연까지 있었다는 거야, 크하하하!”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웃었다.

“엄청 쫄렸나 본데?”

“그런가봐. 윤실이가 그러는데, 우희연 얼굴이 아주 가관이더래.”

혹시나 자신이 그녀에게 접근해서 진짜 PPT라도 할까봐 미리 선수 쳐놓은 게 분명하다. 그걸 보니 그녀가… 아니, 장인이 무섭긴 무서웠나 보다.

“신났구만, 신났어. 소연 씨한테도 이야기했어?”

“당연하지. 그런데 아쉽게도 이미 알고 있더라.”

“알고 있었다고?”

“나보다 마이더스에서 훨씬 더 오래 있었잖아. 당연히 친한 사람도 나보다 훨씬 더 많지. 그 언니가 성격이 더럽긴 해도 쫌팽이처럼 돈을 아끼거나 그러진 않았거든.”

“하긴… 너도 연락하는 사람이 있는데…”

“뭐야? 내 성격이 더럽다는 거야?”

정말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다.

“아, 아닌데? 고작 1년 정도밖에 안 있었던 너도 연락할 사람이 있으니까 소연 씨는 당연히 있을 거라는 거지. 뭘 흥분하고 그래?”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잠시 노려보더니 풀썩 옆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안긴다.

“나 까메오 하면 뭐 해줄 거야?”

“야, 사람들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

“보면 보는 거지 뭐.”

“안 돼. 얼른 떨어져.”

혹시나 민주라도 들어올까 그녀를 옆으로 떼어내니 홱 토라져 검지 손톱을 우현의 눈앞에 척 들이밀며 흔들었다.

“하여튼 남자가 간이 요만~~~해가지고는…”

“나는 만약을 대비해 조심하는 거지. 아, 이번에 ‘지옥도시’ 곧 손익분기점 돌파한다며?”

“응, 이 기세로 가면 천만은 몰라도 7, 8백만은 가뿐할 것 같다고 좋아하더라.”

“흐흐… 거 봐. 내가 잘 될 거라고 그랬지?”

“난 오빠 믿었어. 오빠의 간은 몰라도 머리는 내가 충분히 인정하거든.”

“크흠… 어쨌든 수고했어.”

“그럼 이제 파인프로덕션에서 작품 만들 거지?”

“그래야지. 그리고 매니지먼트보다는 제작이 훨씬 돈을 많이 버니까. 하나 성공 시켜야 우리 입장에서도 여유가 생기고.”

“그거야 오빠처럼 항상 성공을 자신할 수 있을 때만 그렇지. 한번 실패하면 망할 수도 있는 게 제작사인데…”

“흐흐… 그러니 네가 사람 참 잘 만난 거 아니겠냐?”

그녀는 못내 아쉽다는 듯 입술을 씰룩였다.

“그건 뭐… 인정.”

“아직 내 레이더에 들어온 작품이 없기도 하고, 설사 있다고 해도 너나, 별이, 그리고 지나까지 전부 프리하잖아? 그래서 작품 준비해서 하나 들어가려고 해.”

“이왕이면 내가 첫 타자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내가 오빠의 첫 번째 배우니까.”

자못 감동적인 말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오늘 저녁 같이 먹을까?”

“흥! 능구렁이 같아가지곤… 생각해보고.”

결국 이 날, 은하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일주일 정도가 흘렀다.

지나는 연이어 들어오는 CF를 촬영하느라 이사한 사무실에 얼굴도 비추지 못했고 유니는 곧 눈앞에 다가온 정규앨범 발매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에는 노란머리의 외국인이 새로 산 아이보리 소파에 앉아 흥미로운 표정으로 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네플릭스'에서 오셨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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