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43화 (24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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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인생은 선택의 연속 (4)

‘미씽유’의 내용은 조선시대의 양반집 규수가 현대로 넘어오며 일어나는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주된 플롯은, 어렸을 때부터 바느질 실력이 대단했던 여주인공이 현대로 오면서 먹고 살기 위해 동대문에서 미씽을 돌리며 디자이너로 성공해가는 스토리이다.

솔직히 바느질 잘 한다고 대단한 디자이너가 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닐 것 같은 것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만드는가가 바로 작가의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윤해연 작가는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시청률이 20%를 넘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었으니까.

유지나는 ‘미씽유’로 인해 제2의 전성기가 왔다며 각종 CF의뢰가 밀려들고 있었다. 지금은 바빠서 미뤄두고 있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한 단계 오른 몸값으로 밀린 CF촬영에 몰두하게 될 거다.

문제는, 의학물이나 수사물 같은 장르드라마면 몰라도 타임워프물은 미드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내용인데 이거에 왜 관심 있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미국 프로덕션에서 관심 있어 한다구요? 개인적인 관심입니까? 아니면…”

“리메이크를 해 볼 생각이 없냐는데요?”

“판권이 우리한테 있는 게 아닌데 왜 우리한테 연락한 겁니까?”

윤해연 작가가 썼다고는 하지만 드라마의 판권은 그녀에게 있는 게 아니다. 방송국에서 제작사에 상당한 액수의 제작비를 지불하고 판권까지 가져간 걸로 알고 있다.

“리메이크는 직접수출과는 다릅니다. 과정도 상당히 복잡하구요. 핵심적인 것만 추려서 설명 드리면 방송국 측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과는 별개로 리메이크를 통해 판로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건 한국컨텐츠진흥회의 입장과도 일치하구요.”

“그래서요?”

“이미 방송국 쪽과 마이크 펄이 ‘미씽유’의 리메이크 문제로 접촉을 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마이크 펄이 윤해연 작가를 요청했다고 하네요.”

“왜죠? 그 쪽에 각색 전문가들이 넘쳐날 텐데?”

“이게 일반적인 의학물이나 수사물이면 미국 쪽에서 그들의 감성에 맞춰서 충분히 각색이 가능할 것인데, ‘미씽유’는 그렇지가 않지 않습니까? 그들 입장에서는 윤해연 작가의 감성과 주연 여주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잃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해할 수가 없네요. 조선시대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 아닐 테고… 서부개척시대 여자를 데리고 오겠다는 거래요?”

“하하, 처음에 저도 그게 제일 이해가 안 갔었습니다. 들어보니까 서부개척시대로 가는 건 아니고, 배경을 미국이 아닌 영국으로 하려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미국은 역사가 짧아 고전이라고 할 만한 게 없잖아요?”

“그럼 영국 왕실 여자를 데리고 온다던가요?”

“아직 정확한 건 모르지만 대략 그렇게 흘러갈 것 같습니다.”

“흐음… 결국 원하는 건 윤해연 작가를 자기네 리메이크 작업에 참여시키길 원한다는 거죠?”

“맞습니다. 기간은 3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하답니까?”

“일단 파일럿으로 제작해서 반응이 좋으면 정규시즌으로 제작하겠다고 합니다. 내년 4월말까지 파일럿 제작 끝내고 5월에 뉴욕의 광고 업 프론트 행사에 참여시키는 게 주요 일정입니다.”

“흐음… 이걸 해서 우리한테 돌아올 이득이 뭐가 있나요?”

“사실 파인엔터나 우리 파인프로덕션 입장에서는 큰 이익을 남기긴 힘듭니다. 가장 큰 수익은 방송국으로 가겠죠. 하지만 윤해연 작가가 미국 작가들과 함께 해서 파일럿을 제작한다는 거나 저희가 리메이크 수출을 진행함에 있어 많은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게 큽니다.”

“지금도 상당한 인맥을 쌓았지 않았나요?”

“수출과는 많이 다릅니다. 미국 제작자들과 직접 부딪치거든요. 이렇게 쌓은 인맥과 경험은 앞으로 파인엔터가 제작한 드라마를 미국에 직접수출 하거나 리메이크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겁니다. 아니, 잘 하면 우리가 직접 미드를 제작할 수도 있겠죠. 물론 본토 프로덕션과 협력하는 형태로… 어떻습니까?”

다른 이야기는 시큰둥하게 듣고 있다가 직접 미드를 제작할 수도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물론 아주 먼 이야기가 되겠지만…

“알겠어요. 윤 작가님께 말씀 드리고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는 작가들이 보였다. 어서 빨리 진실을 토해내라는 눈빛이다. 결국 그들의 기대어린 눈빛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지금 윤해연 작가가 쓰고 있는 ‘미씽유’를 리메이크 하고 싶다네요. 미드 제작자가.”

“우와아! 대단하네요!”

“장난아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환호성을 토했지만 우현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직 결정된 거 아닙니다. 파일럿 제작하고 나서 반응이 좋아야 정규방송으로 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거 통과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들었어요.”

“얼마나 어렵답니까?”

“나도 잘 몰라요. 경쟁률이 꽤 대단하다고만 얼핏 들었던지라… 자세한 건 강 피디한테 나중에 듣겠죠.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도 잘 쓰시면 앞으로 미국으로 수출을 하든, 리메이크를 하든 세계적으로 진출할 수 있겠죠? 꼭 그렇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을 돌려보내고 바로 윤해연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가 너무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죠?”

“나 조금 섭섭해지려고 했어. 어쩜 나를 잊어버렸나 했다니까?”

“하하하! 제가 어떻게 작가님을 잊어버립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님이신데…”

“그 립서비스도 이제는 안 통해.”

“아이고… 우리 작가님 많이 삐지셨네. 제가 좋은 선물 하나 보내드릴 테니까 그만 화 푸세요.”

“뭐 보내 줄 건데? 홍삼 같은 거 보내주려고?”

“흐흐, 그거 말고 비행기 표 어때요? 미국으로다가.”

“미국? 하긴… 내가 유럽이랑 동남아시아는 많이 다녀봤는데 미국은 못 가봤다. 좋아, 좋아. 그런데 미국 어디?”

“LA랑 뉴욕 어때요?”

“LA랑 뉴욕은 완전히 떨어져 있잖아?”

“네, 그래서 한 3개월 있다가 오세요.”

“3개월씩이나? 미쳤어!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3개월씩이나 있는 건 좀 그렇지.”

“하하, 돈 걱정은 하지 마시구요. 가서 마음껏 드시고 놀다 오세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돈을 다 대준다고?”

“네, 대신 일 하나만 하시구요.”

“무슨 일?”

“오늘 미국 프로덕션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작가님 쓰고 계신 ‘미씽유’를 리메이크 하고 싶다던데요?”

“뭐? 진짜?”

“네. 방송국에서 아직 말 안 했죠?”

“난 전혀 몰랐어.”

“아직 확정이 안 돼서 말을 안 했나보네. 어쨌든 그쪽 프로덕션에서 작가님이 참여해주기를 원해요. 내년 초에 가셔서 4월까지 작업하고 오시면 됩니다.”

“어머어머, 진짜? 나 어떡해? 영어도 못 한단 말이야.”

“통역은 그쪽에서 준비하겠죠. 체류 비용도 그쪽에서 계산할 테니까 마음껏 놀다 오세요, 흐흐흐.”

“뭐야, 결국 김 대표는 손 안 쓰고 코 푸는 격이잖아?”

“원래 인생 다 그런 거 아닙니까? 하하하! 그럼 작가님 오케이 하신 걸로 알고 있을게요. 아, 마지막회 대본은 언제 나옵니까?”

“이번 주에 마지막회 대본 다 나와. 아휴… 이제 쉬지도 못 하겠네.”

“엄살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흐흐… 어쨌든 고생하셨습니다. 대본 보내고 술이라도 한잔 하시죠.”

“그럼, 당연하지. 비싼 데서 마실 거니까 각오해.”

“암요, 암요. 하하하!”

전화를 끊고 파인프로덕션 강상훈 피디에게 윤해연 작가가 오케이 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보내면서도 이게 과연 잘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며칠 뒤, 강상훈 피디가 두꺼운 서류철을 들고 파인엔터를 방문했다.

“직원들은 조금 아쉽게 됐다고 합니다. 상당히 들떠 있긴 했거든요.”

“미안해요. 그래도 조만간 하나 시작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송유리 작가의 대본이 생각보다 실망스러워 드라마 제작이 파인프로덕션이 아니라 ‘시리우스’의 임세라 작가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은 실망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라 최대한 빨리 드라마 제작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일단 마이크 펄 프로덕션 측에서는 성공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뭐, 성공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나서지도 않았겠지만요.”

“나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데… 영국왕실의 공주를 현대로 데리고 와서 디자이너를 시킨다는… 뭐 그런 스토리로 하겠대요?”

“맞습니다. 과거와 현대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서 뭐 어쩌고 하는데,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성공을 확신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이거 통하겠어요?”

이게 되는 작품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일단 시놉시스와 대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가가 윤해연 작가라고 해도 그녀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미국에는 1월에 주로 파일럿 결정이 이루어지는데, 이 때 해마다 100여 개에 달하는 기획안이 올라옵니다. 이 중에 파일럿이 결정되는 건 몇 개 안 되구요. 그런데 마이크 펄 프로덕션이 파일럿을 해보겠다고 먼저 나섰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겁니다.”

“그럴까요? 흐음…”

“특히 파일럿 제작은 미국 방송사들도 거의 자체 제작을 선호하는데 외주 제작사인 마이크 펄 입장에서 파일럿을 만들었다가 편성이 거절되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거든요.”

“제작비가 상당하겠네요?”

“파일럿이라고는 해도 40~50분은 나와야 합니다. 그럼 제작비만 300~500만 달러예요. 이것도 아주 적게 잡은 겁니다. 로스트 같은 건 1,000만 달러가 넘게 들었거든요.”

강 피디의 말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하여튼 할리우드 스케일은 정말 넘사벽이다.

“최소 500만 달러짜리 도박인 거네요?”

“그렇죠. 우리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성공만 해주면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는 미드 제작에 직접 뛰어들 만한 여건이 조성되는 거기도 하구요. 물론 마이크 펄 입장에서도 만약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겁니다.”

“그래요, 뭐 우리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지들이 하겠다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여기 이 피디님 찾아가 보시겠어요?”

메모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강 피디에게 건넸다.

“윤평식? 아, 윤평식 피디님 연락처인가요?”

이 바닥에서 윤평식 피디를 모른다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활동을 잠시 접기 전에는 무수히 많은 히트작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내 남편의 여자’는 물론이고 현재 윤해연 작가와 같이 ‘미씽유’를 연출하고 있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거다.

“지금 FA예요. 잠시 용병으로 뛰고 있는데 같이 하자고 하면 얼씨구나 하면서 계약하자고 할 겁니다. 너무 좋은 계약으로는 하지 말고, 적당히 튕겨가면서 계약하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런데 윤 피디님과 친분이 있으신가요?”

“친분은 있는데 내가 전화하면 너무 비싸게 굴 게 뻔하니까 강 피디님한테 시키는 겁니다. 알겠죠? 우리가 비싸게 굴어야 합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윤 피디님이 들어오시면 우리 파인프로덕션의 퀄리티가 확 올라갈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아, 별이가 찍은 ‘28시간’ 편집본 받아보셨죠?”

“마침 그것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유럽 쪽 바이어들에게 1분짜리 클립 영상을 보내줬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습니다. 다음 주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수출협상 시작할 예정인데 좋은 결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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