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42화 (24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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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인생은 선택의 연속 (3)

그녀가 흥분하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헐… 대표님! 고작 얼마 전에 저에게 ‘푸른 별’이 대박 날 것 같다면서 한 이야기는 뭐죠?”

“그거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한 말이고, 별이는 그 작품을 할 수 없으니까 차선책으로 이걸 택한 거 아닙니까?”

“차선책이요?”

순간 그녀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그렇죠. 혹시 지금 별이가 ‘결혼시대’ 여주 자리를 뺐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 그게 아니라 일이 너무 공교롭잖아요?”

“그럼 임세라 작가님이 캐스팅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데 거절할까요? 흐음… 희연 씨 그렇게 안 봤는데, 굉장히 성격이 급하네?”

말은 급하다고 했지만 우현과 희연, 둘 다 성격이 더럽다는 걸을 돌려 말했다는 걸 안다.

“임 작가님이 전화 주신 거예요? 하아… 알았어요. 전화 끊을게요.”

확실히 성격이 모난 게 맞긴 하다. 아무리 회사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우현이 일개 직원도 아니고 회사 대표인데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세상에 저런 싸가지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그런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일하러 오는 상당수가 진저리를 치며 나가떨어지는 곳이 이 바닥이다.

아무리 싸가지 없이 굴어도 오냐오냐하며 떠받들어 주니까 마치 분노조절장애처럼 화가 날 때는 앞뒤 구분 못하고 흥분해서 날뛰는 게 저런 연예인들의 특징이다.

웃긴 건 흥분했던 게 조금 가라앉으면 자신이 언제 미친놈, 미친년처럼 굴었냐는 듯 웃으며 하하호호 하는 것 또한 저들의 고유 패시브 스킬이라고 할까?

물론 저들도 함부로 굴지 못하는 대상이 있다. 그들 위에서 절대 갑으로 군림하는 작가나 광고주 같은 이들에게는 아무리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라 분노조절잘해 상태로 바뀌어 세상 순한 양처럼 군다.

그렇다면 유은하나 강소연 역시 작가나 광고주 앞에서는 분노조절잘해가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사람이 있을 텐데 그녀들은 초기 신인 때를 제외하고는 상대가 누가 됐든 들이박고 보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다들 두려워할 수밖에…

“무슨 일 있어요?”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온 유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별일 아니야.”

“그런 것치고는 대표님 얼굴이 많이 굳어서…”

“그래 보여? 조금 싸가지 없는 애가 전화로 헛소리 해대서 그랬어. 그래, 무슨 일이야?”

“아, 헤헤헤. 저 앨범 발매일자 정했어요.”

원래 앨범 발매일자는 홍보팀과 상의해야 하지만 유니가 너무 잘 나가고 있어 특별히 견제할 다른 가수들이 없기에 그냥 그녀 혼자 알아서 정하라고 했다.

“언제?”

“다음 달 6일이요.”

“흐음… 나쁘지 않네. 그때 컴백하는 가수들은 없대?”

“있긴 있어요. 5일에 ‘걸프렌즈’, 10일에 ‘슈퍼보이’가 확정됐다는데… 저랑 팬층이나 음악적 분위기가 겹치는 것도 아니라서요.”

“잘 했어. 그럼 이번 정규앨범 활동하고 크리스마스 콘서트 한번 준비해볼까?”

“오오오! 대박! 어디서 할 건데요?”

“첫 대형 콘서트인데 경기장 정도는 빌려야지. 직원들하고 상의해서 24, 25일 이틀간 공연 준비하도록 하자. 아, 그리고 이번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컴백무대도 특별무대로 꾸며달라고 할 거니까 준비 잘 하고.”

“예압! 전 그럼 대표님만 믿고 나가볼게용!”

혼자서 작곡까지 해내는 톱가수를 데리고 있으니 정말 할 게 없다. 요즘은 안무까지 혼자 척척 만들어내서 준비하고 있으니 연습할 때도 앉아서 수다나 같이 떨어주는 게 전부다.

반면에 활동을 마치고 행사에 매진하는 ‘파이브 걸즈’의 첫 정규앨범이 고민이다. 이제 슬슬 정규앨범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건 우현이 근 한 달 정도를 꼬박 매달려야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곧바로 기획팀의 직원을 불러올렸다.

“12월 24, 25일 이틀간 유니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준비해주세요.”

“규모는 어느 정도로 진행할까요?”

“1만 석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유니가 경험이 부족하니까 외주로 공연기획사 섭외해서 유니랑 같이 틈틈이 준비하게 하시구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파이브 걸즈’ 애들 다음 정규앨범 준비 들어가야 할 때죠?”

“아무래도… 애들 팬덤에서도 언제 정규앨범 나오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데리고 있는 작곡가가 이정민 씨 혼자인데, 혼자만으로는 힘드니까 다른 작곡가들 섭외해주세요.”

“전속 계약을 하라는 말씀인가요?”

“아뇨, 일단 기획팀에서 곡을 받아서 저랑 같이 들어보고 찾아보자는 거죠. 그러다가 괜찮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면 전속계약도 할 수 있는 거고. 일단 지금부터 곡을 받아야 적어도 내년 초에는 그림이 나오겠죠?”

“알겠습니다. 소식 들으면 애들이 좋아하겠네요.”

“사실 벌써 시작했어야 했는데, 제가 바빠서 늦은 감이 있죠. 그리고 이정민 작곡가한테는 ‘파이브 걸즈’ 앨범에 들어가야 할 곡 준비해달라고 하세요. 유니 앨범에 안 들어간 곡도 재평가해보고.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알겠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기획팀은 사실 유니와 ‘파이브 걸즈’처럼 가수만을 위한 팀이다. 배우들의 작품 계약은 거의 우현 혼자서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관리가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고.

시간이 지나 ‘지옥도시’가 정식으로 개봉했다.

“반응이 어때요?”

인터넷으로 속속 올라오는 SNS를 보며 지여울 피디에게 물었다.

“지금 기사랑 SNS보고 계시죠? 나쁘지 않아요. 아니, 완전 좋아요! 다들 은하 씨의 연기에 대해 극찬하고 있어요. 지금 개봉관에서 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계속해서 매진 이어지고 있대요.”

확실히 일반인들의 반응은 평론가들보다 훨씬 호의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긴장감 쩌는 스릴러는 처음 본 듯]

[진심 돈 안 아까움. 그런데 유은하 미쳤는데도 졸라 이뿌더라]

[액션이 없는 본 시리즈 같았음. 감독 첫 작품이라는데 대박 신인 등장인가?]

“첫 날이니까 매진은 당연한 거고… 중요한 건 관객들의 평이죠. 입소문이 중요하니까. 잘 된다고 홍보 늦추면 안 됩니다.”

“그럼요. 지금 SNS에서 좋은 반응을 쓴 글들은 리트윗해주면서 각종 카페에다가 홍보 아닌 척하면서 올리고 있어요.”

“좋네요. 지금 올라오는 반응들 보니까 스타트 좋아요.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걱정할 거 없으니까 제작진이나 감독, 배우들 잘 단도리 하세요. 괜히 쓸데없는 이야기해서 논란 일으키면 안 됩니다.”

“요즘 입조심 못 해서 골로 가는 영화들이 종종 나오니까 저희도 긴장하고 있어요. 배우들도 스스로 자제하고 있고, 특히 우리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다들 진중한 사람들이라 큰 논란은 만들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저희가 계속해서 주의주고 있어요. 그리고 나중에 3백만 돌파부터 백만 돌파시마다 감사 인증샷 좀 부탁한다고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건 제가 책임지고 찍을게요. 그럼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고 은하의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관객들을 배경으로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며 셀카를 찍은 사진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무대인사 후 팬들과 기념 셀카를 찍고 인증샷을 올리는 중인 거다.

“혜숙 씨도 고생하는구나.”

셀카는 은하가 찍을지 몰라도 인스타에 올리는 건 혜숙이 하고 있을게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는 이주희 작가를 비롯한 작가팀원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지금 바쁘신 거 아니죠?”

“괜찮아요, 앉아요. 이렇게 우르르 몰려오니 괜히 긴장되네.”

“아하하, 긴장하지 마세요.”

다섯 명이 소파에 앉으니 대표실이 꽉 찼다. 그중 이주희 작가가 가방에서 손가락 한마디 두께의 대본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제작준비 때문에 오셨어요?”

“네, 대본 나온 거 보여드리고 겸사겸사 식사라도 같이 하려구요. 괜찮죠?”

이제는 이주희 작가도 꽤나 능청스러워졌다.

“그럼요. 그럼 봅시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법정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삼류대 출신의 이혼전문 변호사인 여자 주인공이 갑작스런 교통사고 이후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기본 구성이다.

거기에 2회 차마다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를 더해 주인공의 성장과 사랑을…?

“음? 멜로가 들어가요?”

대본을 읽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대답은 이주희 작가가 했다.

“아무래도 3, 40대 주부층을 놓치긴 아까워서요. 대표님이 걱정하시는 건 멜로에 치중돼서 작품이 산으로 가게 되는 거잖아요? 저희도 거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했어요. 결론은 극의 재미를 주는 선에서 아주 조금씩 진행하자는 거였죠.”

“조금씩…”

“네, 미드의 시즌제가 오래 갈 수 있는 게, 결코 하나의 감정선을 단 몇 회 만에 끝내는 경우가 없잖아요? 로맨스 물이 아닌 장르물에서 여주와 남주가 키스 한번 하는데 시즌 하나를 보낼 정도니까요. 어떤 건 3, 4시즌 만에 연결되는 경우도 있구요.

이렇게 조금씩 진행되니까 오히려 시청자들이 더 몰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봐요. 특히 강소연 씨가 주인공인데 그녀처럼 매력적인 여자가 썸씽 한 번 없이 지나가면 그게 더 말이 안 되잖아요?”

“그건 맞아요. 인정합니다.”

“아마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키스신 하나 없이 끝날 수도 있어요. 아주 담백하게, 하지만 친구는 절대 아닌… 그런 묘한 상태로.”

“시청자들과 밀당을 하겠다는 거네요?”

“바로 그거죠.”

“좋습니다. 에피소드는 좋네요. 2회마다 새로운 에피라는 게 조금 안타깝긴 하네요.”

“어쩔 수 없어요. 작가팀이 크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4명 가지고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알고 있어요. 미드는 각 에피소드마다 감독과 작가가 다를 정돈데, 고작 4명이서 에피소드를 다 꾸미는 것도 힘들죠. 어쨌든 수고했어요. 제작일정 나왔어요? 내가 신경을 못 썼네.”

“에피소드가 여러 개라 조연 캐스팅에 시간이 조금 걸린대요. 대본리딩 일정은 아직 안 나왔지만 몇몇 조연들만 캐스팅 되면 바로 일정 나올 거구요.”

“김준현 측은 어때요?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귀찮게 하지 않아요?”

“으흐흐, 당연히 가만 안 있죠. 처음에는 서브 주연이라도 만족하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비중이 너무 작으면 완전히 들러리 되는 거니까… 슬쩍슬쩍 연락 와서 눈치를 주긴 해요.”

자신이 이 작가 옆에 딱 달라붙어 있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 아마 자신이 김준현의 매니저라도 그렇게 했을 거다.

“그래도 너무 휘둘릴 필요 없어요. 알죠?”

“물론이죠. 오히려 저보다 여기 작가팀에서 김준현 캐릭터를 가지고 더 활용해보겠다고 연구하는 중인데요. 저는 굳건히 철벽치고 있습니다. 하하!”

“하하, 완전 철벽녀시네. 알겠어요. 이번에 대본리딩 할 때는 저도 같이 참여할게요. 우리 이 작가님이랑 아주 기대가 큰 작가팀원들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니까요.”

“그러면 저희야 좋죠.”

이주희 작가는 만족한 얼굴로 웃고 있는 작가팀원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분위기를 보니 큰 문제없이 잘 화합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가는데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지이잉…

핸드폰을 보니 파인프로덕션의 강상훈 피디다.

“강 피디님?”

“네, 대표님. 잠시 통화 가능하십니까?”

“그럼요. 무슨 일이죠?”

“윤해연 작가님이 쓰고 계신 ‘미씽유’ 말입니다. 이거에 관심을 가진 친구가 있는데요. 마이크 펄이라고 미국 드라마 제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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