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41화 (24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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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인생은 선택의 연속 (2)

“예? 우희연이요? 그럼 혹시 우희연이 이번에 영화…”

“네, 맞습니다. ‘푸른 별’ 촬영 때문에 못 하겠다고 연락 왔더라구요.”

“아…”

일이 이렇게 진행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폭탄 좀 돌린다고 생각했는데…

임세라 작가는 이왕 실명이 나온 마당이니 더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걔 아주 웃기더라니까요? 전에는 전쟁영화 따위를 왜 찍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아주 그거 못 찍으면 망할 것처럼 하더라니까? 나 참 웃겨서 정말…”

“그런데 며칠 전만 해도 확정이 된 것처럼 말씀하셔서 저는 양쪽이 다 이야기가 된 줄 알았습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죠. 푸른 별인가 노란 별인가 하는 그게 엎어져서 나는 신경 쓸 거 없다고, 같이 하자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더니… 글쎄 그 영화가 다시 투자를 받아서 촬영에 들어간다네요?

참, 나… 그래, 그럴 수 있어. 내가 다 이해한다구요. 그러면 최소한 찾아와서 이러저러해서 못하게 됐으니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자기 친구도 아니고 이런 이야기를 카톡으로 쓰고 있으니… 아휴…”

화가 날 만했다. 그런데 엎어졌다가 기어코 살려낸 그 나이 많은 영감도 대단하긴 하다. 그 영감의 능력인지, 아니면 윗선이 다시 개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됐으니 촬영을 끝내고 개봉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우희연 씨가 경우가 없는 짓을 했네요. 그러면 안 되지.”

폭탄을 안은 것도 모자라서 이런 선물까지 보내주니 차마 그녀가 없는 데서 욕하기가 미안했지만 분위기는 맞춰야 하기에 안타까움을 무릅쓰고 장단을 맞췄다.

“그렇죠? 나 너무 황당했어.”

“편성은 TVM에 잡힌 거죠? 월화드라마라고 했나요?”

“맞아요. 남은 시간이 빡빡해서 최소한 다음 주 초에는 대본리딩 들어가야 해. 난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다른 배우 캐스팅이나 하라고 우리 장 피디한테 닦달했지 뭐야. 아휴, 속상해…”

“그게 작가님 잘못인가요? 우희연 걔가 실수한 거지.”

장탁수 피디는 임세라 작가의 눈치를 보며 달랬다.

“그럼 남주는 캐스팅 끝난 겁니까? 기사로는 아직 뜬 게 없던데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사실 희연이 걔가 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그런지 몇몇 배우들이 싫다고 해서…”

“네? 우희연 씨는 제가 알기로는 현장에서 그리 까탈스럽게 굴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희연이 걔랑 사귄 남자배우들이 몇 되거든요.”

“아…”

“조금 껄끄러울 수도 있겠지. 이해해요. 뭐, 이제 별이 씨가 캐스팅 되면 그런 이야기들도 쏙 들어가겠지. 별 씨는 혹시 시놉 보고 왔어요?”

가만히 들으며 반찬들을 조금씩 집어먹고 있던 별이는 자신에게로 화제가 돌아오자 허리를 곧추세우고 말했다.

“네, ‘이수’라는 여성에 감정적으로 이해도 되고 응원하고 싶어졌어요. 몰입도 잘 될 것 같구요.”

“어머, 정말? 나는 얼마 전에 아파트 광고에 별이 씨가 나오는데, 생각보다 너무 세련돼 보이는 거야. 지금까지 조연으로만 활동한데다가 걸그룹 출신이라 나도 모르게 조연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밝은 드레스를 입고 나오니까 너무 고급스러워 보이는 거 있지?”

“정말요? 감사합니다.”

CF의 효과는 단지 시청자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동종 업계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데도 큰 영향을 끼치기에 어떤 CF를 찍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때문에 배우라면 돈이 된다고 아무거나 막 찍어서는 안 된다.어쨌든 별이는 CF를 찍고 광고료 대신에 받은 아파트에 입주한 상태다. 강남에 당당히 입성한 그녀는 고급 피트니스와 브런치를 즐기며 제법(?) 연예인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생각하니 진즉에 별 씨랑 같이 할 걸 하는 생각이 드네.”

“하하하! 그러게요. 우리 별이를 생각하고 쓰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그래도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 아니겠습니까? 일단 고기 앞에 두고 제사 지낼 것도 아니고 드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죠.”

“그럴까요? 아휴, 나 이집 너무 오고 싶었는데, 비싸서… 도저히 내 돈 주고는 못 먹겠더라구.”

“그러니까 오늘 배 터지게 많이 드십쇼. 제가 사겠습니다.”

“그래도 될까? 오호호호!”

입을 가리며 깔깔 웃던 그녀는 고기가 다 구워지자 무려 혼자서 4인분을 해치우며 고기 헌터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고기를 먹고 나서는 별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음 주 초에 대본리딩 있으니 준비 잘 하라는 말 뿐. 더 조율하고 상의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드디어 주연으로 브라운관에 첫 등장하게 된 별이는 잔뜩 흥분했는지 돌아오는 내내 입을 쉬지 않았다.

“그 ‘시리우스’라는 제작사는 어때요?”

“거기는 그렇게 큰 곳은 아닌데, 그래도 1년에 3, 4편은 꾸준히 찍는 것 같아. 성적이 다 좋았던 건 아니지만 다른 것보다 기억에 남는 게, 배우들을 참 매력적으로 찍는 것 같아. 구도도 잘 잡고 색감도 예쁘고… 그것 말고는 딱히…”

“임세라 작가님은 어때요?”

“작품 내적으로는 평타와 흥행을 번갈아서 하는 편이야. 여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설레고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지.

특이한 건 연출자가 누구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조금 달라지는 작가야. 대사보다는 상황과 설정, 구도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거든. 연출자가 작가와 맞지 않으면 내용이 튀지.

내 생각에는 성적이 조금 안 좋았던 원인이 그거였던 거 같아. 자신과 맞지 않는 연출자와 함께 일했던 것.”

“그럼 오늘 만났던 장탁수 피디님은 잘 맞을까요?”

“장 피디는 로코 연출 내공이 상당한 사람이야. 20%가 넘는 흥행작품도 몇 개나 했었고. 또 임세라 작가가 시청률 20% 넘겼던 작품을 연출했던 사람이라 이번에는 걱정이 안 돼.”

“아… 그렇구나. 그럼 아까 임세라 작가님 작품 내적으로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작품 외적으로는 어떤데요?”

“오오… 궁금한 게 많은데?”

“헤헤. 이번에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더 궁금하고 그래요.”

좋은 현상이다. 관심이 없으면 궁금할 게 없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파고들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

“작품 외적으로는 글쎄… 조금 까탈스러울 걸?”

“까탈스럽다구요? 아까 보니까 전혀 안 그렇게 보이던데요?”

“나도 임세라 작가하고는 작품을 처음 하는 거라 잘 몰라. 그런데 예전 파인엔터 소속 조연들은 같이 일했던 적이 있었지. 말들이 많았어.”

“어떤 말들이요?”

“그때 시청률이 10%에 딱 걸쳐 있었거든. 10% 나오면 망작은 아니잖아? 그러니 현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대. 그런데 촬영장에 임 작가가 왔었나 봐.”

“혹시…”

“그래, 그 혹시가 역시였단다. 현장 뒤집어 놓고 가셨대. 그 이후로 임 작가를 어려워하는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생겼어. 뭐…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시청률 잘 나오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진짜 시청률 잘 나와야겠네요.”

“임 작가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히스테리 부리는 배우들이 있어. 이제는 너도 겪어 봤지?”

“아니요. 저는 지금까지 거의…”

“그래? 상준이가 운이 좋네.”

앞에서 말없이 운전하던 상준이 잠시 돌아보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제가 럭키보이 아닙니까!”

“그 운이 계속 갔으면 좋겠다. 하여튼 항상 마음에 대비하고 있어야 해. 언제, 어느 때, 누가 꼬장을 부릴지 모른다고 말이야. 그 때에는 꼭 표정관리, 행동관리 해야 한다. 알겠지?”

“넵.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쉽게 흥분하지 않잖아요?”

“그래, 유니는 몰라도 내가 너는 믿지.”

“히히히. 그래도 요즘 유니도 많이 성숙해져서 악플 정도는 코웃음으로 넘겨요.”

“그 악플 수준이 코웃음으로 넘길 만큼 약해서 그래. 정말 제정신 아닌 놈들한테 걸리면 연예계를 뜨고 싶어질 만큼 악랄하거든.”

“아, 그리고 작가님께서 이 작품 쓰실 때, 우희연 씨를 생각하면서 쓰셨다고 했잖아요? 그럼 저도 우희연처럼 준비해야 하나요?”

“뭐? 아하하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빵 터졌지만 이내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별이를 보고 가까스로 웃음을 멈췄다.

“왜요?”

“우희연은 너랑 느낌이 달라. 걔는 발랄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싼티가 나. 이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어. 싼티가 난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거든. 그런 이미지가 도움이 될 때도 있으니까.”

“정말요?”

“응, 그런데 넌 차분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야. 싼티 나는 이미지가 고급스러움을 연기하려고 하면 이상하긴 해도 수긍이 돼. 보통 그런 경우에는 연기에 절제미를 더하게 되거든. 그런데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싼티나는 걸 연기하려고 하면 확 깬단 말이야.”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예능에 잠깐 나와서 털털한 면을 조금 보여주는 것하고는 완전히 달라. 그러니까 너는 절대 그런 식으로 연기하면 안 돼. 너만의 캐릭터를 보여줘야 한다고. 알겠지?”

“네. 명심할게요.”

주연으로 영화를 찍기는 했지만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나오는 게 처음이라 아무래도 흥분이 안 될 수 없나 보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사무실로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확인하니 역시나 ‘푸른 별’의 촬영 재개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포털 대문에 올라온 것은 아니어서 몰랐는데 검색을 하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떤 바보가 돈을 그런 데 던졌을까? 안 됐구만…”

기사를 보며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데 홍보팀 직원이 노크하고 들어왔다.

“대표님, 오늘 미팅 결과가…”

“아, 미안해요. 얘기를 해준다는 게 깜빡했네. 별이 캐스팅 기사 올리세요.”

“확정된 겁니까?”

“네. 그리고 유니 정규앨범 관련한 홍보 준비는 내일 오전에 회의할 테니까 내일 10시쯤에 회의실로 모이라고 하시구요. 물론 유니도 참석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홍보팀 직원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포털에 별이의 캐스팅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리부터 보도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김별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이건 홍보팀 직원이 홍보대행사를 시켜 일부러 실검순위를 끌어올린 결과다.

즐거운 마음으로 실검에 뜬 별이의 이름을 누르며 SNS 반응을 지켜보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지이잉…

처음 보는 번호라서 잠시 고민하다가 받았다.

“여보세요?”“안녕하십니까? 하하, 저는 배우 우희연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순간 뾰족한 여성의 목소리가 젊은 남자 목소리를 가로막았다.

“아, 됐어! 내가 통화한다니까! 이리 줘봐, 빨리!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우희연인데요.”

목소리만 들어봐도 그녀가 상당히 화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

“아, 희연 씨?”

“네. 방금 되게 의아한 기사를 봐서요. 너무 황당해서 대표님 번호를 한 시간 동안 수소문해서 전화했네요. 통화 괜찮죠?”

왜 전화했는지는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억지로 참았다.

“그럼요. 그런데 왜…?”

“이번에 김별 씨가 ‘결혼시대’ 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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