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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35화 (23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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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태풍이 되다(7)

“흐음…”

고민된다. 사실 촬영장비나 전문 인력도 탐이 나긴 하지만, 그건 지금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는 인재들이 많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갖춰질 거다.

그럼에도 고민이 되는 이유는 에이넷프로덕션이 가지고 있는 인맥과 경험 때문이다. 해외 수출을 직접적으로 주도해 본 경험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그렇게 고민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코스닥에 등록하게 되면 혼자 100% 지분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뭐… 영원히 상장하지 않겠다면야 모르겠지만 대표님 입장에서도 경영권이 확실하게 보장된 상태면 당연히 상장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다. 이왕 일하는 거 코스닥 상장으로 대박내서 몇 천억 자산을 가진 거부가 되고 싶다.

“그런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이에 거 보라는 듯 양 팀장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하하, 내가 볼 때 대표님은 충분히 지금보다 더 잘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코스닥 등록 요건을 갖추는 건 2년 남았으니 그 때까지는 저희가 도와 드리죠. 뭐, 가장 중요한 매출과 순익 부분은 대표님께서 얼마나 결과를 잘 내냐 하는지에 달렸지만 지금 이대로만 쭉 해주시면 문제는 없을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삼전에서 요구하는 지분이네요?”

“저희는 20%를 원합니다.”

“투자금은요?”

“30억 투자하겠습니다.”

“30억 투자로 20%요? 하하, 그건 안 되죠. 10%. 그 이상은 안 됩니다.”

단호한 말에 이번에는 양 팀장이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10%는 너무 적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10% 이상을 줘가면서 이걸 받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어차피 지금도 계속해서 입사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습니다. 피디, 작가, 촬영, 조명… 뭐 하여튼 이런 사람들 마음만 먹으면 1년도 안 돼 제대로 꾸릴 수 있어요. 촬영 장비는 돈이 조금 들겠지만 이럴 때 쓰라고 은행이 있는 거 아닙니까?”

“에이넷이 가진 건 촬영 장비랑 인력만이 아닙니다. 그들의 경험과 인맥도 중요하죠.”

“글쎄요. 굳이 그게 없더라도 저는 드라마 하나 정도는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우현의 머릿속에 들어와 보지 않은 이상 우현이 정말 원하는 걸 저들이 알 수 없다. 그래서 마치 수출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능청스럽게 받으니 양 팀장이나 주 과장도 더는 우기지 못했다.

“저희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시네요?”

“그게 어려운가요? 지금 YC엔터 주가가 얼마나 되죠? 저보다 더 잘 아시죠? 상장할 때 주가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도 잘 아실 테구요. 10%가 작아 보여도 그게 상장됐을 때의 가치가 얼마가 될지 눈에 선한데 자꾸 적다고 하시면 저는 할 말이 없네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30억에 10%로 하죠.”

“아뇨. 10%는 맞지만 30억에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네? 그럼…”

“50억에 10%. 그게 제 조건입니다.”

양 팀장은 한숨을 푹 쉬고 한참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가 다물고 있으니 주 과장이 나섰다.

“50억은 너무 큰 금액입니다.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 그렇게 큰 금액을 저희가 어떤 근거로 투자해야 할까요?”

“근거는 그쪽이 만드셔야죠. 현재 YC엔터 시가총액이 5천억입니다. 10%면 500억이죠. 50억 투자해서 몇 년 뒤에 500억,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는데 적다고 하시는 겁니까?”

“이봐요, 김 대표님. YC엔터랑 비교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들이 보유한 가수랑 배우가 몇 명인지 아시죠? 해외 정상급 그룹인 ‘bangbang' 혼자서만 일 년에 수백억을 벌어들입니다.”

“알죠. 해외 투어 한 번에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왜 해외공연에 집착하듯이 다니는지 너무 잘 알죠. 그래서? 우리가 그 정도까지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 그렇다는 게 아니라… JYC엔터도 ‘원더걸’과 ‘3PM’을 데리고 있었으면서도 매출액 100억에 순이익이 2억에 불과했어요. 하다하다 안 돼서 결국 우회상장 했던 거 잘 아시죠? 다른 곳도 아니고 엔터회사가 매출을 장담하시는 건가요?”

“그럼 투자 안 하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저도 그럼 고민 없이 지금껏 해오던 대로 쭉 하면 될 테구요. 그런데, 여기 주 과장님은 양 팀장님과 생각이 다른가 봐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합니다. 우리는 잘 해보자고 하는 거잖습니까?”

“그럼 그 마음 끝까지 유지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분위기가 서늘해지자 가만히 있던 양 팀장이 나섰다.

“아아, 대표님, 오해하지 말아요. 우리 주 과장이 의욕이 앞서서 그런 거니까. 좋습니다. 50억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순간 주 과장이 놀라 양 팀장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희는 김 대표님, 그리고 파인엔터와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대표님은 좋은 결과를 내주셔야 하겠죠. 회사도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단지 우려하는 건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 할까봐 주 과장이 걱정하는 거지만 저는 대표님을 믿습니다.”

칭찬해주는데 기분 나쁠 사람 없다.

“고맙습니다. 양 팀장님과 제 생각이 딱 맞네요.”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년 뒤에 큰 효과를 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시간이 모자랄 겁니다. 고작 등록 요건 좀 맞춰놓자고 투자하는 건 아니니까요. 50억과 에이넷프로덕션이 큰 역할을 하리라 믿겠습니다.”

“믿으세요, 그렇게 될 거니까.”

“하하, 알겠습니다. 일단 회사로 돌아가 회의를 거친 후에 결과는 다음 주 중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일어나지.”

주 과장은 뭔가 굉장히 손해 보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감히 티내지 못하고 서둘러 가방과 옷을 정리해 일어났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기 아쉬웠는지 한 마디를 보탰다.

“매출을 장담하시니 그건 넘어가겠습니다만 지금부터라도 수익 구조는 투명하게 관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심사여건이 까다롭게 변했기 때문에 아무리 매출이 잘 나온다고 우기셔도 주요매출처와 수익성 검증이 되지 않으면 상장예비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거든요.”

“잘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신경 쓰도록 하죠.”

“하하, 이 친구가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해서 그런 겁니다.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양 팀장이 심통난 주 과장을 채근해 자리를 뜨자 소파에 앉아 그들이 두고 간 에이넷프로덕션 관련 자료를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왕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거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수출하는 게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 남는 장사인데다 요즘에는 국내 드라마를 해외 시장에서 리메이크하는 형태로 수출하기도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해외 사정에 밝은 친구들이 있어야 하는데 에이넷 같은 경우가 바로 그렇다. 오히려 국내 제작 인력보다 해외 수출 인력에 더 힘을 실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뭐… 나쁘지 않네.”

파인 엔터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다. 국내 제작 인력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은하를 사무실로 불렀다. 내일이 언론시사회라 집에서 쉬고 있을 것이기에 할 말이 있다고 하자 잽싸게 달려 나왔다.

“무슨 일? 무슨 일?”

쌩얼로 청바지에 후드티, 스냅백을 쓰고 나온 그녀는 마치 집 앞 편의점에 나온 것처럼 편해보였다.

“저녁은 먹었어?”

“응. 샐러드로 때웠지. 먹이려고 하지 마! 나 내일 시사회인 거 알지? 배고프면 나 없을 때 혼자 먹어.”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 실은 이번에 투자제안이 왔어.”

“투자? 회사로 투자하겠대? 오빠 생각은 어떤데?”

“전에는 부정적이었지. 괜히 투자받으면 나중에 휘둘릴까 걱정도 되고, 드라마나 영화 보면 꼭 투자 받았다가 잘못되고 그러잖아.”

“에이, 안 그런 사람도 많아. 그리고 이 바닥에서 우리같이 연예인 키우는 사람들 궁극적인 목표가 다 그거 아냐? 상장해서 대박 내는 거? 누가 주식으로 천억이니 몇 백억이니 가지고 있다고 하면 다들 ‘나도 그렇게 해야지’ 하잖아. 투자 받아서 회사 잘 키운 다음에 상장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지. 나도 오빠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어? 흐음… 왠지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설레면서도 괜히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랬어. 어쨌든 오늘 투신회사에서 투자제안이 들어왔고 그쪽에서는 조건으로 제작사 하나를 넘기겠대.”

“제작사? 나도 아는 곳이야?”

“에이넷프로덕션이라고, 왜, 예전에 MBS에서 ‘무신’이라는 드라마 만든 곳 있잖아?

그 때 유해주도 출연했었는데… 기억나?”

“아… 맞다, 기억나. 그 때 해주가 서브여주로 출연했었잖아? 해주도 그 때 더 잘될 수 있었는데… 멍청한 사장이 오빠가 추천해준 영화 안 시키고 이상한 영화 시켜서 애를 성인영화 배우로 만들어버리고… 아… 갑자기 술이 확 땡기네.”

예전 파인엔터에 있을 때 유해주라는 신인 여배우가 있었는데 톱스타급은 아니었지만 잘 키우면 조연급으로 충분히 몫을 할 수 있는 친구였다.

그 때, 사장의 삽질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삽질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아리송하기는 하다.

“하여튼 그 제작사를 받기로 했어.”

“나는 어디 드라마 한번 제대로 만들어 본 적 없는 이상한 곳인 줄 알았는데, 꽤 규모가 있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 만들어볼 거야?”

“고민이 많긴 했어. 지금까지 도마뱀 측이랑 사이도 좋았는데 서먹해질 것 같기도 하고, 또 괜히 일 벌렸다 수습이 안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냥 포기하려니까 조금 그래.”

“뭐가 그런데?”

“너는 그런 적 없어? ‘요즘 드라마나 영화 참 볼 게 없다’라고 느낀 적?”

“글쎄… 오빠는 윤해연 작가님이랑 이주희 작가를 데리고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

“난 드라마가 좋아. 어렸을 때부터 영화랑 드라마 보는 걸 좋아했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를 빠져들게 하는 작품은 줄어들어 가는 거야. 그리고 어느 순간 그냥 시간이 남아서 보게 되는 거 있지? 그러다 지금은 아예 일처럼 보는 거고. 솔직히 말하면 윤해연 작가나 이주희 작가 드라마도 내 스타일은 아니야. 물론 너니까 이야기하는 거야. 어디 가서 내가 이런 이야기 했다고 하면 안 된다.”

말해놓고 보니 괜히 찔려서 한마디를 덧붙이니 그녀가 코웃음을 친다.

“나를 무슨 바보로 알아? 어쨌든 그래서?”

“토니 모리슨이라는 여성 작가가 있어.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람인데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대. ‘당신이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써야 한다.’ 크… 명언 아니냐?”

은하는 우현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처럼 묘한 눈빛으로 말했다.

“오빠가 내 앞에서 아는 척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우리 오빠 아주 유식하네?”

“그럼, 흐흐. 그래서 내가 만들어보려고. 나도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거든.”

“어떤 드라마인데?”

“나도 아직은 잘 몰라. 그냥… 재밌는 거. 보면 막 빠져들어서 다음 주를 기다릴 수 없는 거. 로맨스는 나 아니더라도 다들 잘 만드니 그런 거 말고 액션이나 SF쪽으로 말이야.”

“돈 엄청 깨지겠네.”

말로는 우려하는 것 같았지만 은하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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