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22화 (22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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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공짜를 좋아하면?(6)

“일단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어? 김 대표는 별로야? 우선 이거부터 읽어 봐. 일단 읽어보고 다시 생각해보자.”

사실 볼 필요도 없다. 아무리 기가 막힌 내용이라고 해도 이주희 작가의 손을 거쳐서 드라마로 재탄생 시켜야 하는데 웹툰과 드라마는 제작환경과 주 시청자층, 그리고 성향이 갈리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특히 이런 건 각색을 맡은 작가의 성향이 강할수록 더욱 그렇다.

“뭐, 읽어보는 건 천천히 회사 가서 읽어볼게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거 반대입니다.”

“뭐? 어째서? 지금 우리가 이걸 판권으로 샀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로 벌써부터 누가 캐스팅이 될까로 인터넷에서 화제라고 난리다. 우리 애들이 나한테까지 직접 보여줬어. 촬영 전부터 이렇게 화제몰이가 되는데 이걸 안 하겠다고?”

“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작가님이 원하시면 반대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 말이 더 무서워. 뭔데? 어디가 문제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이주희 작가 역시도 궁금한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위험 부담이 커요.”

“이렇게 큰 이슈를 가지고 있는 작품인데 위험 부담이 크다고?”

“잘 생각해봐요. 지금껏 웹툰이든 뭐든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는 방영 전까지는 굉장히 말들이 많았어요. 그게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이슈몰이는 확실하게 했죠. 하지만 몇 편 방영되고 나면 쥐 죽은 듯이 들어 가버려요.”

“그거야… 각색을 잘못했기 때문이잖아. 내가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우리 이 작가님한테 주려는 거라고.”

“알아요. 그런데 이 작가는 아직 한 번도 원작을 기반으로 한 극본을 써본 적이 없어요. 그게 문제예요. 이 작가는 자신만의 문체가 있단 말입니다. 아니, 이 작가뿐만 아니라 드라마 작가들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자세히 파고들면 어느 정도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요. 그래서 각색을 거치고 나면 전부 원작과는 다른 괴상한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그 자신만의 색깔을 묻혀서 나오기 때문에? 하지만 잘 된 작품도 있어.”

“알죠.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 중에 딱 두 개 정도만 괜찮게 뽑아냈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타짜들’과 ‘미생’이죠. 왜 이 두 개만 언급하는지 아십니까?”

“원작과 거의 흡사해서?”

“비슷합니다. 바로 원작의 내용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그대로 살렸거든요. ‘타짜들’은 극의 긴장감과 도박의 잔혹함, ‘미생’은 따뜻함과 생존의 치열함을 그대로 담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생’역시 후반부에 갑자기 내용이 이상해졌죠. 드라마가 잘 되니까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더 넣기 시작해서 그랬던 겁니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썼다면 그렇게 성공할 수 없었겠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보통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 하지만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는 그 웹툰을 잘 이해하는 연출자가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작가 혼자만 잘 해서도 안 된다는 거예요.”

“후… 좋아. 그럼 원하는 연출자가 있어? 우리 회사 내에서 말이야.”

“죄송하지만 저는 그냥 이거 다른 분한테 넘겼으면 합니다. 특히나 이렇게 인기가 많은 웹툰이라고 한다면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예요. 아, 오지은 작가한테 넘기는 게 어때요?”

“오지은이? 걔 지금 케이블 가 있는데?”

“새로 계약 맺어서 해봐요. 원작 기반으로 한 드라마 몇 개 성공시켰잖습니까?”

“시청률 15% 나온 게 성공이냐? 하긴, 요새는 그 정도 나오면 성공이긴 하지.”

이 아저씨 말하는 걸 보니 최소 20% 이상 나오길 원했나보다. 욕심도 과하지…

“그것도 두 번이나 15% 이상 나왔잖아요. 웹툰이 아니라 소설 원작을 성공시켰지만 그래도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유력한 작가네요. 솔직히 판권료도 얼마 안 줬을 거면서 너무 재지 마세요.”

“이거 왜 이래? 요새는 옛날처럼 판권 하나에 수백 주는 줄 알어?”

“그래봤자 몇 천 아닙니까? 몇 억 줬을 거 같지도 않구만…”

“크흠…”

“일단 가면서 이 작가랑 상의해볼게요.”

“상 다 엎어놓고 상의는 무슨…”

“엎긴 누가 엎습니까? 그냥 현실을 이야기 했을 뿐이지. 그리고 아직 몇 달 남았으니까 여유 좀 가져요.”

“내가 여유가 있을 수가 없어. 어제 김은선 작가가 쓴 거 ‘사랑과 영혼’ 첫 방 나간 거 알지? 시청률 기사 봤냐?”

“봤죠.”

아마 김은선 작품 중에서는 가장 낮은 시청률일 것이다. 바로 9.8%. 조급증이 날 만했다.

“그래도 클래스가 있다고, 그 때 그 난리에도 광고는 완판 됐다. 하지만 불안해하고 있어. 그런데 9.8이 딱 뜨니까 이제는 우리도 불안하다.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 기사 날리는데 댓글 반응들이 영 시원치 않아.”

기사 내용이야 재미있다고, 다음 회가 기대된다고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기사에 달려있는 댓글들은 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원래부터 내용이 실험적이었잖아요? 그래도 김은선이니까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캐스팅부터 잡음이 끼면서 대중들의 시선이 살짝 삐딱해졌을 수도 있을 거예요. 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김은선 클래스 어디 안 가잖아요?”

“김은선이야 안 가겠지. 어제 한여름 연기 봤냐? 그게 어디 남편 죽은 여자 얼굴이니? 걔는 전에는 연기가 좋았는데, 연출이랑 합이 안 맞나?”

“허이고! 전에는 한여름 엄청 좋아해놓고선…”

“내 자리가 개인적인 감정을 앞에 둘 자리냐? 물론 지금도 한여름 미모는 내가 인정해. 며칠 전에도 봤는데 예쁘긴 진짜 예쁘더라. 그런데 걔 연기 좋았는데…”

양 국장의 말처럼 한여름은 데뷔 이후로 꾸준하게 연기 실력이 오른다고 인정받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한 작품들이 거의 로코물이라는 거.

유은하 조차 부담감을 표시할 만큼 상당한 연기력을 보여줘야 하는 배역인데 처음부터 말들이 나오고 있으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하다.

“잘 하겠죠. 저희는 그럼 일어납니다.”

“뭐야? 진짜 이러고 일어나는 거야?”

“쇠뿔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단김에 빼는 겁니다. 의견 좀 나눠 볼게요.”

“하아… 좋아. 대신 빨리 결론 내려 줘야해.”

“나오지 마세요. 저희 갑니다.”

“뭐가 예쁘다고 배웅해?”

회의실을 나오니 이주희 작가가 조금은 실망스런 얼굴로 물었다.

“대표님은 이 작품 하는 게 마음에 안 내키신다는 거죠? 제가 꼭 하고 싶으면요?”

“말했잖아요. 하셔도 돼요. 하고 싶은 거 안 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낫죠. 단지 작가님이 결정하시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을 알려준 거라고 생각하세요.”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겁을 주셔서…”

“하하, 거기에 제 감정이 조금 들어가 있어서 그랬나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 말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신경 쓰기를 바랐다. 웹툰이든, 소설이든 원작을 각색해서는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을 확률이 훨씬 크니까.

사무실로 돌아와 두 시간여를 고민하던 이 작가는 결국 이 작품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까지도 의외로 괜찮지 않을까 고심했던 그녀는 우현이 ‘원작보다 더 잘 만들 자신 있어요?’라는 한 마디에 손을 들었다.

며칠 뒤, 영진 영화사가 제작하는 ‘푸른 별’에 모든 캐스팅이 완료되고 얼마 후 크랭크인에 들어간다는 기사가 떴다.

캐스팅만으로 보면 천만 영화는 당연하다고 할 만큼 대단한 배우들이 총출동 했는데, 이것 때문에 삼전 투신의 윤 팀장은 30억밖에 투자를 안 했다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정말 이게 안 될 영화냐고 몇 번이나 묻는 통에 자신은 신이 아니니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을 정도였다.

다시 시간은 빠르게 흘러 넉 달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회사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유니의 정규앨범 준비였는데 그녀 스스로 만든 자작곡은 물론이고 새로 영입한 작곡가인 이정민과 함께 많은 공을 들였다.

원래는 한 달 전부터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발매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은 욕심인지 아직까지도 준비가 끝나지 않아 의아하게 만들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별이가 유니에게 슬쩍 물어보니 놀랍게도 집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냥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에 어이가 없어 작은 행사 몇 개를 잡아주기까지 했었다.

은하가 촬영했던 ‘지옥도시’는 후반기 작업이 마무리 되고 제작보고회 일정을 조율하는 상황이지만 별이가 촬영한 ‘28시간’은 CG 작업을 해야 할 것이 많아 아직도 후반기 작업에 매진하는 중이다.

회사 외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바로 김은선 작가의 ‘사랑과 영혼’이었다. 문제는 대박을 쳐서 이슈가 된 게 아니라 마지막회 시청률 17.8%의 조금 뛰어난 성적으로 마무리 된 것이 놀라게 했다.

제작 준비단계에서 캐스팅 문제도 있었지만 정작 발목을 잡은 건 한여름의 발연기 논란이었다.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할 여주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몰입을 못 하니 시청률이 치고 나가질 못했고 더불어 끝으로 가면서 우려됐던 엔딩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거부감까지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사랑과 영혼’의 중박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김은선 작가에 대한 재평가 논란까지 일으킬 정도였지만 그래도 한국 드라마 역사에 있어 의미 있는 엔딩이었다며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어 결국 김은선 작가로서는 다음 작품에 많은 부담을 안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큰 이슈 하나는 놀랍게도 투자 잘 받고, 캐스팅 빵빵하게 한 ‘푸른 별’이었다.

“하여튼 전 이제부터 김 대표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겁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물을 먹을지 아셨어요?”

삼전투신의 윤 팀장은 이제 아예 우현을 신봉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참 곤혹스럽다.

“몰랐습니다. 진짜 몰랐어요. 아니, 그 영감탱이도 웃기는 게, 어떻게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안 주고 일을 시켰지?”

영진 영화사의 직원이 크랭크인 후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확인해보니 투자금 중에 180억을 들고튄 것이 밝혀졌다.

영화제작이 엎어진 건 당연하고 한동안의 경찰 수사로 바로 며칠 전에 태국 방콕에서 그가 붙잡혀 국내로 들어왔는데 그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임금을 상습 체불하는 대표에 앙심을 품고 계획을 세워 해외에서 잠적할 생각이었다는 건데, 그의 얼굴을 알고 있던 조연급 배우 하나가 방콕에 놀러갔다가 운 좋게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돈은 홀랑 날려먹었을 것이었다.

그 사이에 얼마나 썼던지 180억 중에 남은 건 150억이었고 경찰의 말로는 회수할 길이 힘들어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알고 보니까 그 영감 돈이 꽤 많던데요? 어쨌든 영화 다시 제작하려면 부족한 돈 토해내고 제작해야 할 겁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끝낼 사안이 아니다. 여기서 투자한 돈 돌려주고 없었던 일처럼 진행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 것이기에 일단 사비라도 털어서 제작을 강행하는 게 맞다.

“그 영감 큰일 났네요. 졸지에 노후자금 투자하게 생겼네.”

“이 영화도 사실 시나리오를 감독이 만들지 않았다고 하네요?”

“네? 그럼 누가 만들었답니까?”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어디선가 시나리오를 받아서 제작한 거 같은데 느낌 상 이거 이대로 엎어진 채 마무리되면 저 영감 제 명에 못 살 겁니다. 노후자금이라도 털어서 만들어지면 다행이죠. 그나저나 일이 이렇게 됐으니 저로서는 참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음부터 종종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복채는 두둑히 챙겨드릴 거구요. 하하하!”

이거 졸지에 진짜 점쟁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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