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218화 (218/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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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공짜를 좋아하면?(2)

“괜찮아요, 민주 씨. 말해요.”

머뭇거리는 민주를 향해 귀에서 전화기를 떼며 물으니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최고기획으로부터 김별 씨한테 아파트 브랜드인 ‘마이파크’ 광고모델 제의가 들어왔어요! 따로 대표님께는 연락드릴 거라고 하던데요?”

광고제작업체인 최고기획에서 연락이 왔다면 이미 광고모델은 광고주 쪽과 합의가 끝났다고 보면 된 거다.

“아, 그래요? 고마워요.”

민주가 나가자 다시 전화기를 귀에 붙이고는 감사를 표했다.

“이거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 별이가 아파트 광고도 하나 찍게 되네요.”

“하하, 어차피 김별 씨 정도면 우리 도움이 없었어도 조만간 하나 찍었을 텐데요.”

“연예인이라는 게 항상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잖습니까? 나중에 잘 될 거라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는 말이죠. 지금 당장 잘 되는 게 중요하니까요. 어쨌든 복채는 잘 받았습니다.”

“복채가 마음에 드셨다니 점괘도 효험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금 회사가 반 뒤집어 졌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자세한 사정은 듣지 못했네요. 뭐, 말씀하시기 어려웠겠지만… 윗선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혹시 얼마나 투자하셨습니까?”

“다른 분이라면 비밀이었을 텐데 특별히 대표님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원한 투자금은 백억인데 저희가 30억으로 확정 받았습니다.”

“그게 가능했다는 것도 희한하네요. 조직에서는 까라면 까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맞아요. 까라면 까야죠. 하지만 제가 말한 윗선이 아주 높은 곳에 있었거든요. 저희 방패막이 돼주셨던 분이 계신데… 이거 만약 잘못되면 저는 물론이고 그 분까지 피해가 가기 때문에 꼭 그 점괘가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말로는 그랬으면 좋겠다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만약 점괘가 틀렸을 시 암살이라도 각오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거 괜히 복채까지 받고 혀를 놀린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투자를 하는 사람이고 원래 투자는 본인이 결정하고 결과도 본인이 감당하는 게 맞거든요. 저는 김 대표에게 베팅을 한 것뿐입니다. 이제 결과는 하늘이 답해주겠죠.”

“이번에는 저도 그 하늘에게 기도해 봐야겠습니다. 제 생각이 맞았기를 바라면서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최고기획의 최호선 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동연건설의 광고를 그들이 맡아서 하기에 광고가 낙점되면 그쪽에서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김 대표, 요즘 아이돌 보다 잘 나가는 것 같아?”

“설마요. 저는 조용하게 살랍니다.”

“그래놓고 다큐를 찍으셨어? 하여튼 사람이 음흉해.”

“하하하, 저 그렇게 보시는 분은 최 팀장님 밖에 없습니다.”

“다들 눈이 삔 거지. 그리고 들었지? 도대체 무슨 수를 썼어? 동연건설에서 우리한테 광고컨셉보다 모델을 먼저 들이밀었거든. 우리야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지만 신기하긴 해. 특히 동연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우기 때문에 지금까지 30대 이하 여배우는 쓰지 않았었거든. 전에 우리가 한여름 내세웠다가 얼마나 까였다고.”

“저도 잘 모릅니다.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흐음… 이상하게 엮인 건 아니지?”

놀리거나 의심스러운 마음이 아니라 걱정돼서 저렇게 말하는 것이다. 혹시 별이가 동연건설 쪽으로부터 스폰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다.

“하하, 그런 거 아닙니다. 저랑 이야기가 된 거예요. 별이는 아직 자기가 CF모델이 된 것도 모를 겁니다.”

“김 대표랑 동연이랑 말이 끝난 거라고?”

“네, 조금 복잡하긴 한데,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삼전투신과 이야기가 된 부분은 극비에 가깝다. 그렇기에 아무리 최 팀장과 친한 사이라고는 해도 그 이야기를 흘려서는 안 된다. 그룹 차원에서 문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뭐가 있긴 있구만? 하여튼 음흉하기는…”

“아… 이거 최 팀장님 말대로 음흉한 놈이 됐네요, 흐흐.”

“안 그런 척 하기는… 어쨌든 이야기는 다 끝났다는 거지?”

“네. 계약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1년 계약에 추가 1년. 원 플러스 원이야. 금액은 5억. 추가 1년 연장하게 되면 역시 추가로 5억. 총 10억이지.”

“연장 조건이 어떤 건데요?”

“이번에 송파 쪽에 동연건설에서 지은 아파트가 입주 시작할 거래. 그런데 그 중에 몇 채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사주는 조건이야.”

“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닙니까?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사라구요?”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마. 30평에 분양가만 10억이 넘는 건데, 중도금 중 10%는 건설사가 부담하기로 했어. 계약금 10%만 내고 들어와 살면 돼.”

“나머지 80%는요?”

“건설사에서 전액 무이자로 해주는 조건이야.”

“결국 10% 싸게 사라?”

“10억이 넘는 아파트를 남들보다 10%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기회지. 게다가 분양가 기준에서 10%니까 현재 실거래가 생각하면 굉장히 싸게 사는 거야. 그러니 서로 윈윈한다고 생각해.

동연걸설 측에서는 요즘 잘 나가는 연예인이 산다고 입소문 낼 수 있는 기회고 김별 씨는 고급 아파트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야. 내가 김별 씨라면 눈 뒤집고 이거 무조건 해.

남들은 담보대출 받을 때 이자 1% 싸게 받으려고 온갖 상품 가입하고 별 짓을 다 한다고. 그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중에 한 달에 이자만 수백씩 내는 사람들도 있어.”

“흐음… 어째 CF로 번 돈 전부 아파트에 넣게끔 유도하네요.”

“싫으면 1년만 계약하든가.”

“알겠습니다. 이건 별이랑 상의해서 말씀 드릴게요. 계약 전까지 말씀 드리면 되죠?”

“모레 별 씨랑 회사로 와, 도장 찍게. 그리고 연장에 관한 건 내일까지 말해주고. 나도 광고주한테 미리 이야기해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모레 뵐게요.”

전화를 끊고 별이를 회사로 불렀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간간히 후반 작업 때문에 나가는 일 빼고는 집에만 있던 별이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모자만 푹 눌러쓰고 나타났다.

“너 밥은 먹고 다니냐? 얼굴이 왜 그래?”

“파하하! 아이참, 다이어트 한다고 식단조절해서 그래요. 그런데 얼굴이 좀 푸석하죠?”

별이는 양 손으로 뺨을 감싸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관리 안 받아?”

“요새 몸이 힘들고 귀찮기도 해서 며칠 피부과에 안 갔어요. 괜히 돈만 쓰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은 저렇게 하지만 분명 유니랑 술 먹고 뻗었던 게 분명하다. 안 그럴 것 같은데 유니랑 별이는 은근히 술을 즐겨 마신다. 다만 둘이 집에서 와인을 주로 마시기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았다.

“젊었을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 25살 넘어가면 피부재생 능력이 확 떨어져요. 그리고 술은 적당히 마셔라.”

“헤헤, 알았어요. 저 아파트 광고 모델 들어왔다면서요?”

그제야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그래, 5억짜리 광고인데 동연건설 아파트 하나 사면 1년 추가 연장 해준단다. 어때? 아파트 하나 살래?”

“우와… 우리 엄마, 아빠 완전 좋아하겠다. 그런데 비싸지 않아요?”

“아직 정확한 금액은 듣지 못했는데 대략 10억 조금 넘어갈 거라고 하네? 10% 할인에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로 해준대. 원금만 갚으면 된다는 거지.”

“비싸다… 그래도 1년에 5억이면, 1년 더 추가하면 합이 10억이니까 할 만하네요. 좋아요. 하하, 우리 엄마, 아빠 엄청 좋아하시겠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나쁜 조건은 아니다 싶다. 이왕 사무실에 온 김에 별이와 점심을 함께 하고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을 때, 사무실로 의외의 인물이 들어섰다.

“어? 이게 누구십니까?”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남성이 꽤나 그럴듯한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는 전에 ‘28시간’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던 영진 영화사 대표였다.

“하하, 오래간만입니다.”

그와 악수를 하고 대표실로 안내해 소파에 앉혔다. 그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우현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여기 어쩐 일로 오셨는지…”

“전에 시나리오를 건네주긴 했는데 우리 김 대표님이 그렇게 멋들어지게 만들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투자도 직접 받아오셨다면서요?”

건네줬다는 단어가 살짝 귀에 거슬렸다. 시나리오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려준 거면서 마치 자신이 준 것처럼 말하지 않는가?

이미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들었던 터라 선입관이 생긴 뒤라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네, 운이 좋았습니다.”

“정말 천운을 타고나셨네요. 하하, 그래서 말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영화를 하나 해볼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저희 회사는 영화를 따로 투자하고 있지는 않는데요?”

“아이고, 투자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저는 캐스팅을 위해 왔습니다.”

“캐스팅이요? 어떤 영화인지…”

“일단 이것부터 보시겠습니까?”

그는 꽤나 오래된 것 같은 서류 가방에서 시나리오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오랜 세월동안 손때를 탄 그 가방이 오히려 지금 그가 입은 고급 정장과 잘 어울려 상당히 고급 브랜드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는데 시나리오를 본 순간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푸른 별’이라는 게…”

“군대 다녀오셨으면 아실 겁니다. 6사단을 청성부대라고 하죠. 6.25 전쟁 때 6사단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겁니다.”

“아… 그렇군요.”

삼전투신운용이 투자한다는 영화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충무로에서는 이것 때문에 난리입니다. 국가 지원금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전부 앞 다투어 투자하겠다고… 하하하, 하여튼 우리 김 대표님한테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쟁 영화면 남자가 주인공일 텐데, 아시다시피 저희가 데리고 있는 주연급 배우들은 전부 여성들이라 이 영화에 어울릴까 싶은데요?”

“무슨 말씀을… 이 시나리오 한번 보시고 말씀하세요. 여기에 ‘여옥’이라는 여자가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이미 봤다. 너무나 자세히 읽어서 여옥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당장 설명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일단 티를 낼 수 없어 10여 분간 처음 읽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나니 그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탁상을 탕! 내리쳤다.

“이거 되는 겁니다. 맞지요?”

맞긴 뭐가 맞냐고 하고 싶지만 어르신 앞에 두고 차마 그럴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 하며 난색을 비쳤다.

“글쎄요. 여주의 비중이 적지 않은 건 알겠지만, 저희가 데리고 있는 배우들은 다들 스케줄에 여유가 없습니다. 별이나 은하 같은 경우는 아직 후반기 촬영이 남았고 지나같은 경우는 이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도저히…”

“아이고, 김 대표님. 돈이 요 앞에 있는데 그냥 멀뚱히 지켜만 보실랍니까? 여기 여 시나리오를 한번 딱 보시면 답 나오는 거 아닙니까? 주인공인 ‘형석’을 사랑하지만 피난을 가야 하는 ‘여옥’, 그리고 그를 위해 피난길에서 다시 홀로 산을 타고 북쪽을 향해 가는 치열한 연기는 대한민국에서 유은하 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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