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94화 (19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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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해야 할 일은 많고…(3)

“오빠, 작품 보는 거랑 사람 보는 눈은 인정하는데 여자들끼리의 미묘한 감정교류는 잘 파악이 안 되나봐. 아까 못 느꼈어? 김은선 작가가 오빠 신경 쓰는 거?”

“나를? 언제?”

“하… 이 둔탱, 아니 둔해가지고는… 아까 김은선 작가가 나 캐스팅 하고 싶었는데 투자자들 때문에 못 했다고 설레발 칠 때, 옆에 있던 정 감독이 순간적으로 작가 곁눈질하는 거 못 봤어?”

못 봤다. 김 작가 신경 쓰느라 미처 못 본 것 같다.

“그랬나?”

“응, 순간적이었지만 당황한 거야. 뭐라 입을 움찔거리다 말았다고.”

“그냥 네 느낌 아니야?”

“아니야. 내가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게, 오빠가 예전에 김은선 작가 작품 까였다고 성질부릴 때 내가 그냥 가만히 있었는 줄 알았지?”

“그러면?”

“내가 전에 같이 일했던 조감독한테 연락해서 왜 까였는지 물어봐달라고 했어. 그 때 그 조감독이 나 좋아했었잖아, 알지?”

“어, 어?”

“하긴… 나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지만 굳이 막지는 않았다. 그녀가 한참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세상에 유은하 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

“흠흠… 어쨌든 그 때 그 조감독이 몰래 나 찾아와서 김은선 작가가 깠다고 말해줬어.”

“뭐야? 확실한 거야?”

“당연하지. 그 때 그 조감독이 제작사 대표 조카였거든.”

확실히 성격 있다. 그때 자신은 그냥 열 좀 받았다가 새로운 작품을 찾는데 열중했는데 은하는 자신이 까인 것에 열 받아 은밀히 알아봤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그때 나한테 말 안 했어?”

어이없어서 묻는데 그녀가 폭발하듯 소리 질렀다.

“쪽팔리잖아! 그 때 오빠한테 내가 당연히 캐스팅 될 거라고 자신했는데 까였다니까 얼마나 쪽 팔렸는 줄 알아?!”

“야, 뭘 그런 거 가지고…”

“하여튼 아까 밥 먹으면서 김 작가가 설레발 터는 건 나 때문이 아니었다고… 분명 오… 아니, 대표한테 잘 보이려는 것 같았단 말이야.”

“설마… 김 작가 정도면 굳이 회사가 필요 없어. 윤 작가가 우리 회사에 들어왔던 건 나랑… 음…”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앞에서 운전하는 혜숙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데 은하가 알아들었다며 손을 흔들었다. 얼른 말을 이어가라는 뜻이다.

“그래, 하여튼 그렇기 때문에 들어온 거야. 사실 지금은 윤 작가도 회사가 필요 없을 만큼 잘 나가고 있다고.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알아서 방송국이랑 제작사에서 연락 오는 와중에 회사를 찾을 필요가 어디 있어?”

“대표의 그… 것 때문에?”

“아니지. 김 작가는 그런 거 필요 없는 사람이야. 이미 드라마에 관해서는 본능적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니까? 나 필요 없어.”

“김 작가는 다른 생각일 수 있잖아?”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다? 그건 좀… 난 신이 아니야.”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 거 아니겠어? 게다가 윤 작가님이 여기 와서 몸값이 얼마가 뛰었더라? 오기 전에는 회당 2천도 어렵지 않았어? 지금은 회당 5천을 불러도 좋다고 모셔갈 사람들이 천지야. 아마 7천도 가능할 걸? 지금 김은선 작가랑 비슷해졌지.”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다?”

“자존심까지 상할까 싶은데… 나 같으면 좀 짜증날 것 같아. 자기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받던 사람이 갑자기 막 치고 올라와서 턱 밑까지 따라왔다고 생각하면, 일단 그 사람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짜증나고 더 올라가고 싶어질 것 같거든. 뭐, 그 사람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난 그래. 짜증이 막 날 것 같아.”

“넌 참 힘들게 산다.”

그녀의 승부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니 또 그녀가 바락 턱을 치켜든다.

“나만 그래? 나만 그러냐고. 내가 못된 년이다, 그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조금 여유롭게 생각하자 이거지. 너처럼 착하고 여린 애가 어디 있다고 그러냐? 난 네가 한 번도 못 됐다고 생각한 적 없어.”

“흥!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은…”

“진짜라니까. 하여튼 네 말은 김 작가가 우리 회사로 오기 위해 저런다, 그거지?”

열심히 달래주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니까 다시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그렇지. 내가 봤을 때는 딱 그거야.”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면 좋은데…”

“자존심이 있지. 김은선 자존심에 먼저 이야기 하겠어? 이렇게 오늘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간 뒤에 자연스럽게 오… 아니, 대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게끔 유도하겠지. 그림이 딱 그려지네.”

팔짱을 턱 끼고 거만하게 말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예쁘고 귀여울 수가 없다.

“그럼 잘 됐네. 네 말처럼 그런 생각이면 우리는 그거 잘 이용해서 너 이번 작품 대박내고 다음에도 또 김 작가 작품 들어가면 되지 않겠어?”

“윤 작가 작품에 우리 회사 배우들 집어넣는 것처럼? 뭐, 그러면 회사 사람들은 좋겠네.”

“너도 좋지.”

“김은선 작가 원래 한 번 주연으로 쓴 사람은 다시는 주연으로 안 쓴단 말이야. 조연이면 몰라도.”

“그래, 솔직히 너 이거 찍고 나면 영화 찍고 헐리우드 함 가봐야 하지 않겠냐?”

“헐리우드는 개뿔… 나 영어 안 된단 말이야. 괜히 안 되는 영어 한다고 이 나이에 고생하긴 싫어. 그냥 한국에서 편하게 배우짓 하면서 살 거야. 뭐, 혹시 모르지. 대표가 나 봉준후 감독 작품에 꽂아 준다면 강제 헐리우드 진출 아니겠어?”

다른 이라면 꿈도 크다고 할 테지만 은하가 저러니 꼭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연기력도 물이 올랐으니 더더욱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 이번에 이 작품 끝나고 한번 알아보자.”

“진짜?”

“그래, 봉 감독 얼마 전에 영화 개봉했기 때문에 아직 시간 있어. 너 이거 촬영 끝날 즈음해서 알아보지 뭐.”

“나 사람 잘 믿는 거 알지?”

거짓말이다. 유은하가 사람을 잘 믿는다니… 개가 똥을 끊는다는 걸 믿겠다.

“그럼 당연히 알지. 나만 믿으라니까. 아, 그리고 너 내일 VIP 시사회 있지? 늦지 말고 가.”

“그런 걸 늦을까봐.”

그렇게 캐스팅 미팅을 잘 마치고 주말을 보내니 월요일 아침부터 기사가 떴다.

[김은선 작가의 ‘사랑과 영혼’, 유은하 낙점]

[유은하, 드디어 김은선의 사람 되나?]

[김은선 차기작 ‘사랑과 영혼’ 유은하로 선전포고!]

여러 연예매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사가 터지자 그로 인한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특히 아직 방송사 편성이 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캐스팅이 번개처럼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모두가 놀란 모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회사로 많은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었다. 우현의 번호를 아는 기자는 회사가 아닌 우현의 전화로 전화를 거는 이도 있었다.

“하하! 네, 기사 좀 잘 써주세요. 어느 방송사로 접촉하고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네, 모르죠. 지상파가 될 수도 있고, 케이블이 될 수도 있겠죠. 전에 지상파에서 제작비 지원 많이 해줘야 한다고 깠다가 완전 물 먹었지 않습니까? 아시죠? 그거 까고 땅을 치고 후회한 다음에 박지원 작가 ‘인어공주의 전설’ 편성했다가 또 쫄딱 물 먹은 거. 김은선 작품은 함부로 까는 거 아닌데 말이죠. 어쨌든 잘 좀 써주십쇼. 네네,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민주가 노크하고 들어왔다.

“오늘 파이브 걸즈 앨범 자켓 촬영 있구요. ‘붉은 여우’ 제작사 측에서 내일 일반시사회 끝나면 포털 사이트 댓글로 평점 좀 부탁한다고 연락 왔거든요?”

“그래요? 10점 만점 매겨달라고 하던가요?”

“10점이면 너무 알바 티 난다고 8점이나 9점으로 해주시고 평점도 성의 있게 정말 본 것처럼 잘 써달라고…”

자신이 말하면서도 민망한지 슬며시 시선을 돌린다.

“에이… 어쩔 수 없지. 다 같이 사는 거니까. 직원 몇 명 되지도 않지만 소속 배우들 코디랑 메이크업한테도 다 말해서 각자 댓글로 평점 남기라고 해요. 아, 파이브 걸즈한테도 남기라고 하세요. 걔들도 회사 일에 동참해야지. 아니다, 그러지 말고 회사 사람들만 하라고 해요. 괜히 실수할라.”

제작사에서는 영화 한 편에 자신들의 회사 명운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제작에 수십, 수백억이 들어가고 그 중 대부분의 자금이 외부 투자금을 받아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봉 후 평점 관리나 입소문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아무리 포털 평점이 개판이라고 해도 은근히 그런 평점이나 평가를 보고 영화를 고르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렇게 사람들을 동원해서 좋은 평가를 남기기도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유니 씨가 작곡가 이정민 씨랑 본격적으로 작업하고 싶다고 대표님께 꼭 전해달랍니다.”

“그래요? 흐음… 그 노래들이 유니 스타일이 아닐 텐데…”

이번에 파이브 걸즈 데뷔 싱글 앨범에 들어가게 될 음원을 그가 만들었는데 평소 잔잔하고 여린 감성을 가진 유니가 파워풀하고 단순한 비트를 가진 그의 음악을 좋아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유니가 꼭 연결해달라고 해서 연결을 해주긴 했지만 정말 다음 앨범에 들어갈 음악을 그가 작곡할 수 있을 가에 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연락하지 말까요?”

“아니요, 전화해서 한번 회사로 방문하라고 해보실래요? 뭐, 주말에 유니랑 만났으니 뭔 얘기가 돼있지 않겠어요? 유니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면 어떤 음원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파이브 걸즈에 들어간 데뷔곡 말고도 몇 개 들어봤을 거다. 그런 이후에 대놓고 그와 계약하자고 조르고 있으니 분명 마음에 드는 음원도 있었을 거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이주희 작가한테 KBC에서 계약 해보자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이주희 작가한테? 몇 회 계약하자구요?”

“기본 100회 계약을 원하지만 작가님이나 회사 측에서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맞춰주겠다고 하더라구요.”

“회당 원고료는요?”

“그건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하시던데요?”

이번에 TVM에서 시작한 ‘내 남편의 여자’는 명품 막장극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갈수록 시청률을 높여가고 있기에 이제는 이주희 작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하필 KBC 출신 예능 작가가 다시 KBC 드라마국에서 계약하기를 원하니 이것도 웃기는 일이다.

“일단 오케이 하세요. 내가 알기로 마지막회 대본은 다음주 쯤에 나온다고 하니까 당장 약속을 잡기는 어렵고 작가랑 협의한 후 다시 연락 주겠다고만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석호 씨는 오늘부터 연기 학원 등록했습니다. 우리 회사로 올 필요없이 곧바로 그리로 가라고 했는데 맞죠?”

“잘했어요. 회사 아무도 없는데 와서 할 게 있나.”

“알겠습니다.”

그녀가 나가자 오늘은 직접 카메라를 잡은 장승효 감독이 들어오며 물었다. 오늘은 마침 그들과 협의 하에 다큐를 찍는 날이었다.

“유은하 씨도 김 대표님이 직접 키웠잖아요?”

“키웠다기보다는 같이 성장했다고 봐야죠. 그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하하하, 그런 건가요? 그럼 아까 말씀하신대로 ‘붉은 여우’가 이번에 개봉하게 될 텐데 관객은 몇 명을 예상하시나요?”

“예? 저야 모르죠.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되는지 신도 모르는 것처럼 개봉 전 영화가 개봉 후 얼만큼 흥행하는지는 역시 신도 모릅니다.”

“그냥 재미로요. 얼만큼 들어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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