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91화 (19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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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이루고 싶었던 것(4)

갑작스런 지나의 돌발행동에 당황해 기자들의 플래쉬에도 멍하니 얼빠진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곤 얼굴을 가렸다.

“별 거 아닙니다. 하하하! 사진은 좀… 사진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우현을 찍는 카메라맨은 이 상황이 재밌는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조금이라도 더 극적인 장면을 찍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해댔다.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조금 전 지나에게 질문하던 데일리연예의 윤주연 기자가 우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대표님이 유은하 씨를 스타로 키워내셨던 장본인이세요. 그리고 김별 씨와 유니 씨까지 손을 대는 배우와 가수들마다 전부 톱스타로 키워내시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방송국에서 연예계 미다스 손이라며 다큐멘터리를 촬영중이에요. 대단하죠?”

“그럼 유지나 씨가 파인 엔터로 둥지를 옮긴 이유가 대표님 때문인 건가요?”

“으음… 대표님 능력이 출중하신 것도 있고, 그 당시에 제가 조금 힘들었던 게 있었는데 그 때 많이 도와주셨어요. 물론, 전 회사와 옮길 때 아주 정상적이고 매끄럽게 헤어졌기 때문에 서로 간에 아무 감정은 없으니까 이상한 기사는 쓰지 말아주세요.”

애교 섞인 그녀의 말에 윤주연 기자가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하, 그럼요. 답 잘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질문이 오갔지만 우현은 그것을 다 보지 못하고 얼른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그의 뒤를 카메라맨이 따라오며 물었다.

“조금 더 있다 나오시지 그러세요?”

“거기에 조금만 더 있었다간 저한테 질문이 모여 들 텐데 그러면 화제가 분산되잖아요. 그건 민폐예요, 영화를 만든 사람들한테.”

“아…”

“그나저나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큰일이네요.”

“왜요? 회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소속 아티스트에게도 좋은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죠. 그래서 시작하긴 했지만 너무 저에게 포커스가 몰리면 주객이 전도된 거니까요. 저는 소속 연예인들을 서포트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어느 선 이상의 관심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이런 대화가 나중에는 다큐에서 편집을 거쳐 나가게 될 거다. 그렇기에 카메라맨과의 대화도 아무 생각 없이 막 할 수 없다.

사무실로 돌아와 인터넷 포털을 검색하니 벌써 ‘붉은 여우’에 대한 평론가들과 기자들의 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캐릭터, 스토리, 액션 모두 기대 이상]

[한국형 여성 액션의 새 지평을 열다]

[역시 유정완의 액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유지나에 의한, 유지나를 위한 영화]

대체적으로는 괜찮다는 평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중간 중간 평론가들의 혹평들이 눈에 보이긴 하지만 충분히 용인될 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도 평론가들에게 혹평과 악평을 엄청나게 받았던 작품도 있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선방한 셈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영화관에서 있었던 그 일(?)은 아직 어느 기자도 기사화 하지 않았다는 것. 아마 지금은 아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나오긴 할 것 같다.

“잘 다녀오셨어요? 영화는 재미있었습니까?”

경수가 음료수를 들고 들어오며 물었다.

“응, 역시 유정완 감독 액션영화는 뭐… 언제나 평균 이상은 하니까. 그보다 지나가 많이 고생했겠더라. 그 때 드레스 피팅하면서 온 몸에 멍든 걸 봐서 알긴 했지만 오늘 보니까 아주 남자 못지않더라고. 지나 대신 내가 했어도 못 버티고 나가 떨어질 것 같던데, 아주 대단하더라.”

“그럴 듯 하던가요? 전 여자 액션은… 잘못하면 춤추는 것 같지 않습니까?”

“나도 그럴 것 같아서 좀 우려했는데 편집을 잘했는지 그런 느낌은 별로 없더라. 대신 19금으로 개봉하는 거라서 천만까지는 힘들겠고…”

“아이고, 19금에 천만은 욕심 아닙니까?”

“그렇지? 그래서 말했잖아. 천만은 힘들고, 한 칠백만 까지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19금에서 칠백만이라면 대단한 거 아닙니까?”

“당연히 대단하지. 그래도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19금이라고 무조건 2, 3백만 나오지는 않아. 괜찮은 작품이면 5, 6백만은 충분히 나온다고.”

“대표님 말씀대로 잘 됐으면 좋겠네요. 지나 씨도 고생해서 찍은 건데, 진명이 형이 엄청 걱정했거든요. 지나 씨 너무 고생하는 거 알기 때문에 이번 작품 무조건 잘 돼야 한다고…”

매니저끼리 종종 술을 마시기에 그들끼리는 어느 정도 친해진 것 같다.

“그럴 거야.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 잘 될 거니까. 그리고 네 새끼들은? 뮤직비디오 촬영은 언제라고 했지?”

“잊어버리고 계셨다니 섭섭합니다. 내일 모레 촬영인데…”

“인마, 바쁘면 잊어버릴 수 있지. 내가 신경 써야 할 인물들이 한두 명이냐? 별이는 이제 촬영 들어가서 상준에게 맡겨놓았다고는 하지만 유은하에, 오늘 언론시사회 끝낸 유지나, 이제 좀 쉬라니까 벌써부터 다음 앨범 고민하는 유니까지. 거기에 파이브 걸즈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깨져요.”

그래도 경수는 섭섭한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누가 온다고 하던데요?”

“누구?”

“대표님, 혹시 남자배우 계약하기로 했습니까?”

“아… 이름이 강석호라고 하든?”

“네. 진짜 계약하는 겁니까?”

“응, 언제 온대?”

“5시에 온다고 하면서 대표님이 그 때 계신지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오라고 했습니다. 이후 스케줄 없으시죠?”

“잘했어. 그리고 너 이제 파이브 걸즈 활동하면 사람을 새로 들여야겠다. 앞으로 네가 계속 비서역을 할 수도 없잖아?”

“그렇죠.”

“민주 씨 좀 들어오라고 해. 너는 나가보고.”

“알겠습니다.”

회사가 커지면서 단순 경리 혼자서는 일을 처리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 회계팀 직원을 뽑고 민주더러 자신의 비서를 맡아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그녀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일이 재미있어 보인다나?

시간이 지나 5시쯤이 다 되어갈 때 사무실로 잘생긴 청년과 30대 후반처럼 보이는 여성이 들어섰다.

그 잘생긴 청년은 바로 강석호였는데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함인지 단정한 옷차림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우현에게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강석호입니다.”

“그래, 반갑다. 뒤에 계시는 분은…”

석호를 따라왔으면 당연히 그의 어머니일 것인데 너무 젊어 보여서 혹시나 하고 물었다.

“안녕하세요. 석호 엄마입니다. 처음 인사드리네요.”

“아, 예. 너무 젊으셔서 어머님이 아니신 줄 알았습니다.”

“어머,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일반인 치고 상당한 미모를 지녔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소파에 앉아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니 강소연과 눈과 코가 닮은 것이 그제야 둘이 자매라는 것이 믿어졌다.

“강소연 씨의 언니 분이 맞으신가요?”

“네, 같은 회사도 아닌데 이렇게 면접도 봐 주시고, 또 계약까지 해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석호가 재능이 있어 보이니까 계약하자고 한 겁니다. 재능이 없었다면 아무리 소연 씨와… 친한 사이라고 해도 계약하자는 말은 안 했겠죠.”

그냥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하면 너무 정 없이 들릴까봐 그냥 친한 사이라고 했다.

“괜찮아요, 들었어요. 그냥 작품을 하다 알게 된 인연이라구요. 걔가 원래 남한테 친절하지 못해서 그런데 속정은 깊은 아이에요. 이렇게 언니랑 조카 생각한다고 굳이 안 해도 될 일까지 하고… 하여튼 감사합니다.”

“아드님이 가수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연기자로 전향한다고 할 때 놀라지 않으셨어요?”

“놀랐죠. 비록 심하지 않다고는 해도 우리애가 말이 조금 늦는 편인데 연기자를 하겠다고 하니… 소연이가 옆에서 괜찮다고 하지 않았으면 사기꾼이 아닌지 의심했을 거예요.”

“하하하! 소연 씨가 옆에서 안심시켜줬다니 다행이네요. 그래, 너는 연기자로 갈 결심을 굳힌 게 맞아?”

석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얼굴로 답했다.

“네.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다시 들어봐도 그의 더듬거리는 말은 그렇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말더듬이 심한 사람은 옆에서 듣다보면 속이 터질 것처럼 답답해지는데 이 친구는 조금 느린 정도?

물론 다른 사람들은 이 정도로도 연기자를 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전처럼 대사를 쳐줄 수 있다면 충분히 연기에 도전해볼만 하다. 특히 그 느릿한 말투는 오히려 석호의 곱상한 이미지와는 다른 특유의 진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다. 그게 연기든, 일상에서든 말이다.

“좋아.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연예계에서 계약이라는 건 중요한 겁니다. 한번 전속 계약을 맺으면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회사에서 원하는 걸 충분히 이행하려고 노력해야 하죠.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아직 석호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중에 가서 아이의 뜻과 다르게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경우가 간혹 생기거든요.”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있어요. 가족으로서 이미 충분히 겪어왔던 일이니까요.”

“알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여기 계약서를 한번 읽어보시죠.”

그녀는 석호 대신 계약서를 들고 한참 동안 꼼꼼히 읽어 나갔다. 무려 30분 동안이나 아무 말 없이 계약서만을 읽던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것을 내려놓았다.

“5년 계약이면 나쁘지 않네요.”

“그렇죠. 아무래도 아이돌 계약과는 조금 다를 겁니다. 그래도 아직 신인이기에 배울 것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기 때문에 정산비율은 낮습니다. 이건 차후에 계약 종료 후 재계약을 통해 갱신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길 때 조정하시면 됩니다.”

한 마디로 계약 중간에는 정산 비율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알겠어요. 저는 돈보다 우리 애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대표님께서 잘 이끌어주실 거라 믿을게요.”

“걱정 마세요.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그렇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석호는 내일부터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아이돌로 치면 아직 연습생 신분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매니저는 따로 두지 않았다. 한동안 전철이나 버스를 타며 이동해야 할 거다.

며칠 뒤 드디어 길고 길었던 ‘예종의 여인’이 종방했다. 마지막회 시청률 28.4%를 찍으며 초대박으로 마무리됐고 별이는 이제 당당히 스타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종방연 날, 음식점 앞에는 밀려든 기자들의 취재 경쟁으로 인산인해였고 별이는 주연이었던 송민기, 한지애와 함께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사진들은 실시간으로 포털에 올라갔고 수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만큼 ‘예종의 여인’이 큰 파급력을 일으켰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별이가 확 뜬 것도 중요했지만 또 한 가지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이제 윤해연 작가의 몸값이 재차 급등했다는 거다.

작품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이제는 명실상부 김은선 작가와 투탑을 이룰 정도가 됐다. 여행 때문에 종방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윤 작가와 연락하기 위해 방송국이나 외주 제작사측에서 회사로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대부분 물음은 한결 같았다. 차기작은 언제 낼 것인가? 우현도 답을 모른다.

“핸드폰도 꺼놓고 해외로 갔는데 저라고 알 수 있겠어요? 언제 오냐구요? 저도 모르죠. 마음 내키면 오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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