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83화 (18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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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3)

정 부장은 못내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그게… 우리 쪽은 유은하가 마이더스랑 아주 오랫동안 갈 사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우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쪽이라고 했으니 본사 측 문제가 아니라 투신 측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런데요?”

“마이더스에 상당한 투자금이 들어가 있는 거지.”

마이더스는 연예 기획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배우를 보유하고 있어 엔터주 중에 시가총액 3위를 달리고 있었다.

“아…”

“지금은 장이 끝났으니 손쓸 방도도 없고 아마 내일 아침부터 매물이 쏟아져 나올 건데… 미리 나한테 소스 좀 주지 그랬어?”

살짝 서운한 투로 이야기 했지만 그렇다고 진짜 실망하지는 않았을 거다. 애초에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미리 알려줬다면 정보를 알지 못한 개미들만 손해 봤을 거다. 적어도 손해 보려면 같이 보는 게 낫다 싶은 게 한때나마 개미였던 그의 심정이다.

“저라고 알았겠습니까? 그런 걸 알았으면 진즉에 말씀 드렸죠.”

물론 말로만이다. 알았다고 해도 절대 알려주지 않았을 거다.

“허… 참, 큰일이네. 진짜란 말이지? 그 친구 안 되겠네.”

여기서 말하는 그 친구는 마이더스 사장을 말하는 게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분쟁이 생길 걸 알면서 삼전이라는 벽을 방패로 세워두고 적당히 은하를 압박하려 했을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만약 도장을 찍었다면 은하에게 몇 푼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찍었을 거다. 삼전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건 CF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배우들에게 있어 좋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유니를 데리고 삼전에게 큰 소리 칠 수 있었던 건 행사로 벌어들이는 돈이 상당하기 때문에 굳이 CF에 목 멜 필요가 없어서였다.

“일부러 삼전을 물 먹이려고 그랬겠습니까? 그냥 은하를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그랬겠죠.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십쇼.”

일단 마이더스 사장을 감쌌다. 립 서비스이기도 하고 자칫 마이더스 사장과의 관계에 금이 가는 걸 원치 않아서이기도 하다. 물론 강소연이 현재 찍고 있는 ‘내 남편의 여자’ 종영 후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뭐, 김 대표 마음은 아는데 말이야. 비즈니스를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하여간 잘 알았어. 언제 시간 좀 내. 술이나 한잔 하자고.”

“아이고, 저야 언제나 환영이죠. 당장 내일 모레 어떠십니까?”

“금요일? 그래, 불금이니까 한번 달려보자고.”

“하하하! 제가 근사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똥 싸고 밑 안 닦은 것 같은 찝찝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은하가 아무리 야무지게 행동한다고 해도 마이더스 사장은 그런 연예인 수십, 수백을 관리해온 사람이다.

곧바로 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또? 나 지금 운동해야 한단 말이야.”

“됐고, 너 방금 전에 아파트 CF 계약할 뻔한 거 알아?”

“무슨 소리야? 나 지금 운동할 시간인 거 알잖아. 그리고 무슨 아파트? 나 당분간 CF 안 찍는다고 회사에 말해 놓은 게 한참 전인데.”

“그럼 너도 몰랐다는 거네?”

몰랐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막상 확인을 하고 나니 더 찝찝해져 왔다.

“뭔데? 진짜로 내가 CF 찍을 뻔했다고? 오빠는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방금 삼전그룹 측 사람하고 통화 했거든. 네 기사가 터지는 바람에 도장 찍기 전에 나가리 됐다고 하더라. 네 인감 회사에 있지?”

소속 연예인들의 인감을 회사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문에 당사자는 계약하지 않았던 CF나 영화 때문에 소속 연예인과 회사와의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 백창준, 이 개새끼…”

“혹시 모르니까 너 모르게 계약한 거 있는지 확인해 봐.”

“알았어.”

“만약을 대비해서 가서 녹음 꼭 해두고.”

“걱정 마. 이따 전화해.”

어쩐지 은하가 너무 쉽게 생각한다 싶었다. 손 안에 들어온 황금알 낳는 거위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우현이 오피스텔로 귀가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어떻게 됐어?”

“앞에 붙잡아 놓고 캐물었더니 결국 하나가 나오네. 어떡하지, 오빠? 나 CF 하나 찍어줘야 할 것 같은데?”

“어떤 CF야?”

“다행히 양심은 있는지 이상한 건 아니더라. 샴푸 하나 찍어줘야 해.”

그렇겠지. 앞으로 계속 그녀를 회사에 두려면 이상한 CF로 그녀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을 거다.

“그래, 그냥 쿨하게 하나 찍어 줘.”

“미안해서 어떡하지? 이거 하나에 6억인데?”

“야, 너 없어도 우리 회사 잘 돌아갔어. 그까짓 6억 당장 없어도 그만이야, 왜 이러셔?”

“오호… 이제 제법 컸네? 알았어. 내가 그까짓 샴푸 광고 한번 시원하게 찍어주지 뭐. 어쨌든 계약은 계약이고 전속계약 해지는 정상적으로 마무리 됐어.”

“뭐야? 그 자리에서 그냥 마무리 지은 거야?”

“응, 서로 깨끗하게 마무리 지었어. CF는 오빠네 회사 들어가서 찍어도 돼. 돈만 마이더스 통장으로 들어갈 거야.”

“알았다. 그럼 우리 쪽에서 내일 기사 낼게.”

다음 날, 홍보팀 직원들을 불러놓고 기자들에게 홍보자료를 배포하라고 시켰다. 내용은 ‘유은하 전격 영입’.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변호사를 대동해 마이더스 사무실에서 대표를 만나 다시 한 번 계약해지 내용을 확인하고 유은하와 그녀의 코디,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리고 그녀의 전담 매니저까지 전부 옮기기로 결정했다.

은하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이는 여성으로 33살에 이름은 최혜숙. 경력은 7년차라고 들었다. 비록 은하의 일을 맡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화가 잘 통하고 일을 잘 봐준다는 말에 같이 옮기로 했다.

본래 별이가 주연급으로 올라서면서 그녀를 위해 밴을 새로 준비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은하가 회사로 들어오게 되면서 밴을 하나 더 장만하게 생겼다. 급하게 구하느라 신차로 주지는 못하고 일단 중고차로 해준다고 했는데 은하는 차는 상관없다며 쿨하게 넘어갔다.

일단 기사가 나가자 그 후폭풍은 상당히 격하게 일어났다. 가장 먼저 은하의 이적 단독 기사가 나간 이후 후속보도들이 연달아 쏟아져 나온 건 물론이고 후속보도를 위한 취재경쟁 때문에 온종일 회사 전화에 불이 나고 있었다.

홍보팀에서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전화기에 매달려 있어야 할 정도였는데 그 와중에 우현에게도 전화가 계속해서 걸려왔다.

“그럼요, 진짜죠. 네, 그러면 저야 감사하구요. 잘 될 겁니다. 하여튼 설명회에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 전화로 확답 드리기는 어렵구요. 일단 제작사와 논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그 후에 말씀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아직 상장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서요. 이제 유은하 씨가 들어온 건데요. 조금 더 커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 전화들이 투자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들이다. 그 중에는 ‘28시간’에 대한 투자도 있었지만 파인 엔터 자체에 대한 투자도 있었는데 상당수가 투자기관에서 온 문의였다.

상장 전에 미리 투자하기를 희망하는 것인데 코스닥 등록(코스피는 상장, 코스닥은 등록) 후 엔터주들이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를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벌써부터 촉을 세우고 달려드는 거다.

솔직히 상장도 내심 욕심나긴 한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등록 요건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차후 몇 년간 천천히 생각해보고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 바닥에서 1, 2년만 장사할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날 오후에 삼전투신 측에서 열린 투자계약 미팅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조건을 내밀어 오랜 시간 토론이 필요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들은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며 은근히 파인 엔터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고 좋은 말로 그들을 달래며 50억 투자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자, ‘28시간’의 대박을 위하여!”

“위하여!”

50억 투자 계약서에 도장이 찍히고 나니 곧바로 ‘타이거 스튜디오’ 최윤석 대표의 발 빠른 행동력 덕분에 신당동에서 번개가 열려, 최 감독과 주연배우인 조상우와 별이, 그리고 특별출연으로 20억 투자를 결정한 유은하가 참석한 상태에서 거하게 술판을 벌였다.

“김 대표님 생전에 나라 구하셨나보다. 어떻게 이런 미인들하고만 같이 일하시지? 솔직히 말해 봐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어요?”

조상우의 넉살에 우현이 손사래를 쳤다.

“비결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저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잘 했죠.”

“에이… 겸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여기 최고의 톱스타인 유은하 씨가 마이더스를 버리고 파인 엔터로 옮긴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하하하! 저를 너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네요. 그래도 어쨌거나 일이 잘 돼서 다행입니다. 우리 조상우 씨도 앞으로 계속 보게 돼서 너무 좋네요.”

“아… 내가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솔직히 영화 엎어질 줄 알았습니다. 이 바닥에 속설이 있잖아요? 한번 엎어져 본 영화는 계속 엎어진다는… 느낌이 좋아서 참여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백억 대작을 만든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뭐, 여기 앞에 계시지만 특히나 작은 제작사에서는 힘들잖아요.

그런데 제작사도 아니고 연예기획사에서 투자를 해 온다니 영 불안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렇게 빨리 일이 진행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게다가 여기 대한민국 최고 미인인 유은하 씨가 투자한다니 말이에요. 이참에 저도 투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하하하!”

“그럼 같이 투자하면 되죠, 호호!”

은하는 조상우의 농담에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저도 언니가 우리 회사로 와서 좋아요. 그 때는 조금 무서웠는데…”

내심 은하가 오는 걸 별이가 싫어할까봐 걱정했는데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화기애애해 보인다.

“아, 나 처음에는 좀 무서웠지? 그 때는 여기 눈치 없는 양반이랑 기싸움을 좀 심하게 할 때라 그랬어. 이제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나 무서운 여자 아니야.”

“크흠… 쓸데없는 말은 그만 하고 술이나 마셔.”

입에서 혹시 위험한 발언들이 나올까 싶어 서둘러 안주를 집어 그녀의 입에 넣어주려는데 갑자기 그녀가 핸드폰을 집어 들고 말했다.

“아, 맞다. 김 대표 찾는 사람 있었는데… 연결해줄까?”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도 우현에게 존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성격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누구도 그것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찾는다고? 누가 날 찾아?”

“내가 전에 말했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맡았었다고. 그 때, 조감독이 오빠… 아니, 김 대표 안다고 했었잖아?”

“아… 장승효?”

“기억나지? 그 사람이 김 대표 한번 보고 싶다고 하네.”

다큐멘터리 조감독이 자신에게 왜 관심을 보일까? 그것도 아무 인연이 없었던 사람인데…

“왜?”

“다큐 찍어보고 싶대. 김 대표를 상대로.”

“나를 찍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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