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82화 (18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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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2)

생각지도 못한 전개다. 배역이 아닌 투자를 원하다니…

“투자 하겠다고.”

“이야… 너 전에 한번 성공하더니 돈 맛을 제대로 봤구나?”

“칫! 그게 아니라, 어차피 별이 영화로 낙점해서 진행하는 게 뻔한데 한 자리 끼워 달라고 하기도 뭐하잖아. 그러니 내 노후자금이나 조금 더 벌자 그거지.”

“노후자금은 ‘피아니스트’로 충분히 벌지 않았어? 그 정도면 건물까지 살 수 있을 건데?”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아휴, 내 자금관리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요, 잔소리는 그만 하시고… 받을 거야? 말 거야?”

잠시 은하가 건물주 와이프가 되어 있는 꿈을 꾸어 봤다. 아…

“크흠… 당연히 받아야지. 그래서? 얼마나 투자할 건데?”

“얼마나 필요해?”

정말 통 크게 논다.

“오호, 이제 아주 충무로 큰 손 되셨어? 원하는 만큼 땡겨 주나?”

“오빠 하는 거 봐서.”

“너 그러다 그동안 모아둔 거 한방에 훅 간다.”

“그럼 오빠가 복구시켜 주겠지. 설마 다 날려놓고 모른 척 하겠어?”

“그래, 그래. 내가 다 책임지지.”

“어머? 책임지다니? 벌써부터 어디까지 생각한 거야?”

순간 뜨끔했지만 모른 척했다.

“뭘 어디까지 생각해? 크흠… 어쨌거나 아직 오십억 더 받아야 해.”

“그래? 그럼 이번에는 이십억까지는 내가 투자할게.”

“헐… 이십억이나 투자하겠다고? ‘피아니스트’로 번 돈 다 투자할 셈이야?”

“그거보다 더 벌었다는 거 알면서? 남은 돈은 마지막 희생한다는 셈 치고 우리 오빠한테 커피숍 하나 차려주기로 했어.”

여기서 말하는 우리 오빠는 그녀의 친오빠를 말한다. 고시공부하다 때려 치고 은하만 바라본다던데…

“정말 마지막인 거 맞아?”

“응, 이번에 각서까지 쓰고 통장 비번도 다 바꿔버렸어.”

“집에서 그러라고 해?”

“흥! 순순히 그러라고 했겠어? 이제부터 내 돈은 내가 관리한다고 했더니 난리가 났지. 키워준 은혜부터 시작해서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연예인 뒷바라지가 쉬운 줄 아니?’, ‘이러다 가족끼리 멀어진다’ 등등… 아주 다채로웠는데 그냥 다 무시했어. 그래도 그 커피숍 하나 차려주는데 오억이 넘게 들어간다니까?”

“크게도 차려 줬네.”

“온 동네방네 내가 자기 동생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는데 코딱지만 한 커피숍 차려줄 수도 없잖아. 뭐, 그랬다가는 키피숍이고 나발이고 돈으로 달라고 했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네. 그거 받고 이제 끝내기로 했다니…”

“사실 이것도 안 줄 수 있었는데, 내가 ‘피아니스트’에 투자했다는 기사가 나가는 바람에 빼도 박도 못하고 커피숍 차려주게 됐지 뭐야. 그나마 정확한 액수는 안 나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휴…”

그녀의 한숨이 전화기를 타고 여기까지 넘어오는 듯하다. 가족 간의 일이라 무조건 욕해줄 수도 없고… 난감하다.

“어쨌거나 이십억 고맙다. 제작사에서 연락 갈 거야. 스케줄 잡아서 투자계약 해.”

“이번에도 잘 되면 내가 더 고맙지. 아, 그리고 저녁에 기사 나갈 거야.”

“응? 무슨 기사?”

“하여튼 그래. 저녁에 전화해.”

또 무슨 일로 사람을 놀라게 하려고 저러는가 싶지만 캐물어 본다고 답을 해주지도 않을 것 같아 그냥 기다려보기로 했다.

“으응… 그래.”

어쨌거나 생각지도 못한 투자자(?)의 등장으로 일이 한결 수월하게 됐다. 오십억을 투자받는 일과 삼십억을 투자받는 일은 그 난이도가 월등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이 일을 ‘드래곤 스튜디오’의 최윤석 대표에게 알려주니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다며 희희낙락했다. 하긴, 백억 짜리 영화 만드는 게 쉬웠으면 영화판에 엎어지는 영화들이 그렇게 많을 리 없겠지.

이후 나머지 삼십억 투자를 위해 이러 저리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보셨죠? 진짜 죽이지 않습니까? 캐스팅도 보세요. 조상우입니다, 조상우. ‘타짜들’에서 조상우 보셨죠?”

“우리 솔직해집시다. 서울창투 올해 영 성적이 안 좋았잖습니까? 전부 아이돌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에 투자하고, 시나리오 개판인데 배우빨로 유명세 탄 영화 투자했다가 많이 섭섭해 지셨잖아요? 안 그래요?”

“최철성 감독 아시죠? 작년에 ‘밀실’ 대박 터졌잖습니까? 그 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상우가 남주예요. 감이 딱 오지 않습니까?”

일부러 삼전투신에서 오십억을 투자 받기로 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건데 섣불리 입을 잘 못 놀렸다가 깨지기라도 하면 안 좋은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런 일이 없었으면 모르지만 투자 받기로 했다가 엎어지면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다른 투자자들도 발을 빼버리기 십상이다.

또, 목표 투자금은 백억이지만 차후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이들을 만날수록 좋다.

그렇게 오후 내내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데 경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야, 지금 통화중이면 어쩌려고 그랬어? 노크는 기본인 거 몰라?”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직감적으로 은하의 말이 떠올랐다.

“뭔데?”

“유은하 씨가 FA로 떴는데 가장 유력한 회사로 우리가 지목돼서…”

급히 포털을 검색하니 대문에 떡하니 유은하의 얼굴이 떠 있었다.

[(단독)유은하, 다시금 FA로 수면에 올라]

기사 내용을 보니 그녀가 마이더스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고 새로운 둥지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접촉하는 회사는 파인 엔터테인먼트라고 떡하니 띄워놓았다. 은하가 일부러 친한 기자에게 떡밥을 던져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기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썼다면 아직 중소기획사나 다름없는 파인 엔터의 이름이 등장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거야?”

은하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밝은 음성으로 되물었다.

“뭐가? 아… 나 회사 옮긴다는 그 기사? 왜? 나 안 옮기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렇게 급하게…”

“미적거려봤자 좋을 게 뭐가 있어? 회사 눈치를 보니 대표도 나를 어쩌지 못하는 분위기더라고. 하긴, 자기가 한 말이 있는데 내 앞에서 그걸 뒤집을 수는 없겠지. 여튼 그 기사 내가 낸 거 맞아. 딴 소리 못하게 하려는 거니까 오빠는 그냥 잠자코 있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가 회사 대표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

역시나 당장 내선전화의 빨간불이 반짝이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홍보팀에서 걸려온 전화인데 SN 엔터 출신인 그들이 홍보, 마케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문의 전화가 걸려와 우현에게 물어보려는 것일 테다.

“야, 지금 회사로 기자들 전화 오나보다.”

“흐음… 그렇겠지. 아직 유은하 안 죽었다니까? 아하하!”

“좋냐? 이걸 어떻게 받아야 해?”

“괜히 없는 소리라고 했다간 봐! 죽을 줄 알아.”

“알겠습니다.”

“호호, 밤에 다시 전화해! 쪽!”

스마트폰에 입을 맞추는 소리가 들리고는 전화가 꺼졌다.

“휴우…”

“어떻게 된 겁니까? 진짜 유은하가 우리 회사로 오는 거예요?”

금방이라도 환호성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의 경수가 다급하게 물어본다.

“확정 된 건 아니지만 아마 그럴 것 같다.”

“우와아! 대박! 유은하라니… 제 첫사랑이자 마돈나인 그녀와 같은 회사에서 얼굴을 보고 지내다니… 꿈만 같습니다.”

그 첫사랑이 눈앞의 사람과 어떤 짓을 했는지 안다면 저 놈은 속으로 무슨 욕을 할까?

암담해질 경수의 얼굴을 상상하며 홍보팀의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유은하 씨가 우리 회사로 올 것 같다는 단독 기사 떴는데요. 지금 기자들 전화 오고 난리 났습니다. 어떻게 대응할까요?”

“확정은 아니지만 논의 중이라고 하세요.”

“어? 진짜인가요?”

홍보팀 직원도 반신반의 했는지 목소리가 두 배로 커진다.

“네, 기사 틀린 건 아니니까 일단 회사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만 하세요. 확정 되면 홍보자료 배포하겠다고 하시고.”

“네, 알겠습니다.”

기자들은 이러리라고 예상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곳에서도 전화가 온다.

“정 부장님?”

삼전투신운용의 정윤수 부장에게서 난데없이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전에 투신 측에 PT하게 되며 명함을 교환했기에 이제는 우현의 폰에도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김 대표, 바쁜데 내가 전화한 건가?”

“괜찮습니다. 원래 전화 받는 게 제 일이라서요.”

“하하하! 그건 나랑 같네.”

“지금 퇴근하실 시간 아니십니까?”

“이제 고작 7시도 안 됐는데?”

“아이고… 힘드시겠네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내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겠지. 이러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겠네요. 혹시 보험 필요하시면 제가 잘 아는 곳 소개시켜 드릴게요. 자식들 생각하셔야죠.”

“하하하! 이미 삼전보험에 다 들어가 있다고. 나 죽고 나서도 자식들은 잘 살 거야, 에잉… 그것보다 오늘 기사 떴던데?”

“아, 유은하 기사요?”

“응, 진짜야?”

궁금해서 전화했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은근한 말투를 보니 여간 중요한 소스가 아닌 것 같다.

“왜요? 뭐, 중요한 거예요?”

“당연하지. 우리 입장에서도 그렇고, 투신 측 입장에서도 그렇지.”

뭐, 유은하가 파인 엔터로 들어온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조금 안심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들어오느냐 아니냐로 오십억의 향방이 달라지진 않을 거다.

“기사는 맞아요. 현재 우리랑 협의 중이에요.”

“뭐야, 유은하는 김 대표 사람이잖아? 일단 기사가 나갔으면 내부적으로는 말 다 맞춘 거 아니야?”

역시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겨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흐음… 뭔데요? 뭐가 있길 래 전화 한 겁니까?”

“허허,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알잖아? 지금 투신 측에서 오십억 집행한다는데 그 정도 이벤트는 있어줘야 보기가 좋잖아?”

언뜻 들으면 맞는 것처럼 들리지만 애초에 삼전투신은 파인 엔터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 투자하는 거다.

“에헤이… 이러지 마세요. 뭔데 그러세요? 제가 모르는 이벤트가 있는 거예요? 혹시 거기에 유은하가 걸려 있어요?”

“흐음… 거 참, 김 대표도 눈치가 보통 아니네.”

“서로 잘 해보자고 하는데 저 빼놓고 놀면 섭섭합니다. 같이 알고 살자구요.”

잠시 침묵하던 정 부장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삼전물산이 아파트 때문에 마이더스랑 미팅을 했거든.”

감이 왔다. CF계약이 이루어진 거다.

“그런데요?”

“당사자 간에는 서로 이야기가 다 된 줄 알았단 말이지? 마침 우리 직원도 거기에 있었고 말이야. 그런데 오늘 기사가 참 묘한 시점에 터졌어.”

“도장 찍은 겁니까?”

“그게 참 묘했어. 딱 도장 찍기 전에 기사가 터졌거든. 그래서 전화 받자마자 내가 김 대표한테 전화한 거야.”

천만다행이다. 일단 도장을 찍지 않았다면 문제 될 건 없다.

“하아… 큰일 날 뻔했네요.”

“역시 유은하랑 이야기 다 끝났구만?”

“크흠… 뭐, 그런 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란 말이지.”

“네? 무슨 문제가 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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