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68화 (168/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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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기대하고 고대하던…(2)

“아, 그래요? 저야 좋죠. 곱창 어떠세요? 요즘 곱창이 땡겨서… 하하!”

“머리 쓸 때는 단 게 최고 아닙니까? 제가 괜찮은 디저트 카페 있는데 잠시 시간 좀 내주시죠? 제가 아주 맛있는 케잌 쏘겠습니다.”

별이의 차기작을 위해 다시 한 번 바닥 다지기에 들어간 우현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빴다. 아무리 유니가 움직이는 1인 중소기업처럼 돈을 벌어다주고 있다고는 해도 배우로서 첫 타자인 별이가 잘 돼야 나중에 들어올 신인 배우들에게 본을 보여줄 수 있다.

“암요. 알고 말구요. 제가 유해준 피디님 바쁘신 거 모르겠습니까? 아, 떠보는 거 아니라니까요? 진짜 떠보는 거 아닙니다.”

예전에는 김별이 누군지도 몰랐기에 만나자고 하면 피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괜히 만나서 간만 보는 거 아니냐는 반응들이 나온다. 좋은 일이다.

“대표님, 모레 이주희 작가 신작인 ‘내 남편의 여자’ 대본리딩 현장 가실 거예요?”

이제 경수가 파이브 걸즈의 매니저가 됐지만 아이들이 연습할 시간에는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우현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

TVM에서 편성이 확정된 ‘내 남편의 여자’는 우현이 파이브 걸즈 오디션을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 모든 캐스팅이 완료됐었다.

강소연의 인지도와 이 작가가 첫 작품에서 터뜨린 흥행력을 기반으로 캐스팅은 굉장히 순조로웠고 대본리딩 스케줄도 예상 했던 것보다 빨리 잡혔다.

“응, 나 혼자 갔다 올 테니까 너는 회사에서 업무 좀 보고 있어. 그리고 가는 길에 이 작가 모시고 갈 거니까 이 작가한테 혼자 가지 마시라고 해.”

아무래도 강소연의 기에 눌릴 것 같아 이 작가의 어깨에 힘을 실어 주려함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대표님 식사하러 가셨을 때 삼전전자 홍보팀에서 연락이 왔었는데요?”

“뭐? 걔네가 왜 연락 와? 그리고 내 핸드폰으로 연락 안 하고 왜 회사로 했지? 아, 최고기획이 아니라 홍보팀에서 직접 전화하니 몰랐으려나?”

“어쨌든 전화 좀 달라는데요?”

“그래? 그런데 이걸 왜 이제야 이야기했어?”

“저도 밥 먹고 왔지 않습니까?”

시무룩한 얼굴의 경수를 보니 웃음이 나온다.

“아, 그렇지. 알았다. 나가 봐.”

광고모델로 전화할 거면 광고제작사에서 전화가 왔을 텐데, 왜 홍보팀에서 직접 전화가 왔을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바로 경수가 준 메모지의 번호를 눌렀다.

“삼전전자 홍보팀 임효은 대리입니다."

“안녕하세요. 파인 엔터테인먼트 김우현 대표입니다. 연락주셨다고 들었는데요.”

“아, 대표님 안녕하세요? 다름 아니라 이번에 저희가 유니 씨가 광고 모델로 출연해주셔서 감사의 의미로 몇 가지 협찬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요. 에어컨이랑 TV를 회사 사무실에서 쓰실 수 있도록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는 핸드폰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어떠세요?”

광고 제작 전에는 서로 간에 얼굴까지 붉힐 정도였는데 역시 유니가 잘 나가서 그런지 본인들이 먼저 떡고물을 건넨다.

“아, 그런가요?”

“네. 그리고 유니 씨뿐만 아니라 유지나 씨와 김별 씨에게도 핸드폰을 지원해드리고 싶어서요. 아, 대표님 것도 당연히 포함입니다.”

그깟 핸드폰이 얼마나 한다고 굳이 홍보팀까지 나설까 싶지만 그래도 준다고 하니 안 받기도 뭐했다.

“사진에 찍혀야 하는 겁니까?”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 협찬 의뢰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까지 할까? 이유는 한참 후에 알게 됐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최고기획 최호선 팀장의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우리 김 대표 안목에 본사 높은 분들께서 한 수 접고 들어간 거지. 이러다가 이제 김 대표한테 말도 못 놓겠어?”

“아이고, 우리 사이에 무슨 존대입니까? 어쨌든 유니랑 앞으로 계속 광고를 찍고 싶다 이런 건가요?”

“유니 뿐만이 아니라 이번에 ‘예종의 여인’에서 김별도 눈에 확 들어오고 있잖아? 이거 끝나면 주연급 되는 거지? 어쨌거나 본사 쪽에서는 앞으로 잘 해 보자 그거야. 파이브 걸즈도 어떻게 될 줄 모르잖아. 미리 약 좀 쳐놓는 거니까 그냥 받아.”

“이거 얼마 하지도 않는데 받았다가 나중에 뒤통수 맞는 건 아니겠죠?”

“그 정도로 싸이즈가 작은 사람들 아니야. 걱정하지 말라고. 그나저나 우리 이번에…”

최 팀장은 별이를 피자광고 모델로 쓰자며 유혹했고 우현은 생각 좀 해보겠다고 하며 살짝 튕겼다.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드라마 작가와 술을 한잔 걸치며 차기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는 밤 1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하암…”

일이 많았던 탓인지 다음 날, 우현은 출근한 오전부터 몸이 찌뿌드드했다. 간단한 일처리를 마치고 잠시 의자에 깊이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니 문득 은하의 생글거리는 얼굴이 천장에 둥실 떠오른다.

“보고 싶네…”

코끝에 은하의 살 냄새가 일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우현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뭐라고 하지?’

손끝으로 핸드폰을 톡톡 두들기다 은하에게 톡을 보냈다.

(우현)[집에 모과차 남았어? 저번에 먹은 모과차 맛있더라.]

(은하)[저번에 모과차 한 모금도 안 마셨던데?]

(우현)[아, 그랬던가?]

우현은 민망함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역시 은하한테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은하)[마침 오늘 모과차 선물을 또 받았는데, 어떻게 알고?]

(우현)[오늘 꼭 모과차 맛을 보라는 하늘의 계시군. 맛보게 해줄 거지?]

(은하)[ㅎㅎㅎ알았어. 우리 김스타님 얼굴 한번 보자. 완전히 스타 됐던데.]

(우현)[우리 유배우님 따라 가려면 한참 멀었죠. 그럼 10시쯤 집으로 갈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여자친구죠? 흐흐”

언제 들어왔는지 경수가 실실거리며 우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 언제 들어왔냐? 아니야, 인마.”

“아니긴요. 제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톡 삼매경에 빠지셨던데…”

하여간 눈치 빠른 새끼…

“흠흠. 짜식이… 무슨 일이야?”

“우리 아가들 숙소 때문에요. 어떻게 할까요?”

파이브 걸즈로 확정된 멤버 다섯 명은 오늘까지도 대중교통이나 부모님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워낙 바빠서 아직 챙겨주지 못했던 거다.

“아, 그렇지. 이 근처 아파트는 너무 비싸니까 그나마 조금 싼 곳으로 구해봐야 할 것 같다. 다리 건너 바로가 싸니까… 성수동 쪽으로 알아볼래?”

“이 근처 빌라들은 좀 싸지 않아요?”

“빌라는 안 돼. 아파트보다는 보안에 취약하단 말이야. 그리고 이 근처는 고급 빌라촌이라 정말 비싸다고.”

“얼마나 비싼데요?”

“월세로 2백에서 3백 정도? 물론 더 비싼 곳도 있지만, 그건 뭐 알 필요도 없으니까. 그냥 아파트가 더 싸고 보안에도 좋아.”

비싼 곳은 월 5백도 넘는 곳들이 많다.

“우와… 그런 비싼 곳에 그 돈을 줘가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너 강남에서 가장 돈을 쉽게, 많이 버는 직종이 뭔 줄 알아?”

“으음… 아! 야간 업소들 아닙니까?”

“맞아. 지금이야 많이 죽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2, 3천정도 버는 아가씨들은 널렸었다고. 경기가 안 좋아져서 이제는 그렇게 많이 버는 아가씨들은 소수지만 그래도 월세로 2, 3백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 많아.”

실제 월 수천을 버는 톱급의 아가씨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그쪽 계통에서 종사하는 아가씨들은 월세 백만 원 정도의 오피스텔에 주로 거주한다.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부러워 할 필요 없다. 후회 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너 내가 외제차 판매 했다는 거 말 안했나? 외제차 딜러한테 그쪽 계통 아가씨들은 의외로 좋은 고객들이 돼.”

물론 그들과의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다.

“아…”

“어쨌든 평수는 30평 정도가 적당하겠다. 그 정도 평수로 괜찮은 곳 몇 개 구해서 가지고 와 봐. 그 중에 제일 괜찮은 곳으로 계약하자.”

“알겠습니다. 그럼 밴은…”

“아직 밴 필요 없다. 정 필요하면 중고로 카니발 하나 사든가. 아니다, 이제 별이도 주연 급으로 올라설 테니까 지금까지 별이가 타던 거 네가 애들 태우고 다녀라.”

“그럼 이제 별이 밴으로 바꿔주는 겁니까?”

“응, 유니랑 별이 근사한 차로 바꿔줘야겠어. 너 알아보는 김에 견적 좀 뽑아 와 봐. 중고 말고 새차로다가.”

“우와… 별이랑 유니는 좋겠네. 알겠습니다.”

밤이 되자 우현은 서둘러 삼성동 은하의 집으로 향했다.

늦은 것은 아닌데 그냥 우현의 마음이 급했다.

‘왜 급한 거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찍 왔네?”

은하가 활짝 웃으며 반기자 우현은 기분이 더 좋아졌다.

‘에라 모르겠다.’

신발을 벗자마자 은하를 껴안고 이마, 코, 볼, 입술에 뽀뽀를 마구 퍼부어주었다.

“아잉, 왜이래… 늑대.”

“흐흐흐. 그래서 싫어?”

우현이 능글맞게 쳐다보자 은하는 대답 대신 우현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 모과차는 나중이다.

격정적인 사랑의 시간이 지나고 은하는 우현의 팔을 베고 누워있었다.

은하가 우현의 가슴께를 살살 간질이며 우현을 향해 돌아누웠다.

“오빠.”

“응?”

“나 파인 엔터로 옮겨도 되지?”

“어?”

갑작스러운 얘기에 우현은 잠시 머뭇거렸다.

“응? 옮긴다, 알았지? 알았지?”

은하가 몸을 일으켜 우현 위로 포개어 오자 생각이고 뭐고 집어치웠다.

“어, 어, 알았어. 흐흐.”

은하가 우현의 입에 쪽 뽀뽀를 했다.

“늑대가 순한 양이 됐네?”

“그럴 리가.”

그렇게 또 한 번 사랑의 시간을 가지고서야 드디어 모과차 맛을 보았다.

“모과차 맛이 이렇구나.”

“그나저나 오빠 화면빨 잘 받더라. 메이크업도 했던데?”

“잠깐씩 나오는 거 촬영하는 데도 메이크업을 받으라 해서 간단하게 얼굴에 발랐는데, 어휴, 난 답답해서 못 견디겠더라. 여자들은 어떻게 두꺼운 화장을 하나 몰라.”

우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처음이니까 답답하지. 그래도 예쁜 소녀들 보니까 좋으시겠어?”

우현을 놀리듯 은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이러실까. 절세미인을 앞에 두고 어디서 예쁜 여자를 찾는단 말인가?”

경수랑 붙어있다 보니 옮았는지 이런 닭살멘트가 겁도 없이 막 나온다.

“치…”

그래도 은하의 얼굴에 싫지 않은 미소가 번지는 걸 보면 닭살멘트가 잘 먹히긴 한다.

“걱정 붙들어 매셔.”

“그래도 애들 보니까 어리고 예쁘더라. 남친 단속하려면 나도 리프팅 열심히 해야겠다.”

은하가 눈가를 손가락으로 밀어 올려본다.

“요즘 계속 광고랑 화보 촬영해?”

“응. 아참, 깜빡했네. 내가 이번에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하려고 하거든.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오케이 했지. 그거 미팅할 때 조감독도 같이 앉아있었는데 그 조감독이 오빠를 알더라? 오빠 얼굴 방송타기 전이었거든.”

“나를? 다큐 조감독이? 누구지?”

“아, 명함 받아왔어. 잠시만, 백에 있을 거야.”

잠시 후 은하가 명함 한 장을 가지고 나왔다.

“장승효…?”

우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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