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66화 (166/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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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경쟁 또 경쟁(4)

일주일 후.

오늘은 테스트와 미션 점검이 있는 날이라 열 명의 소녀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겉으로는 다들 하하호호 웃고 있지만 미묘한 신경전과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들 준비 되셨죠? 시작합니다!”

조감독의 싸인이 내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현이 안무실로 들어섰고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일주일간 고생 많으셨구요. 긴장하지 말고 각자 준비한 걸 실수 없이 보여준다는 생각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알겠죠? 자, A조부터 할까요?”

A조는 카나의 ‘미스터’, B조는 소녀세상의 ‘Gee’ 반주에 맞추어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우현은 각 참가자 별로 놓치는 순간이 없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 테스트에서 단연 돋보인 참가자는 케이시다. 옆에 앉은 댄스트레이너가 케이시를 가리켰다.

“케이시가 지아를 괴롭히다시피 춤을 가르쳐달라고 했대요.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던지, 첫째 날의 케이시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라니까요.”

우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물론 춤을 잘 추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모습일지라도 크게 못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Gee’를 소화하고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열심히 연습한 것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을 보였다.

오늘 우현이 제일 눈여겨 본 참가자는 리아다.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참가자이면서 우현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웠던 참가자이기 때문이다.

“잘 하는데요?”

저들을 지도했던 댄스트레이너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지만 우현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리아는 연습할 때도 저랬나요?”

“네?”

질문의 요지를 단번에 파악하지 못한 트레이너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답했다.

“아, 미션 준 거 말씀하시는 거죠? 흐음… 생각해보니까 연습할 때는 무표정했던 것 같은데…”

리아는 한껏 예쁜 표정을 지으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지켜보면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눈이었다. 입가는 한껏 올라가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공포영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제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면 웃을 때 하관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본인이 의식하면서 억지로 웃을 때 보통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한 마디로 웃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웃어야만 할 때 평소 웃는 연습이 잘 돼있지 않으면 이렇게 어색하게 보여지는 거다.

“그렇죠? 흐음… 저 예쁜 얼굴로 왜 웃지를 않을까…?”

“전에 인터뷰 했을 때 본인 스스로가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웃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하던데요?”

“그래요? 더더욱 안 되겠네.”

“네? 리아를요?”

댄스 트레이너는 우현이 리아를 탈락시킬 것처럼 말하자 놀라서 되물었다. 그는 리아가 무조건 데뷔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리아라고 꼭 합격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배우든 가수든 얼굴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 대성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죠. 무대도 연기가 필요하니까.”

이윽고 준비한 무대가 끝났다.

“수고했습니다. 각자 준비한 미션은 제가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리아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무난하게 미션을 완수했고 가장 어려운 미션으로 여겨졌던 김하은의 ‘강남 한복판에서 무아지경으로 춤추기’도 성공한 동영상을 확인했다.

“여러분 모두가 굉장히 열심히 노력해준 것이 눈으로도 보여 참 기쁩니다. ‘Five girls’, 이 프로그램이 예능 프로이지만 여러분에게는 예능이 아니겠죠? 꿈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이기에 저도 최대한 공정하게 심사할 것을 다시 한 번 더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럼 남은 3주도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현은 격려의 인사를 하고 당일 촬영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 이후로도 연습과 테스트가 이어지며 2주의 시간이 더 흘렀다. 3번째 테스트가 치러진 날 저녁.

당일, 리아는 김하은과 같은 조로 테스트를 치렀으나 패배했다. 리아는 패배한 이유를 김하은이 센터를 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전 두 번의 테스트를 치르며 리아는 계속 센터를 맡았기에 이번 테스트에서 센터를 해보겠다는 김하은에 반대를 할 수가 없어 자리를 내놓았다.

‘다 능력껏 하는 거지. 양보해줄 필요가 없다니까. 이렇게 결과가 안 좋잖아. 병신같이, 센터가 그게 뭐야.’

속으로 툴툴거리며 씻으려고 숙소 샤워실에 들어섰는데 문 앞에 김하은의 가방이 떡하니 있는 거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리아는 짜증스럽게 김하은의 가방을 발로 걷어찼다. 샤워실엔 카메라도 없으니까.

“깜냥이 안 되면 그냥 찌그러져 있어!”

실력도 없이 깝죽대는 것들은 정말 질색이다.

걷어차인 하은의 가방은 구석 벽에 부딪히며 안에 있던 갖가지 샤워용품들이 다 튀어나와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가방이라도 냅다 차버리니 속이 좀 후련했다. 첫 테스트에서부터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며 조원으로 뽑지 않았을 때부터 쌓였던 감정이다.

‘나이도 한 살 어린 게 언니한테 살살거리기는커녕 방에서도 본 척 만 척. 방송만 아니었으면 단단히 휘어잡았을 텐데.’

널부러진 김하은의 물건들을 무심히 쳐다보고선 샤워준비를 하려고 돌아서는데.

“야!”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리아는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김하은이 눈에서 레이저를 쏘듯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게 아닌가. 평소 말이 거의 없고 내성적인 김하은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순간 당황했으나 그 짧은 순간에도 한 살 어린 김하은이 자신에게 반말로 소리지른 것이 거슬렸다.

“뭐? 야? 이게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 언니한테 뭐?”

“언니 같은 소리하고 있네. 왜 남의 가방을 차고 지랄이야!”

하은은 리아의 말에 눈도 깜짝하지 않고 곧바로 소리를 지르며 다가가 리아의 양 어깨를 밀쳤다.

그렇게 고성이 오가며 둘의 몸싸움이 시작되고 소리를 듣고 달려온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몸싸움은 금세 끝났지만 샤워실 밖에서도 소리 지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버렸다.

다음 날, 우현은 오랜만에 별이와 점심을 같이하고 있었다. 오전에 해외 화보촬영에 관한 미팅을 브랜드사 본점에서 했기 때문이다.

“요즘 저보다 대표님 얼굴이 기사에 더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오버는… 고작 몇 개 나온 거 가지고 그러냐? 그리고 이제 다 끝났어.”

“누구 뽑을 거예요?”

“너는 누구 생각하는데?”

“으음… 저는 일단 우리 식구인 채현수 1픽 고정!”

“그건 당연하지.”

“그리고 강미래랑, 한미소, 양지현… 일단 여기까지.”

“오…”

그들 셋은 우현도 생각했던 이들이다. 특히 별이의 입에서 리아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별이의 눈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어머, 내가 말한 세 명 전부 맞구나? 역시… 제가 대표님이랑 오래 있다 보니까 이제 대표님 성향을 조금 알겠어요.”

“어떻게 알겠는데?”

“음… 이건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느낌이 와요. 대표님이 좋아하겠다. 얘는 대표님이 싫어할 것 같은데? 하는 것.”

“이야… 이제 완전 무당이네. 자리 깔아도 되겠어.”

지이잉…

순간 우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상대는 ‘Five girls'의 제작진.

“대표님 바쁘십니까?”

다급한 목소리를 보니 뭔가 일이 생겼나보다.

“괜찮아요. 밥 먹고 있었거든요.”

“실은 지금 SNS에 이주아 사진이 떴습니다.”

“이주아요?”

“네. 이주아 남자친구랑 같이 있는 사진이라고 하는데, 그게… 내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일단 회사로 들어가서 얘기하죠. 금방 들어갑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일어섰다.

“다 먹었지? 미안하다. 바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뭐 터졌어요? 에휴, 그래요. 나는 상준 오빠랑 근처에서 디저트 좀 먹고 들어갈게요.”

“응,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서둘러 회사로 복귀해 제작진을 만나니 그들은 SNS에서 떠도는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맞는 것 같은데?”

제작진의 말대로 사진의 내용이 좋지 않았다. 딱 봐도 고급스런 풀빌라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남자의 품에 안겨서 환하게 웃고 있는데 누가 보더라도 이주아였다.

“나이도 어린데, 이런 데는 어떻게 알고 갔지?”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지만 가장 궁금한 건 그거였다.

“SNS에 돌아다니는 댓글 보니까 남자친구가 돈이 많다네요. 시간상으로 보면 2달 전이구요. 어쨌든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냥 탈락시키는 걸로 해요. 굳이 방송에는 내보내지 맙시다. 안 그래도 이걸로 더 이상 걸그룹 하기 힘들 것 같은데 굳이 방송까지 내보내서 주홍글씨까지 박을 필요는 없잖아요? 조용히 처리하시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있었던 일인데요…”

두 사람이 싸운 이야기를 전해들은 우현은 카메라에 잡힌 부분은 제작진 측의 판단 하에 방송에 내보내도 괜찮다는 답변을 주었다. 숙소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카메라에 찍힌다는 것은 두 사람도 알았을 테니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할 것이다.

제작진은 두 사람의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고, 우현은 멤버 확정 시 참고하기로 했다.

두 사건 이후 분위기는 침체되었다. 이주아와 한 방을 쓰며 어울려 다니던 한미소는 이주아를 멀리했다. 비키니 입고 남자 품에 안겨 웃는 그런 수준으로 보일까봐 잔뜩 몸을 사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몇몇은 경쟁자의 제거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일주일이 더 흘러 마지막 테스트 날이 되었다. 오늘의 테스트로 ‘Five girls’ 멤버가 확정된다.

한 달간의 혹독한 훈련에 몇몇은 성대에 무리가 오고 몇몇은 근육통에 시달렸지만 무대는 시작되었고 모두들 마지막 힘을 다했다.

우현은 이미 4명의 멤버를 이미 마음에 두고 있지만 혹시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또 마지막 멤버를 확정하기 위해 열심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음을 굳혔다.

“그럼 한 명씩 멤버를 발표하겠습니다. 뽑힌 인원은 오른쪽으로 나와 주시면 됩니다.”

열 명의 소녀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섰다. 그 중에도 이주아는 이미 자신이 탈락될 거라 생각하는지 기대도 않는 표정이다.

“강미래, 채현수, 양지현, 한미소. 그리고… 민지아.”

“헐…”

리아는 자신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못 믿겠다는 듯 어쩔 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급기야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우현은 그녀를 못 본척했다. 굳이 다가가서 어깨를 두드리며 착한 척 해봤자 가식으로만 느껴질 거다.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안타깝지만 탈락하신 분들도 더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멤버 선정이 완료된 다음날 바로 방송이 나갔다.

이 방송이 나간 직후 포털과 커뮤니티 게시판은 왜 리아를 떨어뜨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댓글로 난리가 났다. m.met 방송국 게시판까지 와서 파인 엔터 대표가 미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지만 우현은 그 이야기를 듣고 웃기만 했다.

선정된 아이들에게 며칠 휴가를 주고 첫 출근한 날, 우현은 그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나는 한국에서만 활동할 걸그룹을 만들 생각은 없다. 이왕 걸그룹을 만들 거면 세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걸그룹을 만들 생각이야. 그런 의미로 너희 데뷔곡은 내가 이미 선정해 뒀다. 이제부터 모든 연습은 이 곡에 맞춰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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