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60화 (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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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정면대결의 승자는?(2)

m.met 방송국의 대회의실.

문 앞에는 ‘파인 엔터 걸그룹 오디션 대기장’이라는 팻말이 있다.

오디션 참가자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며 요즘 한창 광고에 나오는 야채수로 만든 음료를 한 병씩 받아들고 자기 이름표를 옷에 단다.

강미래도 이름표를 달고 음료수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긴장감이 흐르는 대기장에 이미 앉아있는 다섯 명 중 두 명은 같은 소속사인지 아는 사이인지 붙어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머지 중 한 명은 예전 어느 회사 오디션에서 본 적이 있는지 낯이 익은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그 친구 역시 미래를 보고선 낯이 익다는 눈빛이다.

몇 명이 더 들어오고 곧이어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얘기를 나누던 두 명이 작지만 흥분한 목소리를 낸다.

“리아야, 리아!”

“어, 진짜. 실물 보니까 엄청 예쁘다. 우리 오징어 되겠어, 어떡해.”

둘이 속삭이는 소리에 미래도 고개를 돌려보았다. 이미 연습생 사이에서는 유명한 ‘리아’였다.

그녀는 연습생답지 않게 별로 긴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며 앉아있는 사람들을 대놓고 주르륵 훑어본다.

리아는 긴장된다기 보다는 짜증이 났다. 오디션을 또 봐야하다니. 하다못해 이제는 방송까지 타면서 오디션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그랬다. 자존심이 상해서 그 동안 TV에서 했던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연습생들만 출연했던 ‘국민 프로듀서 99’에도 출연하지 않았던 그녀다. 자신은 그깟 애송이들하고 섞일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년 ‘국민 프로듀서 99’를 통해 데뷔한 걸그룹을 보면서 그 자존심을 접어야했다. 학교 학예회에서도 창피할 수준의 보컬과 댄스 실력으로 데뷔까지 하질 않나, 팬덤에 음방 1위에 CF에… 몇 명은 드라마에서 연기까지 한다.

‘내가 거기 출연만 했어도 센터는 나였는데.’

애송이들이라 생각하면서도 ‘국민 프로듀서 99’를 보기가 싫어서 처음엔 방송을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포털 연예면을 장식하니 슬슬 배가 아파오며 도대체 어떤 애들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됐다. 결국 프로그램이 끝난 후 다시보기로 전편을 보게 됐는데, 보고나니 더욱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겨우 저딴 실력으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애들도 여럿이고 외모도 자신보다 훨씬 못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 그 애들의 활동이 끝나고 각 소속사별로 따로 활동을 하게 된 지금까지도 리아의 생각은 변함없다.

‘저런 애들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거야?’

자신감은 빵빵하다. 아이돌로서 아직 성공은 못했지만 어느 오디션에서건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합격을 하고도 그녀가 퇴짜를 놓고 안 간 곳도 여러 곳이니까.

리아는 자리로 걸어 들어가며 앉아있는 열한 명을 스캔했다.

‘뭐, 여기서도 역시. 나보다 잘난 애는 없을 것 같네.’

속속 채현수를 비롯한 나머지 연습생들이 자리하자 스태프로 보이는 여자가 들어왔다.

“홍연우? 홍연우 안 왔어요?”

“…”

“음… 안 왔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조연출을 맡은 이지혜라고 해요. 우리 프로그램은…”

그때 벌컥 문이 열리며 한 여학생이 뛰어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머리가 무릎에 닿을 정도까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홍연우? 이름표 달고 자리에 앉으세요. 우리 프로그램은, 다들 알고 오셨겠지만, 유니 양이 소속된 파인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시킬 걸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홍연우라는 친구가 다른 스태프에게 이름표를 받아 자리에 앉기도 전에 조연출은 말을 이었다.

“여기 모인 스무 명 중에서 파인 엔터 대표님과의 오디션을 통해 열 명이 걸러질 거예요. 오디션을 통과한 열 명은 보컬과 댄스, 랩 트레이너들을 통해서 트레이닝을 받게 되고, 그 중에서 데뷔할 최종 다섯 명이 확정될 거예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뽑힌 5인은 데뷔 확정입니다. 뽑아만 놓고 다시 연습생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 다들 최선을 다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에 임하기 전에 서류 작성을 해야 할 게 있어요. 우리 스태프가 나눠주는 간단한 계약서를 읽어보고 싸인을 하면 되는데, 보시면 뒷장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편집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에요.

요즘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악마의 편집’이다, 뭐다 해서 말들이 많은 거 알 거예요. 연출진은 누구를 띄워주고 또는 누구를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그렇게 편집하는 게 아니에요.

시청자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을 더 많이 방송에 내보내게 되는 거죠. 여러분들은 데뷔를 위해서, 우리 연출진은 시청률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그리고 방송이 재미있어서 높은 시청률이 나오고 기사가 많이 나갈수록 여러분이 인기를 얻는 데에도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방송을 보고 나서 편집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겁니다. 다들 읽어보고 싸인 하시구요. 대표님과의 오디션 전에 개별 인터뷰부터 딸 거니까 호명하면 한 명씩 나오세요.”

홍연우는 뛰어오느라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 손부채질을 해가며 조연출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평소 지각이라고는 해본 일이 없는데 하필이면 오늘이었다. 이제나 저제나 학교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오디션 통과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엄마가 허리를 다치셨다고. 부랴부랴 엄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곧바로 달려 나왔다.

버스가 5분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지각 안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방송국까지 가야하는데 버스가 안 오는 거다. 상암동은 왜 이렇게 차가 없는 거야? 발을 동동 구르며 20분을 기다렸다. 버스에서 내려 대기장까지 뛰어 오는데 눈물이 났다.

‘하필 오늘…’

연우는 스태프가 나눠주는 서류를 대충 읽고 싸인을 했다. 악마의 편집이면 어떠냐, 그렇게 편집한다고 해서 이 오디션을 안 볼 것도 아니고. 난 꼭 데뷔할 거니까.

“개별 인터뷰 들어갈게요!”

커다란 회의실에 우현이 홀로 탁자 앞에 앉아 있고 한 명씩 들어와 인터뷰를 보는 방식인데 제작진은 한 명만 남고 현장에 카메라만 설치한 후 빠져버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리얼다큐 피디를 맡은 오형준 피디. 키는 그리 키지 않고 넉넉한 살집을 한 마음씨 좋은 청년 같아 보였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아이들 조명 안 대줘도 될까요?”

“그런 컨셉이 아니니까요. 워낙에 예쁜 친구들이니 그거 없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여기 조명이 괜찮아서 추가로 설치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요즘에 리얼다큐는 조금 침침하게 나와야 더 맛이 살거든요.”

“그건 또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중간에 저에게 질문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하셔 됩니다. 음… 다만, 대표님의 주관적인 결정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특별히 질문할게 없지 않을까요? 하하.”

“그렇겠네요. 그럼 시작하죠.”

그렇게 한 명씩 미팅이 시작됐다. 나이, 사는 곳, 가족관계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지원서에 나와 있었고 우현은 보통 걸그룹이 하고 싶은 이유, 본인의 가치관 따위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직접 눈앞에서 그녀들의 춤과 노래를 확인했다.

동영상으로 본 그녀들의 모습과 직접 눈으로 본 그녀들의 모습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세 명쯤 미팅을 진행했을 때, 그 유명하다는 JGP 출신의 리아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리아입니다.”

“반가워요. 음… JGP에도 있었고, 네이비 엔터랑 레드벌룬에도 있었네요?”

“네.”

보통 직장인들은 면접에서 다수의 회사를 경험하면 좋지 않는 것으로 본다. 동일한 업종에서 너무 많은 이직은 책임감과 성실함에 대한 점수를 깎아먹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리아는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물었음에도 전혀 기가 죽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자주 옮긴 이유가 있을까요?”

“저랑 안 맞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궁금해서 그런데, 그 안 맞는 부분이라는 게 어떤 건지 말해볼래요? 그걸 알아야 우리도 리아 양과 같이 할 수 있을지 알 것 같은데?”

리아는 예쁜 표정으로 앉아있다 우현의 질문에 당황했는지 잠시 입술을 깨물고 고민하다 말했다.

“음… 아무래도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저만의 개성을 조금 억누른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그냥 회사에 있으면 괜히 답답하고 숨이 막혔었거든요. JGP에서는 그래서 나갔고, 네이비도 마찬가지였어요. 레드벌룬은 앨범이 잘 안 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하하.”

살짝 억지스런 웃음이지만 그래도 그 얼굴만큼은 나무랄 수 없을 만큼 예뻤다.

“아, 그래요?”

괜히 진짜 이유가 더 궁금해졌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경찰도 아니고 카메라 돌아가는 와중에 꼬치꼬치 캐 봤자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본인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음… 저는 이마? 파핫! 죄송합니다, 하하.”

“아니에요. 보통 자신의 매력을 이마라고 하기 쉽지 않은데 예쁘긴 하네요.”

너무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 이마는 확실히 예뻐 보이긴 했지만 장점으로 꼽히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마를 장점으로 뽑은 것은 너무 예쁜 척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고 싶은 이유에서일 거다. 나름 머리를 썼다고나 할까?

“본인만의 장점이 있다면? 예를 들어 노래, 춤, 랩, 외모 등등?”

“아하하! 외모는 아니구요. 음… 노래랑 춤 자신 있어요.”

“한 번 해볼래요?”

노래는 전형적인 발라드 곡 하나를 불렀고 팝송에 맞춰 준비해온 춤을 췄다. 미리 준비해온 곡과 춤이라서 그런지 딱히 흠 잡을 데는 보이지 않았다.

“좋아요.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리아가 당연히 열 명 안에 들 거라는 자신감이 담긴 인사로 자리를 뜨고 나자 새로운 친구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시 중구 황학동에 거주 중인 양지현이라고 합니다.”

90도 인사를 하며 들어선 아이는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친구였다. 단지 흠이라면 키가 조금 작다는 거? 얼굴이 귀염상이고 웃으니까 반달눈이 돼서 일명 덕후몰이에 어울리는 친구 같지만 우현이 생각하는 걸그룹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반가워요. 소속사를 보니까 블루와이드에 있었네요? 처음 들어보는 회사네. 3년 동안 있었다구요? 그럼 지금 고1이니까 중1부터 있었네요?”

“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다가 들어간 회사입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에 보이그룹 힙합매드 있습니다. 잘 나가는데…”

우현이 듣보잡 취급을 하니 나름 항변하고 싶었나보다.

“아, 미안해요. 들어봤어요, 힙합매드.”

“그렇죠? 헤헤.”

“본인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저는 보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귀여운 외모?가 아닐까요? 아하하!”

확실히 매력 있는 친구다. 물론 더더욱 우현이 생각하는 카리스마 있는 걸그룹의 느낌과는 조금씩 멀어졌다.

“하하, 그렇네. 매력 있네요.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이 뭐예요?”

“랩이요.”

“응? 랩을 잘한다고?”

“네, 보여드릴까요? 하나는 대중가요구요. 하나는 자작곡인데…”

“둘 다 해봐요.”

그녀는 준비한 음악에 맞춰 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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