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59화 (159/301)

=======================================

[159] 정면대결의 승자는?(1)

“무슨 이야기? 뭐, 안 좋은 말 돌았어?”

“저도 들은 말이라서 정확하지는 않아요. 우리 조카 나이가 딱 저 또래라 연예인에 관심이 많아서 대형기획사 연습생들도 줄줄이 꿰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오래전에 리아라는 연습생에 대해서 얘기 하는 게…”

뭔가 말하기가 곤란한지 살짝 머뭇거린다.

“하는 게?”

“글쎄 클럽에 갔다가 걸렸데요. JGP가 그런 면에서는 철저한 면이 있어서 칼같이 잘랐다는데, 조카 말로는 유명한 일화래요.”

“그래요? 흐음…”

일단 소문일 뿐이지만 그래도 꺼려지긴 한다. 이 바닥에 도는 말 중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난다’라는 말이 있다. 속담을 조금 꼬아서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 왕왕 돈다는 말인데 경험해본 바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런 소문만으로 탈락시키기에는 아깝지 않습니까?”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좋아도 인성이 부족한 애들은 키우기가 싫어서. 그래서, 지금 기획사 알아보고 다닌데?”

“아, 지원서를 안 보셨으니 모르시겠네요. 얼마 전까지 네이비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 준비하다가 무산 됐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굳이 지원서는 보지 않았다. 보면 괜한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서다. 경수에게 20살 이하만 넘겨달라고 했으니 그 외의 부분은 전혀 아는 게 없다.

“그래?”

“그 전에는 레드벌룬이라는 회사에서 나비소녀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한 적도 있는데 망했었구요.”

“많이도 했네.”

“네. JGP에서 나간 후로 이것저것 해보려 했던 것 같긴 한데, 잘 안 되고 있어요. 곡도 안 좋다고 하고, 소속사에서 제대로 푸시를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이제 나이가 19살이나 됐으니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

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닐걸? 너 공무원 시험이 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줄 알아?”

“공무원 시험이요? 어려워서 아닌가요?”

“9급 공무원 시험을 예로 들어보면, 그게 참 애매해. 사법고시처럼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매년마다 상당수를 채용하니 주변을 보면 공무원 합격했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거든? 그런데 이걸 준비하려면 보통 2, 3년은 걸린단 말이야. 20대 초중반에 2, 3년을 공무원 하나만을 바라보고 뼈빠지게 공부했는데 불합격 하잖아? 그럼 1년만 더 해보자, 또 1년만 더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어. 그렇게 5, 6년을 허비하면 포기가 안 돼. 너 같으면 5, 6년을 하나만 바라보다가 겨우 몇 점 때문에, 문제 한두 개 때문에 떨어졌는데 쉽게 포기가 되겠냐?”

“어… 저라도 계속 하게 될 것 같네요.”

“그렇지? 차라리 공부라도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모르겠는데, 친구관계 단절해가면서 죽을 듯이 했는데 안 되면 얼마나 힘들겠냐?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힘든 거 알지만 그래도 포기가 안 되는 거야. 그게 사람을 돌게 하는 거거든. 희망을 갖게 하는 거. 얘가 다른 곳도 아니고 JGP 연습생 중에 가장 유명했다며? 팬덤까지 보유했었다고 하는데 스무 살 넘었다고 바로 포기가 되겠냐?”

“그럼…?”

“내가 궁금한 건 그거야. 진짜 네 말대로 이걸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다른 회사 찾는 와중에 괜찮은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지원 한 번 해본 것인가? 그거지.”

“진심으로 원한다고 하면요?

“그럼 한 번 봐야지. 노래도 이정도면 준수하고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몸매도 예쁘게 잡혀서 춤을 춰도 예쁘게 나오니 소문만 가지고 깔 수는 없잖아? 게다가 아주, 극히 드문 경우이긴 한데, 사람이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뭐, 어차피 스무 명 미팅하고 열 명으로 최종 결정할 거니까 그 때 보면 되겠네요. 그럼 대표님 1픽은 누굽니까?”

“왜? 궁금해?”

“그럼요. 누구예요?”

“강미래.”

“강미래? 누구였지?”

“쯧쯧쯧… 아직 멀었구만, 아직 멀었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니 경수가 얼른 태블릿pc를 꺼내 지원서를 빠르게 넘긴다.

“어? 이 친구요? 나는 생각도 못했네.”

“생각도 못 했으니 네 머릿속에 없었겠지.”

“왜 이 친구가 1픽이에요?”

“그건 미팅할 때 알려줄게. 그 동안 곰곰이 생각해봐.”

그 날 저녁, 오랜만에 별이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녀는 오랜 촬영 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예전보다 얼굴색이 더 화사해진 것 같았다.

“얼굴 좋아졌네. 요즘 편하지?”

“하하, 그럼요. 요즘 운동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아주 좋아요. 게다가 요즘 꾸준히 늦잠을 자서 그런지 피부과 선생님이 제 피부가 아주 좋아졌다고 하던데요?”

“너야 원래부터 피부 좋았지. 그래도 관리 잘 해. 지금부터 잘 관리해놔야 피부노화가 늦게 온다는 거 알지?”

“피부과 선생님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네요. 그나저나 요즘 유니 완전 잘나가던데요? 평소에 전화통화 종종 하는데, 요샌 바쁜지 전화통화도 하기 힘들어졌어요. 너무 잘나가는 거 아냐?”

팔짱을 끼며 토라진 표정을 해보이지만 농담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하하하, 맞아. 이제 유니가 대세가 되긴 했지. 그래도 넌 길이 다르잖아. 이제 ‘예종의 여인’만 끝나면 무조건 주연이야. 그리고 얼마 전에 CS에서 연락 왔어. 작년에 찍었던 웹 드라마 ‘미녀가 괴롭냐?’가 중국에서 롱런하고 있대. 그래서 그런지 중국 쪽에서 자꾸 널 부르네.”

“그럼 가야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아직은 가 봤자 큰 대접 못 받아. 이번에 ‘예종의 여인’ 중국 방송사로 팔린 거 알지?”

TVM은 ‘예종의 여인’을 편성 확정한 후 곧바로 편집본을 중국 측에 보내 상당한 가격에 판매 완료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과 한국의 방영 시기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 물론 박지원 작가님의 ‘프렌즈’가 더 비싼 가격에 팔렸다는 뉴스도 함께 봤어요.”

“큼… 그런 건 굳이 생각하지 마. 어쨌든 ‘예종의 여인’도 중국에서 크게 히트하고 나면 이제는 완전 한류여신이 되는 거나 다름없어.”

“한지애 언니가 주연이잖아요.”

“그거랑 상관없어. 내가 봤을 때는 네가 한지애보다 더 예쁘게 나왔어. 진짜라니까? 내 말 못 믿는 거야?”

“아하하! 알았어요. 역시 우리 대표님이 짱이에요.”

“진짜라니까 못 믿네.”

그날 첫 방을 탄 ‘예종의 여인’은 송민기와 한지애 위주로 나왔기 때문에 별이의 비중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사무실 식구들 모두 재미있게 시청했고 방영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SNS와 커뮤니티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별이는 집에 돌아가라는데도 자신도 궁금하다며 컴퓨터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같이 검색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 옆에는 매니저인 상준이 핸드폰으로 디시인사이드라는 커뮤티니를 뒤졌다.

“역시 김정현에 관한 기사가 더 많네.”

실망한 듯한 별이의 말에 상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기사를 잘 봐. ‘프렌즈’에 관한 기사들은 거의가 김정현이 얼마나 멋있고 잘생기게 나왔는지 집중하잖아. 그런데 ‘예종의 여인’ 기사들은 거의가 드라마 내용 위주라고.”

“어? 그렇네?”

“제작진 측에서 기자들에게 기사 좀 내달라고 하니까 억지로 써준 티가 팍팍 나지 않냐?”

“대표님 진짜예요?”

“상준이가 제대로 짚었네. 원래 드라마가 끝나면 미리 제작진 측에서 기자들에게 미리 홍보자료 뿌려놓고 기사 써달라고 하는데, 기자들도 막상 드라마를 보면 재밌는지 별론지 알잖아? 지네들도 재미없는 걸 재밌다고 써주기 힘들면 주연배우 얼굴을 팔거나 그냥 드라마 내용을 지껄여. 이래서 이랬다 식으로. 아무 감흥도 없지만 기사는 써줘야 하니까. 만약 기자들이 보기에도 재밌잖아? 그러면 기사에 영혼이 담기는 거지.”

“아… 영혼이 담긴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겠네요. 푸훗!”

“쓰기 싫어 억지로 쓰는 거랑 스스로 드라마의 팬이 돼서 쓰는 거랑의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 일단 오늘은 첫 방이니까 시청률은 ‘프렌즈’ 쪽이 더 나올 수 있지만 내일 너무 실망하지 마.”

“알았어요.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겠죠?”

“흐음… 보통 시청자들은 처음 시작하는 드라마를 평가할 때 1, 2회를 보고 결정하거든. 아마 이번 주까지는 밀릴 수 있을 거라고 봐. 하지만 다음 주는 다를 걸?”

“그럴까요?”

“그럼. 무엇보다 주말에 계속해서 재방을 때려줄 테니까. 지상파랑 케이블에서 계속해서 재방을 해주니 드라마 덕후라면 당연히 둘 다 보겠지. 그러면 본방은 어떤 걸로 봐야할지 딱 정해지지 않겠어?”

“그럼 진검승부는 2주차네요.”

“맞아. 첫 주는 서로 간만 보는 거야. 진짜 승부는 2주차에서 갈리는 거지. 그래서 드라마는 4회까지가 굉장히 중요해. 4회까지 눈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 때는 자연스럽게 내리막을 타는 거야. 무조건 4회까지 시청률을 조금이라도 올려줄 수 있어야 해.”

“시청률이 낮더라도 상승곡선을 타야 한다는 거죠?”

“바로 그렇지! 아무리 잘 만든 드라마도 상대를 잘 못 만나면 묻혀버릴 수 있잖아? 계속 묻히고 가느냐, 아니면 조금씩 반등하다가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느냐는 역시 4회까지의 내용에 달렸거든. 그 때, 입소문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냥 종영까지 3, 4%로 가는 거지.”

“우리 드라마는 초반부터 끝까지 엄청 재밌어요. 제가 대본을 받으면 항상 끝까지 한 번에 다 읽거든요. 그리고 다음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궁금할 정도였어요. 아… 잘 돼야 하는데.”

“재밌다며? 잘 될 거다. 그 대본 나도 봤잖아?”

다음 날,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첫 방 시청률은 ‘프렌즈’ 10%, ‘예종의 여인’ 8%로 2% 뒤지게 나왔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실망했는지 상준으로부터 별이가 오후 운동도 하지 않고 집안에 박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8%나 나왔는데 실망할 것 까지야… 잘 달래줘라. 아직 어리니까 마음이 수시로 변할 거야.”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역전될 거라고 호언장담 해야겠어요.”

“그래, 역전 안 되면 먹고 싶은 거 내가 쏜다고 해.”

“하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우현은 곧바로 경수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왔다. 오늘이 바로 우현이 선정한 스무 명을 미팅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장소는 m.met인데 사실상 오늘이 첫 녹화 날이나 다름없었다.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도착하니 이미 녹화 대기 장소에는 그를 기다리는 걸그룹 참가생들이 보였다.

“긴장하지 마시구요. 평소 하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대본은 따로 없고, 면접 보실 때, 위에 음료수 하나 올려져 있는데요, 목마를 때마다 마셔주시면 됩니다. PPL이니까 따로 마실 물은 녹화 끝나고 드시면 되구요.”

“아… 나 저거 싫어하는데… 다른 걸로 바꿔주실 수는 없는 거죠? 저건 이맛도 저맛도 아닌데…”

요즘 한창 광고하는 야채수로 만들었다는 음료수. 한번 먹어봤다가 다시는 먹지 않는 건데…

“하하, 죄송해요. 아시잖아요? 안 된다는 거. 요즘 들어오는 음료수 PPL이 저게 대부분이라서 다음에도 바꿔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우현의 가슴에 마이크를 채워 주러 온 FD가 친절히 설명해준다.

“다들 소속 회사 없는 건 확인 하셨죠?”

이건 ‘국민 프로듀스 99’처럼 소속 회사가 따로 있고 1년 단기로 데뷔하는 이벤트 걸그룹이 아니다. 당연히 여기 모인 모든 걸그룹 지망생은 전부 소속 회사가 없어야 한다. 만약 소속 회사가 있는데도 몰래 참가한다면 이중계약여부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입니다. 여기에 온 모든 인원들은 저희가 전부 확인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시작하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