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56화 (156/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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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꿈인가 허상인가(1)

“물론 다른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글을 쓸 수 있죠. 그런데 부모님은 글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시네요, 돈이 안 된다고.”

“그렇군요. 예술하면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물론 많은 예술가들이 실제로 가난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 돈을 벌기도 하는 분야가 바로 예술이죠. 부모님께서 이걸 아시면 좋을 텐데요.”

이 작가는 담담하게 우현의 얘기를 들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선 다시 입을 열었다.

“아실 거예요. 지금은 초등학교 앞에서 작은 문방구를 하시지만 예전엔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연극배우셨거든요, 두 분 다.”

“아…”

예술을 했던 분들이시라고 하니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특히 아버지는 직접 극본도 쓰시고 무대에도 오르시고. 연극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 분이셨어요. 하지만 계속되는 생활고에 연극계를 떠나셨죠. 뭐 지금이라고 돈을 잘 버시는 것도 아니지만. 몇 안 되는 스타들만 돈을 번다고 생각하세요.”

어린애라면 직접 부모님을 찾아 뵙고 당신의 자녀에게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설득이라도 해볼 텐데…

“이 작가님이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거였군요. 말씀하신 그 몇 안 되는 스타에 이조은날 작가님이 포함될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후후. 대표님은 정말 저를 너무 높이 평가해주시네요. 제가 뭐라고… ‘솜사탕’이 히트를 쳤지만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제가 받은 돈은 아직 얼마 안 되니까요. 저작권료 말씀을 드렸지만 저도 아직 실감을 못했기에 부모님도 역시 더라구요. 게다가 앞으로 쓰는 곡들이 또 히트곡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떻게 그거 보고 사냐구. 지금까지 글을 써서 돈을 번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또 기대하지 말라구.”

“흐음…”

이걸 어쩐다.

“그런데 대표님께서 다른 가수들 곡을 또 써보라고 하시니까… 저는 너무 하고 싶어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고 또 그걸로 돈도 벌어보고 싶고. 대표님 덕분에 진짜 스타 작사가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구요.”

이 작가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인생이긴 하지만 부모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해버릴 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 정서니 어쩌겠는가.

이 작가는 부모님을 설득해보겠노라 말했다.

며칠 후, 이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간신히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설득할 수 있게 용기와 확신을 준 우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조은날 작가와의 계약은 시작에 불과했다. 일단 현재 임대하고 있는 건물 2개 층으로는 모자라 한 층을 더 계약했다.

다행인지 강남 일대의 사무실 공실률이 높은 와중에 교통이 좋지 않은 청담동은 더욱 빈 사무실이 많아 계약하는 건 문제없었다.

연예계 밥을 먹고 살던 전문인력 확충은 예상보다 쉬웠다.

“정말 이 조건이 맞죠?”

“맞습니다. 무조건 정직원이고, 인센티브는 확실합니다.”

눈앞의 30대 초반의 여성, 그리고 20대 후반의 남성은 계약서를 몇 번이나 읽어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둘 다 SN엔터에서 스카웃 해온 인재들인데, 30대 초반 여성의 이름은 윤지영, 20대 후반 남성의 이름은 정훈철로 둘 다 미디어, 홍보를 담당하게 될 친구들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회사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은데, 다른 회사보다 대우가 좋네요.”

윤지영은 우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얼른 다른 조건을 말하라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렇죠. 이 바닥에서 직원들 대우가 어떤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일을 하면서도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두요. 나는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생각 없어요.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다 잘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흐음…”

입술을 깨물고 고민에 빠진 지영에 반해 훈철은 결정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이달 말까지 일을 정리하고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훈철아, 조금 더 생각해보자.”

“저는 결정 했습니다, 윤 대리님. 한 달에 3백도 못 받으면서 주중, 주말까지 야근하는 것도 지긋지긋해요. 이러다 저 결혼도 못 해요.”

그의 말처럼 연예 기획사에서 월 3백만 원을 넘게 받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나마 SN엔터 소속이니 그 정도라도 받았지 다른 회사의 직원들은 한 달에 2백만 원을 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업무라도 쉽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연예인들이 주말이라고 쉬는 것도 아니니 주말에 출근하는 것은 대수로울 것도 없으며 야근은 일상이다.

오직 연예인을 가까이 볼 수 있고 그들과 조금 친해진다는 것 하나 때문에 박봉에 고된 업무를 견디는 것이다.

“콘서트 티켓이나 연예인 굿즈들로 생색내는 꼴도 보기 싫구요. 꼴같잖은 정치놀이 한다고 사람 말려 죽이려는 것도 지긋지긋해요. 저는 결정했습니다.”

지영은 훈철의 결심에 더 이상 아무 말 못하고 고심하다가 우현을 보며 민망한 듯 말했다.

“미안해요. 저는 조금만 더 생각해볼게요. 제 첫 직장이라 그런지 이직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렇게 하세요. 그럼 훈철씨는 옮기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럼 저 먼저 일어날게요. 훈철아 너는 이야기 조금 더 하고 와.”

지영이 도망치듯 빠져나가고 혼자 남은 훈철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리님, 아니 지영이 누나가 선택장애가 있어요. 원래는 저보고 같이 와보자고 꼬셔놓고 저러네요. 그래도 옮길 겁니다. 누나네 집도 지금 꽤 힘든 걸로 알고 있거든요.”

“많이 친하신가 봐요?”

“그럼요. 같이 일한지 5년이 넘었으니까요. 사석에서는 누나, 동생 하지만 그래도 회사에서는 철저하게 선을 지킵니다.”

“그쪽 회사에서 일은 어떠셨어요?”

“아유, 힘들죠. 아까도 말씀 들으셨겠지만 주중, 주말 야근은 당연한 거고, 결재 하나를 받으려고 해도 컨펌 받아야 할 곳이 몇 군데인지… 직원들 복지는 개판이고 월급 인상은 꿈도 꿀 수 없어요. 게다가 갑과 을이 어찌나 명확한지…

내가 회사 직원인지 아티스트들 하인인지 모르겠어요. 인간적인 부분은 기대할 수가 없죠.”

“가수 기획사 쪽은 그런 면이 심한가 보네요? 배우 쪽은 그렇게까지 갑을이 나뉘어 있지 않는데…”

“말도 마세요. 잘 되면 아티스트가 잘 한 거고, 잘못되면 다 직원들이 못 받쳐줘서 그런 거라고 욕들어 먹습니다. 정말 이쪽 계통에 환상만 가지고 입사하면 단 1년도 못 버틸 정도로 힘들고 환멸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정말 팬심 없으면 못 다닐 회사예요, 하하. 제가 그래서 지금까지 다녔었는데… 이제는 안 되겠어요. 그리고 정말 이직을 결심한 건, 그 회사에서는 제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구요, 10년 넘게 일하신 분도 계신데 그 분이 아직도 과장에 월급 3백 겨우 넘거든요. 임원은 꿈도 못 꾸고요.”

“그렇군요. 어쨌거나 다음 달부터 오시게 되면 바로 위층에서 일하게 될 겁니다. 지금 인테리어 공사 시작했으니까 업무하는데 문제는 없을 거구요.”

“알겠습니다. 그럼 회사 정리하고 다음 달 초에 뵙겠습니다.”

신입사원을 뽑는 것도 생각했지만 회사를 안정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경력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스카웃을 진행했다. 물론 헤드헌터를 통해 1차로 걸러진 인물들과 본 면접이다.

미디어, 홍보 인력도 더 뽑아야 하고 회계 쪽 담당 직원도 뽑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면 될 일이니 너무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

“대표님, 혹시 SN 쪽에서 우리한테 자기네 인력 훔쳐갔다고 뭐라 하는 거 아닙니까?”

요즘 경수는 채현수를 비롯한 새로운 걸그룹을 만들고자 수많은 연습생들을 은밀히 알아보는 중이다. 오죽 피곤했는지 눈 밑에 시커먼 다크써클까지 생겼다.

“뭐, 궁시렁대기는 하겠지.”

“그러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너 회사 옮길 때, 그쪽 회사에서 우리한테 전화 한통이라도 온 줄 알아?”

“그거야…”

“로드매니저야 언제든지 뽑을 수 있으니까. ‘그깟 직원들’이라는 마인드가 박혀 있거든.”

“SN도 그럴 거라는 말씀이신 거예요?”

“안 그러면 밖에서 저렇게 회사 욕하고 다니겠냐? SN이라고 자기네 회사 문제점을 몰라서 안 고치겠어? 다 알아. 하지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사람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더 뽑아 쓰면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네들에게 중요한 인력은 직원이 아니라 아티스트만이야. 왜? 돈을 벌어다 주는 건 직원들이 아니라 아티스트들이라고 생각하니까.”

“와… 재수 없다.”

“그렇지? 사실 꼭 엔터 회사만 그러겠냐만 어쨌든 그런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으니까 직원 몇 명이 회사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한들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겠지. 물론 직원들은 일이 많아지니 좀 궁시렁대겠지만 임원급 되는 인간들이 나한테 전화하겠냐? 쪽팔려서라도 그렇게 못 하지.”

“그럼 별거 아니네요.”

“그래,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문제될 거리도 없는 거야. 그건 그렇고 너, 눈 밑이 시커매진 걸 보니 고생 좀 하나보다?”

“큼… 오늘도 세 시간밖에 못 자고 나왔습니다. 배우 뽑는 것도 아니고, 걸그룹인데 길거리 캐스팅은 아닌 거 같아서 대한민국에 있는 연습생이란 연습생은 모조리 알아보는 중이거든요. 연습생 지망생도요.”

“성과는 있었고?”

“그게, 좀 애매하긴 하네요. 조금 괜찮다 싶으면 대형기획사 연습생인데 과연 우리 회사로 올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확실히 대형기획사 애들이 소형기획사 애들보다 예쁘기도 하고 재능도 더 있는 것 같아요. 대형기획사에 들어간 이유가 있다고 할까요?”

“그렇겠지. 아무나 연습생으로 받아주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작은 회사 연습생들은 떨어진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쩔 수 없어. 나도 그래. 실제로도 상당히 타당한 이유로 떨어진 친구들이 많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확률에서 진주가 탄생하는 거거든. 나는 많이 기대하고 있다.”

“진짜로 기대하고 있으세요?”

“기대하지 않으면? 내가 미쳤다고 한 달에 3백 넘는 사람을 둘 이상이나 데려오려고 하겠냐? 네가 걸그룹으로 빵 띄우겠다고 하니까 엄청 투자하는 거야. 너는 유니한테 감사해라. 유니 아니었으면 언감생심 걸그룹 키울 생각이나 하겠냐?”

“확실히 유니가 보물이네요.”

“이제 별이도 드라마 터지고 하면 광고 줄줄이 들어올 거야. 그리고 나서 미니 주연 딱! 차지하고 나면 그 때부터는 현금인출기에서 돈 뽑듯이 돈이 들어온다. 한번 스타 되기가 어렵지, 일단 스타 한번 만들고 나면 회사는 망할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야.”

“저도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 사람 오면 네가 넘길만한 일은 전부 넘겨. 나도 이제 일이 좀 줄어들겠다.”

“미디어, 홍보 쪽이면 방송국이나 기자 관련 일들은 전부 넘기면 되는 거죠?”

“그렇지. 그리고 이제 스케줄 잡을 때도 그 친구들이랑 상의 해. 아티스트 이미지 관리도 해 줄 친구들이니까 이미지에 도움 안 되는 스케줄은 알아서 걸러줄 거거든.”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해 본 게 있는데요.”

“응?”

“혹시 오디션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연습생 영입 오디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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