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54화 (15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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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3)

“누가 바뀐다구요?”

“사장, 사장이 바뀐다고… 오늘 저녁에 뉴스 나올 거야.”

방송사 사장이 바뀐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KMTC의 피디는 자신도 어처구니 없는지 허허 웃기만 했다.

“아니, 사장 바뀐다고 편성을 지 맘대로 바꾸는게 말이 됩니까?”

“나도 그게 이해가 안 돼. 하지만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결국 모든 의심은 하나로 몰린다. 스카이 엔터. 아니, 우주창투. 문제는 우주창투의 자금력이 사장을 바꿀 정도인가? 아니, 사장을 바꿔가면서까지 파인 엔터를 물먹일 이유가 있나?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최고기획 최호선 팀장을 찾았다. 이 바닥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장 많은 찌라시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곳은 광고업체이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어찌나 바쁜지 우현이 찾아갔을 때는 경기도의 한 식당에서 바이어와 미팅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무려 두 시간이나 꼼짝하지 않고 기다려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김 대표, 무슨 일이야? 왜 기다리고 있어? 내가 김 대표 연락 피할 사람도 아니고… 돈 빌리러 온 것 같잖아?”

“좀 급하게 됐습니다. 그거 아시죠? KMTC 사장 바뀐다는 거.”

“아… 그거 물어보려고 온 거야?”

“급하다니까요. 이번에 사전 제작한 드라마가 KMTC에 들어가기로 한 거였단 말이에요. 그런데… 바뀐 사장이 드라마국에 직접 연락해서 깠다고 해요.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지 이야기 들은 거 없어요?”

“제작이 끝난건데 까였다는 거야?”

“몰랐어요?”

“나야 몰랐지. 관심 사항도 아니었고. 종편 드라마 편성까지 꿰고 있지는 않잖아. 일단 기다려 봐.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대표니까 한번 알아볼게. 대신…”

최 팀장은 우현을 아무도 없는 구석진 자리로 데리고 갔다.

“누구한테도 내가 알아봐 줬다는 말은 하지 말아.”

“당연하죠. 그런데 뭔데 이렇게까지 해요? 혹시 뭔가 알고 있어요?”

“아니, 그런데 얼핏 들은 게 있어서 그래. 그런데 정확한 건 아니야. 일단 회사에 들어가 있어.”

결국 빈손으로 사무실로 복귀해 일을 하는둥 마는둥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최 팀장에게서는 연락이 오질 않았다.

퇴근해서 경수와 술 한잔하며 방송국을 실컷 욕하다가 오피스텔로 들어오니 그제야 최 팀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나도 조심스럽게 알아보려다 시간이 걸렸지.”

“도대체 뭐에요?”

“우주창투라고 알아?”

역시나, 이 일에 그들이 끼어들었을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알아요.”

“이번에 부임할 사장이 모 그룹에서 임원이었어. 원래는 더 높은 자리로 가야 하는데 파워게임에서 밀린 모양이야.”

“파워게임에서 밀렸는데 방송사 사장이에요? 안 밀렸으면 어디로 가는 거였는데요?”

“크흠…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들었어. 어쨌든 그렇게 밀려났는데 원래 그 사장으로 부임하게 될 사장이 채권 쪽에 발이 넓었다나봐.”

“원래부터 우주창투쪽과 안면이 있었다는 거네요?”

“안면 정도가 아니었데. 듣기로는 형, 동생 했다는데?”

이건 뭐… 윤해연이 아니라 그녀의 할아비라도 까일 만했다.

“그 정도로 친하면 기름칠을 하고 말고 할 사이도 아니네요?”

“그렇지… 들리는 말로는 그냥 자기가 제작하는 드라마 하나 써달라는 식으로 말했나봐. 뭐, 엄청난 로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거지.”

허탈했다. 차라리 차떼기처럼 돈이라도 막 오갔다고 했으면 모르겠는데 원래부터 형, 동생 하는 사이였다니…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밖에 없다.

“후… 감사합니다. 알아봐주시고…”

“김 대표랑 하루이틀 일 할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어쨌든 고생해!”

이렇게 되니 방송사 측에다 항의하는 정도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게 뻔하다. 결국 실력으로 엿 먹이는 수밖에…

다음 날, 지여울 제작 피디에게 최 팀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자 그녀 역시 울분을 터뜨렸다.

“아 이 새끼들 진짜… 됐어요. 대표님 말씀처럼 실력으로 엿 먹여 줘야죠. 어디 시청률 깡패 한번 만나봐야 정신을 차리지.”

“어디 연결되는 곳은 있어요?”

지 피디는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하… 이게 하필 지상파 편성이 거의 마무리 된 상황이에요. 빈 곳이 있다면 비집고 들어가겠는데 전부 6개월 정도 꽉꽉 들어차서 어느 하나를 까고 들어가기 어려워요.”

제작사 입장에서 자금이 들어갔으니 회수를 해야 하는데 그 한계를 6개월로 잡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말인데… 케이블 어때요?”

결국 케이블이라도 들이밀자는 말인데, 이건 우현이 안 된다고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그리고 케이블이라고 하면 딱 하나 밖에 없는데 그곳의 예능과 드라마 파워는 지상파 못지 않다.

단점이라고 하면 재미가 없을 때 지상파처럼 기본 시청률이 받쳐주지 못해 완전히 폭망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래요. 이번 드라마는 실패할 수가 없어. 그렇게 해 봐요. 그런데 KMTC에서 새로 들어가는 건 정체가 밝혀졌어요?”

“아, 다른 건 모르겠고 작가랑 주연은 말이 나오고 있어요.”

“누군데요?”

“박지원 작가에 김정현 주연이래요. 붙어볼만 하죠?”

3대 로코 작가인 박지원에 최고의 한류스타인 김정현이면 말 다 했다. 김정현은 작년 중국에서 광고로 벌어들인 매출만 9백억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하, 이거 쉽게 볼 수 없겠네.”

“결정 난 건 아니에요. 저도 듣고서 식은땀이 났다니까요? 어쨌건 확정되면 기사 뜨겠죠. 우리야 제발 그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겠지만.”

“왜요? 혹시 편성시간 겹쳐요?”

제 아무리 잘 나가도 편성시간만 겹치지 않으면 시청률 30%를 찍든 상관없었다.

“네, 진짜 제대로 맞짱 떠야 한단 말이에요. 현재 TVM은 월요일 11시밖에 편성 못 잡아준대요. 하필 우리가 거기서 하려던 시간대랑 겹치니…”

“괜찮네요. 열 받잖아요? 제대로 붙어보면 누구 머리가 깨지는지 답 나오겠죠.”

“그러다 우리 머리에서 피나면요?”

“윤해연 작가님 요즘에 기세 몰라요? 돌부처보다 단단해졌어요. 이번 ‘예종의 여인’ 대본 보니까 어마어마하던데요 뭘. 박지원 작가 작품이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전작 보니 감 떨어진 것 같고…”

“정말 그럴까요?”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솔직히 박지원보다 김정현이 더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시청률이 탄력 받는 건 자신들이라 믿는다.

“후… 그래요. 그리고 이주희 작가님 작품에 관해서는 아직 말이 없지만 까일 거라 가정하고 다른 곳을 알아볼게요. 강소연 씨가 합류했기 때문에 편성 새로 잡는 건 무리가 없을 거예요.”

“수고하세요.”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니 이제야 여유가 조금 생겼다. 까짓 방송사 좀 바뀌면 어떤가? 컨텐츠가 경쟁력 있으면 어딜 가나 성공하는 법인데.

다만 이주희 작가 작품이 차질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되긴 한다. 뭐, 잘 하겠지.

똑똑…

“대표님?”

경수의 목소리다.

“들어와.”

쭈뼜거리며 들어온 경수는 슬쩍 자신의 눈치를 본다.

“뭐야? 또 누구 데리고 온 거야?”

“하하하,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괜찮은 친구에요. 진짜루요.”

정색을 하며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우기니 호기심이 든다.

“그래, 어디 한번 보자.”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우현의 눈에도 익은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채현수라고 합니다.”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디서 봤더라?”

분명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딱 떠오르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한번 본 사람은 잊어버리지 않는데 이상했다.

“헤헤, 얼마 전에 저랑 같이 보지 않았습니까?”

“너랑? 이 친구를?”

“네, 저랑 같이 보셨는데, 기억 안 나세요?”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실제로 본 게 아니라 TV화면으로 같이 봤었다. 바로 ‘국민프로듀스 99’에서 괜찮다고 했던 그 친구.

“이제야 기억나네, 오디션 프로에서 봤던 그 친구구나. 반가워요. 일단 앉아요.”

“네,”

또렸한 이목구비를 가졌지만 까무잡잡한 피부가 그 아름다움을 가린다. 그 때 단 몇 장면이었지만 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르는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이들은 그녀보다 예쁜 친구를 더 눈에 뒀겠지만 우현이 눈여겨 본 이유는 그 짧은 장면에서도 눈에 뜰 만큼 강한 포스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신보다 예쁜 친구들 옆에서도 기가 죽지 않는다.

센터로 들일만한 친구는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걸크러쉬를 일으키며 여성팬들을 사로잡을 능력이 있어 보였다.

“프로듀스에 나갔을 때는 소속사가 있었던 거 아니었나요? 내가 그 프로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 잘 모르거든요.”

“그때는 소속사가 있었습니다. 유라인 엔터테인먼트라고… 텐세컨즈라는 보이그룹 아시죠? 그 회사 소속이었어요.”

솔직히 모른다. 하지만 아직 어린 그녀 앞에서 모르는데? 할 수 없어서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갔다.

“그럼 지금은요?”

“며칠 전에 계약 해지 했습니다. 원래는 고민중이었고 회사에서도 고민해보라고 했는데… 여기 계신 매니저님과 상의하고 나서 바로 해지했어요.”

“해지했다구요?”

급히 경수에게 고개를 돌리니 경수도 놀라서 그녀를 쳐다본다. 경수도 몰랐던 거다.

“진짜로 해지한 거야? 아니, 대표님하고 미팅해본 다음에 결정하지 그랬어?”

놀란 경수가 우현의 눈치를 보며 닦달하니 그녀가 주먹을 꼭 쥐고 답했다.

“어차피 그 회사에서는 데뷔하기 힘들었거든요. 알고 있어요. 아직 기회를 못 잡아서 그렇다. 아직 운이 오지 않은 거다. 잘만 터지면 너도 유니 이상으로 터질 거다. 그런 말들이 전부 거짓말이라는 거. 아마 계약 해지를 머뭇거렸으면 어물쩍 계약연장을 해놓고 이게 필요하니, 저게 필요하니 하면서 데뷔는 계속해서 미뤄졌을 거라는 거. 이제 저도 그런 거짓말에 상처받고 싶지 않아요.”

마치 작심하고 사랑을 고백하러 온 것 같다. 거절당하면 떠날 거라는 협박과 함께.

“그래서 계약해지를 했다? 만약 우리 회사랑 계약이 안 되면 어쩌려구요?”

“후… 다른 곳으로 가야죠. 저 포기 안 해요. 꼭 성공할 거예요. 그러니까 저 잡으셔야 해요. 유니처럼 천재적인 음악성은 없지만, 저 잘 할 수 있어요.”

보통 독한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걸그룹을 키울 생각이 없었어요. 음… 이렇게 말하면 웃기긴 한데, 걸그룹을 처음부터 키워서 데뷔시키면 회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요. 알고 있죠?”

“네, 요즘은 연습생 기간 포함 7년 계약이 기본이라고 하던데, 더 길게 해도 괜찮아요.”

“독하게 마음먹었네요.”

이왕 그룹을 키울 거면 보이그룹을 할 생각이었다. 그게 훨씬 큰돈이 된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그룹이 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일단 받으면 키워야 한다. 계약해놓고 여유 있으면 데뷔시켜줄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럼 다른 이들도 영입해야 하는데… 이걸 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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