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47화 (147/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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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첫 정규 앨범 발매(1)

“네? 네. 아줌마, 이제 가시죠.”

화들짝 놀라서 들어온 경수는 해수 어머니의 팔꿈치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놔! 놓으라니까! 내 발로 나가! 알았어?”

“예, 그러세요.”

그녀는 우현과 경수를 한차례 노려보고는 사무실 바닥 타일이 부서져라 쿵쿵 소리를 내며 사무실을 나갔다.

“아주 적반하장이구만.”

“이야, 사자성어도 할 줄 아네?”

“왜 이러십니까? 저 어렸을 때 은근 공부 잘했습니다. 대학도 인서울인 거 아시면서… 그나저나 조금 짜증나긴 해도 그냥 계약하시지 그러셨어요? 어차피 계약서에 세부조항 넣으면 저 아줌마가 날뛰기 힘들 텐데요.”

“계약 못해. 말했잖아, 스카이 엔터랑 계약했다며?”

“어? 방금 밖에서 들으니까 계약 안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안 하긴… 스카이랑 계약도 안 한 상태에서 무슨 대단한 정보원이 있다고 지금 회사가 뒤집어진 걸 알겠어? 계약 해놓고 안 했다고 뻥치는 거지. 그래놓고 나중에 소송하면서 어영부영 넘기려고 하는 거야.”

“우와… 진짜 x년이네.”

“너, 전속계약 할 때도 잘 해야 해. 이중계약으로 걸리면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우리도 골치 아파져. FA 상태면 몰라도 그게 아니면 반드시 상대측 계약기간 확인하고 꼭 계약해지 서류 확인한 다음에 계약해야 한다고. 내가 별이랑 유지나 계약 할 때도 그랬잖아. 만약 저 아줌마 말만 믿고 여기서 덜컥 계약했다간 스카이 쪽에서 바로 소송 들어왔을 걸?”

“그럼 어떻게 합니까?”

“만약 그렇게 됐으면 우리도 민상욱 때처럼 맞소송 해야겠지. 그럼 이 바닥 평판 더러워지고 소속 아티스트에게도 민폐가 된다. 어지간하면 소송은 최대한 안 하는 게 좋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저 아줌마가 전화 오면 그냥 끊어버릴게요.”

“그래, 오늘 저녁에 약속 없지? 같이 삼겹살이나 먹자. 요즘 고기를 안 먹으니까 몸이 허해.”

“헤헤, 저야 좋죠.”

보기에는 살도 없어서 많이 먹는 것 같지 않지만 기본으로 밥을 두 공기를 먹어치우는 경수는 의외로 대식가다. 아마 둘이서 삼겹살만 먹어도 십만 원은 족히 넘게 나올 테지만 오늘만은 접대를 위한 술을 자제하려고 한다.

아마 한 달만 이 생활을 반복하게 되면 간에 구멍이 날지도.

몇 시간 뒤, 업무를 끝내고 대표실 문을 나가니 경수가 자신이 나온 줄도 모르고 TV 삼매경에 빠져 있다.

뭔가 해서 보니 작년에 한창 신드롬을 일으켰던 ‘국민프로듀스 99’다. 올해는 작년 인기에 힘입어 남자판 국민프로듀스 99를 했는데 꽤나 성공을 거뒀다. 물론 우현은 작년과 올해 것 모두 보지 못했다.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재미있냐?”

“아, 끝나셨어요?”

“올해는 남자들이 한다며? 왜 여자들이야?”

“아유, 제가 왜 남자들 거 봅니까? 이렇게 가슴을 살랑이게 만드는 예쁜이들이 있는데요.”

“그럼 이거 작년 거야?”

“네. 올해 국민프로듀스도 잘 되니까 작년 거 재방 많이 때려주더라구요.”

“너는 누구 찍었냐?”

“비밀입니다, 흐흐. 대표님은요?”

“난 못 봤지.”

“아… 그럼 보셔도 누군지 모르시겠네요?”

“데뷔한 9명은 알지. 아니다, 그 중에 몇몇은 아직도 모르겠다. 어쨌든 데뷔한 애들 말고는 몰라. 근데 재밌긴 해?”

“그럼요. 저도 처음엔 뭔 짓들인가 싶었는데 몇 회 보고 나니까 이것 때문에 속도 상하고 미치겠더라구요. 어떻게든 내 마음에 드는 애를 올려주고 싶어서 인터넷에 홍보도 하고 그랬죠. 지금 생각하면 돈도 안 되는 짓을 왜 했는가 싶지만 그 때 당시는 진짜 절박했습니다.”

“크크큭, 웃기는 놈이네. 왜 그 짓거리를 하냐?”

“아휴, 대표님, 모르는 소리 마세요. 저도 보기 전에는 빠돌이, 빠순이들 이해 안됐지만 저것 때문에 빠돌이 세계에 빠져들었다니까요. 그리고 저 국민프로듀스 노래가 얼마나 중독성 있는지 아세요?”

“아, 그 노래? 나도 들어봤다. 중독성 있고 좋긴 하더라.”

“그렇죠? 그래서 저거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재방을 봤었는데 지금 보니까 느낌이 또 다르네요.”

그렇게 들으니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겨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한 동안 지켜보니 역시 대부분의 친구들이 데뷔 못했던 이유가 보였다.

“넌 저 중에 누구 찍었는데?”

“비밀이라니까요.”

“네 눈을 보는 거야. 원투쓰리 대 봐.”

“세 명이요? 으음… 제 워너비는 데뷔한 친구인 전소유죠. 1등이었구요. 그리고 2등은 역시나 데뷔했던 김세영. 3위는 저기 보이는 백은상이요. 아쉽게도 탈락해서 데뷔멤버에 끼지 못했어요.”

“왜 저 친구를 밀었는데?”

“볼매라고 아시죠?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친구예요. 노래도 곧잘 하구요.”

“만약 지금 이 프로가 다시 시작한다면 그 때는 네 원투쓰리가 바뀌냐?”

경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안 바뀔 것 같은데요. 그런데 대표님도 보니까 저 백은상이라는 친구 괜찮죠? 진짜 아까운 친군데.”

“쯧쯧쯧… 아직 멀었구만.”

“네? 왜요?”

“봐라. 지금 무대에서 시선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다른데 쳐다보는 거. 못 봤지? 재방 다시 한 번 봐봐. 고작 저 정도 인원 앞에서 노래 부르는데도 떨고 있잖아. 그래도 노래는 곧잘 하긴 하는데 목소리도 평범해. 가수는 목소리가 좋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유니가 만약 목소리가 별로였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컸을 것 같냐?”

경수는 우현의 말에 시무룩한 얼굴이 됐다.

“진짜예요? 진짜 아까운데… 말하는 것 보면 되게 착하기도 하고…”

“그렇게 좋으면 사귀던지.”

“에이, 그럼 대표님은 누가 괜찮은 것 같은데요?”

“나? 야, 딱 보면 모르냐? 쟤가 제일 괜찮네.”

“쟤요? 예? 진짜요?”

경수는 놀란 얼굴로 TV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한 지점을 찍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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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의 쇼케이스 당일, 우현도 대학로의 한 극장으로 향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세동이 먼저 반긴다.

“준비는 다 됐니? 유니는?”

“네, 리허설 잘 했고 기자들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유니는 의상 갈아입고 올 겁니다.”

“무대 한 번 보자.”

봄날의 컴백과 타이틀 곡 솜사탕에 맞추어 무대와 조명은 전반적으로 핑크톤에 몽글몽글한 느낌이 나는 세트다.

“팬들이 떡과 핑거푸드 조공 보내왔습니다. 여기 보세요.”

“어이구, 많이도 했네. 우리 쪽에서도 준비했어?”

“네. 입장할 때 음료수 나눠줄 겁니다.”

그때 유니가 요란하게 들어온다.

“대표님!”

“하하, 조용하면 유니가 아니지. 파이팅 넘치니 좋다.”

“이거 보이세요?”

유니가 손을 흔들어 보이는데 손바닥 안에는 우현이 졸업선물로 준 인이어가 있었다.

“좋은 것 같아?”

“아유, 그걸 말이라구. 제가 오늘을 위해 그동안 아껴뒀지요. 오늘 리허설 때 해보니까 착용감이며 음질이며 나무랄 데가 없더라구요. 굿, 굿!”

유니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우현에게 들이밀었다.

“그나저나 너 진짜 살이 꽤 빠졌다. 다이어트 효과가 있네? 역시 살을 빼려면 굶어야 하는 건가?”

우현은 요즘 들어 조금씩 앞으로 나오는 자신의 배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렇죠. 제가 걸그룹 시절부터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잖아요. 뭐니 뭐니 해도 안 먹는 게 직빵이더라구요.”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유니는 정말 살이 많이 빠졌다. 의상으로 입은 원피스가 꽤 작아 보이는데도 충분히 소화하고 있었고 볼 살도 빠졌는지 눈이 더 커진 느낌이었다.

“단기간에야 효과는 좋겠지만 오랫동안 그러면 건강 해친다. 잘 조절해.”

“흐흐. 건강을 떠나서 먹는 걸 장기간 참기는 힘들죠. 진짜 컴백이니까 참은 거지, 에휴. 이 원피스 보세요. 사이즈 재서 제작한 건데도 이렇게 작다니까요. 이건 뭐, 44나 33 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의상 제작하는 데는 꼭 이런다니까. 사이즈 보다 항상 작게 만들어요. 걸그룹들 의상 갈아입기 전에 다들 뭐하는지 아세요?”

“음… 잠깐이라도 더 운동을 하나?”

“노노. 다들 의상 늘리느라 옷 잡아당기고 있어요. 안 그러면 숨을 참아도 안 들어갈 판이거든요. 의상 제작하는 데서는 진짜 걸그룹들이 뼈만 있는 줄 알아.”

유니는 볼을 부풀리며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본인은 화가 난 표정이라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귀엽고 애교 넘치는 표정이다.

“그런 일들이 있구나.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너도 다이어트를 더 열심히 한 거 아냐? 옷 못 입을 까봐.”

“그렇긴 하지만… 칫, 이런 사안에는 여자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예요. ‘아, 의상 제작하는 사람들이 너무 하는 구나. 우리 유니 힘들었겠네.’ 이렇게요. 쯧쯧, 이래서야 원, 우리 대표님 연애는 어떻게 하고 장가는 어떻게 가시나.”

“아이고, 본인 걱정이나 하셔요. 오늘 준비는 잘 한 거지?”

“옛썰, 걱정마십쇼.”

잠시 후, 쇼케이스가 시작되고 신곡이 나오자 팬들은 유니콘 봉을 들고 열심히 환호해주었고 유니 또한 그동안 더 다듬어진 노래실력과 예쁜 댄스로 화답했다. 유니의 이야기 코너에서는 예전 라라걸즈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며 팬들과의 유대감을 더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팬들의 소원성취 코너는 제비뽑기로 뽑힌 팬의 소원을 들어주는 시간인데 팬과 포옹도 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차게 잘 해내는 유니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중 우현의 핸드폰으로 톡이 왔다.

(은하)[금요일 밤 시간 돼?]

핸드폰을 보는 우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우현)[왜?]

(은하)[바쁘면 됐어.]

역시 튕기면 튕겨나가는 여자다. 밀당 같은 건 생각을 말아야지.

(우현)[나 보고 싶어?]

(은하)[오빠는 내가 안 보고 싶은가봐?]

에라 모르겠다.

(우현)[난… 하루 종일 네 생각만 해.]

경수 녀석이 여친한테 꼭 해줘야 하는 말이라며 강조했는데.

‘아오, 닭살. 진짜 내 스타일 아니야.’

(은하)[풉… 뭐야? 금요일 11시. 저번에 봤던 우리 동네 포차.]

(우현)[오키.]

온몸에 돋은 닭살 때문에 양 팔뚝을 비비니 세동이 다가온다.

“대표님 추우세요?”

“훗, 아니다. 그나저나 유니가 행사를 많이 다녀서 그런지 잘하네.”

“그렇죠? 제가 아직 사람 보는 안목이 부족하긴 한데, 그래도 유니는 진짜 잘 될 것 같아요. 이 일하면서 다른 가수들 무대를 계속 보니까 알겠더라구요. ‘무대장악력’이라는 거. 아이돌 십 수 명이 떼로 올라가도 눈길이 안 가고 비어보이는 무대가 있는가 하면, 혼자 올라가도 꽉 찬 것 같은 무대가 있더라구요. 유니는 노래 부를 때든 말을 할 때든, 관객이 많든 적든 기가 죽지 않아요. 귀엽고 깜찍하면서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가 있어요. 톱 가수들한테서나 나오는 느낌이 유니한테 있다니까요.”

“그래, 그렇지. 어디서도 기가 죽지 않아야 스타가 되는 거지.”

두 시간여의 쇼케이스가 끝나고 취재 나온 기자와의 인터뷰 시간도 가졌다.

“유니씨, 정규 1집 발매한 소감이 어떤가요?”

“꿈만 같아요.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제 앨범이 나오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거든요.”

“꿈을 이룬 거네요. 그래도 이렇게 앨범이 나왔으니 또 다른 꿈이 생기지 않았나요? 음악방송 1위라거나…?”

“글쎄요. 하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대중들에게 가수 유니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유니는 솜사탕을 들고 귀여운 포즈로 사진 찍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

당일 음원도 공개가 되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자 일명 ‘차트 줄 세우기’가 되었다. 전곡이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쇼케이스 기사와 동영상이 연예면에 하루 종일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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