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38화 (138/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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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운도 실력이다(1)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해수가 스카이 엔터와 계약했다는 것보다 경수가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더 놀랐다. 고작 이름 없는 아역배우 하나 계약했다고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돌릴 리가 없을 텐데 어떻게 알았을까?

“해수 어머니가 직접 회사로 전화 하셔서는 예의상 알려줘야 할 것 같다고…”

“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욕심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속이 좁고 어리석을 줄은 몰랐다.

“왜요? 저도 같이 웃어요.”

이주희 작가가 우현과 경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궁금해 미치겠다고 어필한다.

“아이고… 뭐, 별건 아니구요. 며칠 전에 제가 아역배우 하나를 전속계약 하려고 했는데 그 친구 어머니가 영 마음에 안 들더라구요. 자칫하면 배우 계약해놓고 속만 탈 것 같아서 그만 뒀는데 글쎄…”

“아! 대표님 보란 듯이 다른 회사랑 계약해서는 자랑한 거다 그거죠?”

“네, 맞아요. 제가 왜 웃었는지 아시겠죠?”

“우와… 그 아줌마 되게 웃기네. 이거 우리한테 도발한 거 맞죠? 짜증나네? 그런데 대표님은 너무 속편하게 웃으시는 거 아니에요?”

이 작가는 우현이 이해되지 않는 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게 웃기지 않아요? 난 너무 웃긴데? 아니, 초딩도 아니고 그걸 자랑하겠다고 전화하는 속내가 너무 애 같잖아요? 그리고 말했다시피 해수는 아역배우예요. 무슨 생각으로 계약했는지 대충 눈에 보이긴 하는데 아역배우가 진짜 돈이 되려면 최소 스무 살은 넘어야 해요, 특히 남자배우는. 그러니 그렇게 열 내지 않아도 돼요.”

“무슨 생각인지 눈에 보인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당연히 미래가 창창해 보이니까 계약한 거 아니에요?”

이 작가는 스카이 엔터와 우현과의 관계를 모르니 태연자약한 그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역배우가 당장 큰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그러려니 했다.

“너도 그냥 신경 꺼.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러려고 했는데 마치 로또 맞은 것처럼 우쭐대며 전화하는 걸 직접 들으니까 한방 먹여주고 싶어 죽겠습니다.”

“냅 둬. 아직 크려면 한참 있어야 하고 그 회사가 그때까지 과연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니까.”

“네? 회사가 망할 거라는 말이에요?”

“바지 세워놓고 장사하는 소속사가 몇 년이나 가겠냐? 대표가 어수룩하게 구는 회사가 오래 가는 일은 없다, 특히 이 바닥에서는. 아티스트 하나하나 신경 써주지 않으면 결국 그 아티스트들 전부 떠나게 돼있거든.”

“알겠습니다.”

그제야 경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표실을 나갔다.

“아니, 그 스카이 엔터라는 회사는 대표를 바지로 세웠어요? 어떻게 아세요?”

“전에 같이 일했던 분이거든요. 뭐, 바지 치고는 만만히 볼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회사를 잘 이끌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혹평이네요? 대표님, 다른 사람에게 그런 혹평 잘 안하시는 거 같은데… 악연이라도 있는 거예요?”

“하하, 그렇게 보였어요? 으음… 뭐, 아니라고도 할 수 없겠네요. 악연은 맞는데 원수처럼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조금 귀찮게 구네요.”

“그럼 한방 먹여줘요!”

그녀가 주먹을 쥐고 허공에 어퍼컷을 날렸다.

“흐음, 그럴까요?”

유치해서 대응할 생각도 없었는데 막상 계속 당하는 것처럼 보이니 저들이 자신을 너무 쉽게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 작가의 말처럼 뭔가 한방 먹여주고 싶긴 했다.

이후 이 작가는 그녀가 떠올린 수많은 소재 중에서 딱 세 가지로 추리고 그 중에서도 하나를 선정해 작품을 쓰기로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우현은 곧바로 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빠서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벨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바빠?”

“응, 타이밍 죽였어. CF 찍다가 잠시 쉬고 있었거든. 그런데 웬일이야? 낮에는 전화 잘 안 하잖아.”

“물어볼 게 있어서. 장태현이 요즘 무슨 일 해?”

“장태현? 오빠 장태현 싫어하잖아, 왜?”

“전화로는 길어. 그러니까 일단 아는 것만 말해 줘. 장태현이 요즘 뭐 해?”

“우희연 매니저 하고 있어.”

“우희연이라…”

그냥 한번 물어봤는데 예상 밖으로 우현의 입맛에 딱 맞는 친구다. 어리고 예쁘지만 연기가 조금 떨어지는 친구. 우현이 아닌 사람들이 본다면 충분히 헷갈리 수 있다고 본다. 아니, 헷갈리는 수준이 아닐 거다. 운만 따라 준다면 톱스타도 문제없다고 보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다.

“로드는 아니지?”

“당연하지. 나랑 일할 때는 내가 일부러 잡고 안 놔줬으니 그랬지만 경력이 있는데 로드 할 수는 없지. 솔직히 경력만 보면 실장에 차장까지 달아도 할 말 없잖아. 그래도 성격 많이 죽었지. 스케줄 매니저 맡고 있으면서 아직 사고 한번 안 치네?”

“먹고 살려니까 그런 거겠지. 흐음… 일단 내가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까 우희연 남은 계약기간 좀 문자로 찍어 줘. 그리고 오늘 스케줄 어떤지도.”

“헐… 오빠 지금 나한테 무슨 얘기 한 건줄 알아?”

은하가 어이없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그녀에게 너희 회사 배우 빼가려고 하는데 정보 좀 달라고 하는 말이니까.

“나중에 설명할게. 설마 내가 이상한 짓이라도 할 것 같아서 그래? 내가 누구한테 물 좀 먹여보려고 하는데 네 도움이 좀 필요해서 그렇거든.”

“뭐… 오빠가 그런 짓을 할 리 없겠지. 알았어, 보내줄게. 진짜 이상한 짓은 하지 마. 혹시 돈 필요한 거면 나한테 얘기하든가.”

“푸하하! 돈 필요한 거 아니야, 인마! 일단 보내줘. 수고하고.”

세상 살면서 누가 자신에게 서슴없이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 만나기가 쉬울까? 어쩌면 은하는 우현을 믿는다는 말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말한 셈이다. 그러니 우현으로서는 기쁘기 그지없었다.

전화를 끊고 얼마 뒤, 은하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우희연의 남은 계약기간은 1년 3개월 정도. 조금만 더 짧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아주 나쁜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오늘 스케줄은 DDP에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참석.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곧바로 포털을 뒤지기 시작하니 벌써 시작된 패션위크에 참석한 셀럽들의 포토가 포털을 장식하고 있었다.

“경수야! 뭐하냐?”

“네? 그냥…”

“나가자. 시동 걸어.”

“예, 예.”

경수는 뭔지도 모르고 일단 새로 들여온 외제차에 시동을 걸었다.

“외제차 모니까 좋지?”

“헤헤, 좋긴 하네요. 그런데 어디로 갑니까?”

“동대문으로 가자. DDP 알지?”

경수는 일단 동대문을 향해 방향을 잡고 입을 열었다.

“오늘 패션위크 참석하는 겁니까? 초대 됐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요?”

“참석 하는 건 아니데 볼일이 있어서. 일단 최대한 빨리 가자, 늦었으니까.”

서울 시내에서 속도를 내봤자 일단 막히기 시작하면 강남에서 동대문까지 30분 내에 가기는 힘들다. 그리고 DDP에 도착했을 때는 주차 문제로 한참동안 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거의 모든 셀럽이 포토존에서 촬영을 끝낸 이후에나 참석할 수 있었다.

“여기엔 도대체 왜 오신 겁니까?”

“누구를 좀 만나려고.”

“누구요?”

“저기 저 친구.”

우현의 손끝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런웨이를 바라보는 미녀를 가리켰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눈부신 미녀의 정체는 바로 우희연. 꽤나 멀리서 보는 건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주변에 빛이 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 과연 여배우답다.

“아! 내 사랑 우희연!”

“개뿔, 네 사랑은 무슨… 좋아, 가서 내가 보자 한다고 전해.”

“제가요? 싫습니다.”

“왜? 너 여자한테 말 잘 걸잖아. 그냥 내가 보자 한다고 전하는 정도는 쉬운 거 아냐?”

“그거야 일반인들한테나 그렇죠. 여배우는 안 됩니다. 급이 다르잖습니까?”

“웃기는 놈이네. 그러면서 어떻게 여자들은 꼬셨냐?”

“한 달에 이백도 못 버는 저와 한 달에 수천을 버는 그녀가 급이 같다고 보시는 거예요? 저는 그 정도로 간이 크지 않습니다.”

이상한 곳에서 간이 작아지는 놈이다.

“알았다. 그럼 너는 차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우현은 경수를 보내놓고 우희연이 앉아 있는 곳을 향해 자연스럽게 걸어갔다. 런웨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패션에 대해 뭔가 아는 것 같지만 개뿔 아무것도 모를 거다.

이제 어떡하나… 그냥 눈 딱 감고 들이대?

고민하는 순간 천사처럼 그를 도와주는 이가 있었다.

“어머! 김 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도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이는 별이의 첫 영화를 같이 했던 강소연이다. 그 영화가 잘 돼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지만 그 이후로 딱히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못했다. 아마 유은하가 출연한 ‘피아니스트’가 대박을 터뜨린 것을 보고 꽤나 배가 아팠을 것인데 얼굴에는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아, 근처에 일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구경 한번 하려고 왔어요.”

누가 들어도 말이 안 되는 변명이다. 백수도 아니고 한 회사의 대표가 시간이 남는다고 이곳에 왔다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변명이었지만 강소연은 그런가보다 하며 캐묻지 않았다.

“좋으시겠어요?”

앞뒤 없이 던지는 질문이었지만 무엇을 물어보는 건지 안다.

“아… 운이 좋았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운이 좋은 남자를 좋아해요.”

“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아직 우리 회사가 소연씨를 잡기엔 너무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 정도면 작은 편은 아니죠. 그리고 윤해연 작가님도 김 대표님 소속사라면서요? 세상에… 깜찍하게 그때 그걸 숨겼던 거예요? 내가 들어가면 대표님을 잡아먹을 것 같았나 보죠?”

마치 파리지옥이 노리고 있던 곤충을 사로잡은 것처럼 그녀는 우현을 붙들고 늘어졌다. 이 때, 우희연이 뒤로 돌아보며 강소연을 향해 눈을 반짝였다.

“언니, 이분이 누구신데 그러시는 거예요?”

“아, 파인 엔터라고 유지나 알지? 그 유지나랑 윤해연 작가님을 데리고 있는 소속사 대표님이셔. 너도 잘 보여라. 혹시 아니? 너 계약 끝나고 이리로 갈지.”

오호라… 손도 안 대고 코 풀게 생겼다.

“정말요? 반갑습니다. 우희연이라고 해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현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그녀와 강소연을 찍던 기자들에게 포착됐으니 사진이 안 찍힐 리 없다.

“반가워요. 소연씨가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자꾸 이상한 소문 나면 저 마이더스 사장님한테 얻어터질지도 모릅니다. 저 조용히 살고 싶으니 그런 말은 제발 접어주세요.”

“걱정도 팔자네요. 여기 희연이는 몰라도 저는 언제든지 타 회사랑 협상할 수 있어요. 그게 계약이었으니까. 그러니 우리 사장이 당신 얼굴을 후려칠 걱정 하지 말고 그만 좀 빼요. 무슨 남자가 그렇게 간이 작아요? 매력 없게…”

도와주는 건지, 욕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 목표는 완료했기에 더 이상 자리에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하, 제가 이래봬도 은근히 여자한테 인기가 있습니다. 어쨌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저는 구경 잘 했으니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일어서는 우현을 우희연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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