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06화 (106/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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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성공하고 싶은 이유(2)

‘으응? 발목은 왜 잡아?’

멀리서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던 우현이 별과 주호를 주시하며 몸을 앞쪽으로 기울였다. 가 봐야하나 어째야하나 고민하는데 임 실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유, 주호 씨가 알아서 해주니까 너무 좋다. 어쩜 저렇게 친절해? 주호 씨 덕에 별이 씨 포즈도 너무 예쁘게 나오겠어!”

“하하, 뭘요. 둘 다 예쁘게 나와야 화보가 살죠!”

임 실장이 주호를 칭찬해대니 가서 뭐라 할 수가 없다. 야외이다 보니 멀리 떨어져있는 우현에게 별과 주호가 하는 대화는 들리지 않는다. 스태프들도 멀찍이 있어 둘만의 대화가 계속 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함께 촬영하는데 말도 없이 뻘쭘하게 서 있는 것도 좋을 게 없으니. 익숙해져야 포즈가 자연스러워지는 건 당연하다.

“이런, 우리 여배우님 얼굴 타겠네. 햇빛 가려줘야겠다.”

“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후훗.”

주호가 손으로 별이 얼굴에 드는 햇빛을 가려주는 모습이 보였다. 잔뜩 촉을 세우고 있는 우현은 팔짱을 끼고 앉아 발을 탁탁 굴려댔다. 잠시 후 해변 촬영이 끝나고 별이가 다가오자 말을 꺼냈다.

“주호라는 저 친구 어때? 뭐… 이상하진 않구?”

“네, 친절하세요. 많이 알려주려고 하고.”

“그래? 으흠…”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별이가 괜찮다고 하니. 풀빌라로 이동해 메이크업과 헤어를 다 바꿔 오후 촬영이 이어졌다. 밤 10시 비행기를 타려면 늦어도 6시정도까지는 마무리가 되어야 정리하고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기에 모두들 분주했다.

“별이 씨 어깨랑 쇄골, 팔에 펄 좀 더 발라줘. 그리고 아이쉐도우도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

코디네이터와 임 실장,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마지막 수영장 컷을 앞두고 별이를 꾸며주느라 여념이 없다. 수영장에서는 비키니수영복을 입는데, 수영복 위에 망사로 된 조끼 같은 것을 입고 길고 화려한 천으로 하체를 대각선으로 둘러서 덮었기에 크게 야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걸을 때마다 한쪽 다리가 허벅지까지 드러나고 상의 망사 때문에 비키니룩답게 섹시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별이 옷 때문에 우현의 신경 더듬이가 바짝 곤두섰다. 주호는 이번에도 상의 탈의 상태다. 불만이다.

‘왜 저렇게 벗어대냐?’

썬베드에서 촬영 후 수영장에 들어간단다. 둘은 무슨 얘기를 저렇게 해대는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임 실장이랑 포토그래퍼가 주호를 치켜세워주니 기가 사는 모양이다.

‘예쁜 여자 앞에서 저런 대우를 받으면 어깨가 으쓱할만하지. 그래서 말도 많은가? 왜 자꾸 별이한테 말을 거는 거야?’

수영장에 들어가 주호와 별이 마주보고 거의 껴안은 상태가 되었다. 주호가 별이의 허리를 감싸고 섰는데 잠시 뭘 점검한다고 포토그래퍼가 그대로 대기하란다. 껴안고 서서는 주호가 별이 귀에다 대고 뭐라고 속삭인다.

‘뭐지 뭐지? 저 새끼 별이한테 붙어 서서 뭐라 하는 거야?’

“자, 다시 자세 잡고! 조명!”

우현이 별이에게 가려고 일어서는데 다시 촬영이 시작됐다.

‘젠장.’

아슬아슬한 몇 가지 포즈가 있었지만 주호의 주도 아래 시간에 맞춰 촬영이 종료됐다.

“오케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별이가 수영장에서 나오며 큰소리로 상준을 부른다.

“상준오빠, 내 핸드폰 좀 가져다줘!”

“별아, 수고했다. 여기, 수건.”

“드디어 끝났네요. 대표님이라도 나가서 좀 놀다 오시지. 어차피 촬영은 제가 하는 건데 대표님까지 붙들어둔 것 같아요.”

“나도 일하러 온 거야. 노는 건 휴가 때 해야지. 그리고 뭐… 불편한 건 없었고?”

“네, 괜찮았어요. 식사는 공항에 가서 할 거죠? 많이 먹을 거니까 맛있는 거 사주셔야 돼요.”

“그래, 짐 챙기자.”

우현은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별이가 활짝 웃으며 촬영을 잘 마무리 했고 모든 걸 다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가방을 챙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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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는 먼저 인사를 하고 수영장을 나가 짐을 챙기는 별이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주호씨!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표정이 확 굳었네?”

“아, 아니요. 하…”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돌린 주호는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별아, 남자친구 있어?”

“아니요, 바빠서…”

“진짜? 이렇게 예쁜데 남자들이 가만히 놔둬? 믿을 수 없는데?”

“글쎄요…”

“서울에서 만나자.”

“그건 좀… 죄송해요.”

“사진이라도 찍힐까봐 그래? 그건 걱정하지 마. 안 들키고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다 있어. 핸드폰 번호 어떻게 돼?”

“죄송해요. 저희 대표님이 핸드폰 못 쓰게 하셔서요.”

“그래?”

“자, 다시 자세 잡고! 조명!”]

그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이어진 별이의 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뻔히 핸드폰이 있는 걸… 대놓고 나 들으라고 말하네. 하…’

이런 식으로 굴욕적으로 물을 먹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처음엔 자존심이 팍 상해서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하지만 멀어지는 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까 웃던 얼굴이 어른거렸다.

‘아 씨, 너무 들이댔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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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별이를 집에 내려주고 오피스텔로 돌아와 내내 잠에 빠져 들었다. 발리에서 정작 힘들었던 건 별이었지만 그래도 해외여행을 하고 와서 그런지 피곤이 쌓여 씻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저녁 7시가 다 되어 있는데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며 허기가 밀려온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항상 늦게 퇴근하면서 쌓여왔던 피곤 때문에 지금까지 잤던 것 같다.

간단히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켜 한 끼 때우고 난 뒤에 미처 보지 못했던 유지나의 드라마 마지막 편을 시청하려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지이잉.

이 시간에 문자를 보내올 사람은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급히 핸드폰을 들어 확인하니 역시나 은하였다. 특이한 건 이제는 문자가 아니라 톡으로 왔다는 것.

[어제 화보 촬영 끝나고 오늘부터 여행 시작! 신나게 놀다 갈게!]

두바이 버즈 알 아랍 빌딩 전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 올린 사진 아래로 짤막하게 말을 적어 놓았다. 브이자를 그린 포즈가 무척이나 귀엽고 예뻤다.

[그래, 잘 놀다 와. 기다리고 있을게.]

굳이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목소리를 들으면 말을 더듬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기대감과 설레임에 달력을 확인하니 아직 은하가 오려면 한참 남았다. 은하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쯤에는 별이의 드라마가 막 시작하려는 때일 것이다. 한창 바쁠 시기일 것이라 얼굴 보고 데이트도 제대로 못 할 것이기에 안타까울 뿐이지만 그래도 그 때가 기다려진다.

그 뒤로 일주일이 순식간에 흘렀다. 별이는 도착 당일만 쉬고 곧바로 사극 연기 연습에 돌입해 얼굴도 보기 힘들었고 유지나 역시 액션 스쿨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기 시작하며 진명의 간을 떨리게 했다.

부상 당할까봐 걱정 된다며 그녀의 액션 연습을 눈도 떼지 못하고 온 종일 지켜보는 진명이 기특해 잠깐 얼굴을 비춰 지나의 사기를 북돋아주기도 했다.

가장 큰 일은 사무실 이전이었다. 청담동의 한 건물 2개 층을 동시에 임대했는데 임대료만 월 800이 넘었다. 관리비에 각종 수도, 전기세까지 하면 월 천만 원은 우습게 나갈 테지만 그럼에도 이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유니가 소처럼 일해 벌어온 돈 덕분이다.

“이게 진짜 우리 사무실이에요?”

유니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가장 먼저 사무실에 입성했다.

“어때? 좋지?”

“우와… 완전 고급스러워요.”

블랙 계통의 어두운 톤으로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인데, 원래 이곳이 지금은 망한 모 기획사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기존에 인테리어 돼있던 것을 살려 아주 조금만 손을 댔다.

“여기가 네 작업 공간이다.”

“와하하! 진짜요? 대박!”

유니를 위해 비싼 돈 들여 녹음실을 만들어주었다. 각종 음향장비와 녹음장비, 방음실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돈만 수천만 원이 넘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앞으로 유니가 내놓을 수많은 작품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곳에서 작업하면 막 영감이 쏟아질 것만 같아요.”

“보통 그런 생각이 한 달을 안 가더라.”

“치! 그냥 분위기 좀 맞춰주지. 하여튼 우리 회사에는 가수가 나 하나밖에 없으니 이건 제 독차지네요. 음음… 좋네, 히히.”

음향 장비들을 쓰다듬으며 실실 쪼개는 모습에 우현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한 사무실에서 가장 먼저 진행된 실무는 바로 민상욱의 ‘승냥이’ 출연 건이었다. 이동운이 주연으로 확정되며 제작에 가속도가 붙은 ‘승냥이’는 곧바로 스케줄을 확정지어 보내왔다.

“어때? 첫 드라마 촬영인데?”

경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상욱과 같이 촬영 현장으로 향했다. 첫 촬영이기에 아무래도 둘만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쎄요. 기대되기도 하고 NG 많이 낼까봐 두렵기도 하고 그러네요. 어제는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생각보다 간이 작네?”

“아닙니다. 저 배짱 좋다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들어 왔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간질간질 하면서 긴장이 되네요. 형도 그랬겠죠?”

“어떤 것이든 첫 경험은 떨리기 마련이지. 걱정하지 마. 잘 해낼 거니까.”

상욱을 다독이면서 촬영 현장인 한적한 산자락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스태프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우현이 미처 내리기도 전에 상욱이 먼저 튀어나가더니 스태프들을 향해 돌아가며 허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그이니 만큼 초반부터 인상을 좋게 남기기 위해서인 것 같다.

“하하. 센스 있네요.”

경수가 차 시동을 끄며 우현을 돌아보았다.

“그래, 센스있네. 이런 부분은 확실히 남자배우가 조금 더 낫지?”

“그래도 여배우들은 남배우들이 가질 수 없는 매력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이지. 그런데 남배우는 처음이라 그런지 신선하네.”

차에서 내려 강병석 피디를 향해 걸어갔다. 이동운이 커피조공을 했기 때문에 촬영장 한켠에는 작은 커피트럭이 세워져 있었고 강 피디는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김 대표님. 방금 상욱이 인사하고 갔습니다.”

“저보다 먼저 내려서 인사하고 다니더라구요. 아주 잽싸요, 하하.”

“사회생활 할 줄 아네요. 아무리 그래도 배우면 그러기 힘든데… 회사에서도 스태프들한테 너무 숙이고 다니지 말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은하랑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은 아실 텐데요?”

“아하… 그렇죠. 유은하 씨 전 매니저라고 하셨죠? 이 작품을 통해서 상욱 씨도 좋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네요. 어쨌든 커피 한잔 하시죠.”

“아이쿠, 감사합니다.”

“오늘이 첫 촬영일 텐데 너무 강한 씬을 준 게 아닌가 싶네요. 작가님께서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셔서 그런 거니…”

“괜찮습니다. 대본 보니까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잘 쓰셨던데요.”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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