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105화 (10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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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성공하고 싶은 이유(1)

결국 유지나는 횟집에서 미팅 후 양수찬 대표와 셀카를 찍어주며 화기애애하게 자리를 마무리 지었다. 유정완 감독은 액션스쿨 주소를 찍어주며 당장 내일부터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로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던 지나는 흔쾌히 수락하며 그를 감동시켰다.

이후 ‘필름나라’에서 따로 유지나의 ‘붉은 여우’ 캐스팅에 관한 계약이 이어졌다. 유지나와 같이 아침 일찍 사무실에 들러 1시간 만에 계약을 마무리 지었는데 출연료로 5억, 그리고 러닝게런티로 손익분기점 이후 관객 한 명당 150원으로 사실상 원톱 주인공 대우를 받았다.

이후 정신없이 업무를 보내다 별이의 화보촬영으로 인한 출국시기에 이르렀다.

밤 11시 비행기.

[김별, 화보 촬영 차 발리 출국. 걷기만 해도 화보!]

[인천공항을 꽃밭으로 만든 김별의 미모]

밤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비행기 탑승하기도 전에 이미 별이 출국 관련 포토기사가 포털에 떴다. 비율이 좋아서 그냥 걸어가는 사진도 화보처럼 잘 나왔다.

칙칙칙.

“바깥 공기도 건조한데 비행기 안은 더 건조한 것 같아요.”

별이는 탑승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메이크업 위에 덧바를 수 있는 수분크림을 바르고 미스트까지 뿌려댔다. 여배우에게 피부 관리는 필수니까.

“비행기 안에서 푹 자둬야해. 가서 잠잘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거야.”

“네. 피곤해서 바로 잠들 것 같아요.”

7시간 후 발리에 도착해서 리조트에 짐을 풀자마자 오전 7시 경부터 화보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스케줄이 빠듯해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내일 저녁 비행기로 바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니 쉴 틈 없이 촬영해야 한다. 비즈니스로 해외에 나가는 건 역시 업무상의 출장일뿐이다. 여행이 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포토그래퍼 조윤입니다.”

“안녕하세요. ‘채널’에 임지연 실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준비해야할 것 같네요. 리조트 실내 촬영부터 시작할 거구요. 그 다음에 해변, 마지막엔 풀빌라에서 촬영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수영장에 들어갈 거예요.”

“이쪽으로 오세요. 오늘 입을 의상들과 백, 슈즈, 액세서리들이에요. 첫 의상은 이걸로 할 거예요. 그리고 여기, 저희 쪽 코디네이터와 메이크업아티스트, 헤어디자이너예요. 이 친구들이 빠르게 도와줄 거예요. 남자모델은 지금 준비 중이니까 준비 끝나면 인사하도록 하죠.”

별이가 의자에 앉자 메이크업하는 친구가 빠르게 기초부터 시작한다. 메이크업은 기초를 다지는 데에만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길게는 50분 까지도. ‘화장은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화장, 입술화장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면 아주아주 큰 오산이다.

기초화장은 두꺼운 메이크업에도 피부를 촉촉하게 해줘 이후 메이크업이 들뜨지 않게, 화장을 잘 먹게 해주는 것이 주 목적인 단계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수분 크림과 미스트를 번갈아가면서 해주고 메이크업베이스도 얼굴 부위별로 다른 종류를 발라주면서 층층이 미스트를 뿌려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퍼프로 수없이 두드려 줘야한다는 거다. 그저 화장품을 바르는 게 아니다. 펴 바른 다음에 많이 두드려줄수록 메이크업베이스가 얼굴에 완벽히 착 달라붙어 원래 피부인양 되는 것이고 촉촉하고 광이 나는 피부가 탄생하는 거다.

“처음엔 약한 스모키로 시작할 거예요. 나중에 의상 바뀌면서 점점 짙은 스모키로 해드릴 거구요, 풀빌라에서는 골드로 화려하게 갈 거예요.”

약 40분에 걸쳐 기초화장을 마치고 본격적인 메이크업을 시작하면서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설명을 덧붙였다. 눈화장을 말하는 것일 거다. 스모키메이크업은 눈매를 짙게 하는 화장법인데 여름 화보 촬영이다보니 약한 스모키라고 해도 굉장히 세 보인다.

“눈물 한 번 흘렸다가는 얼굴이 완전 먹물 범벅되겠네.”

“땀이나 물에도 번지지 않는 워터프루프 제품으로 하고 있어서 괜찮아요.”

옆에서 보던 상준이 중얼거리자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대답했다.

“워터프루프 제품으로 화장하면 수영장에 들어가도 안 지워져. 그래서 여름철에 여자들이 저런 걸로 화장하는 거야.”

메이크업을 배웠던 우현이 거들었다.

“우와… 그럼 저 화장은 어떻게 지워요? 엄청 진한데.”

“그래서 좋은 클렌징 제품으로 잘 지워야지.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못 들어봤냐?”

“아하…”

그렇게 메이크업에만 두 시간가량 걸리기 때문에 메이크업을 하는 동안 헤어를 만지는 친구가 별이 뒤쪽에서 머리를 만든다. 첫 의상이 전체적으로 흰색에 가장자리마다 검은색 선으로 디자인 된 깔끔한 민소매 원피스이기 때문에 올백으로 깔끔하게 머리를 넘겨서 한 가닥으로 묶었다.

“내일은 머리 펌을 해야 해요. 해변과 수영장 컷 때문에 화려하게 부풀릴 거라서 좀 뽀글뽀글해질 거예요. 한낮엔 더워서 해변 촬영하기 힘들다고 오전에 해변 촬영을 끝낸대요. 그러려면 새벽 3시부터 펌을 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별이 씨 피곤하겠네요.”

“우와… 세 시간도 못 자겠네요.”

“조금만 힘내자. 맛난 거 사줄게.”

더운데서 고생하는데 잠잘 시간도 없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두 시간에 걸친 메이크업과 헤어가 끝나고 별이가 의상을 갈아입고 나왔다.

“여기, 모델 주호 씨. 촉망받는 신예, 오튀쿠튀르 무대에도 서는 친구예요. 요즘 여기저기서 모셔가려고 안달이죠. 그리고 여기는 배우 김별 씨, 알죠?”

임 실장이 남자모델을 손으로 떠받드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소개한다. 업계에서는 유명한가보다. 별이보다 남자모델을 더 챙긴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아무래도 이 쪽 세계에선 모델을 더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우들이 디자이너의 런웨이에 설 때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배우 1번’ 이런 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델은 키가 190센티도 넘어 보였다. 바지를 입고 상의는 벗고 나왔는데 선명하게 보이는 식스팩, 게다가 얼굴은 어찌 저리도 작은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얼굴까지 잘 생겼다는 거다.

‘쟤는 신의 은총을 받았나… 나 같은 놈은 어떻게 살라는 거야?’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우와… 화면보다 훨씬 예쁘시네요.”

상의를 탈의하고 있어도 쑥스러움 따위는 없어 보인다. 저런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몸매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둘 다겠지.

‘젠장…’

“선풍기 좀 더 가져와!”

춥고 건조한 한국과 달리 덥고 습한 발리에서의 촬영이다 보니 금세 땀범벅이 되기 일쑤였다. 실내 촬영이라고는 하나 사방이 다 트인 곳이라 실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로비 옆 쪽 복도다. 불어오는 바람도 전혀 시원하지가 않다. 별이 의상이 땀에 젖을까봐, 그리고 메이크업이 무너질까봐 서너 명이 손에 선풍기를 들고 별이 옆에 달라붙어 있었다.

“자, 김별 씨, 덥지만 더운 느낌이 나면 안 돼요. 제가 알아서 찍을 테니 계속해서 포즈를 잡으면 됩니다.”

“네.”

복도 뒤쪽으로 수영장과 바다가 펼쳐져있어 시각적으로는 정말 시원해 보인다.

“뷰가 정말 좋네. 촬영 끝나고 좀 쉬다가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게요. 별이도 좀 쉬면 좋을 텐데요. 나중에 별이 휴가도 주시나요?”

“네가 쉬고 싶어서 그러지? 다음 드라마 끝나면 꼭 스케줄 빼줄게.”

“하하.”

별이가 촬영하는 동안 상준이와 얘기를 하며 로비 그늘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포토그래퍼의 목소리가 별로 좋지가 않다.

“음… 김별 씨,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것 같은데? 조금 더 자연스럽게… 표정도 몸도 아직 어색해요. 별이 씨 땀 좀 닦아주고!”

“네, 다시 해볼게요.”

별이는 여러 포즈를 다시 취했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땀도 더 많이 나는지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수시로 별이에게 달려가야 했다.

“하아…”

“음… 느낌이 살지 않는데…”

포토그래퍼와 임 실장의 탐탁지 않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별이에게 가서 뭐라 말하기도 힘들다. 그렇게 하면 별이가 더 긴장할 것이기에. 몇 차례 더 촬영을 진행했으나 괜찮은 컷이 나오지 않았다.

“저기… 별이 씨, 부담 갖지 말고 나한테 기대도 돼요. 왼쪽 팔을 이쪽으로 올리고 다리를 여기로…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잘 나올 거예요.”

별이의 뒤에 서 있던 남자 모델이 별이에게 말을 걸었다. 포즈를 지도해주는 것이다. 별이는 배우이기에 모델보다는 포즈가 다양하지 않고 아직 화보 촬영 경험이 많지 않아 노련하지도 않다. 그래서 남자 모델이 시키는 대로 포즈를 취해본다.

“뒤에 모델이 옷을 벗고 있으니까 별이 씨가 부담스러워서 포즈가 어색했나 본데? 별이 씨, 그거 신경 쓰면 촬영 못해요. 주호 씨가 남자로 느껴지는 건 아니죠? 후훗.”

임 실장이 농담으로 별이의 긴장을 풀어준다.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사실인 것 같다. 남자가 옷을 벗고 있으니 닿을 때마다 얼마나 신경이 쓰였겠나. 그래도 모델이 편하게 하라고 직접 말을 해주니 별이도 긴장이 조금 더 풀렸는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오케이. 의상 갈아입을게요!”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별이의 표정이나 포즈가 한결 자연스러워진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고 새로운 의상과 액세서리로 촬영이 이어졌다.

“별이씨, 그렇게 하면 백이 예쁘게 안 나와요. 손을 이렇게 하는 게 좋죠.”

주호라는 모델은 포즈마다 친절하게 별이를 지도해줬다. 금세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

리조트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상준이가 별이 점심이라며 도시락을 가져왔다.

“그거 먹고 되겠어? 아침도 안 먹었잖아.”

“화보 촬영이니 어쩔 수 없죠.”

물어보나마나 한 질문이었다. 은하 매니저를 하면서도 다 겪어왔던 일이기에. 도시락엔 약간의 닭가슴살 샐러드와 사과 반쪽이 있었다. 광고나 화보 촬영을 앞두고 배불리 먹는다면 그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외모로 돈을 버는 직업이니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하는 것이지만 볼 때마다 안쓰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주호 씨가 친절하게 알려줘서 이번 촬영은 배운 게 많았어요. 포즈 잡는 것도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연기 공부 때문에 항상 뒷전으로 밀리네요.”

다이어트에 익숙한 별이는 우현의 걱정과는 달리 촬영에 더 걱정을 쏟았다. 빠르게 식사를 끝내고 바로 다음 촬영에 들어갔다. 별이는 주호에게 계속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졌다.

“열여덟 살에 밀라노에 갔어요. 고생도 많이 했죠. 유럽 애들이 인종차별도 엄청 심하거든요. 진짜 가고 싶었는데 얼마 안 가서 집에 오고 싶더라니까요. 그래도 그냥 돌아오기에는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버텼죠. 하하.”

“우와…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멋있네요. 그래도 이렇게 성공했으니 반대했던 부모님도 이제는 자랑스러워하시겠어요.”

“뭐… 그런 경향이 있죠, 하하. 별이 씨도 어린 나이에 데뷔했잖아요. 아이돌들 보면 대단하더라구요.”

얘기를 하면서 친해지니 포즈도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예상보다 순조롭게 첫날 촬영이 끝나고 다음날 아침, 해변 촬영이 시작됐다. 새벽부터 헤어를 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잔 별이는 아직 피곤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피곤하지? 여기, 커피.”

“커피로 버티네요. 그래도 배 나올까봐 커피도 많이 못 마시겠어요.”

별이는 몇 모금 홀짝 거리고는 촬영하러 야자수 아래로 갔다.

“안녕. 아침부터 덥다, 그치? 아 참, 내가 오빠니까 말 놔도 되지?”

“후훗, 네. 빨리 촬영 끝내고 시원한 거 좀 마셔야 되겠어요.”

“다리가 이렇게 나와야 다리가 더 길어 보여.”

주호가 별이의 포즈를 잡아주며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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